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에 들어갔다가 흥미로운 글을 본다.

<21세기 자본>에 대한 논란. 논란의 요지인즉슨, 번역의 문제나 몇가지의 문제를 제기하면 글항아리 관계자들(마케터나 편집자,기타등등)과 문동 관계자들이 별 다섯개짜리 평가와 함께 주르륵 댓글을 달아 비판의 댓글을 뒷 페이지로 넘기고 있다는 말.

몇가지 캡처와 함께 그들의 블로그를 공개했다. 문동관련 서적만 읽는 블로그들이라며..국정원의 댓글 조작과 다른것이 무엇이냐고 기사화 운운하고 있다.

문제는 지극히 감정적이라는 것.

이 문제에 대해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자신의 리뷰를 올리고 그래서 비판 받아야 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까지 편집팀과 마케터의 감언이설(?)로 호도되고 있다는 분명한 제시가 필요하다.

반성해라. 사과해라가 아니라..

사실 마케터나 편집자들에게 열린 인터넷 서점은 그들이 운영하는 카페만큼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곳이다.

쉽게 생각해서 오프라인 서점에 출판사 관계자가 나가서 손님들께 이 책이 재밌습니다. 이런 저런 내용들로 좋았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문제란 것이다.

또한, 관계자가 아닌 일반독자의 블로그까지 공공연하게 관련자처럼 엮어서 올려놓은 것은 엄밀하게 침해다.

문동의 임프린트 출판사가 꽤 된다고 들었다.

책에 관한 정보를 얻는 루트가 한정되어있는 일반 독자들의 경우 호감이 가는 출판사에서 출발해서 연관되는 도서들을 구입해서 읽게 되지 않나?

나는 그랬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글들이 나오는 출판그룹의 책에 주목한다.

글항아리가 그랬고 후마니타스가 그렇고 민음사가 그렇다인문사회계열에서는..

소설에서는 창비가 그렇다.

문학과 지성사의 시선집을 좋아한다.

북극곰의 그림책을 좋아하고 비룡소의 청소년도서를 좋아한다.

 

가끔은 서평을 써보겠노라 얻어읽는 책들도 있다. 모든 읽었던 도서를 반드시 리뷰로 쓰진 않는다. 약속한 리뷰를 써내거나 아니면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들을 적어낸다.

이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선택부터 한정되어 있었기에 분명 편중되는게 맞다. 우리나라에 크고 작은 어마어마한 출판사들..작거나 크거나를 떠나서 나를 흔들어야 읽는다.

마케팅에 현혹되는 미욱한 독자래도 할 수 없다. 이 또한 나의 취향일테니 말이다.

뭐 대단한 잘못이라도 한 것 마냥 울컥대며 들이대는 자세가 실망스럽다.

또한 담당자들의 대응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그게 뭐 어떻습니까? "라고 대응하면 더 지저분해진다.

독자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하는 마케터는 그 능력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보편타당한 것에 집중한다손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는 독자에 대해서 몰아세워서는 안된다. 보통 감정적으로 타격을 받았을 때 싸움은 구차해지고 너저분해진다.

정말로 좋은 책이라는 확신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진정성에 대한 것이다. 조작이 아니라 어쩌면 협조였거나 마케팅이었다는 것을 밝혀도 할 수 없다.

신뢰를 얻지 못하는 출판사 혹은 출판그룹은 확보된 대다수의 독자를 가질 수 있지만..그들은 구매자일 뿐 독자가 되어줄 순 없다.

독자가 없는 출판사 혹은 출판그룹이라면 동네 잡화상과 다를게 뭐가 있겠는가.

 

캡처된 화면에 내가 쓴 100자평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울컥했다.

특정 출판사의 글에 대한 리뷰를 많이 썼다? 그래서 어쩌라는건가? 그러면 매도되서 욕을 먹어도 싸다는 것인가?

 

그래서 생각한다.

 

나는 논란이 일고 있는 21세기 자본을 가지고 있고, 읽으려 하고 있다. 전문적인 경제학지식이나 논지는 없다. 그런 지식과 배경이 없이 궁금해서 읽어보려한다.

