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비님의 책의 날 10개의 질문에 대한 답 포스팅을 보고 만사제쳐두고 작성합니다 :-)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언제: 새벽 1시 이후의 시간, 올빼미 초딩이라 그 시간에 가장 집중해서 책을 읽어 집니다.

어디서: 아무도 보이지 않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종이책을 고집하고 있고, 색연필로 밑줄을 긋고 포스트잇으로 메모를 덕지덕지 붙이며 읽습니다. 책 마지막 장에는 책에 나온 '책'과 '작가'를 메모하기도 합니다. 예전엔 책을 접었는데, 그러면 책이 상하기도하고 나팔바지처럼 부풀기도해서 그만두었습니다.

책을 읽는 시간이 작가가 그 책을 쓴 시간의 천분의 일도 되지 않을 것이니 한 번 읽는 것만으로는 그 책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 밑줄 그은 문장들의 필사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초딩이라 침대에서 자면 떨어질 수 있어 바닥에서 잤니다. 잘 때는 읽고 있는 책을 넣어두는 파우치를 머리맡에 둡니다. 지금 까만 파우치에는













있네요 :)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책을 배열하는 방식은 세가지 방식입니다. 읽어야하는 책을 두는 책장, 읽은 책을 두는 책장들, 읽었는데 아직 리뷰와 같은 독후감을 쓰지 않는 책들을 두는 책상 위. 읽은 책의 경우는 초딩이 하는 일과 관련된 책들만 모아두는 책장과 그외의 책들을 두는 책장이 있습니다. 그외 책들은 초딩이 고전을 좋아해서 출판사 별 고전들이 제일 보기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고 그 다음은 특별한 작가들의 순으로 책을 모아서 둡니다.

거의 대부분의 책은 사서 봅니다. 밑줄을 그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을 줄이려는 노력은 못합니다. 밑줄 그은 책을 팔기나 선물하기는 어려우니깐요.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지금도 초딩이라 어떤 기준의 어렸을 때로 답변해야할지 망설여집니다. 가장 인상적이고 좋아했던 그리고 감격했던 책들은 나름 찢어지게 여유롭지 못했는데 아버지께서 사주신 소년소녀 고전 전집입니다.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홍대 로모카메라 오프라인 매장을 갔다가 LOMO LC-A 25주년 전세계 한정판 책을 발견해서 낑낑 거리며 사왔습니다. 제가 가진 책 중에 가장 큽니다. 허영 초딩이 내밀어보는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입니다.


LOMO LC-A - THE GREATEST CAMERA OF ALL TIME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어떤 작가분을 만나야겠다고 특별하게 생각해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귀한 질문을 - 답한다고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 사소하게 답하면, 이승우 작가님을 만나 생의 이면에 작가님의 생각과 인생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많은 작가분과 책에서 인용한 이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작년에 샀는데, 아직 시작을 못했습니다. 너무 좋은 것을 아끼는 마음도 있지만 '죄와 벌'에서의 그의 '수다'가 살짝 두렵기도 합니다.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우연히 도서관 신관 코너에서 발견하고 아무 생각 없이 빌렸는데, 책도 두껍지만 로마의 일인지 셋트를 읽고 봐야하는 것을 몰라 아쉽게 내려 놓았습니다. 로마의 일인자 부터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보슬비님의 '보리국어사전'처럼 저도 이 사전이면 몇개의 무인도에서도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년에 사서 시작은 못했지만 들추어보니 한 문장만 읽어도 해변을 한 없이 거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싶은 제 인생의 책입니다. 



책의 날을 맞이해서 10개의 질문을 주신 알라딘님께 감사드리고, 이 답변 포스팅을 작성할 수 있게 포스팅을 알려주신 '보슬비'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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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4-2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바닥에서 잡니다. 바닥에 이불 깔고 엎드려 책 읽을 때가 좋아요. ^^

초딩 2016-04-23 12:00   좋아요 0 | URL
ㅎㅎㅎ 땅과 가까울 수록 편해지는 것 같아요 :-)

보슬비 2016-04-23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LOMO LC-A 25주년 전세계 한정판 책 신기해요. 혹 초딩님 서재 대문사진이 그책 사진은 아니죠? ^^

역시 옥스포드 영어사전...
짜라투스트라랑 성경책 함께 가져가야하는거 아니예요? ㅎㅎ
참존도 즐겁게 읽었던 책인데, 초딩님 서재에서 만나니 반갑네요. ^^

책의날 즐거운 이벤트인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초딩 2016-04-23 17:24   좋아요 0 | URL
~ 예리하세요. 초딩의 프로필 사진은 그책 사진 맞아요. 즐거운 이벤트 함께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깊이에의강요 2016-04-24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LOMO LC-A 한정판 탐나는데요^^

초딩 2016-04-24 20:46   좋아요 0 | URL
정말 책이 아름답더라구여 :-)

깊이에의강요 2016-04-24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럽당^^

oren 2016-04-26 14: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책은 확실히 놀랍군요! <LOMO LC-A 25주년 전세계 한정판> 말입니다.. 크기도 엄청나고 말이지요...

