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왜곡과 규명으로 얼룩진 현대사를 가장 세심하게 살펴보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흐름을 서술한 것이 아니라 사건을 중심에 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어진 역사. 역사란 그렇게 봐야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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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히스테리를 겪고 있다.

슬슬 시작되었던 불만과 불안은 세월호 사건으로 증폭되며 가시화되고 있다.

다른 어떤 말로도 해명도 변명도 안되는 것이 바로 세월호다. 다양한 페러디와 다양한 목소리들의 나오고 있지만..

분명한 건.

"무능한 정부"다.

1주기 집회를 보면서 경악했다.

국민들을 시민들을 상처입은 사람들을 그리 막 대할 수 있다는 것에 말이다.

 

싸움을 하다보면 그런 일이 있다.

뭔가 꿀리는 놈이, 즉 잘못한 놈이 명분을 찾기 위해서 하는 비겁하고 치졸한 짓 중 하나가 자극하는 것이다.

때릴테면 때려라 하는 식으로 이죽대며 화를 돋구고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다 한 대 맞고 나면..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며 '팩트는 이것이다. 내가 맞았다. 폭력은 안된다'하는 식으로 썰을 풀고 다니는거다.

그러니 그런 얕은 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평정심을 가져야하겠으나..

이게 평정심이 갖아지는 일이냔 말이다.

이 상황에 평벙심을 가질 수 있다면..그건 분명히 사이코패스다.

즐비하게 늘어선 경찰차들이 시민들과 유족을 분리시키고 최루액을 쏘아대고, 경찰이 실신했다고 소리치고, 언론은 슬쩍 비추고 맞았네~소리만 하고 있다.

 

광주때도, 용산때도, 한진때도, 얼마전 쌍차때도..언론은 썩어가는 입술과 냄새나는 혀를 놀리는데 급급했다. 다행히 사람들은 1인 미디어가 되어 알리기 시작했고,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당하고만 있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게 어떤 이의 히스테리에서 시작된것이라면..

정치를 자국민의 이익과 자국의 안보와 자국의 복지에 그 뿌리를 두지 않고 정적을 제거하고 개인의 만족을 위해 하고 있다면..얼마나 끔찍한 일이겠는가.

 

아침에 딸아이와 통화를 했다.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응..엄마..왜? 무슨 일 있어?"라고 되묻는 목소리가 고마워서 한참 대답을 못했다.

이 아이가 없다면, 이 아이를 빼앗겨버린다면 어떨 것인가..

문득 생각조차도 하지 말자는 생각에 몸서리를 쳤다.

잠시 생각이 스쳐간 것임에도 손이 떨이고 입술이 떨리고..왈칵 눈물을 쏟을 뻔 했다.

간신히 "아니, 그냥 전화 받아줘서 고마워"라는 쌩뚱맞은 답변을 했다.

이내 눈치를 챈 딸아이가 "세월호때문에 그러지? 나도 어디 안갈께. 엄마도 어디 가지마!"라고 어미 마음을 헤아린다.

 

자..상상만으로도 목이 메이는 상황을 수백의 어미들이, 아비와 형제와 이웃들이 당했다.

그들이 이렇게 점잖은 건, 그것이 혹시나 놓친 아이들에게 해가 될까 걱정하는 것이다. 나는 그들의 이성적인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 미쳐돌아갔어도 골백번은 미쳤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사랑하는 아이들이라서 말이다.

딸아이를 화장장에 보내는 어머니는 끝내 눈물을 흘리지 못했다. 차라리 울으라고 속에 쌓지 말고 울어버리라고 다그치는 지인의 말도 귓등으로 들어넘기며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그 마음엔 혹여 울고 있는 어미때문에 가슴아파할 딸이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런 참혹함을 만나는 나날이 지겹다고, 그만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하고 싶다.

그만해야 한다.

진실을 규명하면 된다. 그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이다.

온 국민을 히스테리 상태로 몰아넣으면서도 유유자적하는 것이 호연지기인가?

 

이 와중에..스포츠 스타와 여자 아이돌의 열애기사가 실검 1,2위를 차지했다.

