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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1~15권 양장본 세트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얼마 전 한국 독서계를 휩쓸었던 시오노 열풍도 이제는 잠잠해진 모양이다. 그러나 열풍이 수그러들었을 뿐, 열기는 그대로 남아있다. 최소한 그녀의 인기는 전혀 수그러들지 않은 듯하다. 나왔다 하면 상한가를 때리는 「로마인 이야기」의 판매율이 그것을 증명한다. 역사를 심판하지 않고 다만 추적할 뿐이다는 역사의식, 절제된 언어의 사용에서 드러나는 풍부한 문학적 재능, 역사를 잘 알지 못하고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에게도 시대와 사건을 오가며 알기 쉽고 읽고 싶게 설명하는 교사로서의 능력이 적절히 삼위일체를 이룬 결과일까. 그녀의 책들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을 강렬하게 뿜어낸다.
연작 「로마인 이야기」는 그런 그녀가 필생의 역작으로 생각하는 책이라 한다. 하기야 양적으로도 지금까지 쓴 책들의 태반을 차지하니까. 대제국의 대명사 로마, 군사학에 뜻을 둔 자에게는 팍스 로마나의 나라, 예술에 뜻을 둔 자에게는 유럽 예술의 기반이 성립된 나라, 정치에 뜻을 둔 자에게는 정치 건축의 걸작이라는 로마 연합을 창조한 나라, 영웅의 발자취를 쫓는 자들에게는 인간의 인지를 뛰어넘은 영웅들의 나라, 그러나 정작 잘 알려지지 않은 신화 속의 나라.
그런 로마를 우리의 눈앞에 가져다 준 것만으로도 그녀가 받은 찬사는 절대 과한 것이 아니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한국 독서계, 그리고 보통 사람들에게 로마라는 단어와 역사라는 단어가 이토록 흔히 사용되기나 하였을까? 성적 위주 교육에 쫓겨 존폐위기에 처한 세계사 과목에서도 두어 페이지에 지나지 않는 간략화된 결과 중심의 설명과 설화에 가까운 왜곡된 허구의 장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다가온 로마.
특별히 잔인한 사람들도, 특별히 전쟁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특별히 사치스러운 사람들도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가던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서의 로마인들을 시오노 씨는 애정을 듬뿍 담은 문체로 우리 눈앞에 그려낸다. 일반적으로 역사나 다큐멘터리에는 담담한 문체라는 형용사가 칭찬으로 사용되지만 나는 거꾸로 말하고 싶다. 이 책에는 로마인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듬뿍 담겨있다. 그렇기에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나는 로마인들의 틈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작품 속에서 시오노 씨가 인용한 갈리아 전쟁기에 대한 일본 문인의 감상을 나는 이 「로마인 이야기」에 대한 감상으로서 다시 한 번 인용하고자 한다.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로마인들의 샌들 소리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