초딩 2016-04-26 15:12   좋아요 0 | URL
:-) 정말 뿌듯해합니다 초딩은 :-)
좋은 하루 되세요~

지니 2016-05-29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딩`이신데 수준이 너무 높고 럭셔리하신거 아닌가요~^^?
로모카메라에 옥스퍼드영어 사전에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까지~^^
(혹시 국제중 준비하시는 건 아니시죠? 농담입니다^^)

초딩 2016-05-29 03:02   좋아요 1 | URL
우어 암청난 라이크 감사드립니다. 지니님이 읽으신 책에 비하면 보잘것 없습니다. 🙏🙏🙏 ㅎㅎㅎ

지니 2016-05-29 0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보다 질이 지요~ 초딩님 앞에선 제가 읽은 책 숫자가 오히려 더 부끄러워지네요 ~^^;;

oren 2021-06-01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침 오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업로드 하고 나서
똑같은 내용을 알라딘 서재에도 올리고 난 뒤에,
알라디너분들이 이 작품에 대해 남긴 글들을 잠깐 훑어보다가,
초딩 님의 이 글까지 ‘다시‘ 찾아왔네요.
이 작품이 초딩님의 인생책인 줄 오늘 새삼 알게 되었네요.^^

초딩 2021-06-01 23:40   좋아요 1 | URL
아 오렌님 요즘 소통을 잘 못해 죄송하고 댓글에 반갑습니다!
백년 동안과 이 책은 인생의 책입니다 :-)
근데 다시 읽어 봐야겠어요 ㅎㅎㅎ 좋은 밤 되세요~

oren 2021-06-02 00:29   좋아요 0 | URL
<백년 동안의 고독>도 초딩 님의 또다른 인생책이군요.
저도 언젠가는 그 책을 다시 읽어야 할 텐데요!!
아주 먼 옛날, 마르케스가 노벨문학상을 탄 직후에,
그러니까 대략 1983년엔가 그 책을 읽었더랬는데,
깔끔하게 잘 번역된 요즘 책으로 다시 읽으면 더 맛깔나게 읽힐 지,
백년 동안의 고독을 삼십여 년 만에 다시 읽으면 또 어떤 느낌일지,
정말 궁금하긴 합니다.^^
 
화재감시원 코니 윌리스 걸작선 1
코니 윌리스 지음, 김세경 외 옮김 / 아작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고전에 치우친 편식 독서를 올해는 개선해보고자, 알라딘에서 뜨겁게 주목한 코니 윌리스의 걸작선 1 '화재감시원'을 덥석 구입해서 읽었다. 1월의 무거웠던 독서로 혹사당한 목뼈에게 휴식도 줄겸. 그래도 무거운 독서는 여전히 좋다.

휴고상 11번, 네뷸러상 7번, 로커스상 13번 그리고 평생 상을 너무 많이 받아서 '데몬 나이트 그랜드 마스터 상'까지 받았다고 한다.

미국의 펜들이 뽑는 휴고상에 작가가 뽑는 네뷸러상 그리고 미국 SF와 판타지를 소개하는 '로커스' 잡지가 팬 투표로 뽑는 로커스상. 미국 SF계에서 받을 수 있는 건 모조리 받은 셈이다. 그래서 작가의 소개 첫줄에 있는 '영미권 독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이라는 수식어가 증거가 있어야만 믿는다는 '과학적 회의주의자'도 끄덕이게 할만하다. 그래서 몸에 안좋을 수록 더 가득 사게되는 팝콘과 절대 제로가 아닌 콜라를 들고 세상에서 제일 편한 소파에 앉아 입을 헤 벌리고 영화를 보듯이 페이지를 넘겨갔다.



처음 나를 맞은 작가의 서문. 자신이 영향을 받은 작가와 작가의 책에 대한 소개, 그리고 입담 좋게 에둘러 단편들을 소개하는 그녀에게 홀딱 반해 찬사를 노트해 포스트잇으로 공손하게 붙여나갔다.