그러면 안되는가? 그 책을 읽어도 좋은지 안좋은지에 대한 허락을 구해야하는가?

어쨌든 읽어보기로 한다. 휘리릭 넘겨본 몇몇 페이지에 난해한 수식과 도표들도 보이고 쉽게 풀어쓴 몇가지의 예시도 보인다. 페이지수도 장난아니다.

다 읽어낼 수 있을지 사실 의문이었는데..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읽은 내용이 올바른 것인지 틀린 것인지에 대한 잣대를 들이밀 사람들도 있겠지만..내가 읽은 내용은 내것이다.

좋다 나쁘다의 평가가 아니라..이런것을 알게 되었다..가 내 리뷰의 대부분인만큼 아마 그 수준을 넘어서지 않을 것이다.

솔직이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그만한 능력이 안되니 말이다.

 

불쾌하다.

덕분에 책 한권을 읽을까 말까 고민하던 것이 말끔하게 해결된다.

읽어야겠다.

 

오기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건 또 무슨경우인지는 모르겠지만..덕분에 이상한 경험을 한번 해보자.

 

 

 

 

 

 

 

 

 

 

 

 

 

 

 

 

곁들여 읽어볼만한 책들을 꺼내본다. 뭐라도 도움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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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wlsfl 2014-09-23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타샤님 글 잘 읽었습니다.
글항아리의 리뷰 조작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dbwlsfl 입니다.
한가지 오해를 푸셨으면 해서 댓글을 남깁니다.
저는 나타샤님의 리뷰를 출판사가 독자리뷰처럼 한 것으로 전혀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hanji100, mrposeidon, 휘문 등 일단 이렇게 세 아이디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댓글을 함께 캡쳐하다보니 가운데 끼어 계셔서 올라간 것이고, 그래서 위의 세 아이디의 블로그들만 이름을 밝힌 것이고 또 추가로 세 개 블로그들의 캡쳐들만 별도로 추가로 올린 것입니다.

네. 맞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출판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곳 책들을 주로 많이 읽습니다. 나타샤님과 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후마니타스, 창비, 열린책들 을 특히 좋아합니다.
제가 단순히 한 출판사책들을 많이 읽는다고 무어라 한 건 아닙니다.
제가 댓글을 쓰고나서 갑자기 단체로 약속이나 한 듯이 세 개의 아이디가 글을 올리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뒷 화면으로 밀리니 조용해지더군요.

저는 이 책을 영어로 사서 읽었습니다.
이 책 자체를 가지고 뭐라 하는 게 결코 아닙니다.
다만, 이 좋은 책에 대한 번역이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 좋은 책을 굳이 급하게 여러 사람들이 찢어서라도 중역을 하는 출판사의 상업적 과욕이 아쉽게 보였을 뿐입니다.
그런데, 한글판은 아니지만 영어판으로 구입한 사람으로서 번역판을 보고 번역에 문제를 제기한 다른 분들의 지적에 공감이 가서 독자로서 의견을 쓴 것 뿐입니다.
그런데, 출판사의 반응은 직원들이 단체로 제 댓글을 내리려는 의도 뿐이었습니다.
차라리 편집부라는 이름으로 의견을 다는 방법을 하는 게 정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 직원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의견은 그들에 의해 뒤로 밀려나야 하는 상황에서 약간 제 감정이 상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문제를 지적한 글 밑에 달린 댓글들을 보셨겠지만, 글항아리 직원들의 빈정거리는 반응에도 저 딴에는 꾹 참아가면서 이성적인 대응으로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제가 부족했다면, 그렇게 내 의견을 뒤로 넘겨버려서 숨기기에 바빴던 글항아리 직원들에 대한 제 인내력의 최대치였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출판계에 계신 분들은 이렇게 출판사 직원들이 독자인양 가장해서 리뷰를 남기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상업성과 돈만 밝히는 자기개발서 위주의 일부 출판사들과는 달리 인문사회과학 출판사들의 양심을 믿고 있는 저같은 독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인문사회 책들을 내는 출판사가 이런식으로 독자들을 가장해서 기만하면서 직원들을 동원해서 댓글작업을 하는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놀랐고, 너무나 실망스러웠던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것들을 두고 인문사회 출판사가 관행이었다는 이유로 문제제기하는 독자에게 오히려 빈정거리며 당당하게 뭐가 잘못이냐고 이야기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저에게 이제 글항아리는 출판사가 아니라, 돈욕심에 쪄든 탐욕만 가득한 책판매상에 불과합니다.
저는 앞으로 글항아리라는 책판매상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탐욕충족의 도구가 될 생각이 없습니다.
글항아리는 이번에 돈은 좀 벌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번역 논란에서부터 이번 사건, 그리고 제 문제제기에 대한 댓글들에서 보여준 직원들의 생각들에서 출판사로서 잃지 말아야할 중요한 독자들로부터의 신뢰를 잃게 될 것입니다. 물론 모든 독자들은 아니라 괜찮다고 할 수도 있고, 이 정도 돈 벌면 이런 것 감수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를겁니다.

