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88)내 사정이야 어떻든 복숭아나무에게는 복숭아 나무만의 시계가 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조차 새로 배워야 할 일이었다.p90)손끝이 떨렸다. 혼신을 다해 피었을 첫 꽃이건만 따버려야 한다. 아직은 키가 자라야 할때 , 아직은 굵어져야 할 때, 아직은 뿌리를 뻗어야 할 때라서, 너무 일찍 어른인 척하지 말고 충분히 자라라고.
아버지를 여의고 1년을 살았던 장소, 리스본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엄마,아버지와의 기억을 되살리며 보내드린다. 그때 내 나이의 딸과 함께라서 더 힘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나두 근래 가까운 이의 장례를 치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죽으면 끝, 완전 소멸인 줄 알았다. 여러 절차는 남겨진 가족의 몫이었다. 법적 절차, 짐정리 등등. 간소하게 잘 정리해두어야 겠다는 다짐. 그리고 잘살다(경제적인 의미 아님) 죽어야지 남겨진 가족도 마무리를 잘 할수 있는데 원망을 들을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요즘 아침의 소소한 기쁨은 핸드드립이다. 선물로 받은 커피가루가 아까워 먹기 시작했다. 의삭처럼 향을 맡고 뜨거운 물에 내리는 동안 설거지를 하면 한잔이 완성되어 날 기다린다. 따뜻한 커피가 나의 마음을 뎁혀준다. 커피머신보다 훨 부드럽다. 사실 블루보틀 핸드드립에 별 감흥이 없었는데 내 손으로 먹는 맛이 있다. 까페에 가서 핸드드립 커피도 마셔봐야겠다.어디서 생긴지도 모르는 드리퍼가 있었는데 바꿔볼까? 참 이런 재미로(새로운 쇼핑거리) 살게 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