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쁜 여자가 좋다..고 습관처럼 이야기한다.

우유같은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 자연스레 웨이브진 긴 머리..이런 것이 아니라 '이 여자 진짜 이뻐'라고 중얼거리게 되는..

 

프리다 칼로를 아껴 읽는다. 그림을 읽는 맛이 대단하다. 번역과 원본을 왔다갔다 하며 읽다보니 본의 아니게 오자를 발견해 신고도 했고..여튼..빨리 읽지 못하겠다. 계속 허우적대고 싶은거다. 나혜석이 잠깐씩 스쳐지나가곤 했다. 까미유 끌로델도, 이사도라 던컨도, 시몬느 베이유도, 로자 룩셈부르크도, 자니스 조플린도..패티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잠깐 사이에 그림과 글과 행간을 스쳐간 예쁜 여자들.

고통과 광기 속에서 자유로웠던 사람들, 강했던 사람들..나는 그녀들이 '사람'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었기에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예쁜 여자가 좋다'고 말해도 좋을 변명을 얻는다.

 

 

 

 

 

 

 

 

 

 

 

 

 

 

 

 

 

 

 

 

 

 

 

 

 

 

 

 

 

 

 

 

 

 

 

 

 

 

 

 

 

 

 

 

 

 비가 올것 같다. 장마가 시작될거라고 일기예보를 들었다. 비가 쏟아지면 예쁜 여자를 앓을것 같다. 동경과 애정에 시달리며 한참을 앓을 것 같다. 프리다 칼로가 깊은 사랑을 끄집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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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내 영혼의 일기를 선물 받았다. 거의 뺏은거나 다름없지만..내가 읽고 싶은 책이 있다고 징징대면 거의 대부분 기프티북을 쏘는 친구가 있다. 얼마 전에도 울지마 아이야를 사려다 게공선을 사는 바람에 아쉽다고 징징댔더니 이내 보내주었다.

이는 곧 복수로 이어졌고, 친구의 위시리스트를 훔쳐보곤 바로 책 한 권을 보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책..

이렇게 일면식도 없이 책 하나로 아낌없이 내어주고 보태주지 못해 안달인 친구가 있다는 건..행운이며 신기하기까지 하다.

 

 

 

 

 

 

 

 

 

 

 

 

 

 

 

프리다 칼로의 책..이 책을 옮기고 엮은 안진옥님이 대단히 섬세한 분이구나 싶다. 프리다칼로의 심경까지 읽어낼 만큼 심미안이 대단하다는 생각..응구기 와 시옹오의 책은 두 말하면 입아프다..노벨상 수상 예상 투표같은 걸 하면..나는 늘 시옹오를 뽑는다. 이만큼 문학적이며 뚜렷한 세계를 그려낼 수 있는 이가 있을까?

프리다 칼로의 책을 받고 욕심은 또 이것 저것 책들을 고르게 한다.

 

 

  발음도 힘든 작가의 우크라이나 이야기. 인성을 만들어준다고 ..??

  어쨌든 한동안 신화와 민화에 빠져지낸 탓에 눈이 갔다. 그러다 그림을 그린 이가 박건웅이라는것을 발견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어느 물푸레 나무의 기억을 그렸다.

 

 

 

 

 

 

 

 

 

 

 

 

 

 

 

박건웅의 그림은 이야기를 한다. 모든 그림이 '나는 말야..'라고 말을 거는 것 같다.

그린 이를 보는 순간 이 책을 데려와야지 했다. 박노자선생이 추천사를 쓰셨다.

확실히 데려와야겠다.

480개의 이야기가 있다니 두께가 장난 아니다. 거의 벽돌책의 반열에 들 것 같다.

 

   그리고..빅보이. 파랑색을 좋아하는 것을 들켜버린 것 같다.

 이 표지를 보고 숨을 잠시 참는다. 하..이쁘다

 

 

 

 

 

 

 

 

 

 

 

 

그림을 잘 볼 줄 모른다. 그냥 좋으면 좋다. 문학적 소양 따위 없듯, 미적 소양도 없다.

그냥 좋은 것.

 

그냥 좋은 그림.

그냥 좋은 글.

그냥 좋은 사람..

 

사람을 기억하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 단순 명쾌한 동기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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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코스키의 시집을 샀다.

 

  보들레르와 브레히트, 랭보와 백석 사이에서 갈등했지만 부코스키를 선택했다.

 이런 날것같은, 의미라고는 1도 없을 것 같은 글을 쓰는 부코스키가 좋았다.

 그의 소설도 좋지만 시는 더 꿀렁거린다.

