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영상수업을 하고 있었다. 조명을 끄고 아이들은 이미테이션게임과 아이리스, 포뇨 등에서 발췌 편집한 모스부호에 대한 영상을 보고 있었다.
바닥이 흔들렸고 아이들은 이내 '뭐야? 뭐야? 누구야?'를 외치며 누군가 책상을 흔들었을거라 짐작한것 같다. 아니면 정말 그 온몸이 흔들리는 진동이 실제 지진이라는 걸 의심조차 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일지도 몰랐다.
서둘러 불을 켜고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무슨 상황인지 알아야 하는데..국가안전처의 문자도 없고, 카톡은 안되고, 포털은 자꾸만 느려진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책상위를 정리하고 아이들과 잠깐 이야기를 했다. 서두르지 말고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등등.
아이들은 곧 진정되었다. 귀가차량을 수배하고 있던 차에 다시 한 번 진동이 시작되었다.
책상위에 올려둔 커피가 잔 밖으로 쏟아졌다. 흔들림이 이전보다 강했다.
아이들은 급기야 비명을 질렀고 가방을 준비하도록 지도한다.
한줄로 내려가자. 차량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나가야했다.
한명씩 빠진 아이는 없는지 교실마다 단속하고 전기코드를 빼고 불을 끄고 밖으로 인솔해 나왔다.
밖엔 더 아수라장이다. 퇴근하는 사람들, 앞선 지진에 귀가하는 사람들,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보지만 연결이 되지 않자 화를 내는 사람들..
재난문자는 도착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티비를 켰다. 뭐 어디 지진 이야기하는데가 없다. 대피요령이고 뭐고..딱 한군데서 지진 특보를 하고 있었다.
젠장..
SNS를 통해 지진상황을 읽는 게 빨랐다. 어디선가는 아이들을 귀가시키지 않았다고도 했다.
아이들뿐이겠는가..야근하던 노동자들도 여전히 일을 했을거고, 대목을 맞은 마트도 혼잡했을거다.
어디든 한 군데라도 무너져내렸으면 대형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가장 두려운 건 원전이다.
'원전엔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는 말을 믿을 수 없는 현실이 두려움의 근원일지도 모른다.
도대체 국가안전처는 뭐하는 곳이며, 국가의 대응은 어째서 이토록 부실한 것이며 기승전북한의 이 어이없는 소리는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 것인지..참담했다.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책들..
더 말 해 무엇하겠나. 깊게 새겨진 화인같은 국가적 트라우마가 작동한대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