경제학자의 시각으로 밝혀낸 국가 흥망성쇠의 패턴
모든 번영의 핵심은 '경제 불균형' 해결에 달려 있다
 
경제학자의 눈으로 쓴 <총, 균, 쇠>
『강대국의 경제학』알라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총 10명,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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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89317

 

 

 

 

▶『강대국의 경제학』소개글_

 고대 로마와 중국 명나라, 오스만튀르크와 스페인 제국 등 수많은 강대국들이 일어나 막강한 군사력과 영향력을 자랑했지만 결국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한 나라가 태어나 오랫동안 번영을 구가하기 위한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경제학자 글렌 허버드와 팀 케인은 강대국 흥망의 메커니즘을 다각도로 연구해 포괄적이면서도 대담한 이론을 만들어 냈다. 그들은 정치나 지리, 군사력 중심의 기존 이론들과 달리 새로운 경제력 측정법과 방대한 데이터를 무기로 삼아, 로마의 성공과 몰락, 스페인 제국의 영광과 파산, 일본의 경제 기적과 잃어버린 10년 사이에서 ‘공통된 패턴’을 찾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넓은 영토와 인구, 군사력 등은 강대국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며, 한 나라를 유지하고 번영케 하는 것은 경제적 요소들 간의 독특한 관계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또한 그 이론을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 유럽과 영국 등 최강대국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보여 준다. 이 책은 국가들을 움직이는 장기적인 동역학과 거대한 인간 집단의 상호작용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을 선사할 것이다.


▶『강대국의 경제학』내용 소개_

 경제학의 렌즈로 역사를 보기 시작하면 절대 되돌릴 수 없다. 이때 역사는 여러 인물이 만들어 내는 드라마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지니며, 터무니없이 불합리하게 보이는 놀라운 정책 선택의 리듬을 드러낸다. (13쪽)

 

  찬란했던 로마제국의 멸망을 떠올려 보자. 흔히 도나우 강 저편에서 전투용 도끼와 방패를 만드는 게르만족의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결국 강대국은 이민족에게 무너진다는 것이 역사적 통념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발렌스 황제가 고트족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아드리아노플 전투를 로마가 쇠퇴와 멸망으로 돌아선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글렌 허버드와 팀 케인은 아드리아노플 전투 수 세기 전부터 로마가 내부적으로 썩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로마 쇠퇴의 시작으로 지목한 시점은 로마의 전성기인 5현제시대를 이끈 트라야누스의 치세다. 바로 그즈음에 로마 경제가 성장에서 쇠퇴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트라야누스와 하드리아누스를 비롯한 정책 결정자들이 경제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강대국의 경제학』에는 경제학의 관점에서 강대국 흥망의 메커니즘을 살펴보는 흥미로운 분석들이 이어진다. 콜럼버스보다 1세기나 앞서 신대륙을 발견하고 지배할 수 있었던 정화의 보선(寶船)이 왜 항해를 멈추고 항구에서 파괴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는지(5장), 신대륙에서 들여 온 은은 스페인 경제에 어떤 악영향을 미쳤는지(6장), 일본식 경제 모델은 어떻게 기적을 일구어냈으며 그 한계는 무엇인지(8장) 등 이 책은 경제학, 정치학, 심리학을 총동원하여 강대국 흥망의 궤적을 살핌으로써 역사를 읽는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 『강대국의 경제학』작가 소개_

 

■  글렌 허버드(Glenn Hubbard)
 글렌 허버드는 세계적인 거시경제학자로,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재정학 석좌교수 및 경영대학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센트럴플로리다 대학교에서 최우등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노스웨스턴 대학교, 컬럼비아 대학교, 시카고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비즈니스 스쿨 등에서 가르쳤으며, 국립경제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1991년부터 1993년까지 미 재무부에서 세금 정책 담당 부차관보로 일했고, 2001년부터 부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와 OECD 경제정책자문위원회에서 의장직을 맡았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파이낸셜 타임스》 등에 기고하며, 텔레비전 및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  팀 케인(Tim Kane) 
  팀 케인은 허드슨 연구소의 수석 경제학자이자 소셜 네트워킹 회사인 스토리포인트(StoryPoint)의 창립자이다. 기업가 정신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그의 논문은 2011년 대통령 경제 보고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인용되었다. 현재 다수 대학과 싱크탱크에서 경영자 및 학자로 일하고 있으며, 《뉴욕 타임스》, 《애틀랜틱》 등 많은 경제·시사지에 기고한다. 

