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질서와 문명등급 - 글로벌 히스토리의 시각에서 본 근대 세계
리디아 류 외 지음, 차태근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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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질서와 문명등급 


물리적, 심리적 국경과 나라별, 민족별 문명의 서열화는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형성되어온 것일까를 생각해보는 책으로 개인적으로는 처음 들어본 

‘문명등급론’ 이라는 색다른 주제로 인류 역사를 조명해보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특히 서양 백인 학자들의 책이 아닌 중국 출신 학자 11명이 공동으로 만든 일종의 글로벌 히스토리 연구 논문집이라는 점이 단연 돋보이는 기획이었다. 역사를 서양만의 편협된 시각이 아닌 균형잡힌 시각으로 해석해본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의 큰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동양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이 세계의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고 그야말로 문명의 위상이 급변하는 시대에 필수적인 새로운 세대를 위한 글로벌 히스토리 연구를 읽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책의 구성은 11인의 다양한 이력을 가진 저자들의 논문 열한개의 챕터로 엮여있는 형식이다. 문명론부터 국제법의 사상 계보, 대동세계의 구상, 세계박람회, 근대 편역으로부터 본 서학동점,  ‘서구 거울’에 비친 중국 여성, 언어등급과 청말 민초의 ‘한자혁명’, 중국 식물 지식의 전환과 분화 등의 생소하면서도 처음 보는 신선한 주제에 대한 읽을거리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전 세계로 눈을 돌리면, 문명론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무의식중에 감화되어 더욱 사람들의 마음속 깊이 파고들고 있다. 중국에서도 그것은 내재적인 역사논리로서 여전히 발전주의를 추동하고 있다. 또 구미 국가에서도 그것은 누차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이러한 문명론이 정치적 무의식의 방식으로 작동할 때 더욱 위험하다는 점을 인류가 모두 심각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서구 식민전쟁에 따른 결과는 이른바 ‘백인으로의 귀화(naturalizing whiteness)’ 과정이었으며, 이 과정에서 백인은 고상한 이성과 관리 능력을 구비하고 있고, 존경할 만한 덕성과 고도의 문명을 갖춘, 더욱더 국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춘 것으로 묘사되었다.


중국에서 문명론은 마치 서구인이 가져다준 백설공주 계모의 거울과 흡사하다. 이것은 중국인들로 하여금 ‘서양 거울’ 속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게 함으로써, 화이관념의 자기과대 관념으로부터 깨어나게 하고, 서구문명론의 거울 이미지로 들어가도록 이끌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중국인이 부족함을 인식하고 모범을 수립하여 진화를 추구하며 문명국가로 진입하고 궁극적 목표는 “동일한 지위로 만국공회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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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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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찡한 휴먼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 소설도 살짝 눈물샘을 자극하는 휴머니즘 소설이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환타지 요소가 가미되어 흥미롭게 몰입해서 읽은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유령이 제시한 네가지 규칙 때문에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나 역시도 그 규칙을 생각하며 일종의 모험을 감행해보는 기분이 들었던게 소설의 매력이었다. 소설은 열차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순식간에 잃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84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라고 한줄로 요약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예상되는 설정이기도 하지만 막상 읽어보면 소설 속 인물들에 몰입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되고 작가의 기발한 설정과 장치들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야기는 급행열차 한 대가 탈선해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순식간에 사랑하는 가족, 연인을 잃게 된 유가족이 발생하게 된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뒤이어 사람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데 역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가면 유령이 나타나 사고가 일어난 그날의 열차에 오르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단 유령이 제시한 네 가지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 수 있고 피해자에게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되며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통과하기 전에 먼저 내려야 한다. 그리고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소설은 사망자들에게 못다 한 마지막 말을 전하기 위해 열차에 오르기로 결심한 유복들의 이야기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라며 아내에게 부모님에게 어떤 말을 전할지 한참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내가 너한테 바라는 건 단 하나뿐이야.”

“….”

