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다니면서 휴일도 없이 밤에 하는 공부가 무척 피곤하더군요. 공부하다가 어찌나 졸았던지 책상에 머리 헤딩하기도 하고 꺼덕이다가 고개에 담이 걸리겠더라고요. 나이에 따른 체력을 실감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나마 다행인 것은 현업에 있다 보니 약간의 경험과 이론적 연관성과 관련성이 많아서 학습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건설 분야라서 생판 처음 공부하는 분들보다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이었죠. ( 아, 그래도 공부할 분량이 상당히 많이 외워야 하니 진도 나가는 게 어려웠습니다. 얼마나 암기가 안되던지요. 머리 몇 번이나 쥐어뜯어가며 학대도 하고, 자격증 시험은 역시 암기 시험이라는 말에 초공감. ) 먼저 밝혔지만, 개인적으로는 애당초부터 이 자격증을 이용할 어떤 목표는 없었습니다. 다만 현업에 있으니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게 나으니까 또는, 자기 개발? 비슷한 차원에서 또는, 머리가 녹슬어 가는 걸 방치하고 싶지 않았던 목적! 이었습니다. 와이프가 왜 쓸대없이 자기 학대를 하냐는 둥, 공부하지 말라고 말리기나 하고 ㅠ.ㅠ 가끔 돌아오는 함께 맞는 휴일에도 공부한다고 하면 같이 나가자는 둥, 시험 때문에 가족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라고 ㅎㅎㅎ 닦달하기까지 했습니다. ( 치매 걱정하시는 분들 있다면 암기를 많이 하세요. 영어 단어도 좋고 자격증 시험도 좋고 무조건 외울 것을 권해드립니다. 물론 쉽진 않지만 정신 줄 놓는 것보다야 백번 낫습니다. 사람 몸도 일정 부분 용불용설~. 안 쓰면 퇴화되죠. 머리도 마찬가지입니다. )
자격증 공부하면서 네이버 카페 등 관련 공부에 대한 자료를 찾으면서 학습 카페를 봤습니다. 취직을 준비하는 대학생들과 좀 더 나은 곳으로 이직을 원하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더군요. 나처럼 자기개발용 자격증 공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도 합니다. 하기야 당장에 절박한 먹고사나이즘에 관해서 스펙 쌓기용으로 공부하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문제는 안전 관련 직종이 쉬운 것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감당하며 이루어야 할 안전이란 목적보다는, 그저 자격증이 주는 혜택과 먹고살기용이었지요. 그래서 안전을 이룬다는 사명감은 없었던 거죠. 그래서일까요. 다들 자격증 따면 뭔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과 남들보다 자격증이 주는 비교우위를 점했다는 성취감에 젖어 들어 있고, 한마디로 취직이 우선이었던 거죠.
그런데 현실에 처한 자격증의 입지에 대해 까발려 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무척이나 고민스럽더군요. 몰론 알라딘에서야 알려 봤자 자격증 공부 카페처럼 그런 자격증 대비하는 취업자가 오지도 안을뿐더러 게다가 수험 책이나 펼칠 시간에 알라딘에서 인문교양학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라서 알라딘 서재에 방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공부 카페에서는 하기 어려운 자격증의 속 사정. 그러니까 비하인드스토리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공부를 다독이며 열정적인 학습 카페에서 그야말로 공부에 의지를 꺾어 찬물을 끼 얻는 거 같아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차마 하지 못하겠더군요. 대신 알라딘 서재에서 하게 되더라고요.
