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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지음 / 달 / 2024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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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다만 장애인 관련 도서라는 것만 알고 신청한 책이었다. 마지막으로 서평 이벤트를 신청한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다른 이의 책에 대해 의견을 다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리뷰 걱정보다 그녀의 에세이가 궁금했다. 또 이 책을 읽으면서 장애인복지가 부족하니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는 등의 구태의연한 말은 안 했으면 좋겠지만 글쎄... 자신 없다. 그중에서 확실한 건 장애를 떠나 조승리 작가의 삶이 지랄맞은 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지랄맞은 인생들이 모여 우리의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그 무엇보다 확실하다.
중증 장애인의 문학수업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전에 나는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연구하며 과연 이들이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했으며.... 결국 이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한 채로 논문을 완료했으며, 사회복지사로 일했으며, 복지관을 그만둔 뒤로도 장애인복지 주변을 서성이다가 강사로 몇 년째 관련 있는 사람으로 머물고 있다.
조승리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내가 주변인, 관련인, 또는 어슬렁거리는 자가 된 이유를 알았다. 특별하지 않았다. 그냥 삶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라면 조금 더 팍팍하다는 것뿐. 이런 점을 조승리는 '지랄'로 표현했던 것이고. 내 인생도 지랄맞았을 때가 있었고, 누구든 지랄을 만나거나 만났거나 만날 것이기에 모두에게 '나'의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을만한 에세이였다.
그녀는 중도장애인이다. 멀쩡하게 살다가 시력을 점점 잃었으며 결국 맹인으로 살고 있는 시각장애인이다. 가족 특히 엄마는 어린 딸의 장애를 '고치기' 위해 사방팔방에서 소문을 모았을 것이다. 손에 닿을 수 있는 소문은 직접 행했으며 그건 그녀에게 고스란히 상처로 남았다. 제일 큰 상처는 그녀를 숨기고 싶어 하는 엄마의 속내를 보았을 때가 아니었을까. 딸이 창피한 건지 딸의 장애가 창피한 건지 굳이 구분해서 무엇하리. 그게 그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엄마에게 보란 듯이 당당하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지랄이 축제로 접어드는 순간인 걸까. 그렇다면 같이 춤을 추고 싶다. 내 춤사위가 꼴불견일지라도 그녀라면 어서 오시라 환영해 주지 않을까. (정말 못 봐주겠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지만. 흠흠흠.)
책을 읽는 중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내 강의를 듣고 있는 L 님과 J 님이 특히 생각나 더없이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화요일마다 만나는 그분들에게 조승리 작가의 에세이를 읽었는데 이런 내용이더라는 자랑을 늘어놓을 만큼 재미있고 지랄맞은 이야기였다. 꼭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