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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이론 - 강박적이고 우울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가장 고독한 경기, 테니스 ㅣ 알마 인코그니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노승영 옮김 / 알마 / 2019년 11월
평점 :
나는 나무보다는 숲을 보기를 원하고, 숲의 윤곽이 확실히 보이기 전까지는 나무는 그저 숲을 구성하는 한그루의 나무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빠르게 나무를 파악할 수 있는 직관,감각적인 능력치도 거의 제로에 가깝다. 숲이 보이고 난 후에야 비로서 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처음 접한 영역이나 정보를 마주하게 되면, 일단 해당 영역을 아우르는 여러가지 정보를 빠르게 (그리고 대충) 훑어보면서 감을 잡고 난 후에서야 관심있는 부분을 집중 공략하는 방법으로 정보를 업데이트 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학기 초에는 헤매고, 학기 말에는 먼가 손에 쥐어지는 느낌이 들곤 했다. 수업을 들을 때는 그랬다. 그런데, 같은 방법으로 논문을 써보려 했다가 초반에 개망했다. 그냥 처음부터 무조건 나무를...아니..나무의 나이테..아니...그보다 더한..것을 파야먄 했었던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다른 건 둘째치고, 논문 쓰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숲을 먼저 보지 않아도 나무를 볼 수 있다는 것. 사실 그보다 더 한 것도 해내야만 한다는거...여튼. 서문이 길었는데, 이 작가. 데이비드 이분. 테니스를 이렇게도 촘촘히 관심을 가지고 파헤칠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이 책 써주셔서..그저 기쁠 뿐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테니스 초보자 딱지는 평생 달고 다녔을 것 같고, 주구장창 도대체 테니스의 숲은 무엇이냐며...하소연하면서 나의 생을 마감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윗 글을 쓰고 난 후, 일을 하는데.. 그 사람이 생각났다. 데이비드 같은 사람..잘 알고 지낸 적이 있었다. 이제껏 만나고 좋아했던 사람 중에 가장 좋아했던 그 사람. 그 사람도 데이비드 같은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야구광이었다. 세번째 만나던 날. 병맥을 앞에 두고서, 그는 4시간 동안 주구장창 야구얘기를 해댔다. 난 야구를 모른다. 흥미도 관심도 별로 없다. 추신수, 류현진 정도 유명한 야구 선수 이름만 알고 있는 정도다. 4시간동안 야구얘기 할 수 있는 그 사람 첫 만남에서도 그 전날 읽었던 김연수작가 책 이야기를 해댔다. 그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