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나멜을 바른 혼의 비중 - 카가미 료코와 변화하는 밀실
사토 유야 지음, 주진언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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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듯 펼쳐본 내용은 이미 일본을 뛰어넘어(그러나 일본에서 가장 심각하기에) 전세계 교육관련 기초용어가 되어버린 이지메(우리말로는 억지로 왕따로 번역하고 있지만, 왕따라는 말과는 어감 자체가 틀리다)가 화끈하게 작렬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오고, 게다가 제목부터가 뭔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인공적인 것으로 영혼을 뒤덮고 덧바른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아주 매력을 느끼는 이름이어서(어떻게 생각하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와도 비슷하면서 더 인공적이고 산업화된 이미지 아닌가!) 기껏 손에 들었는데, 정작 후반으로 가니 SF(사이언스 픽션 말고, 사이언스 판타지;;;)에 자극적인 카니발리즘에 본인들도 독자들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지는 두뇌싸움(풍의 분위기)에 다방향에서 하나의 종점으로 모여들어가는 나선식 구조이며 무엇보다 캐릭터가 너무 산만해서 나중에는 누가 누군지 알기 힘들다.
가볍게 시간때우기로 보기에는 너무 난해하고 그렇다고 진지하게 파고들기에는 내가 바보가 되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말하면 아주 악평을 하는 것 같지만 그러면서도 읽고 난 뒤에 시간이 아깝다거나 하지는 않는 기묘한 느낌이다. 바보가 되는 느낌을 무릅쓰고 다시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슬그머니 드는 게 라이트노벨로서는 수작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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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쟁군 평행우주 Episode 1 - 항쟁의 서막, 김홍모 수묵 SF 만화
김홍모 지음 / 청년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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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수묵 SF라는 기묘한 장르에, 조선이 일본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평행차원이라는 이쪽 업계 사람에게는 익숙하다 못해 지겨울 지경의, 그러나 상업적으로 노출된 예는 지독하게 적은(1999년 로스트 메모리즈 말고는 기억나는 게 없다) 세계관이면서도 특이한 방법을 채택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평행차원에서는 가쓰라-태프트 조약에 의해 미국이 조선을 먹고 일본이 필리핀을 점령한다. 그리고 일본이 LA에 원폭을 떨어트림으로써 종결된 2차대전 이후 조선이 독립... 하기는 했으되 일본군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과학력을 지닌 일본의 주도로 총기 자체를 금지하여 일본도로 무장한 전투로봇에 대항하여 전통무예를 익힌 독립군들이 싸우고 있다. 세종로에 우뚝 선 오다 노부나가 동상과 같은 형태의 최첨단 전투로봇이 만주의 눈발 속에서 독립군과 칼부림을 한다는 지독하게 멋져버린 스토리 전개는 수묵 SF라는 거친 묵화와 기묘하게 어울린다.


갹관적으로 보아 잘 그린 그림은 아니고, 내용에는 논리성과 설득력이 부족하며 사상은 비현실적이고 캐릭터 구성은 비정합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는 가능성이 있다. 다음 권을 기대하게 만드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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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3 - 흐름의 원
임달영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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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 대체 언제적 물건을 몇 번이나 우려먹는 거냐? 잘만하면 레기오스(임달영 최초의 출판작이자 한국 최초의 판타지 출판작)도 나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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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프!
나리타 료우고 지음, 민유선 옮김, 에나미 카츠미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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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라는 단어가 있다. 1930년대 미국 문학에 나타난 창작 태도로 현실의 냉혹하고 비정한 일을 감상에 빠지지 않고 간결한 문체로 묘사하는 수법이다. 주로 탐정 소설에 영향을 끼쳤다고 하며, 고대의 난해한 철학서적 [제멋대로 카이조]에서는 하드보일드의 의미와 존재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한 바가 있다.

법에 굴복하면 안된다. 권위에 굴복하면 안된다. 폭력에 굴복하면 안된다. 도덕도 예절도 알 바 아니다. 그러나 "나"의 정의, "나"의 의지에서만은 벗어나서는 안된다. 설령 패배한 개가 될지라도 어금니가 있는 한 물어뜯는 남자, 그 내용물을 단단히 굳혀 얇은 껍질이 깨지더라도 무너지지 않는 남자, 연약한 흰자위가 으스러지더라도 진한 노른자가 원형을 유지하는 남자, 하드보일드란 그런 남자들이 파멸해가는 이야기이다.

