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스파이 -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을 필사적으로 막은 과학자와 스파이들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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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 스파이 


최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영화 ‘오펜하이머’ 개봉을 고대하며 기다리던 중 만난 책이라 더욱더 반갑게 집어든 책이다. 실제 나치의 원자폭탄 개발을 필사적으로 막은 과학자와 스파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흥미진진한 논픽션이다. 


2차대전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유럽 과학 특공대 알소스 부대는 처음 알게 되었고 그래서 더 신선한 읽을거리였다. 논픽션이라서 더 실감나고 재밌지만 한참을 읽다보면 이 책이 논픽션이란걸 까먹을 정도로 몰입해서 읽게 되는 영화같은 스토리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특수부대 스파이들은 히틀러의 원자폭탄 개발을 막았고 이와 관련된 정보 수집과 파괴 공작, 독일의 우라늄 클럽 회원 암살 작전까지 벌였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세계는 아마 SF소설 중에서도 대체역사물에서나 볼 수 있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책 속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 중에는 베이브루스와도 함께 사진을 찍었던 메이저 리그 야구 선수 출신 모 버그, 존 F 케네디보다 나은 전공을 세우려고 애쓴 조 케네디 주니어, 독일의 최고 과학자들을 체포하려고 노력하는 와중에 자신의 유대인 부모를 강제 수용소에서 구출하려고 애쓴 네덜란드 출신의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리 퀴리의 딸인 이렌 졸리오 퀴리 등이 있다. 


그렇다고 흔한 전쟁 스파이물은 아니었고 중간중간 원자폭탄과 관련된 과학이야기과 과학사의 중요한 대목들도 다루는 색다른 구성이었다. 그 당시 과학자들은 원자가 두 가지 입자, 즉 양전하를 띤 양성자와 음전하를 띤 전자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믿었다. 양성자는 원자 중심인 원자핵에 머물고, 전자는 그 주위를 빙빙 돈다고 생각했다. 채드윅은 베릴륨에서 나왔다는 기묘한 ‘감마선’이 실제로는 중성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중성자는 양성자와 크기와 질량이 거의 같기 때문에, 양성자를 원자핵에서 튀어나오게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지식인에 대한 불신이 강했던 나치는 1939년에 과학자들에게 병역 면제를 거의 해주지 않다가 소수의 화학자와 물리학자에게는 예외를 인정했다는데 그건 디프너가 상관들에게 야심찬 계획에 도박을 걸어보라고 설득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그 계획은 바로 핵분열 폭탄을 만드는 것이었다. 나중에 이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모임을 우란페라인, 즉 우라늄 클럽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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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트라우마 - 삶의 면역을 기르는 자기 돌봄의 심리학
멕 애럴 지음, 박슬라 옮김, 김현수 감수 / 갤리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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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트라우마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트라우마란 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얘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스몰트라우마가 나의 일상과 삶을 조용히 갉아먹고 있었는 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스몰 트라우마는 개인의 삶 속에서 자존감을 잃게 하는 일상의 경험이나 사건의 반복을 일컫는다. 어린 시절 당한 따돌림이나 놀림, 부끄러움으로 남은 실수, 부모와의 부적절한 정서적 교류, 사회적 재난에 대한 간접 경험, 직장에서 당한 미세한 차별과 모욕 등이다. 이러한 경험들은 누적되고 서로 결합하면서 스스로 위축되고 불만족스런 삶을 살게끔 악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이런 스몰트라우마의 정체를 밝히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해결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3단계 AAA 접근법(인식-수용-행동)을 기반으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연습 활동과 행동 지침들을 책에서 만나볼 수 있다.  