리알토에서

첫 단편을 읽었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추억하며, 입을 꽉 다물고 단편의 카프카적 불친절한 끝맺음도 각오하고 읽었다. 현기증이 나고 토했다. '산만한 의식의 흐름인가?'라는 노트를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를 그리워하며 버겁게 노트해서 포스트잇으로 붙였다. 마지막을 읽고, 내가 SF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급기야 네버를 펼치고 위키피디아를 찾아보았다. SF (Science Fiction, 과학 소설). 모호하단다. 나에겐 모든 장르가 포함될 것만 같기도하고 어떤 장르도 해당되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가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면 그것이 바로 SF다." by 나이트

"판타지는 개연성 있게 만들어진 불가능한 것이고, SF는 가능하게 만들어진 개연성 없는 것" by 셜링

곱씹을 정의를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이 정의 당하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것 같다. SF는. 그저 어려운 양자역학이 은유로 가득 써였다.


"이해가 기다리고 있소!" p39, 리알토에서



나일강의 죽음

코니 윌리스가 자신도 환상특급 같은 것을 쓸 수 있다고 과시한 작품이란다. 난 이제 환상특급을 보지도 찾지도 않을 것 같다. 작가는 각 단편마다 '후기'를 썼다. 어떻게 이야기를 발상하게 되었는지를 주로 쓴다. 나일강의 죽음은 그 후기가 더 볼만했다. 


"진짜로 무서운 것은 기차역 벽시계를 올려다보고 있는데 시곗바늘이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p126, 나일강의 죽음 후기



클리어리 가족이 보낸 편지

나는 더이상 공상과학을 기대하지 않기로했다. 체념했다. 그냥 단편집을 읽고 있다라고 위로했다. 책을 가득 에워싸고 있는 수상경력과 찬사에 의구심을 느끼며, 알라딘의 리뷰를 봤다. 줄곧 별오 (5) 였다. 1984의 전체주의 사회처럼 찬사의 대 장사진을 나는 목도했다. 그래서 난 짜게 별을 줘야지라고 1984의 쥴리아처럼 도발을 결심했다.



화재감시원

드디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다! 공상 과학이다! 하지만 미래의 역사학도가 실습을 위해 2차 세계대전의 영국으로 시간여행을하고 화재감시원이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SF를 잊은 채 화재 감시원의 이야기를 순수하게 해나간다. 걸작선 1의 간판 단편인 화재감시원의 후반부는 작게 의도한 반전 마저도 식상했다. 1983년 수상작이라, 내가 미래에서 읽어 그런가보다.



내부 소행

책을 놓고 싶었지만 샀기 때문에 마지막 단편을 읽었다. 이미 분노의 밑줄도 그어서 되팔기도 무례해 보일 것 같아.


"미국인들의 지적능력을 과소평가하여 망한 사람은 없었다 - H. L. 멩켄" p241, 내부소행


이런 문장에 위로를 받아 본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p320, 내부소행


나는 코니 윌리스를 "입담 좋은 과학적 회의주의자"라고 힘 없이 부르고 싶었다. 2006년에 휴고상을 받은 이 소설은 내가 가까운 미래에 읽었음에도 신선하지도 않았다.



코니 윌리스 걸작선 2 "여왕마저도"에 실린 단편을 소개해주는데, 좀 더 공상과학적인 단편들이 있는 것 같아, 걸작선 1에서 받은 정신적 피해 보상의 대가로 읽어 보고 싶지만, 지금은 그녀의 수다에 힘이 없어 한없이 미루어본다.


SF 소설을 제대로는 처음 접하는 것이라 무지한 상태라 이렇게 비난을 퍼붓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까운 미래에 지금의 내가 몹시 부끄러울지 모르지만.





"이해가 기다리고 있소!" p39, 리알토에서

"진짜로 무서운 것은 기차역 벽시계를 올려다보고 있는데 시곗바늘이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다." p126, 나일강의 죽음 후기

"미국인들의 지적능력을 과소평가하여 망한 사람은 없었다 - H. L. 멩켄" p241, 내부소행

"아무것도 없었다" p320, 내부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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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감시원 코니 윌리스 걸작선 1
코니 윌리스 지음, 김세경 외 옮김 / 아작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코니 윌리스와 그녀의 단편모음집의 찬사가 작품 중 하나인 `내부 소행`에서 영매가 접신해 말하듯 화려하다.어쨌든 SF의 `그랜드 마스터`상까지 받았다하니.리뷰도 별오(5)에 한결같다.1984의 사회처럼. 하지만, 내겐 유쾌하고 수다스러운 입담 좋은 그녀의 글이 부담스럽다. SF정의를 다시찾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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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것은 그 와중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한정되어 있소. 인생이라는 행위 속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은 한정된, 아주 짧은 기간이라오." p73, 태엽 감는 새 2

마미야 중위가 오카다에게 보낸 편지이다. 전쟁 중 외몽골 병사들에 의해 몽골의 평원 한가운데 우물 바닥에 버려졌을 때, 그가 느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재현이라도 하듯이 오카다도 우물 바닥으로 내려가 하루에 한 번 해와 우물과 자신이 일직선이 될 때 비치는 빛을 본다. 마이야 중위가 그 짧은 기간 - 기회 - 을 놓쳐버리고 보낸 40년 무상한 세월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듯이, 그것을 인정하고 재확인하려는 듯이, 도대체 모를 자신의 인생에 대해 해답을 찾으려는 듯이 찾았다는 듯이.