우선 서론으로 보자면, 안전 분야는 크게 기계 분야, 화학 분야, 전기 분야, 건설 분야, 네 가지 분야로 나눕니다. 산업안전은 이 네가지 분야로 되어 있고 여기에서 건설 분야는 특별히 별도의 안전 과목으로 분리되어 있는 방식입니다. 기계나 화학과 전기는 한 가지로 합쳐도 공통적 안전에 대한 범위로 넘어갈 수 있으나 건설 안전 분야는 별개로 빼는 정도로 건설 분야에 더 치중된 경향이 있습니다. 왜냐면 안전 분야에서 건설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니까 비중에 제일 많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안전에 특히 더 취약한 이유 때문에 건설 안전이라고 별도로 분리되어 개별적인 자격증 제도를 운용하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기계나 화학 전기 분야는 제조업 쪽으로 우선적으로 나가고 건설은 건설업으로 나가게 됩니다. 그러니까 산업안전은 건설을 포함한 산업의 전반에 대한 안전 분야를 다루고 건설 안전은 이 산업 전반의 분야에서 건설이 별도로 독립되어 있는 구조라는 의미입니다.
건설안전 분야에서 벌어지는 비하인드로 들어가 보면, 중소기업 건설사에 있어서 안전을 거의 서자쯤 취급합니다. 시공의 서자가 곧 안전이란 인식이 강하죠. 그러니 안전을 담당하는 기술자가 시공 공무를 담당하는 기술자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안전 기술자가 안전 분야로 입사하고 나니 안전 분야에 더해서 "공무와 시공 잡무"까지 돌아옵니다. 대부분 이렇게 공무까지 떠안게 될 경우 그만두는 게 맞는데 현실은 그만둘 수가 없죠. 그만둬야 맞는데 그러지 못합니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그러다 보면 시공이 우선이 되고 안전은 뒷전이 됩니다. 불의의 사고가 나면 안전 관리 책임은 누가 져야 합니까. 안전기술자가 일차적인 책임지게 되거든요. 사고에서 우선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안전 서류들이라서요. 실컷 딴 일 시켜놓고 안전 관련 준비가 되어 있을 리가 없거나 미비된 상황에서 발생하게 됩니다. 결국, 졸속으로 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은 겸직시키고 사고는 책임이라는 조가튼 사태를 맞아야 하는 겁니다. 왜 이렇게 안전 기술자를 안전에만 투입시키지 않고 시공 잡무까지 떠 앉게 되느냐하면 결국 사람 하나 줄일 목적이고 인건비 아끼는 결과죠. 결국 돈입니다. 법적 채용 기준을 맞춰야 하는데 인건비는 주기 싫어하니 결국 사람에게 돈 적게 들이고 싶은 사업주 양아치 세끼들이 널렸으니까요. 안전 기술자에게 온갖 공무 일을 겸하도록 하거든요. 안전 하나만 일해도 일이 넘쳐나는데 안전 기술자가 업무 과부하 걸리기 딱 좋게 생겼죠. 그래서 사고도 줄어들지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고는 사전 예방이 제일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이 사후 예방조차도 못합니다. 결국 일하다가 다치거나 죽어가는 게 줄어들 수가 없어요. 안전을 기본적인 투자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소모성 비용으로만 생각하거든요. 비용을 줄이고 싶고 사람에게 투자를 꺼려하죠.