 

■ 옮긴이 김태훈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현재 번역 에이전시 하니브릿지에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비밀』, 『달러제국의 몰락』, 『야성적 충동』, 『욕망의 경제학』, 『금융공황의 시대』, 『그린스펀 버블』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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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단 폭격이다.

신간들이..그것도 좋아하는, 혹은 관심있어하는 것들이 쏟아지고 있다.

마치, 휴가 떠나려고 준비해 놓은 여비 있지? 얼마나 있는지 다 아니까 털어보셔~!! 하고 있는 것처럼..

신간 알리미를 해 놓는게 아니었다는 자책도 늦었다. 이미 보고 듣고 알았는데..어찌하겠는가..

















신간이 쏟아진다..모음들이 쏟아진다. 어떤 음율을 지닌 모음들이 자음도 없이..혹은 자음을 찾아 제대로 말이 되기 위해

저절로 투신하고 있다는 말일까? 자음을 잃은 모음들이..쏟아져 내리는 까닭이 궁금해진다.

광인일기..이 책은 고맙게도 선물을 받았다. 판화가 정말 압권이다. 흑,백의 조합만으로 더욱 도드라지는 표정과 표정 뒤의

감정들이 노골적이다 싶게 느껴진다. 

에세이스트 알랭 드 보통의 보통이 넘는 책이 나왔다. 그의 영혼의 미술관을 펼치고 평온해졌던 기억이 새롭다.

그는..이번에도 내게 고개를 끄덕여 달라고 한다. 사실, 이미 끄덕일 준비는 끝났다. 책만 오면 된다.

키드 노스탤지어..이 사진 속의 아이들은 지금의 시간을 사는 키드라는 한시적 시기를 살아내야 하는 아이들이다.

오래전 어린 조르디는 "아이 노릇을 하는건 힘들어" 라며 옹알거리는 랩으로 세상을 들었다 놨다. 아이 노릇을 하는 건 힘들다. 그러나 아이도 어른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무엇을 받아야할지 모르는 아이들은 더 힘들지 않을까?

그들의 표정을 보고 싶어진다.


















P.95-96 : “그날은 얘가 비번이었어요. (……) 공놀이 훈련을 시킬까 싶어 우리에 들어갔는데, 코끼리 뒤에 누군가 있는 거예요.” / 동료의 진술에 형사가 몸을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 / “이 사람이었나요?”/ “예. 바지를 내리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소변을 보는 줄 알았는데…….” / “그런데요?” / “근데 얘가 코끼리 거시기를 잡고 있더라고요. 다른 한 손은 자기 바지 속에 있었어요. 어찌나 손을 마구 흔들던지. 전 너무 놀라서 못 본 척하고 몰래 나왔죠.” /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련사가 동료에게 달려들었다. 의사가 어렵게 조련사를 동료로부터 떼어 놓았다. / “아, 아닌데!” / 조련사는 분노와 답답함이 얼룩진 표정으로 강력하게 부정했다. / “거짓말! 거짓말인데.” / “변태성욕입니다. 변태성욕이 무슨 뜻인지 아시죠? 성애의 대상에 대한 도착과 성행위에 이상이 나타나는 걸 말하죠. 성애의 대상으로 동물애(動物愛)로의 도착이 있을 수 있죠.” / 의사는 확신에 찬 투로 설명을 했다. 형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콧방귀를 뀌었다. / “그냥 종합 장애 세트라고 하세요.” / 조련사가 형사의 말을 비집고 혼잣말을 했다.(그게 아닌데 중에서)


블랙 코미디 이미경 작가의 희곡을 소설화 한 것이라고 한다. 무대위의 문학 두번째..그 첫번째는 "택배 왔어요" 였다.