하지만, 글항아리의 직원들이 이번에 보여준 그 적나라한 생각의 속살들은 저같은 독자들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이고, 화가 나는 일이었습니다.

많이 인내하면서 글을 썼지만 부족했다면, 그것이 못내 불편하셨다면 제 노력만이라도 나타샤님이 이해해주시고, 그리고 나탸샤님의 리뷰나 블로그는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는 점 오해도 푸셨으면 합니다.

나탸샤님의 글들을 오늘 처음 자세히 읽어보았는데, 참 글들이 좋더군요. 앞으로 가끔씩 들르는 일도 있을 듯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나타샤 2014-09-23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해가 풀리셨다니 다행입니다. 제생각에도 문제는 있어보이지만 조금 더 신경쓰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기술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요. 도매금으로 휩쓸린 불쾌감은 뭐랄까..짜증이 났다고 할까요? 해명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오해를 오래 품고 가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인문/교양 출판그룹 반비입니다. ^^


이번에 반비에서 책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이안 샌섬의 신간, 『페이퍼 엘레지』가 출간되었습니다.

누구보다 종이와 책에 애정이 있다고 자부하시는 분이라면

이번 서평단 활동으로 종이사의 한 획을 그어주시기 바랍니다.



***





『페이퍼 엘레지』

감탄과 애도로 쓴 종이의 문화사




책이 사라지는 시대, 

연약한 종이의 질긴 내구성을 탐구하다!  



이 책에서는 아주 장황한 방식으로 종이의 죽음이라는 말이 과장되었음을 보일 참이다. 종이를 잔뜩 머금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종이에 작별을 고한다고 함은 어느 날 글쓰기를 익혔다는 이유로 말하기를 멈춘다는 말과 비슷하다.” 


이 책에서 나는 종이가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비애감과 옛날 종이를 그리워하는 향수의 존재를 인지한다. 예전 종이의 두께감과 묵직함, 젊음의 이상이 담긴 너덜너덜해진 포스터들. 우리의 역사를 대변하는 이런 종잇조각이 점점 낡고 희귀해진다는 것. 한편 무엇보다도 종이의 역설, 종이의 쓰임에 내포된 아이러니, 이중적 의미, 가치, 광활한 범위와 규모를 다룰 참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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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입맛이 없을 때면 식빵 테두리를 모아 마요네즈를 듬뿍 찍어서 먹곤 한다.

때때로 고추냉이를 잼처럼 펴바른 식빵을 우적우적 먹곤 한다.

밥공기에 밥을 얇게 깔고 치즈를 올리고 다시 밥을 깔고 베이컨을 넣고 다시 밥 그 위에 타바스코 소스 그 위에 밥, 제일 위에 누텔라.

 

이런 것을 보고 옆지기는 괴식이라 부른다.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영양학적인 조합이나 소위 궁합이 하나도 안맞는 음식들을 뒤섞어 먹는다.

요즘들어 부쩍 그런 것 같다. 일단 누텔라부터 치워둔다.

