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IN THERE "
1983~ 2018 까지 사진 평론가이자 작가인 진동선의 작품집.
단순 계산만해도 35년간 그의 사진 작업을 압축하고
정리한 사진 책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한다.
35년 동안의 사진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한 걸까.
다큐멘터리로의 사진이나, 혹은 예술로의 사진이나, 혹은 그 무엇으로 명명되는 사진이더라도,
35년간 카메라를 놓지 않고 사진 작업 하는 자기열정의 도취가 무척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도 누군가 사진이 예술이네 아니네 마네해도 신경 안쓴다.
누가 예술이라 하면 어쩔 것이며 아니라면 또 어쩔 것인가.
갑론을박할 시간 있다면 한 장이라도 더 찍을 일이다.
내가 좋아서 내가 사진 찍고 싶은,
그래서 사진을 통해서 감정을 말하고 이야기 할 수 있고
카메라를 가지고 한 세상 피상적으로나마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의 복제 그리고 섭렵에 대해
예술이든 아니든 사유이든 아니든 연연하며 따질 필요가 나에게는 전혀 없다.
사진 가지고 더 많은 걸 바라지는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누가 뭐라하든 카메라가 있어서 사진 찍을 시간적 공간적인 틈이라도 있어서
빛을 보며 비집고 들어가는 그 사진의 광활한 세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돈 벌이보다 훨씬 더 재미나다.
화가는 붓을 들고 그림에 빠져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고
피아니스트는 피아노 건반에 손가락이 마구 건반 위를 달릴 때가 제일 행복하고
마찬가지로, 카메라 맨은 카메라 셔터 박스 버튼에 손을 올리고
뷰파인더에 눈을 접안시켜 볼 때가 행복하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그 어떤 이유를 제차하더라도 맹목적인 사랑이 제일이다.
목적을 가지고 목표를 이루고 이상과 욕망을 얻으려 발버둥치는 사랑이 아니라,
그냥, 막, 그 시선의 무조건적인 사랑.
그런 맹목에서 이것 저것 이유를 대고
예술입네 아니네 따지는 것들을
덕지덕지 붙는 핑계라도 대는 것일 뿐이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고 핑계없는 인생이 없다는데,
나도 사진 핑게 하나 만든다고 무슨 저주받을 나쁜 것도 아니다.
딸아이 간난 아기 때부터 카메라를 들었으니 얼추 20년이 다 되간다.
그동안 대놓고 겔러리에 사진 한번 못걸었으니
사진의 이력서에는 작품이랍시고 주입된 사진 몇 줄 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카메라를 놓지 못한다.
혹시 비록, 사진이 내 삶의 전부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어쩌라고?
사진 하지 말라고?
무엇이든 마음 닿는 것들에게 열정을 쏟아 자신의 삶에 핑계삼아
뭐라고 해봤나라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네, 사진이라도 조빠지게 찍었어요.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공허의 시간만 소모시키고 살지는 않았음을 피력할 수만 있다면
사진의 목적이 전부는 아니라 할지라도 일부분이라도 차지할 거라 여기면 된다.
어차피 또찔이나 개찔인 개 허접이 인생 아닌가 말이다.
이게 자뻑이든 자괴이든 상관없다.
일단 찍고 볼 일이다.
그럼 그만 두면 뭐할 수 있는데?
사진 찍고 보는 거 말고 재미나게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다.
그저 여전히 찍어 볼 일만 남았다.
아직도 나는 이 작품집 책의 사진에 대해 평론할 수 없다.
그의 작품을 평가할 정도면 비슷한 사진 이력쯤 되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35년간 찍고 나서 평가할 자격이 있을테니까.
하여간 사진 수십 년 찍어 보지도 않고 주절 주절 대는 입만 바른 소리들.
별로 와닿지가 않는다.
그러거나 말거나이다.
블로그에서 사진 작품집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주문했다.
내가 찍은 사진이 예술인지 아닌지 내 죽고 나거든 따져도 늦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고, 아니면 어쩔 것도 없다.
찍고 보면 그만이고 아님 말면 된다. 사진이 나와 이별하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