이 당찬 희곡..책갈피 사이사이에 배치되어있을 등장인물들의 동선과 대사, 줌인 줌아웃과 페이드 아웃이 저절로 이루어질 것만 같다.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까지도 하나의 동선이 될것만 같은 책..그게 아닌데.


루이자 메이 올컷의 작품이야..두말 할 것도 없다..출간 되기 전부터 입소문을 듣던 나는 "올 것이 왔구나!"를 외쳤다. 올컷의 글, 그 글들의 역사와 배경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초월주의라니..야생귀리라니..



스티븐 킹의 책이 드디어 황금가지에서 출간된다. 이건 뭐..말 할 필요도 없는 책이다.


쨌든..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별이 그득한 길을 걸으면..머리 위로 떨어진 별그림자를 느낄 수 있다.

책이 그득한 시간을 걸으면..머리 위로 떨어지는 꿈그림자를 만날 수 있을까?


통장과 지갑을 살핀다. 휴가..꼭 가야해? 오늘 옆지기에게 넌지시 물어봐야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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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만에 출간된 『샤이닝』의 후속작,

뉴욕타임스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전 세계 3억 독자를 둔 세계적인 이야기의 제왕 스티븐 킹의 최신작!

스티븐 킹 신간도서『닥터슬립(Doctor Sleep)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어서와 황금가지 온라인 서점 서평단은 처음이지..?!!)



▶ 도서소개 


광기 어린 아버지의 폭력에서 살아남은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공포가 아닌 치유를 보여주는 작품, 『닥터 슬립』 출간!


스탠리 큐브릭 감독, 잭 니콜슨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진 소설 『샤이닝』의 후속작으로서, 36년 만에 출간된 속편 『닥터 슬립』(전2권). 이 작품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하고, 브람 스토커 상 최고 작품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되었다. 


『샤이닝』에서 살아남은 소년 대니가 중년이 된 후를 그리는 『닥터 슬립』은 기존의 '공포'에서 탈피하여 초능력을 가진 소녀와 그녀를 죽여 영생의 기운을 받으려는 괴집단과의 쫓고 쫓기는 스릴을 담는 한편, 알코올 중독자로 인생의 끝에 섰던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회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어 재미와 감동을 함께 준다. 


『시녀 이야기』의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는 『닥터 슬립』에 대해 "스티븐 킹의 여러 걸작에서 드러난 장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극찬하면서, 이 작품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며, 이는 너대니얼 호손과 에드거 앨런 포에서부터 이어진 미국 호러 문학의 본질이라고 평했다.



 



▶ 줄거리


어린시절 오버룩 호텔에서 겪은 악몽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댄(대니)은 작은 마을에서 호스피스 일을 한다. 그의 특별한 능력 '샤이닝'은 임종을 앞둔 이들이 편안하게 눈감도록 인도해 주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닥터 슬립'이라 불리운다. 그러던 어느날 오래 전부터 그의 주변을 맴돌던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며, 도움을 요청한다. 


전국을 떠돌며 샤이닝을 가진 어린 아이를 고문하고 죽여 거기서 나온 기력을 먹고 사는 괴집단 '트루 낫'이 다음 목표로 소녀를 선택한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샤이닝을 가진 소녀의 목숨과 영혼을 구하기 위해 댄은 초능력자 집단인 '트루 낫'과 생존을 위한 전쟁에 나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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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켄슈타인의 작가가..그것도 1826년에 지구의 종말을 예     고하며 쓴  <종말문학>이라고 한다. 전염병이 번지고..단 한사   람이 살아남는다고 한다. 그 한사람의 의미는 무엇일까? 마지   막 희망? 인류의 미래? 여튼..그 의미가 무엇이든 몇가지의 단   어들이 뿜어내는 분위기는 긴장감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 오랜 시간 전에 지구의 종말을 어떻게 그렸을지     말이다. 그 때도 인간의 종말은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었을까? 그 때의 인간과 지금의 인간 군상의 차이는 있는것인   가?