우리는 신도 아니고, 궤도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해도 아니고, 네발이 달려 해를 쫓아다닐 수 있는 우물도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우물 바닥으로 기어 내려가 그 빛을 한 번 볼 수 있는 인생이 주어져 있다. 작은 우물의 원을 통해 해를 볼 수 있는 것은 단 한 번 뿐이라 해도.

빛이 들어오기 전이든, 빛이 지나가 버렸든, 심지어 빛이 그렇게 비칠 때든, 뭘 좀 먹어야겠다.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p127,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속 단편처럼 뭘 좀 먹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마미야 중위도 오카다도 말하지 않았다. 내일 또 빛이 그렇게 들 것이라고. 어제 들었던 그 빛이. 그리고 난 어두운 것도 좋아한다. 빛을 추억하며 말이다.

"인생이라는 것은 그 와중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한정되어 있소. 인생이라는 행위 속으로 빛이 들어오는 것은 한정된, 아주 짧은 기간이라오." p73, 태엽 감는 새 2

"내가 만든 따뜻한 롤빵을 좀 드시지요. 뭘 좀 드시고 기운을 차리는 게 좋겠소. 이럴 때 뭘 좀 먹는 일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p127,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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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6-01-28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배가 고파지네요. 무라카미 하루키와 레이몬드 카버의 글을 읽어서인지. ㅎ

초딩 2016-01-28 17:0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넵. 빵이 먹고 싶어요. 생각해보니 점심도 빵 먹었는데. 그래두요. 저녁 맛 있게 드세요~

물고기자리 2016-01-28 1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의 우물을 접할 때마다 전 실망스럽고 슬퍼지는 것이 아니라 되려 위로받는 느낌이 들어요ㅎ 열심히 살라는 말보다 카버의 롤빵에 더 힘이 나는 것 같고요^^

누룽지를 끓여 먹으며 이 글을 읽고 있는데 아무래도 누룽지보단 초딩 님의 글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진 것 같아요ㅎ 맛있는 저녁 드세요:)

초딩 2016-01-28 17:39   좋아요 1 | URL
물고기자리님의 말씀에 너무너무 감사함을 느낍니다. 구수한 누룽지의 온기가 여기까지 전해지네여.

살리미 2016-01-29 0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을 때는 저 롤빵이 어떤 위안을 주는 건지 크게 실감하진 못했어요. 좀 어른이 되고나서 (?) 사실 지난 세월호 사건 이후에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땐 정말 엄청 다른 의미로, 그런 작은 위안이 정말 커다랗게 다가오더라고요. 책이 나에게 손 내밀때가 분명 있나봐요.

초딩 2016-01-29 01:05   좋아요 1 | URL
:) 우리 인간이 `생명체` 라는 것을 증거해주는 - 좀 쉬고 먹어야 모든 것들이 좋아지는 - 것이 요즘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제게.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에서도 송곳처럼 이야기하고, 안나 카레니나의 레빈도 노동을 통해 정신의 맑아짐을 전하고 구요. `롤빵`을 건너주는 빵집 주인의 말들에 따뜻함이 느껴지면서 그자리에 털석 주저 앉고 싶더라구요. `위장`하지 않아도 될 곳을 찾은 것처럼요 ^^
 


눈이 옵니다. 하염없이 떨어지는 눈은 눈으로는 잘 보이는데, 막상 아이폰 카메라로 담으니 잘 보이지 않네요. 그래서 이렇게 이미 떨어져 버린 눈을 담았습니다.




인생은 ...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인생 뭐 있어?" 라고도 하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에서는 

"인생 뭐 없어." 라고도 하네요.

















김소연의 '마음사전'

그래도 "이런 사전 일부를 좀 미리 봤더라면..." 이라고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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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1-26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 금요일에도 눈이 내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곳인 대구는 눈발 한 번 제대로 보기가 힘들어요. 2010년대에 들어와서 딱 한 번 크게 내린 적은 있습니다.

초딩 2016-01-26 16:55   좋아요 0 | URL
cyrus 님 계신 대구 헌책방 한 번 놀러가고 싶네요 :-)

cyrus 2016-01-26 17:37   좋아요 1 | URL
나중에 제가 대구 헌책방 정보를 정리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