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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지망생입니다만
미소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대놓고 한량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 작가님...
정체가 궁금하다.
요즘 세상에 한량이라함은 대략 주님...?
주님이라 함은 '건물주' 쯤은 되어야지 한량의 축에 속하지 않을까?
먹고 살 걱정 없이 먹고 사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한량이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택을 마구마구 붙였다.
남에게 싫은 소리 잘 못하고, 업무의 근태 기준 빡빡하기 이를 데 없고, 바닷가 좋아하고, 사람 두려워하는... 여러가지가 겹쳐지는 그런 분이었다.
특히 한량을 정의한 부분이 제일 맘에 들었다.
타인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사람.
하기 싫은 것은 굳이 안 해도 되지만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사는 사람.
그리고 행복한 사람.
한량지망생입니다만, 17쪽
게다가 음주가무를 즐기지 않는다는...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음주에도 가무에도 완전 소질이 없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한결같이 꽝이다.
내가 다녔던 지금의 초등학교. 내가 다닐 때는 '국민학교'.
국민학교에서는 늘 운동회를 한다.
흙먼지 날리며 운동회를 하는 날이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통닭'을 사들고 오신다.
기름이 베어 나온 누런 봉투를 열면 배가 쩍 갈라진 닭 한마리가 나온다.
이 호사는 오직 나만 누렸다.
나를 제일 이뻐하셨으니까.
그런데 이 날이 나는 그리 즐겁지 않았다.
왜냐하면 몸을 써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특히 달리기를 해서 1등에게는 공책을 3권, 2등은 2권, 3등은 한 권을 준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전교생을 운동장에 앉혀 놓고 교장성생님 말씀 후에 모두 한 권씩을 나눠준다.
우리 할아버지는 운동회 날 저녁이면 늘 나를 보시며 말씀하셨다.
"우리 손녀는 언제 공책 두 권 들고 오려나....."
나는 6년 내내 늘 한 권뿐인 몸치였다.
작가의 글을 읽어 내려가며 나는 나의 추억도 함게 꺼냈다.
그리고 가까운 기억들도 소환할 수 있었다.
저절로 살이 빠질지도 모른다는 1%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한량지망생입니다만, 57쪽
호호호.
여자라면... 게다가 결혼한... 거기에 애가 셋인 나에게는 아주 생활밀착형 에피소드였다.
나는 저절로 살이 빠지지 않더라....
그리고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살이 붙지도 않았다.
어찌되었든간에 1%의 가능성 때문에 나의 옷장은 터지려고 한다.
손이 가는 옷들만 입게 되고, 구석으로 밀려지는 옷들은 나의 과거들처럼 자꾸만자꾸만 압축되어 사라지려고 한다.
어쩌다 생각이 나고, 큰 결심이 서면 옷장을 풀어헤친다.
그럼 나의 기억도 함께 열린다.
나도 잘 나갔었는데... 이런 생각으로 자연스레 흘러간다.
으레 "지금도 꽤 괜찮잖아?" 라며 옷장정리를 마무리하며 나는 그리도 못하는 음주를 한다.
정말 괜찮은걸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었어?
나는 < 21세기 현모양처 >를 꿈꿨다.
작가의 말처럼 [ 진정으로 본인이 원하는 삶 ] 이 무엇인지 나는 정확하게 알고 있나.
'21세기 현모양처'를 명명하면서 나는 워킹맘 중에 수퍼워킹맘을 지향했었다.
그런데 큰아이 낳자마자 나는 퇴사를 해야했다.
그후로 격정의 인생사를 지나 여기 이렇게 한량이 되고 싶어하는 작가의 글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어... 나랑 디기 비슷하네...' 부분을 지나면서 이런 빈칸 채우기를 만난다.
그래서 한 번 해 봤다.
1. 나는 지금....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있다.
2. 내가 볼 때 나는 가끔.... 게을러진다.
3. 내 꿈은 아마도... 현재진행형이다.
4. 나는 내가 한 번쯤... 일탈을 해도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역시 틀을 벗어나는 건 힘들다.
5. 내가 잘하는 것이... 요리가 아니라 정말 천만다행이다.
6. 예전에 나는... 서툴고, 어리고, 부족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그렇지만 매일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7. 내가 걱정하는 것은... 늘 아이들과 남편과 부모님과 다른 가족들에 대한 것이다.
8. 내가 했던 말 중에... 제일 멋있는 말은 '아이들은 발바닥에도 귀가 있다.'는 것이고, 제일 부끄러운 말은 아무 말도 못했을 때이다.
라고 작성하고 보니 속이 좀 시원해지는 느낌? ㅎㅎ
작가는 남편과 부부상담을 받으로 다닌다고 했다.
사실....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읽을 때부터 물음표가 생기기 시작했다.....
왜일까?
혼자서 조용히 정말 혼자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작가의 속내를 들으면서 나는 눈물을 흘렸다.
또르르 흐르는 눈물이 소리내어 쏟아졌던 장면.
어른이 된 내가 그때의 가여웠던 나를 만날 수 있다면, 꼭 한 번 안아주고 싶다.
엄마의 빈자리가 가장 컸던 초등학교 시절.
내 인생에서 가장 가여운 시절이었다.
한량지망생입니다만, 198쪽
작가님이 아니 우리 미소씨가 너무 가여워서 전화해서 불러내서 꼭~ 안아주고 싶었다.
지금 꼬물대는 초등생을 키우는 입장에서 이 아픔이 뭔지 나는 알 수 있다.
아픔이 있는 아이들을 만나는 직업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가여운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쨍그랑 깨지는 것 같아 너무 아프다.
미소시의 글을 읽으며 내 가슴은 쨍그랑 쨍그랑 깨졌다.
남편은 나에게 전문 직업인으로 나가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했다.
감정이입을 너무 해서... 일을 진짜 못하는 사람 될거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여하튼.
한량을 원하는 작가 미소씨는 이미 본인의 기준에 부합하는 한량이 되어가고 있다.
내가 합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정말 친절하게도 미리부터 기준을 정해주었고, 나는 읽기만 했다.
본인의 아픔을 꺼내고, 다시 잘 닦아 말끔하게 정리해 놓은 기분이라고 하면 적당할까?
작가는 이미 한량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나도 한량지망생에 합류한 것 같다.... 어느새.
한량을 지망하고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만....
https://blog.naver.com/cau9910/22185530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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