이와 비슷한 케이스도 있습니다. 모든 자격증이 그렇겠지만 건설안전기사는 건축기사에 비해 어려운 것은 없습니다. 다만, 안전기사는 암기 분량이 많고 건축기사는 계산문제들 이해력을 요구하는 경향입니다. 따라서 시험 난이도에 있어서 건축기사가 따기 더 어렵습니다. 합격률도 대체적으로 건축기사가 훨씬 적기도 합니다. 또한 건축기사나 토목기사는 이 또한 상당한 전문 분야입니다. 다른 자격과 양립해서 기술자에게 입사의 조건이 유리해질 뿐이지 입사 이후에는 다른 직무의 자격증이 중복되어있다고 해서 가치를 더 쳐주는 것도 미미한 일정입니다.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만 유리한 셈이 됩니다. 우선 당장에 취업에 목을 매는 기술자가 건축에 더하거나 토목에 더해서 안전을 취득했을 때 먼저 언급한 내용처럼 업무가 두 배가 될 가능성 많아집니다. 그렇다고 월급 두배로 주는 것도 아니란 거죠. 어차피 건축이든 안전이든 기술자 요건을 충족해야 하니까 모두 필요한데 이걸 양립하게 됨으로써 회사는 한 사람을 마치 두 사람 처럼 쓸 수 있게 되는 "개~이득"을 챙기겠다는 거죠. 사실 건축분야와 건설 안전 분야는 넓게는 같은 건설 분야이지만 엄연히 직무 분야가 다릅니다. 이렇게 양립하게 될 경우, 건축 경력과 안전 경력의 두 개의 직무에 대한 관리에 있어서 기술자가 상당한 손해가 발생한다는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 좋아지려고 양립했는데 결국 경력으로 손해가 나는 경우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기야 기술자들이 관련 법령 정도는 꼭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공부만 하기 바쁘고 취득에만 목을 매달다가 막상 현업에 투입되었을 때 발생하는 노력의 헛고생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 너무 안타깝게 생각이 들더라고요. 직무가 다른 분야를 중복 취득하기보다는 차라리 같은 직무 분야에서 다양하게 그리고 깊게 공부함으로써 경력을 하나로 통일 시키고 일관성을 유지해야만이 비로소 경력의 가치가 올리고 더욱 전문적으로 기술을 파고들어야 하는 경우입니다. 경력이 곧 시간이거든요. 시간은 한번 지나버리면 반복이 되지 않듯이 경력도 반복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대기업 건설사 가면 페이도 상당히 좋을 거 같지만 대부분 현장마다 공사기간 내에 단기 현장 채용 계약직입니다. 업무의 장기성으로 봐서는 급여 수준은 높으나 지속적이지 못합니다. 게다가 전국 팔도 현장을 따라서 돌아다녀야 합니다. 이거 몇 년 하다 보면 사람 빨리 늙어요. 뜨내기 생활 십수 년 하다 보면 사람 역마살 끼입니다. 제대로 정주의 안정성이 떨어져서 나중에는 한자리에 머물러 있지를 못하고 나이 들면 이마저 갈 곳도 없어집니다. 연애 한번 못하고 늙어간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하게 되거든요. 그렇다고 대기업 본사 안전 기술자는 자격증으로만 보고 채용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본사 인력은 각종 정규직급의 기술자로 영어시험이나 적성 시험 등을 더 우선적으로 보게 되며 자격증만 가지고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거든요. 법적 채용기준은 현장에서나 따지는 문제이지 대기업 본사 인력은 별개니까요. 현장 채용이 더 많습니다만, 문제는 안전을 공부하는 기술자들이 대부분 대기업 본사 채용을 원하는 겁니다. 이렇게 서로 원하는 사항의 목적에 삔뜨!!가 맞지 않습니다. 그리니 얼마나 헛 공부하고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차라리 대기업으로 달리려면 영어 공부를 더하는 게 맞겠죠.