책의 구성은 초반부에 ‘스몰’ 트라우마와 ‘빅’ 트라우마의 차이점, 스몰 트라우마를 초래하는 다양한 원인, 심리적 면역체계 강화를 위한 심리적 항체로서의 스몰 트라우마를 설명하고 뒤이어  다양한 스몰 트라우마 주제들을 챕터별로 배정해서 그 원인과 이론적 배경, 솔루션 등을 다각도로 다루는 방식이다.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이나 무감각 상태가 편안한 사람들에 대한 내용들을 읽으며 실제 나 자신도 가끔 이런 문제가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좀 더 몰입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또한 완벽주의의 역설로 습관적 미루기, 번아웃을 초래하는 완벽주의에 대한 대목도 인상적이었는데 습관적 미루기는 게으른 것도, 버릇이 나쁜 것도, 무능력하거나 무관심한 것도 아니다. 실은 오히려 그 반대다. 할 일을 꾸물거리는 사람은 대개 양심적인 이들이다. 


뭔가를 잘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스트레스가 극한에 이를 때까지 일을 최대한 미뤘다가 마지막 몇 시간이 남았을 때에야 안달복달하며 결과가 끔찍할 거라고, 난 정말 멍청하다고 확신한다. 그런데 이 시점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이 일에 대해 생각하거나 또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온갖 것에 관심을 쏟느라 정신적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한다. 정신적·신체적·감정적 자원을 너무 많이 소비한 탓에 우리의 몸이 이런 부적응적 패턴을 알아차렸을 즈음에는 이미 번아웃에 이르고 만다.


그 외에도 가면증후군과 미세공격, 섭식 문제를 일으키는 스몰 트라우마, 사랑, 불면증 등에 대한 다양한 스몰트라우마 사례를 만나보며 삶을 위한 처방전이자 자기 돌봄의 심리학을 읽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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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로 가는 길 - 선진국 한국의 다음은 약속의 땅인가
조귀동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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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로 가는 길 


개인적으로도 인상깊게 읽었던 세습 중산층 사회의 작가 조귀동의 신작이다. 이번에도 한국사회의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사회 비평을 읽어볼 수 있었고 대한민국이 미국이나 독일, 스웨덴 같은 선진국이 아닌 마피아가 판치고 베를루스코니 같은 저질 정치인이 지도자가 되는 이탈리아의 길로 빠져들고 있는 건 아닌지 섬뜩하기 까지 한 글이었다. 


저자는 특히 우리 정치판의 문제를 아주 논리적으로 파고드는데 그렇다고 민주당이나 국힘당 둘 중 하나의 진영논리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는 사회’ 라는 문장이 충격적이었다. 저자는 지금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만성적 위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손쉬운 해결책은 적을 설정하고 그 적을 타도하는 것만이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실질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라는 세계관이다. 


이탈리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나뉜 이중구조가 강하다. 이중 구조는 단순히 노동시장 지위에만 그치지 않는다. 두 나라 모두 연금 등 사회 복지가 일자리 지위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이것이 그대로 사회복지의 이중 구조를 낳는다. 


한국과 이탈리아를 비교한 초반부에 이어 저자는 2002년 무렵 만들어진 정치질서를 분석한다. 노무현 질서라고 이름 붙인 개념으로 경제구조의 변화와 중산층 행동주의의 등장, 한국형 복지국가의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상세하게 써내려 갔다. 


그 외에도 압도적 우위였던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허물어졌는지, 윤석열 정부가 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고령화, 지방의 몰락, 외국인 이주민 증가, 공동구매형 사회, 포퓰리즘 정치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렇게 암울한 현실 비판 뒤에는 그래도 한줄기 희망의 빛 같은 대안 제시도 읽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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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관계가 먼저입니다
안젤라 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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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관계가 먼저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제목 자체가 큰 위로가 되고 깨달음을 선사했다. 그만큼 평소 인간관계에서 고민이 많았고 스트레스도 컸었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더이상 그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힘든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건강한 소통의 기술을 알려줬다.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의 현직 베테랑 심리치료사로서 자신의 상담 경험에서 우러나온 삶의 지혜를 정리하고 독자들과 공유한다. 물론 인간관계에 지친 독자들을 위한 책이라고 하면 시중에 넘쳐날 정도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의 차별점이라고 하면  단칼에 관계 끊는 법이나 사이다식 보복법이 아닌 ‘나를 지키는 관계를 만드는 법’이다. 개인적으로는 나 자신과 소통하는 법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대목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일명 내 마음을 읽어주는 마법의 주문이라고 하는데 위기 ‘상황’ 파악하기부터 ‘감정’ 읽어주기, ‘생각’ 읽어주기,‘행동’ 살펴보기로 이어지는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 속 화가 누그러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명쾌하게 정리해주기도 한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휘둘리지 않고 할 말은 한다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소통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게 된다. 두 번째 이유는 ‘무엇’과 ‘어떻게’는 이해했지만 여전히 걱정과 두려움이 우리를 옭아매어 소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우리를 옭아매는 생각은 걷어냈지만 예전의 습관대로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마음의 관성 때문이다.