 시집을 샀는데 그냥 좋았다고 했더니 친구가 심각하게 (?) 카톡을 보냈다.

 -부코스키가 왜 좋아?

 라고..

 -그냥 좋아 왜? 라고 반문하자.

친구는 불편하다고 했다. 우체국을 겨우 읽고 여자들을 읽다가 덮었다고 했다.

 오버스럽기까지 한 마초같은 글이 소화되지 않는다고 했다. 덧붙여 롤리타를 읽으며 거북했었다고 했다.

 나보코프를 아주 좋아하는 나..

-내가 아마 피학적이거나 변태적일만큼 적나라한걸 좋아하나봐..

 라고 대답을 하고 한참 웃었다.

 

절친인데, 서로 멀리 떨어져있어도 언제나 사랑하고 서로를 읽고 기댈 어깨를 내주는 친군데 이렇게 취향이 다르다니..

 

 

 

 

 

 

 

 

 

 

 

 

 

 

우체국을 읽고, 여자들을 읽고 얼마전 호밀빵 햄 샌드위치를 배송받았다.

항해사 일을 오래했다는, 바다 위의 일을 호메로스의 오딧세이보다 환상적으로 이야기하시는 우리 동네 백씨 할배와 닮았다.

할배는 막걸리 한 잔을 묵묵히 드시고, 두 잔 째를 마시며 주위를 살피고 세번째 잔을 따라놓으시면 멀고 먼 바다의 이야기를 하신다.

어쨌든, 부코스키가 왜 좋아? 라는 말에 나는 날것이라서 좋다고 했다. 모순적이며 마초적으로 보일만큼 허세 가득한 유약함을 들켜서 좋다고 했다. 삶의 진실이랄지 의미랄지 하는 것에 묶이지 않고 살아내는 것이 오히려 애틋하리만치 끌어안은 삶에 대한 애정으로 읽혔다.

 

부코스키가 왜 좋아?

라는 물음이 자꾸 들린다.

그냥..이라고 대답한다.

그러고보니 나는 사드도 매우 좋아한다.

 

   내 책꽂이 한 쪽에 나란히 세워져있는 책..그 옆에는

  

 

 

 

 

 

 

 

 

 

 

 

 

 

 

 

참 맥락없이 읽는다. 닥치는대로..잡히는대로..

어쨌든..아직 부코스키는 본능의 해방구같은 의미인지도 모른다.

당분간은 호감으로..자주 선택될 부분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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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10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이 어떤 책이 읽고 싶은 마음은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있는 경험인 것 같아요. 여성 혐오,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으니까 갑자기 사드나 성을 주제로 소설을 읽고 싶어졌어요. 포르노 규제를 찬성하는 페미니스트와 이를 반대하는 페미니스트를 비교해보고 싶은 것도 있지만, 제가 몸과 마음은 여전히 팔팔한 청년이라서... ㅎㅎㅎ

나타샤 2016-06-10 17:04   좋아요 1 | URL
청년이라면 한번쯤 읽어봄직한..^^
 

학생회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딱 이 시간 쯤.

"Y(연대)에서 학우 하나가 직격탄을 맞았어. 의식이 없대. 다들 그리로 와. 봉쇄중이니까 알아서 들어와. 철야할꺼야."

 

이한열이었다.

박종철의 죽음이 도화선이 된 싸움의 불은 그렇게 폭발하게 되었다.

산을 넘고 기어기어 들어간 학교는 난리도 아니었고, 학교를 에워싼 경찰들이 더 많지 싶었다.

세브란스를 지켜야한다고 학우들은 조를 나눠 순찰을 돌았다.

빼앗길 수 없었다. 연대 도서관 복도에서 아무렇게나 누워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광주의 어느 하루를 꿈꾼것 같기도 했다.

경찰들이 세브란스를 침탈하려 한다는 말이 밤새 몇번인가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눈물이 범벅이 된 채 그들 앞에 눕겠다고 뛰어나가곤 했다.

 

밤은 길었다. 점점 단단한 봉쇄가 이루어졌는데 점점 많은 학우들이 모였다. 우리는 '한열아 일어나'라고 외쳤고 '한열이를 살려내라'며 울었다.  이 가슴저미는 현장이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 먼지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은 흡사 어느 섬나라 원주민의 문신처럼 얼굴에 가득했고 애통함과 간절함과 분노가 서로 앞에 서겠다고 내 속에서 싸웠다.

 

 

 

 

 

 

 

 

 

 

 

 

 

 

 

 

  6월 10일 뜨거운 싸움이 시작되었다. 세브란스를 지킬 학우들을 남기고 모두 거리로 나섰다.