또 하나는 안전 컨설팅 분야입니다. 기술사 정도 되면 자기 업을 할 수 있는 사무실을 열고 개인영업도 가능합니다. 도장값이 상당히 비쌉니다. 그만큼 자격을 취득하기가 너무너무 ~~어렵습니다. 몇 년간 백수로 고시공부처럼 해야 할 정도거든요. 그러니 아무나 도전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기술사 공부할 여유 되면 기본적으로 재력과 시간이 토대가 되어야 하거든요. 그러니 기술사가 채용하는 경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싼 맛에 기사 자격증과 경력을 가지고 취업한다면, 자격 조건에 비해 페이가 상당히 박합니다. 월급이 무지하게 짜요. 매출이 많이 올라도 인금인상 분이 희박합니다. 그러니 늘 그 자리에 맴돌아요. 물론 그런 경력을 쌓아야 기술사를 도전할 수 있을 텐데 뻔한 월급을 축적해서 기술사 도전에 밑거름으로 사용할 여력이 안될 가능성 매우 높죠. 우선 먹고살고 나면 축적시킬 만큼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겨우 먹고 살 만큼 딱 그만큼만 주니 어려워요.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할 분야는 안전 기술에 대한 교육 강의입니다. 안전 기술자가 경력을 쌓아서 법적인 의무 이행하기 교육사업체에 강사로 들어간다? 강사료 수준이 최저 임금을 겨우 면하는 수준입니다. 비싼 등록금 내고 다닌 학교 졸업에 전문 기술 자격 공부에 다가 십년 이상의 관련 업종에서 경력을 쌓고 전문적 소양과 지식을 가졌던 기술자를 최저 임금 알바 수준으로 채용하는 겁니다. 어느 지역이라고 밝히진 않겠습니다. 한마디로 미친 거죠. 정말 사람을 무슨 똥값 취급입니다. 여기에 취업자는 50 넘어가는 더 이상 오갈 곳이 없는 마지막 자리를 잡는 심정으로 들어갔더니 글쎄 따질 거 없이 절박해서 간 곳은 역시나 야박한 페이 수준에 몇 달을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나이 50에 알바 같은 일에 정성을 다하기 어려울뿐더러 40대 후반 ~ 50대 나이대 분들이 라이프 사이클로 따지면 가장 많이 지출을 해야 할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들입니다. 한 가정을 책임질 기술자를 대려다 놓고 아르바이트비로 생활하라면 누구라도 버틸 수 없거든요. 이른바 낚시 채용인 거라죠. 지역의 모모 건설안전 교육 업체는 일 년 연중으로 상시 채용 공고를 냅니다. 몇 달간 하다가 그만두고 또 채용 공고로 다시 채용하고 계속 반복하여 그렇게 수시 채용으로만 유지하는 수준입니다. 건설업 일용직도 건설 현장에 나갈려면 법정 의무교육 4시간을 반드시 이수해야 하고 이수증을 현장에 제출해야 일할 수 있거든요. 이걸 노리고 교육비 따먹으려는 수준의 업체에서 강사의 인건비를 적정 수준으로 더 많이 줄 이유도 없죠. 사람은 많고 일회성 단타 교육이니 클레임 걸릴 것도 없거든요. 이렇게 교육비는 수강자에게서 받고 또 국비 보전도 받고 있거든요. 어디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왜 이렇게 터무니가 없는 것인지 말이죠. 이것도 다 돈벌이용이었던 거죠. 사람을 이용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평균 수준은 맞춰야거든요. 강사가 수시로 바뀌니 교육의 질적 수준이 형편없게 되며 결국 이를 감수하는 것은 현장 일용직들입니다. 그러니 안전에 대한 질 낮은 교육으로 법적인 기준만 채우는 형식적인 교육으로 전횡되고 사고는 또 줄어들지가 않게 되는 이유중 하나가 됩니다.