그 외에도 거절이 가벼워지는 법, 실망과 좌절에도 무너지지 않는 법, 비난과 비판에도 나를 지키는 법, 칭찬과 감사를 회피하지 않는 법 등의 피가되고 살이되는 인생 조언들이 가득했다. 


평소 갈등을 최대한 회피하려고 하는게 문제였던 나는 이 책을 통해 문제는 갈등 자체가 아니라 갈등에 반응하는 방식이라는 대목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관계든 조금의 불편함조차 미리 방지하거나 모두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건강한 소통은 조율하기 힘든 갈등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존중을 바탕으로 서로에 대한 비난보다 함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소통의 장을 열어둔다. 따라서 소통의 장은 이기고 지는 전쟁터가 아니라 협력의 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따뜻하지만 단호하게, 친근하지만 만만하지 않게 할 말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따뜻함과 배려를 잃지 않으면서도 단호하게 할 말을 하는 건강한 소통은 이렇게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방향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고 섬세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건강한 소통은 휘둘리거나 휘두르지 않고 서로를 지켜주는 대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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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위기 - 스웨덴 출산율 대반전을 이끈 뮈르달 부부의 인구문제 해법
알바 뮈르달.군나르 뮈르달외 지음, 홍재웅.최정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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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위기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인구문제에 대한 해법을 스웨덴의 사례에서 찾아보는 의미있는 책이다. 놀라운건 이 책이 1934년에 출간되었다는 점이다. 거의 90년전에 스웨덴은 이미 인구위기를 맞게 되었고 이에 대한 분석과 대안이 필요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뮈르달 부부의 인구문제 해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당시 유럽 최빈국으로 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았던 스웨덴의 대반전을 이끌었다. 


스웨덴하면 북유럽 복지선진국이자 강소국의 이미지가 연상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 대한민국도 지금의 인구위기를 지혜롭게 헤쳐나간다면 밝은 미래를 꿈꿔 볼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저자 뮈르달 부부는 진보적 가족정책을 강조한다. 출산과 양육 비용의 대부분을 사회가 부담하고, 기혼 취업 여성도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이 양립할 수 있도록 사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분배정책, 사회정책, 생산정책의 전반적인 개혁이 실질적인 출생률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사실이고 자녀를 가짐으로써 드는 비용을 줄여야만 한다. 이는 가족의 지속적인 생활 향상을 위한 노력에 자녀가 방해되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자녀가 방해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출산율의 감소가 생활수준의 향상을 위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우리 국민들에게 생활수준의 향상을 포기하고 출산율을 높이거나 아니면 현상 유지만이라도 하라고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회는 불균형하고 불안정한 소득분배에서 야기되는 개인들의 사회 부적응에 대해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이에 대한 피해는 아무 죄가 없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간다.


개인적으로는 스웨덴의 인구 위기 당시 저출산 문제를 가장 우려한 사람들은 경제 위축을 걱정하는 보수주의자들이었고 진보주의자들은 저출산 문제를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대목이 섬뜩했다. 나 자신도 진보적인 성향이면서 평소 저출산 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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