 

  이성복님의 산문집이 나왔다. 그동안 발표하지 않았던 글들을..꺼내 놓으셨다고 한다.

  이래저래 소문내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내셨다고도 했다. 출간 기사에 쓰인 내용들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조용한지..오히려 서늘했다.

  부산스럽지 않고 깔끔한, 그래서 말끔하기까지 한 그 산문들이 벌써 어른거린다.

 

 

 

올 해..도정일님의 산문집을 끌어안은 것으로 만족스럽다 했는데..이렇게 또 다른 보석같은 글들이 나와주었다.

 

    다양한 산문집 신간들이 나오고 있지만..이렇게 다섯권의 산문집은 두고두고 좋은 울림이 되겠다.

 

 

 

 

 

 

 

 

 

 

 

 

 

 

 

 

 

 

 

 

 

 

 

 

후마니타스의 최근작들이다 .팔레스타인의 목소리를 담은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 이 조용한 외침이 갖는 힘은 컸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보다 더 참혹하다는 사실에 암담했다. 그것을 알아야 하는가, 알고 있다면 그 다음은?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모르고 살겠는가. 모른척 한다면 그 죄책감을 어찌하겠는가.

감시사회..모든 것으로부터 감시가 시작되고 조작이 시작된다. 감시는 있는 그대로 관찰하겠다는 의도일까? 그 모든 정보들을 수집하여 편리한 시나리오를 만들겠다는 것일까?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또한 화제가 될만한 책이다. 이 당찬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고 하니..꼭 읽어볼 생각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몇 권의 책 중에 단연 가장 큰 이슈가 되는것은 피케티일게다.

  

그 내용적인 문제 뿐 아니라 번역에 관한 문제제기도 꽤 되고 있는것 같다.

 

어쨌든 분배의 문제 앞에서 피케티의 논지를 살펴보고 싶어진다.

 

 

 

 

 

 

 

 

 

 

  이응준의 소설. 문장전선의 이응준의 책이다. 그 날선 문장들과 예리한 단어들의 소용돌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사물과 마음. 살만 악타르가 대중적으로 쓴 일반 교양서라고 한다.

 그의 사유의 깊이와 폭을 만날 좋은 기회다.

 

 

 

 

 

 

 

 

 

그러니까..이것은..연관성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그저 닥치는대로 쌓고 먹고 보는 괴식과 다름아니다.

이 책들이 내 속에서 부대끼다 기어코 얹히고 말지..걱정이 앞선다. 그래도..손이 가는 건..습관일까? 아니면 책들이 뿜어내는 에너지일까.

 

때론 호젓하게 걷고 싶기도 하다.

때론 창을 열고 가을 볕과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는 책상에서 다부진 분석을 하고 싶기도 하다.

가을은..

그렇게 들었다 놨다하는 때이다.

그러니..괴식도 괴독도..가능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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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소녀가 겪는 몸과 마음의 성장,

희망 없는 어른이 되어서는 가슴 깊은 곳에 '기적'같은 시간으로 남게 된 시간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그려 낸  신예 작가 캐런 톰슨의 첫 소설 『기적의 세기』를 소개합니다.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지는 '슬로잉' 현상으로 해가 늦게 뜨고 

늦게 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에게 물리적 변화가 일어나고 정신적, 심리적 변화를 가져옵니다.

캘리포니아 교외의 조용한 동네에 사는 열한 살 소녀 줄리아는 

'슬로잉' 현상과 사춘기 시절을 동시에 겪게 되는데요, 과연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출간 즉시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6위, 

<트와일라잇>,<레드 라이딩 후드>를 연출한 캐서린 하드윅 감동의 영화화 예정!