여기에 현업의 상황이 이런데 이걸 모르는 취업자들은 오늘도 몇 달을 공부하면 자격증 딸 수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 몇달 죽었다 생각하고 도서관 열람실로, 독서실로 나가지만 막상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서 취득한 자격증이 현실에서는 나를 울리게 하고 노력이 치열해도 보상도 없는, 그래서 무척 억울한 공부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런 열의로 공부해봤자 자격증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있다고 해서 그다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도움이 될 것도 크게 없단다라고 까놓고 말하기도 어렵거든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알려 주었다가는 막상 현업을 뛰고 있는 안전 관리자들 마저 자존심 때문에 말은 못하고 공론화도 못 시키고서 속으로만 부글부글하고 있을 것만 같거든요. 물론 제조업도 썩 좋은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직장의 안정성은 건설업보다는 낫습니다. 또한 건설업 현장 특성상 새벽같이 일어나야 현장이 돌아갑니다. 일용직 기능직 근로자들 일찍 마쳐도 현장 소속 기술자는 남은 일이 처 밀려서 계속 나아야 합니다. 그러니 근무시간을 오질 나게 길고 시간은 늘 휘달리게 됩니다. 건설업 현장 기술자들이 근로 기준 법상의 근무시간 혹은 연차 월차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늘상 공사기간에 쫓겨 살아야 하니 기술자가 되어가지고 단행본 소설책 한 권 사보는 여유가 안되는 게 부지기 수랍니다. 소설이 뭡니까. 시집 한권 조차 읽기 불가능한 조건에 처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대부분 술로 풀어요. 그래서 소위 노가다라고 하면 말술이 기본으로 깔고 가는 이유도 됩니다. 물론 그중에 특별한 사명감 있다면 모를까 좋아서는 결코 아닐 것입니다. 물론 저도 현장 나갔더라면 알라딘 서재는 고사하고 책 읽기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대기업의 건설사야 워낙 근무인원도 많고 인력의 여유도 중소기업보다야 나으니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것을 채우든가 아니면 급여나 상여로 보상하는 편이지만 중소건설사는 전혀 이런 개념 자체가 없어요. 일 년에 12일을 유급으로 받을 수 있는 연차휴가라는 개념도 없고 월차라는 개념도 없어요. 공사 특성상 공사기간이 정해졌으니 여하튼 이 기간 내에 공사를 마무리 지어야 하죠. 일을 하다 보면 무슨 일이든 자꾸 늦어지게 되고 현장 인력의 휴식은 이미 저 딴 나라 세상이 되거든요. 정말 열악합니다. 그러니 건축과는 한때 최고의 입학성적으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주 낮아요. 비인기학과 중 하나입니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중 하나가, 기사 자격시험 학습 카페에 느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공부 안 하고!!! 쉽게 자격증 따는지에 대한 잔머리 굴리기가 상당하더군요. 누구는 1개월 했느니, 초단기로 공부하고 합격했다는 등등.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르게 취득하는지가 관건이었어요. 자격증 시험 대부분이 60점을 기준으로 절대평가니 고득점 순으로 합격이 갈린다면 아마도 달라지겠지요. 그런데 이 60점이 상당한 의미가 있더군요. 50점은 문제의 반인데 여기서 10을 더해서 60점은 반 이상 알면 자격을 주겠다는 뜻이죠. 그런데 의외로 많이 떨어지는 이유가 앞서 언급했듯이 공부 조금하고 합격을 원하지만 약삭빠른 것을 막겠다는 뜻이고 그래도 국가가 보증하는 자격인데 수준을 맞춰야 하는 문제라서요. 한달 공부해도 딸 수 있지만 이건 상당히 기본적인 경험으로 기초 이론이 다져진 상태라야 가능하다는 것을 간과한 거예요. 초보가 시험 보려면 이론서부터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 하는 공부입니다. 하물며 사용하는 용어조차 낯설면 기본 개념조차 잡기가 벅차거든요. 개념 잡고 이론을 알아 나감으로써 주어지는 문제에 답을 선택하는 것이죠. 물론 그렇게 해도 2차 시험이 주관식이라 확실하게 외우지 못하면 60점 넘기는게 상당히 어렵죠. 올해 2차 시험 때 필기 합격률이 낮아요. 운전면허조차도 그러한데 자격시험이 호락호락하지 않더란 말이죠. 게다가 안전 분야의 자격은 실제 현장에서 근로자 혹은 노동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직무입니다. 무척 무거운 업무입니다. 법적으로 행정적으로 상당한 책임이 따라오는 업무에 종사하는 기술자들이거든요. 