  항쟁의 시작이었다.

  솔아 푸르른 솔아를 쓴 박영근의 글들이 전집으로 엮였다. 참 다행이다. 6월을 이야기할 때 나도 모르게 웅얼거리게 되는 노래다. 어쩐지 이한열을 부르게 되는 노래. 그랬다.

  그 해와 그 다음해,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분신을 했고, 투신을 했고, 진압 도중 죽고..그렇게 생때같은 목숨들이 거리를 들끓게 했다. 막연한 분노가 아니라, 어제까지 같이 구호를 외치던, 노래를 부르던 친구의 주검을 마주한다는 건 두려움이었다. 이 세상이 살아도 좋은 세상인가 묻게 되었고,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올것이 두려웠던거다.

 

  달이 바뀌고 시간이 지나도 모든 달력마다 비명이 넘쳐난다.

4월의 달력도, 5월의 달력도, 6월의 달력도...매번..

 

 

 

나는 가끔 아이들에게 아룬다티 로이의 우리가 모르는 인도를 이야기 해준다. 아이들은 "쌤, 좌파에요?"라고 묻는다.

"어째서?" 라고 되물으면,

"우리나라 자꾸 욕하잖아요. " 한다.

"아닌데? 이거 인도 이야기야" 라고 하면, 아이들은 일제히 외친다.

"와~ 대박, 소름, 우리나란줄..도플갱어각.." 등등..

 

  너무나 닮은 인도의 이야기.

 더 닮은 책이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나면 또 뭐가 보일까 싶다.

 

 

 

 

 

 

 

 

 

 

내년이면 30년. 변화의 격랑이 몰아친후 답보상태이거나 심지어 퇴행중인 나의 조국을 어찌해야할까.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를 한동안 바라본다

 

따르릉 ..전화가 올 것 같아서..

Y대 학생이 쓰러졌대..

떨리는 목소리가 들릴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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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6-06-09 2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29년전 오늘 1987년 6월 10일
자신이 뭘 했는지
똑똑히 기억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요?

저는 그날의 냄새와 소리를 기억해요
˝한열이를 살려내라˝

-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어야만 하는지..
- 낡은 타이거 운동화..

오늘 하루종일 머리속에 떠 다니는 생각.. 생각

나타샤 2016-06-09 23:32   좋아요 0 | URL
기억이 동력이 되길 바랄뿐입니다..생각이 많은 날입니다.
 

기말고사 대비 기간이 시작되었다. 수학강사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 역사과목을 가끔 짚어주곤 한다.

지난 중간고사 기간..중3 아이들은 열강의 침략부터 독립운동까지..임시정부수립까지 시험을 봤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설명하고 간도지방을 이야기하다 윤동주 이야기를 했고, 문익환선생 이야기를 하다 문성근씨 이야기를 했고, 그것이 알고 싶다를 끼워넣고 그 때 뜨거운 감자였던 세월호를 이야기했다.

시험을 망하게 하려고 한 건 아닌데..늘 그런식이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떻게든 삼천포로 빠지고 그렇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아이들은 집중해서 듣곤한다.

기말고사는..해방부터 현대사다.

 

 

 

 

 

 

 

 

 

 

 

 

 

 

 

 

 

 

 

 

 

 

 

 

 

 

 

내가 가장 정확하게 이야기해 줄 수 있는 6.10 민주화항쟁의 이야기까지 시험범위이다.

대장정이 될것이지만 읽어내야겠다. 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해주기 위해서..아이들과 함께 빠진 삼천포에서도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를 공유하는 비밀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교과서의 빈 행간을 채워줄 사실들을 이야기해주는 것. 그것은 선생이라서가 아니라 한 걸음 먼저 걸은 어른으로서의 의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사코 비밀스럽게 역사를 만들고 손대려는 자들이 그렇게까지 하려는 이유를 알려주어야할거다.

국정교과서 따위가 더럽힐 역사가 아니란걸 말해주어야 할게다.

역사는 오독되어서는 안되며 오기되어서는 더더욱 안되는 것임을 말해주어야 할게다.

 

이렇게 할미가 옛날이야기 해주듯 중얼거리는 이야기를 듣고 100점을 받아오는 녀석들이 신기하긴 하다.

-쌤, 이번에도 정리 해 주실거죠?

라고 당연한듯 묻는 녀석들과 역사를 공부하려한다.

 

 

 

덧붙여 읽을 책들이 더 많을것 같지만..일단 시작하자.

역사는 권력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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