『기적의 세기』알라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총 10명, ~9.22 월)




알라딘『기적의 세기』도서 보러가기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89503




 


■ “그해 봄 우리의 시간은 전과 다르게 흘러갔다

가장 어두운 절망 속에 심겨진 기적의 시간

 

어느 날인가부터 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그 현상을 ‘슬로잉이라 부르게 된다처음에는 아무것도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캘리포니아 교외의 조용한 동네에 사는 열한 살 소녀 줄리아에게도 달라진 건 없었다성실한 아빠와 엄마다정한 할아버지단짝 친구모두 전과 같았다그러나 엄마는 비상 용품 사재기를 시작하고아빠는 앞집에 사는 피아노 선생님과 함께 있는 모습을 들키며모르몬교도인 친구는 가족들과 함께 다른 주로 이사가 버린다낮과 밤은 매일 몇 분씩 늘어나일출 시간이 오후일몰 시간은 새벽이 되었다일조량의 변화로 식물이 말라 죽고 중력의 변화로 새들은 하늘을 날지 못해 땅으로 떨어지며 고래는 떼를 지어 해변으로 밀려와 죽는다사람들도 불안과 공포 속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몸에도 이상을 느끼기 시작한다정부가 혼란을 막기 위해 해가 뜨고 지는 것과는 상관없이 기존의 24시간 체제를 따르라고 발표하자줄리아는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두운 밤에 학교에 가거나해가 쨍쨍 내리쬐는 한낮에 두꺼운 커튼을 친 채 잠을 청해야 한다이런 시스템에 반발하여 자연의 이치에 따르려는 사람들끼리 모여 또다른 집단을 이루자 새로운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 영원하리라 여겼던 것들의 변화와 함께 찾아온 사춘기

암흑 속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기적 같은 시간을 그린 성장 소설

 

상상력이 무엇인지 보여 주는 소설”, “섬뜩하고 아름다운 소설”, “가장 독창적인 성장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은 『기적의 세기』는 미국의 신예 작가 캐런 톰슨 워커의 데뷔작이다톰슨 워커는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후 출판사 사이먼앤슈스터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출근하기 전이나 지하철 안에서 틈틈이 이 작품을 완성했다그녀는 어린 시절 지진이 일어나 거실 샹들리에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두려움에 떨었던 일을 모티프로 삼았으며지구 자전 속도가 느려지면서 일어나는 현상과 그에 영향을 받아 사람들이 경험하고 느끼는 일들을 때로는 현실적으로 때로는 환상적으로 그려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인공인 십 대 소녀가 자기를 둘러싼 사람들과 사회가 송두리째 변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그 안에서 자기만의 ‘기적을 찾는다는 이 소설은 모두가 경험하지만 누구에게나 특별한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자자기가 발 딛고 있는 세상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낮과 밤 시간이 점점 길어져 사람들이 혼란에 빠진 세상에서도 막 사춘기에 접어드는 열한 살 소녀 줄리아는 가슴 따뜻한 첫사랑을 경험하고그래서 그 시절을 ‘기적의 세기로 기억하게 된다. “갓 깎은 한여름의 잔디 냄새혀끝에 닿는 오렌지 맛발바닥에 느껴지는 모래의 감촉사랑과 우정에 대한 정의불안과 꿈자비와 배려 그리고 우리의 거짓말” 같은 일상조차 언젠가는 ‘기적 같은 시간을 기억하게 하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을 작가는 조용히 역설한다.


■ 본문 중에서

 

▶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 최초의 며칠은 인간이 느끼는 불안이 예상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했던 날들이었다오존층의 구멍녹아내리는 빙하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와 돼지 인플루엔자점점 흉포해지는 꿀벌 등의 예를 보면우리의 불안은 결국 적중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진짜 재앙은 늘 예상을 빗나간다그것은 상상한 적도 없고 그에 맞서 준비할 수도 없는 미지의 이변이다.”(49)


 

▶ “나는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벽을 따라 잽싸게 움직이는 세스를 바라보았다이윽고 세스가 고개를 돌리고 실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어서 오라고 손짓했다그 모습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보였다물론 나는 곧바로 세스에게 달려갔다우리는 실비아 선생님의 집 벽에 기댄 채 어깨를 들썩이며 최대한 소리를 죽여 웃었다어찌나 우스운지 숨 쉬기가 힘들 지경이었다우리는 십 대였고계절은 여름이었다우리는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하는 중이었다그리고 사랑에 빠져 있었다.”(335)