   표면적인 차이가 아닌 본질적인 차이가..존재하는가..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당신의 세계관과 사회관, 그리고 시대의 정황이 충분히 드러날 것 같은 기대는 1+1상품처럼 어느것이 본상품이고 사은품인지 알 수 없지만 기대된다.



  

















프랑켄슈타인..그의 존재성에 대한 물음..인간인가..아닌가..인간의 기준을 어떻게 둘 것인가에 대한 실존적 질문..혹은 자문..

전염병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어지는 책들과 영화..최근의 것들을 위주로 생각해본다.



문제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물음일것일까?

이런 문제는 어떤가?

 조이스 캐럴 오츠 특유의 필법이 작용하는 글들이 저절로 떠오른다.



 











후의 인간..밑줄긋기의 한 대목이 가시처럼 눈에 박힌다.


P.401 : “지옥의 땅에서 얻어낸 사악한 씨앗이 존재하는 한, 이 땅이 결코 천국이 될 수 없다는 건 자명합니다. 계절이 모두 같아지고, 세상의 공기가 무질서를 낳지 않으며, 이 땅에 더 이상 가뭄과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게 된다면, 그때 비로소 질병이 사라질 겁니다. 인간의 욕망이 모두 죽어버리면, 그때 비로소 굶주림이 우리를 떠나게 될 거란 말입니다. 사랑이 증오와 더 이상 흡사하지 않게 되면 그때에야 비로소 인류애가 존재하게 될 거예요. 현재 우리는 그런 미래와 아주 많이 동떨어져 있어요.” 
―1권


주사위를 한 번 던져보자.

인류 최후의 그 날.."나는" 과연 "살아남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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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 길
 
용산..우리 엄마는 "용산구 갈월동"으로 시작하는 호적을 갖고 계셨다. 아버지를 만나기 전까지..아버지는 "용산구 만리동2가"로 시작하는 호적의 호주셨다. 6대독자 귀한 아들..
그 귀한 아들을 품은 꼬장꼬장했던 할머니는 갈월동처자를 참으로 깐깐하게 다루셨다고 들었다. 나름 인텔리 신여성이라 자부하던 엄마는 단지 눈물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그 자존심을 지켜냈다고, 오랜 시간을 머금은 표정으로 이야기 했다.
지나치게 산문적이다.
 
이 거리를 걷는 건 무진무진 쌓인 내 시간 뿐 아니라 엄마의 시간, 아버지의 시간, 그리고 할머니의 시간 마저 쉴 새없이 파고든다.
 
엄마와 가장 친한 친구는 "후암동 이모"라고 불리는 분이셨다. 이모는 늘 색이 곱고 너무 달아서 머리가 띵한 사탕이며 카라멜을 핸드백에 넣어오셨고, 엄마는 기꺼이 그 사탕과 카라멜을 사곤 하셨다. 내 또래의 아들과 둘이 사는 그 이모는 그렇게 피붙이마냥 왕래를 하곤 했다. 이모에게선 고소한 치즈냄새가 났고, 이모의 가방에선 언제나 made in U.S.A가 찍힌 화장품과 과자들이 풀려나곤 했다. 노란색, 하얀색, 초록색의 껌들..이모는 공주님인지도 몰랐다. 그 때, 이모에게 화장품을 샀던 중국집 아줌마는 이모를 "양공주"라고 불렀던것도 같다.
후암동 이모집은 작고 어두웠고, 구석구석 아직 뜯지 않은 낯선 언어로 도배된 물건들이 늘 그득했다. A,B,C,D..영어 타자수였던 엄마 덕에 얻어 배운 알파벳이라도 짚어내면 이모는 박수도 쳐주고 머리도 쓰다듬어주셨다. 그렇게 엄마의 통장과 함께 사라지기 전까진 말이다.
 