“네가 행복하게 사는 것. 구로랑 신나게 놀고, 돈가스 덮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난 네가 평생 웃으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할머니가 돼서도. 평생,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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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문해력 - 나도 쓱 읽고 싹 이해하면 바랄 게 없겠네
김선영 지음 / 블랙피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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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문해력 


나름 책 좀 읽는다고 자부했었는데 책 초반의 어휘력 테스트를 보고 충격 받았다. 이울다, 달뜨나, 자별하다 등의 단어 뜻을 몰랐고 여러 문제들이 꽤 어렵게 느껴졌다. 이 책은 문해력 훈련법을 담은 책으로 PT컨셉으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우리나라가 문맹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 중에 하나지만 문해력은 그만큼 좋지 못하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접한적이 있었는데 이 책은 책 제목 그대로 청소년들이 아닌 나 같은 어른들을 위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8주 동안 주 3회 훈련하는 커리큘럼의 학습서이기도 했던 이 책은 특히 제안서, 메일 쓸 때 남보다 오래 걸리는 직장인, 어휘력이 부족해 문제부터 이해가 안 되는 자격증 준비생, 자기소개서와 리포트 쓰기가 어려운 대학생 및 취업 준비생, 세 줄 요약만 읽는 스마트폰 중독자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었다. 

 

책의 구성은 다섯개의 챕터로 이어지는데 일종의 오리엔테이션 같았던 첫번째 챕터에서는 자신의 문해력 테스트도 해볼 수 있다. 뒤이어 어휘 근육 학습으로 기초부터 탄탄하게 키우고 독서근육과 구성근육 훈련을 받는다. 특히 독서 훈련에서는 책 읽기 전에 준비운동부터, 낭독, 하브루타, 한 줄로 요약하며 읽기, 나의 경험과 연결하며 읽기, 멈추어가며 읽기 등의 방법들을 제안한다. 


그 외에도 곱씹어서 나만의 언어로 표현하기와 마지막 문해력 체력장 코너도 마련하여 어휘 근육량 측정과 독서 근육량 측정, 구성 근육량 측정도 해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문해력이 부족하면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대인관계가 잘 풀리지 않는다면 빈약한 문해력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부족한 어휘력이 본의 아니게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눈치가 없다’라는 평가는 문해력이 떨어져서 하는 행동에 붙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단순히 복잡한 책은 안 읽으면 그만이고, 모르는 정보는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그만이란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태도였는지 몰랐다. 


또한 멈추어가며 읽기라는 아주 유익한 팁도 억을 수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좋은 책이나 구절을 발견했을 때, 나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마주쳤을 때, 바로 넘어가지 말고 잠깐 브레이크 페달을 지그시 밟아 멈추어보는 것이다. 내가 책 속의 주인공이라고 가정하고 감정이입을 하면서 읽어보고 손 글씨로 필사도 하면서 문장을 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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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 우리가 외면한 또하나의 문화사 교유서가 어제의책
로저 에커치 지음, 조한욱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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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절판된 비운의 도서를 찾아 독자에게 다시 선보인다는 의미의 ‘어제의 책’ 시리즈 중 한 권인 이 책은 밤에 대한 일종의 문화사 서적이다. 밤을 좋아하고 역사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기획 자체만으로도 무척 솔깃한 책이었다. 


저자의 엄청난 덕력이 느껴졌는데 그의 방대한 연구 결과물은 옛날 편지, 회고록, 여행기, 일기와 같은 개인적 문서에 바탕을 두며 시, 희곡, 소설 뿐만 아니라 발라드, 우화, 싸구려 책자까지 참고한다. 그렇게 기존의 역사책과는 결이 살짝 달라보이는, 이런 방식으로도 멋진 역사책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논픽션이나 흥미로운 12부작 다큐멘터리가 연상되기도 했다.   


단순히 그 옛날 아무런 조명이나 빛 없이 온 하늘이 별로 뒤덮힌 광경이 아닌 그 아래에서 펼쳐졌던 다양한 사람들의 수많은 에피소드들의 결정체였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너무 서양 위주의 이야기여서 동양이나 우리 민족의 밤에 대한 스토리가 몹시 궁금해지기도 했다. 


