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시험을 끝마치고 나오니
온종일 맥이 탁 풀립니다.
긴장이 일시에 풀린 탓도 있는듯도
하죠.
회차별 3가지 형태의 시험에서
마지막 시험이었었습니다.
3번째 시험은 이미 예상문제도 다 알고
해서 인지 크게 어렵지 않게 답을 썼긴 했어도,
한 개의 문제가 유난이 가슴을
긁더군요.
30분 전까지 시험장에서 충분히 봤던
문제임에도,
문제지를 보는 순간, 기억의 암흑
상태를 또 경험했죠.
까마귀 고기를 먹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기억에서 사라지고 실종해
버린 건지 정말 모를 일입니다.
그럴수록 더 확실하게 외우지
못했을까라는 자책.
그러나 쉽게 외워지는 것은 한 번만
보고도
떠 올려지는 현상은 또 무슨 영문인가 싶었죠.
공부도 하다 보니 다가서는 지식이 있고
아무리 해도 돌아 서버리는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게 지식과 경험에 있어서 끌림과 외면이
있더군요.
자석처럼 끌어당지는 것이 시험에 많이
나오면 반갑고,
반발되어 흡수가 되지 않았던 문제가
나오면 망하는 꼴이죠.
역시 시험은 칠할은 운빨이고 사할은
기빨인가 봐요.
답을 적었는데 확실한 것은
2/3.
나머지는 1/3은 거의 소설 쓰듯이
적었습니다.
소설식 답변은 채점자가 긍정적으로 보면
점수 주겠고 부정적이면 점수 빼겠죠.
결과는 장담할 수 있게 공부를 못한
탓인지 자신감이 떨어지고 아리아리 송송합니다.
감히 최선을 다했다고 절대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만,
불합격이면 또 공부를 해야겠고 합격이면
또 다른 공부를 할 작정입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이 지긋지긋한
공부는 끝이 없을듯합니다.
결과 보고 또 다음의 항해를
시작해야겠습니다.
다음은 무슨 공부를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고 나도 모르지만,
그나저나 이번 시험 준비로 확실한 것은
나의 현재의 위치와 내 나이를
매치시키는 각성이 되었다는 점이 큰 깨달음입니다.
뭐 한다고 이렇게까지 왔나라는 약간의
허탈감도 치밀었고,
시간의 박탈감도
밀려들더군요.
제 나름대로 한다고 하며
살아오더라도
시간은 늘 두 손까락 사이로
빠져나가고야 말죠.
정작 손에 잡은 것들이라고는 더스터 인
더 윈드인가 싶습니다.
다음엔 어떤 먼지들이 걸려 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