이슬람 사원을 끼고 걸어올라가다 보면 버스 종점을 지나서 더 올라가다보면 작은 교회가 있었다. 사람에게 지친 엄마가 아는 이 하나 없는 교회를 일부러 찾고, 일요일마다 숨이 턱에 차도록 꾸역꾸역 올라가 기도인지 통곡인지 모를 것을 쏟아놓고 말간 얼굴로 되짚어 오는길..그렇게 오는 길에 엄마는 시장에서 커다란 핫도그를 사주시곤했다.
그 핫도그 하나를 위해 영악한 나는 짐짓 신앙심이 별나게 깊은 아이의 얼굴을 하곤 진지하게 성경을 읽어내렸다. 그리고 졸지 않고 예배를 마친 날이면 예쁜 머리핀 하나를 얻을 수도 있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곳엔 아버지의 엄마, 꼬장꼬장했던 만리동 할머니가 이사한 집이 근처에 있었다. 사연많은 가족사에 내쳐지다시피 한 엄마가 그렇게라도 할머니의 소식을 듣고자 했음을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고등학교때 빵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엄마는 원효로에 빵집을 내셨었다. "뉴욕제과" 아파트 단지 앞의 빵집은 제법 장사가 잘 되었지만, 바로 옆에 패스트푸드점이 생기면서 오래지 않아 문을 닫았었다. 원효로를 빠져나와 마포대교까지..강변을 따라 넋 놓고 걸었던 기억이 오롯하다. 멀리 당인리의 굴뚝은 바람의 방향을 빼앗기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엄마이 빵집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던 것처럼..
 
 
# 2. 이 책
 



 
표지를 펼치니 용산이 오롯이 들어앉았다. 지도를 따라 손끝으로 훑어본다. 기억도 가물가물했던 이야기들이 어쩌면 지난 밤 유쾌했던 꿈마냥 떠오르기 시작한다.
후암동 길을 뛰어가던 갈래머리의 여자애, 갈월동에서 만리동으로 시집 왔던 어여쁜 새댁, 핫도그를 손에 들고 찬송가를 흥얼거리던 영악한 표정의 계집애..
참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사진을 살피고 글을 읽는다.
노란 사진들이 용산을 닮았다.
책갈피에서 오래 마른 은행잎처럼, 어느 날 문득 발견했을 때 우수수 이야기와 풍경이 떠오르듯이..그렇게 은행잎을 닮은 노란 사진들이 빼곡하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 발길을 따라 자박자박 걷는다. 눈이 지나는 자리마다 눈동자를 닮은 자욱이 발자국 옆에 생길지도 모를일이다.
책에서는 아버지 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작고 여린 딸아이의 손을 잡고, 혹은 번쩍 들어 목마를 태우시고, "여기가 만리동고개야. 밑에 봐봐. 멋지지?" 하던 그 아버지의 숨소리와 끈적하게 흐르던 땀냄새가 나는 것도 같다.
 
 
# 3. 저마다의 길
 
모든 길은 그 길을 걷던 사람들이 자취다. 아무도 걷지 않은 곳은 길이 되지 못한다.
무게도 보폭도 다른 사람들이 무게도 보폭도 다른 삶을 살다간 증표, 수없이 많은 시간들이 다져놓은 골목, 끝끝내 비밀을 지켜낸 담장과 바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 길이다.
짧고 강렬한 책 한 권을 손에 들고..내가 두고 온 시간을 만난다.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을 묻는다.
지극히 산문적인 거리여서 다행이다.
가늘게 눈을 뜨고 천천히 누군가에게 일러주며 걸어도 부끄럽지 않을테니 말이다.
 
같이 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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