젠장..제대로 히스테리를 부리게 되는 날이다.

 

  

 

 

  지젝을 아무리 읽어도 똘똘해지지 않는다. 나는 그냥 짐승인가보다.

 히스테릭 애니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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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시몬느 베이유가 떠올랐다.

지난 달엔 로쟈 룩셈부르그를 떠올렸었다.

까맣고 긴 코트에 담뱃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로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냥 떠올렸다는 것이다. 어떤 강렬한 신념같은 것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장악되고 압도 당하고 싶었는지도 모를일이다. 판단은 했는데 확신이 없는..그런..애매함이 싫었나보다.

 

며칠 전 읽었던 단편 때문일까?

시몬느 베이유라고 부르던 이름을 '시몬 베유'라고 적어둔 책에서 열어서는 안되는 뜨겁게 달구어진 뚜껑을 생각없이 잡은 것처럼 모골이 송연해졌다.

젊은 시간에 한번 쯤은 그녀에게 압도 된 싯점이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누구라도..

 

 

 

 

 

 

 

 

 

 

 

 

 

 

 

 

 

존 레논과 자니스 죠플린을 합성해 놓은 것같은 외모..(내 생각일 뿐..)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

그 뜨거움을 다시 만져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제발..긴장감 있게 살아보자고.

조금은 더 진지하거나 치열해도 괜찮지 않냐고..자신을 윽박지르기 시작한다.

 

잊고 있던 옛 애인이 떠올라 눈물로 고해성사를 하며 한번만 다시 사랑해달라고 애걸하는 모습같이 찌질하게 보이겠지만 말이다.

내 젊은 시간을 장악했던 그 녀가..문득 떠올라 지워지지 않는다.

책을..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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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은 것은 말할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그랬으면 좋았겠지만) 말할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혹은 말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말해지기 위해서는 말한 것이 '있어야'하고 '있는' 것을 '안다'고 해서 다 말해지는 것은 아니다. 있고 있는 것을 앎에도 어떤 것은 말해 질 수 없거나 말하지 않기로 결정됨으로써 말해지지 않는다. 그러나 말해지지 않은 것들은 말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언제든 말해질 수 있는 상태로 웅크리고 있다. 그것들은 말해지지 않음으로써 '있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p195)

 

창작과비평 2015년 봄호.

이승우 "신의 말을 듣다" 중에서..

 

 

미로처럼 꼬인 말들임에도 적당히 눙치는 기색 없이 단단하다.

이렇게 단단한 문장을 뿜어내는 작가는 전생에 아라크네였을까?

 

잘 직조된 글을 만나는 건, 잘 만든 수공예품을 만난 것처럼 미소짓게 된다.

따라해봐야지 마음은 먹지만..절대로 닮지도 않은 어떤 것을 만드는데 그칠지라도 한 번쯤은 시도해보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라크네의 거미줄에 미끼로 매달리게 되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다양한 계간지들을 만나는 건 늘 설레인다. 외박나온 애인을 만나는 것 처럼..

 

 

 

 

 

 

 

 

 

 

 

 

 

 

 

 

내가 보는 건 이게 전부지만..애인을 늘려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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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한 때는 '비가 오시네'라고 반갑게 표현한 적도 있는 것 같다.

어느 때부턴가 나의 표현들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비는 내리고, 바람은 불지 않고 울고, 파도는 밀려오지 않고 뒤치며 노을은 물들지 않고 각혈을 하기 시작했다.

어쨌든..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면 두통이 시작된다. 저기압상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센서가 머리 어디쯤 박혀있나보다.

그래, 그 때, 기절하듯 잠이 들었던 어린 어느 날, 꿈인듯 생시인듯 까무룩한 기억에 쏟아지던 빛들..낯선 형상들..

알 수 없는 그들이 그랬을지도 몰라..

미스테리한 일이 어디 한 두개여야 말이지..

 

 

 

 

 

 

 

 

 

 

 

 

 

 

 

 

후..안되겠어.

진정이 되질 않아..그냥 털어놓아야겠어.

