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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구왕 서영
황유미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1월
평점 :
독립출판물이라는 책 소개를 읽고서 궁금증이 일었다.
그리고 표지를 보았는데 초록 바탕에 주황색 공이 있는 이 조합... 뭐지?
공은 라인을 넘어 지금 막 아웃이 되려는 찰나!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311/pimg_7714271802145080.jpg)
아슬아슬한 이 순간!!!
책을 받아들자마자 손바닥에서 긴장의 땀이 나기 시작했다.
아웃이 되려는 이 순간에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피구의 규칙대로라면 공은 상대팀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나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되는 것이다.
나는 공을 피해야한다.
나는 운동신경이 그리 좋은 편이 되지 못해 피구를 하게 되면 마지막까지 남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 공은 너무나 두려운 존재....
피해야한다.
아니면 맞짱 뜨는 수 밖에! 맞서서 공을 잡아내는 수밖에!
나는 주로 전자의 입장을 취하다가 공에 맞아 아웃되었다.
이렇게 글로 옮기고 나니 피구는 그리 즐거운 운동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즐겁다가 안즐거운 운동을 [왕]의 서열까지 오르게 된 서영의 이야기.
서영은 이사를 자주 다닌다.
다시 말해 전학을 자주 다닌다는....
그래서 친구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무덤덤한 것 같은 아이.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311/pimg_7714271802145081.jpg)
하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예민하고, 날카롭고, 꿰뚫어 보는 아이다.
[[ 약속은 지켜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키지 않아도 괜찮은 말을 주고 받는 데 아닐까 ]]
[[ 약속할 때의 마음은 거짓이 없지만, 그 마음의 지속 기간은 아주 짧다 ]]
이런 인물을 그려낸다는 건 작가님도 그렇다는 것이다.
작가님의 이름은 참 익숙하다. 하지만 모르는 분이다.
이름이 그냥 흔한 분이다.
이름만 흔할 뿐 정작 사람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서영은 끝까지 한순간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굉장한 흡입력으로 나를 붙잡고 책의 끝까지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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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부터 쓰는 걸 상상하셨다면 아홉살 때 이미 서영과 같은 예민함을 인지하셨으리라.
황유미 작가님의 서영은 손길이라도 닿을라치면 으스러지는 가을 끝의 바싹 마른 낙엽 같았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311/pimg_7714271802145083.jpg)
현지의 앞뒤 없는 승부근성, 윤정의 강단 사이에서 부스스 없어질 것만 같은 아슬아슬함으로 견뎌내고 있다.
주변 사람들을 탐색하고 구렁이 담 타듯 상황을 넘어가고 싶은 서영.
서영의 본성이 능글맞아서가 아니라 그래야 내면의 자아가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 [ 트루면쇼 ]를 보고 나서오면서 내가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충격스럽고, 수치스럽고, 놀라웠다.
서영도 그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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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전학에서 진심으로 친구를 사귀지 못했던 서영은 윤정과 우정을 싹뛰운다.
이 둘이 통하는 장면!
나도 같이 셋이서 찌릿! 했던 장면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311/pimg_7714271802145084.jpg)
따돌림을 당하는 다른 아이 수현이를 위해 낙인에 가까운 별명이 아닌 이름 불러주기.
서영이도 윤정이도 정말 대단한 친구들이다.
멋지다~!!!!
나도 부른다. "수현아~!"
이 아이들이 뒤쳐지고, 외면 당하고, 놀림 당하는 것은 학교의 무관심도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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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아이들을 마치 소고기처럼 등급을 매겨 관리하기 때문이다.
등급이 좋을수록 관리가 철저하다.
반면 낮은 등급일수록 관리의 울타리에 들기는 힘들다.
분명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우리의 삶을 이렇게 풀어낸 것일까?
멋드러진 성과만이 우리를 돋보이게 하는 세상.
멋드러진 인생의 결과물이 없다면 명품 백으로라도 결과물처럼 보이게 하려는...
하지만 서영은 알게 된다.
존재 자체가 최고의 결과라는 것을!
윤정과 나눠 먹었던 오렌지처럼 생생한 피구공이 날아오는 느낌.
우리는 각자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존재한다.
그래서 모두 소중하다.
서영이 마지막에 생기넘치는 모습으로 피구공을 마주하는 모습에서 나는 입 속에 침이 고였다.
서영과 윤정이 나누었던 그 오렌지를 나도 먹은 느낌이었다.
존재의 즐거움을 공유하는 그 자리에 짝꿍이 되어 함께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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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영을 보내고 바로 만난 <물 건너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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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노래하던 시어머니.
그리고 큰 딸을 죄스럽게 데리고 찾은 점집.
동생은 아들이라는 기쁜 소식과 함께 주인공은 바로 [[ 동생 잡아먹을 년 = 기 쎈 여자 ]] 로 등극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왜 승부욕이 발동했을까?
(나의 무의식에 이런 기억들이 있나????)
여튼 이 당찬 주인공은 점쟁이로부터 물을 건너면 다시 말해 해외로 나가기만 한다면 금쪽같은 남동생이 화를 입게 된다는,,,,
뭐 이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고 있니!!!!
승부욕에 시동을 건 나로서는 멈출 수가 없었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되어 고군분투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311/pimg_7714271802145089.jpg)
그리고 해피엔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속이 다 시원하다.
작가님~~~
[[ 물 건너기 프로젝트 ]] 의 부제목을 붙여 줘도 될까요?
[[ 핵사이다 ]]
다른 단편들도 모두 재미있었습니다.
참고로 이 책은 중학생인 아들과 다음주에 공유할 예정입니다.
너무 재밌어서 한 번 더 읽고 빌려 주려구요~^^
감사히 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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