소악당이라는 단어가 있다. 왠지 모르게 백과사전에도 안 나와있는 점이 이상하지만 아무튼 있다. 악당을 대악당과 소악당으로 나눠 악의 미학을 알고 확고한 목표를 지니고 스케일이 크고 포스가 넘치고 끝마무리가 깔끔한 카리스마있는 대악당과 그렇지 못하고 쪼잔한 소악당으로 구분하는 개념인 듯한데, 이 작품 [뱀프]에는 사상 최강의 소악당이 등장한다. 좀 치사하고 좀 비겁하고 좀 유치하고 좀 억지스러운, 그러나 대악당 이상으로 의지 강하고 끈질기고 주의깊고 심지 강한, 지독하게 하드보일드한 사상 최강의 소악당이 등장한다.

[뱀프]는 나리타 료우고의 작품이 늘 그렇듯이 지독하게 멋져버린 캐릭터가 가득한 작품이다. 몇 페이지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강렬하게 성장하는 소년, 오라버니만을 따른다는 타인 의존적인 길을 스스로의 의지로 선택하고 스스로 걷는 여동생, 금단의 사랑을 불태우는 남매(거기 오타쿠! 착각하지 마라!), 성장을 거부하고 멈춰버린 미식가, 의도적으로 캐릭터성을 강화한 광대와 뭔가 과로에 지친 샐러리맨 분위기가 나는 마술쟁이(어감상, 요술쟁이로 번역하는 편이 낫지 않았으려나?), 그리고 자신이 택한 길을 극한까지 쌓아올려 완성한 '귀족이자 신사'에 이르기까지 나리타 료우고의 작품선 중에서도 특출날 만큼 멋진 캐릭터만 넘쳐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이 소악당의 존재감은 특출나다.

"난,
[지는 것은 싫어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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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_Goon 2008-03-17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지막글 네타자나요 ㅎ...;
 
셜리
모리 카오루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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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지는 물어보지 마. 슬퍼지니까...

셜리 메디슨이라는 이름의 고아 소녀가 메이드가 되어 행복해지는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는 [셜리]는 모리 카오루의 초기작이다. 초기작답게 그림은 많이 서투르지만 그 서투른 그림체를 뛰어넘는 율동감과 사랑스러움이 담겨 있다. 얌전한 아이가 혼자서 좋아한다거나 춤을 춘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어서 시작했다는데, 그야말로 강아지처럼 사람을 따르는 고양이라고나 할까. 외전격으로 더해진 넬리와 메어리 뱅크스도 나름대로 흐믓한 이야기. 안 그래도 대책없는 콩가루 가문내 미스터리 음모물 [언더 더 로즈] 때문에 마음이 괴로웠는데, 역시 모리 카오루의 작품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그것은 모리 카오루만큼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혹은 그것을 숨기지 않는 사람)도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던가 뭐라던가 따위는 전부 제껴버리고 오로지 메이드와 빅토리아 시대 영국 상류층을 그리고 싶어서 메이드와 빅토리아 시대 영국 상류층을 그린다는 대범한 자세는 감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장대하기까지 하다. 심지어는 엠마와 윌리엄이 본격적으로 고생하게 될(그 당시에 신분을 뛰어넘어 신대륙으로 도망친 것도 아니라 평민 하녀를 상류사회에 끌어들여 놨으니 얼마나 이지메를 당할지 안 봐도 비디오다;;) 7권 이후에 내놓은 8권에서는 엑스트라들까지 모조리 등장시켜 해피엔딩을 만들어버린다. 하나하나, 너무나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이.

그런 점에서 바이크를 그리기 위해 여자를 그리는 후지시마 쿄스케(오 나의 여신님)나 총과 자동차를 그리기 위해 여자를 그리는 켄이치 소노다(건 스미스 캣), 또는 여자아이 이외의 것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아이다 유(건 슬링거 걸) 등등은 비교할 수조차 없다!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삶은 훌륭한 것이지요." - 모리 카오루 어록 중에서.

그런데... 한 화가 없다? 분명 원판에서는 비가 오는데 창문을 못 닫아서 허둥거리던 장면이 있었는데!? 아니, 그것 말고도 어쩌다 축음기를 발견해서 음악 틀어놓고 밤새도록 둘이서 춤 추는 장면도 있었고. 혹시 한 권 더 나와 주려나?(그러고보니 10월엔 엠마 9권이 나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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