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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cat in Paris 파리의 스노우캣
권윤주 지음 / 안그라픽스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스노우캣을 알게 된 것은 이미 전설로 화한 [스노우캣의 혼자놀기]를 통해서였다.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는, 그야말로 무위자연을 설파하는 듯한 자세는 차마 그럴 용기가 없었던 나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이 책 [스노우켓 in PARAS]는 다른 의미에서 나에게 감동을 한아름 안겼다.
문화의 도시, 예술의 도시라고 불리지만 결국은 사람 사는 곳, 그 곳에서 몇 개월을 머무르며 사람들의 생활 속에 파고는 문화와 예술의 향기에 황홀해하는 그 모습은 그럴래야 그럴 수 없는 나에게 부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한 것이었다.
나는 저런 것 못한다.
영화 속의 카페에 앉아 자기 같은 관광객들로 메워져버린 카페의 모습에 슬퍼할 수 없다. 하필이면 666장의 유리로 만들어졌다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유리 피라미드의 불빛이 켜지기를 기다리며 맨바닥에 주저앉아 삶을 곱씹을 수 없다. 이제 돌아가려던 참에 우연히, 우연히, 지독하게 우연히 접한 연주회를 듣기 위해 그야말로 ‘작정하고’ 비행기표와 체류기간을 연장할 수 없다. “나는 이 콘서트 보려고 비행기표 연장했소!”라고 항의하며 더 깊이 음악을 ‘느낄’(감상이라던가 하는 고급스럽고 일상생활에 거리감 있는 단어는 안 어울린다!)수 있는 자리를 받아내는 짓, 저런 짓 못한다.
그래서 나는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