 

▶ “아빠는 돌아오지 않을 게 분명했다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 한 가지 사실은 다른 여러 가지 사실을 암시했다사랑은 닳는다사람은 좌절한다시간은 흐르고시대는 끝난다.”(346)


▶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몇 년밖에 안 된다고 했다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았다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고사랑을 했다싸우기도 했고용서하기도 했다아기가 계속해서 태어났다우리는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갈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376)


▶ 『기적의 세기』작가, 역자 소개_

 

■ 지은이 및 옮긴이

 

캐런 톰슨 워커 Karen Thompson Walker

미국 샌디에이고 주에서 태어났다. UCLA에서 영문학과 문예 창작을 공부한 후 샌디에이고에서 신문 기자로 일했다그 후 컬럼비아 대학에서 미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에는 사이렌랜드 연구비를 받았다출판사 사이먼앤슈스터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틈틈이 첫 번째 소설 『기적의 세기』를 집필했다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6위를 차지하며 문단 및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옮긴이 정회성

인하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도쿄 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다지금은 인하대학교 영문과 초빙 교수로 재직하며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피그맨』으로 2012 I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어너 리스트(Honor List) 번역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옮긴 책으로 『1984『에덴의 동쪽』『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침대』『휴먼 코미디』『첫사랑의 이름』『리브라』『아마존 최후의 부족』『이매지너리 프렌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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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다. 하품 끝에 맺힌 의미없는 눈물마냥 잠깐 내리고 말았다. 자꾸 흐려지는 집중력과 이해력에 좌절하고 있을 때,

느닷없이 배달된 택배.

가끔 나를 놀래키는 친구의 책선물이 도착했다.

슈톨츠를 좋아할 것 같았다는 쪽지..

믿고 읽는 이야기꾼들이 있다. 한창훈이랄지, 구효서, 임철우, 천명관..

천명관의 책은 저자 싸인이 탐나서가 아니라..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꾼의 등장에 서둘러 구입하고 후다닥 읽어버린 책이다.

파울 니종의 슈톨츠..사실 얼마전 장바구니에 담아놓고..구입할지 말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영혼 속에 위대한 불꽃을 품고 있지만, 자신을 녹일 만큼 이 불꽃에 다가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는 고흐의 말..가장 아프고 두려운 말이다.

죽어, 저승문 앞에서 심판관이 저 말을 들이밀면..그 어떤 변명도 없이 내 발로 지옥으로 가겠노라고..기꺼이,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카루스도 아니면서..

어쨌든 고마운 선물에 고마워하기로 했다. 고마워하지 않을 방도가 없으니 말이다. 고맙다. 진심으로.

 

몇 권의 책도 얻었다.


 

 

 

 

 

 

 

 

 

 

 

 

피케티 열풍이다. 한동안 신자유주의에 대한 논의들이 다양하게 이루어졌다.금융세계화에 대한 것..결국은 분배의 문제이다.

다양한 자본의 논리에 대한 이야기와..논지들을 마주한다. 어렵다..

마치 인문학의 광풍을 이어 불기 시작한 자본론의 태풍인가? 싶기도 하다.

지금 이 문제에 대한 해법, 혹은 해법에 준하는 강령(?)이라도 나오지 않는다면 세계적 사보타지가 일어나게 될것 같기도 하다.

물론 혼자 생각하는 비약이겠지만..

 

신간에 대한 귀뜸도..

 

 

 

 

 

 

 

 

 

 

 

 

애거서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Mary Westmacott'이라는 필명으로 써낸 작품 그 세번째..장미와 주목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공경희님의 번역이 작가의 필력만큼 빛나는 책들이다. 어쩜 이래? 라는 말을 첫 작품을 읽으며 몇번인가 했던 기억이 난다. 두번째는 믿고 읽었다. 세번째는 아마 번역을 잊고 아가사의 목소리로 읽어지지 않을까 싶다.

 

책이 왔고, 책이 오고 있으며, 오기위해 나와있다.

비가 왔고, 오다 말다 하며, 다시 올게다.

하루가 오락가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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