쉽게 자격증 따서 현장에 나가면 어느 정도 기본 사명감이 없으면 단지 취직용 자격증이라면 바로 실망하고 말 것이고 오래 버티 지도 못하죠. 부단하게 이론과 실기로 무장해서 현장 소장에서 부터 현장 근로자들까지 안전의 명분으로 휘어잡아야 할 책무가 있죠. 여기서 후달리면 못 버티고 자격증이 바로 장롱으로 직행입니다. 당장에 취직 때문에 자격증 공부도 중요하지만 자격증으로 입사해서 안전의 확보는 더욱 중요한 일이죠. 이런 개념 없이 우선 취직용 스펙 쌓기로 취득하겠다고 비전공자들까지 무슨 딱지 따듯이 따겠다고 도전한다니 좀 뭔가 잘못된 인식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단기간 취득하는 자격증의 남발을 막기 위해서 앞으로 국가자격시험은 단순히 한 날 한 시에 치르는 일제고사 치르듯이 시험 보는 형태의 검정형 시험이 아니라 자격에 따른 일정한 과정을 거쳐 나가는 과정형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 과정형이라는 것이 과정을 거치므로 단계를 하나하나 밟아 나가는 이른바 시간제이거든요. 이렇게 바뀌게 되면 몇달 공부해서 합격 여부가 갈리는 시험으로는 자격증 취득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일정부분 관련 학교에서 과정을 거치고 검정을 치르고 나서야 가능하게 되면 이제 단기간 공부로는 자격증 취득이 불가능하거나 어렵게 될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아무래도 과정을 하나하나 밟기 위해서 그만큼 시간도 투자해야 하고 교육기관에서 검정도 받아야 함에 따라 비용도 더 많이 들어가야 할 것이 자명하거든요. 이게 국가 직무체계 NSC라고 하더군요. 아마 모든 자격증이 NSC 체제화될 것이므로 나처럼 늙어서 공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도 한 때 중동에 건설 붐이 일어나고 한창 경제 개발이 이루어질 때는 건설업은 그야말로 초호황이었습니다. 급하게 빨리 지어야 했고 인력 투입도 무척 많았습니다. 중동으로 나가서 몇 해만 고생하면 서울에 아파트 하나 장만하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리 모아도 서울에서 아파트 하나 사기 힘듭니다. 아파트값이 오르는 만큼 인건비는 따라 가지를 못하고 감당하기도 벅찹니다. 지출할 비용은 월급 인상보다 일찍 감치 추월해버렸습니다. 살아가는 것이 점점 더 궁핍해지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앞으로 있는 사람은 더더욱 잘 살 것이고 없는 사람은 근근이 살기도 어려워질 것입니다. 필리핀처럼 빈부의 차이가 극과 극을 달리는 것은 국가 전체가 불행한 것입니다. 가난하더라도 골고루 가난한 것이 낫고 부유하면 골고루 부유하는 분배의 문제가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화두가 되어야 합니다. 노력하는 만큼의 성과와 보상, 대가가 주어져야 공정한 것입니다. 노력을 배신하고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사회는 처참하게 피곤한 사회입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여진 현실에 대해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하는지요.
PS 1 : 그나저나 이번 시험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고삼인 딸아이와 함께 공부했다는 추억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아마 딸아이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고삼인데 게다가 함께 수험생으로 몇 달을 지냈으니까요. 딸아이 기말시험도 뭐 고등학생 3년 동안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거든요. 수시를 준비해야 되나서 고삼 성적이 매우 중요하니, 아마도 아빠와 함께 공부했던 효과? 때문은 아닐까 싶은 자뻑!~도 들고.... 여하튼 딸아이에게 공부하란 소리를 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공부하는 걸 보여주면 제 스스로 각성이 되거든요. 열 마디 공부하란 잔소리 따위 하는 거 절대 아닙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거울이라야 하거든요. 하여간 부모가 자식에게 제일 큰 교육은 모범입니다. 이걸 못하는 어른은 어른이 아닙니다. 그냥 낳아준 개뼉따구나 다름없거든요. 부모가 제일 못나 보이는 게 아이들에게 공부하란 소리입니다. 어른도 안하는 공부를 왜 애들만 하라고 볶는 거 정말 꼴 사납~~ 지요.
네,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7/0804/pimg_768030147170943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