 

출근하는 길이었지. 알겠지만 나의 출근시간은 늘 늦어. 낮에 출근해서 밤 늦게 마치게 되지.

젊을 때는 이런 나를 놓고 동네 사람들이 수근거리기도 했어.

"그집 마누라 말이다. 뭐 하는 사람이고? 한 밤중에 오대?"

"한 밤중 뿌이가? 아래께는 새복이 들어오드라 아이가?"

"아..맞나? 그집 신랑 속도 좋재..마누라가 그라고 다니는데 암말도 않드나?"

"그라이까네 부부 아이가. 부창부수.."

 

이제야 다들 알고 지내니 그 때의 쑥덕거림이 우스갯소리가 되고 있지만 말야.

 

오늘도 출근하는 중이었어. 새벽부터 비가 내린 덕에 그나마 남은 꽃잎들이 바닥에 떨어져 덜 마른 이불처럼 처연하게 보도블럭을 덮고 있었지. 누군가 물풀을 붓고 꽃잎을 후루룩 떨궈 놓은 것 같은 느낌? 아니면 더는 기울 데도 시칠 데도 없던 할머니의 이불처럼 헐거운 느낌? 여튼 그런 느낌이었어.

우산 밑으로 꼬마애 하나가 보였어.

노란 비옷을 입고 깡총거리며 뛰어가고 있었지. 귀엽게도 말야. 아이의 노란 비옷이 어떤 신호라도 되듯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어. 비가 오는 날은 두통이 심해서 어딘가에 시선을 붙잡아 매지 않으면 걷기도 힘드니까.

 

큰 길에 도착했어. 깡총거리던 아이가 갑자기 우뚝 섰어.

사격게임장의 표지판처럼, 펀치기계의 둥근 솜뭉치처럼..우뚝.

그러더니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주저 앉아 흐느끼다 엉엉 울기 시작했지.

어린아이가 저렇게도 울 수 있구나 싶게 아주 서럽게 엉엉 울기 시작했어.

당황스러웠어. 주위를 둘러봐도 아이 엄마는 보이지 않고..비는 내리고..우산으로 가리고 지나칠까? 생각도 했지만 어떻게..

 

"얘. 왜그래? 뭐 잘못 밟았어? 어디 아야했어?"

눈물이 범벅이 된 채로 아이는 내 얼굴을 보더니 더 그악스럽게 울기 시작했어.

저승사자라도 본 것처럼..

당황하며 아이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 아이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뛰어와서 아이를 안고 나를 한 번 쳐다봤지.

난, 억울하다는 눈빛과 나는 아무짓도 안했다는 눈빛을 동시에 내보내야했어.

안그래도 머리가 아파 죽겠는데 말야.

 

아이 엄마가 나와 비슷한 말을 아이에게 했어.

"왜? 넘어져서 아야했어? 누가 때렸어?" 누가 때렸냐고 물을 땐 나를 흘깃 쳐다봤지. 아이에게 물었는데 내가 도리질을 하고 있었어.

아이는 울음을 멈출 생각이 없는 것처럼 엉엉 울다 엄마를 꼬옥 끌어안으며 띠엄띠엄 말을 했지.

 

'꼬..꽃이 다 죽었어..물에 빠져서 다 죽었어.."

 

들었어? 저 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눈물이 난것도 같았어. 뭔가 알 수 없는 것이 몸속으로 뛰어들어와 오장육부를 헤집는 느낌이었어.

꽃이 다 죽었어. 물에 빠져서 다 죽었어..

 

아이의 눈에 비에 젖은 꽃잎들이 물에 빠져 죽은 것 처럼 보였을까?

 

아이를 품에 안고 다독이며 아이엄마가 떠나고..

아이가 울던 자리에서 꼼짝을 하지 못했지..노란 환영이 계속되었고.."꽃이 다 죽었어..물에 빠져서 다 죽었어.."라는 말이 환청처럼 맴돌았어.

 

 

 

 

 

 

 

 

 

 

 

 

 

 

 

 

 

미안해..널 아프게 해서..

이해해..나도 너무 아파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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