책의 내용은 산업혁명 이전 유럽의 어두운 밤에 대한 다양한 각도에서의 입체적으로 파고 들어간 수많은 이야기들의 묶음들이어서 일종의 문화사이자 밤에 대한 잡학사전이기도 했다. 옛날 사람들이 느꼈던 밤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과 그것에 대한 방비책, 밤에 사람들을 사로잡는 망상이나 악몽, 밤에 하던 사교행위와 놀이, 불면증 들이 총망라 되었고 기록물들에서 발췌한 문장들과 풍부한 도판들도 이 책의 매력이었다. 


산업혁명 이전의 몇백 년 동안 저녁은 위협으로 가득차 있었다. 근대 초의 세계에서 어둠은 인간과 자연과 우주에서 최악의 요소들을 불러모았다. 살인과 도둑, 끔찍한 재앙과 악마의 영혼이 도처에 숨어 있었다. 가장 악질은 밤마다 열린 문과 창문으로 대소변을 길거리에 쏟아 붓는 짓이었다. ‘요강’을 비우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폐해였다. 18세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도시와 마을은 인구가 조밀하고 하수 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관행을 최소한 암묵적으로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낮 생활의 고통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안식처인 잠, 잠의 유형과 침실 의식, 수면장애 등을 분석하고 18세기 중엽에 이르러 도시와 큰 마을에서 진행되었던 어둠의 탈신비화를 분석한다. 


밤하늘에 남아 있는 아름다움, 어둠과 빛이 바뀌는 주기, 낮의 빛과 소리의 세계로부터의 규칙적인 안식처, 이 모든 것이 더 밝아진 조명에 손상될 것이다. 야간의 섭생에 나름의 질서를 갖고 있는 생태계도 엄청난 고통을 받을 것이다. 어둠이 줄어들면서 사생활과 친밀감과 자아 성찰의 기회도 훨씬 드물어질 것이다. 기어이 그 밝은 날이 오는 순간, 우리는 시간을 뛰어넘는 소중한 우리 인간성의 절대 요소를 잃게 될 것이다. 이는 어두운 밤의 심연에서 지친 영혼이 숙고해봐야 할 긴박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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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소로우 - 어쩌다 옥바라지
오크나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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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소로우 


평소 다양한 책들을 접해보지만 옥바라지 이야기를 담은 책은 이 책이 처음인 듯 하다. 처음엔 피식하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2년간 남편의 옥바라지를 하며 일기처럼 쓴 글을 읽다보면 저자의 진심이 느껴지며 인생과 가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저자의 남편은 사업실패로 의도치 않게 죄인이 되었다고 한다. 평범한 아내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옥바라지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옥바라지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사회의 냉랭한 시선과 편견을 이겨내는 일이었다. 평범한 사람도 까딱하면 실수하고 구속될 수 있고 죄인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수용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없애고 실수를 용납하고 회복의 도울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출판되었다고 한다. 온라인 상에서는 오크나무 카페도 운여되고 있다는데 그 카페에서는 노란 손수건을 들고 남편을 , 아내를, 아버지를, 그리고 아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옥바라지를 선택한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는 이야기들이 가득했고 꼭 옥바라지와 상관없는 독자라도 한번 읽어볼 만한 색다른 이야기였다. 


책의 구성은 1장 이별부터 그리움- 익숙해짐- 감사와 회복으로 이어지고 후반부에서는 기적 같은 하루와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도 읽어볼 수 있었다. 


끝까지 지고 간다 하여 어마어마한 보상이 따르는 것도 아니요, 중간에 버리고 간다 하여 무책임한 것도 결코 아니다. 오롯이, 당신이 질 수 있는 만큼만, 당신의 인생을 짓누르지 않을 만큼만 지고 떠나는 홀가분한 선택이길 바란다. 이 순간에도 옥바라지를 택한, 혹은 버리기로 한 모든 선택이 각각의 인생에 정말 잘한 선택이 되기만을 간절히 기도한다. 그리고 그러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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