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침몰 7
코마츠 사쿄 지음, 잇시키 토키히코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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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판은 취향에 전혀 안 맞았고(...뭣보다 배우들 얼굴이...) 열도 전체가 가라앉아가는 상황에서 어디에도 묶인 것 없기에 훌훌 떠나갈 수 있었던 남자가 하필 이럴 때 여자한테 코를 꿰는 바람에 죽을 고생을 한다는 내용의 소설과는 달리 어린이 과학만화(...)가 되어가던 코믹스판이 이번엔 사회파 만화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할 것이다.

'일본이 통째로 가라앉는다'는 전제를 두고 그 안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내기 위해 민/관/재계가 한 덩어리가 되어 그야말로 '싸우던' 소설판과는 달리 7권에 들어선 '일본침몰' 코믹스는 수도 없이 일어나는 지진재해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믿지도 않는 절대다수의 보통 국민'과 '그 사실을 믿으며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어용교수', '믿지는 않지만 믿는 척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정치가', '그것을 믿으며 대책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팽개친 냉혈한' 등등이 난잡하게 얽히며 사태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어가고 있다.

사실 소설판의 '오오 누가 지키랴 우리 아님 이땅을'하는 분위기가 삐딱한 심성에 안 맞았었는데, 이런 제대로 갈아버리고 싶은 악역(...이라기보다는 쓰레기)가 갈아버릴만한 짓을 해 주니 반가울 따름이다. 나중에 지진 틈새에 끼어서 갈아져 주면 더욱 좋다.

물론 이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육체가 직업적 요구에 따라 특화되어 있어서 '야한 일'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았던 레이코가 마침내 사고를 쳤다는 거지. 오노데라? 그거 먹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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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제받지 못한 자 면제받지 못한 자 1
오인용 지음 / 문학세계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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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업계(...)를 진동시켰던 '오인용' 동영상을 기억하는 나에게는 꽤나 익숙한 그림체다. '오인용 동영상'이 문제의 모 가수를 풍자하기 위한 작품이었다면(최근 들어서, 그 가수는 양반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면제받지 못한 자]는 드물지 않은 군 생활 경험서이다. 제대로 된 남자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그땐 그랬지'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며, 특히 군 전체가 아니라 훈련소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사람이 끝도 없이 치사해지고, 사람이 끝도 없이 피곤해지며, 그리고 정말 시간만 흐르면 다 될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드는 2년 혹은 3년의 시작. 군 생활 지침서야 아주 다양하고 다들 자신의 경험을 잘 살려서 깊은 가르침을 주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볍게 이야기가 전해져 들어오고 이미지로 느껴지는 이 작품은 꽤나 마음에 든다. 군대 갈 동생하게 사 줘야겠다.(그럼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화를 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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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는 우유 배달부!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상상초월 동물생활백서
비투스 B. 드뢰셔 지음, 이영희 옮김 / 이마고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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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인간은 동물과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어디서 삐뚤어졌는지 인간은 동물보다 사악하고 어리석고 비도덕적이라고 믿었다. 지금 생각하면 "하얀 엄니"와 "시튼 동물기"가 원인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이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동물도 만만찮게 사악하다.(...)

[하이에나는 우유배달부]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동물들의 사회적, 집단구조적 관점을 중시하고 그 특이한 점들을 소개하는 드물지 않은 책이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책을 솔찮게 읽은 나로서는 그 내용은 결코 드물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다. 왜 양들은 죽을 때도 침묵하는지, 상어는 난폭한지 아니면 얌전한지, 원숭이는 도구를 만들 수 있는지, 새들은 결혼을 하는지, 이런 사소한 듯한 이야기 속에 인간과 너무나 비슷한 모습들을 그려내보인다.

어느 책이었던가 "멧돼지도 사람과 같아서, 화내고 슬퍼하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동물도 사람과 같아서, 약탈하고 음모를 꾸미고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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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이스마엘 베아 지음, 송은주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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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이라는 만화가 있다.
처음에는 인간이 결정화되어 파괴되는 괴질에 의해 모든 인류가 멸망하고 살아남은 단 셋이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었다가 인간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철학물이 되었다가 알고 보니 인간은 15%도 죽지 않고 잘 살고 있었다는 일반 사회물에서 테러범을 주인공으로 하는 피카레스 로망(...아닌데?)이 되어가고 있는 난해한 작품이다. 아무튼 남미 쪽 캐릭터와 사건을 중심으로 하는 흔치 않은... 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유일한 작품이다. 그러다보니 남미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서 아주 험악한 일상을 보낸 캐릭터가 엄청나게 많은데, 그 중에 아프리카 게릴라조직에 강제로 입대되어 있던 소녀가 있었다.
단 몇 페이지에서 드러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오히려 남에게 핍박받는 인간들이 더 약한 이들에게는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끔찍했던 이야기가, 책으로 나타나 있다.
그들은 이제 19세기처럼 야만인이라고(혹은 우리와는 사고방식이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입고, 같은 것을 꿈꾼다. 그러나 그들의 꿈은 사회의 벽에 가로막히는 게 아니라, 빗발치는 총알과 폭력, 마약 속에서 부서진다.
소년병 문제는 단순한 전쟁의 문제가 아니라, 꿈을 살해하는 짓이다. 이미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은 나라의 현재 세대가 모두 죽어버린 것으로도 부족하여 다음 세대마저 죽이고 있다. 그중 단 한 명이 살아남은 것은,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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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슬립 닥터 진 8
무라카미 모토카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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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힘이 어쩌구 대체의학이 저쩌구 하지만, 인간의 평균수명은 근대를 지나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것이야말로 현대 의학의 힘이 이룩해낸 기적이라 할 것이다. 현대 의학은 세균의 존재를 통해 청결함의 중요성을 증명했고, 충분한 영양섭취의 필요성을 역설했고, 소독법과 수혈법, 항생제와 마취제, 진통제, 외과수술법, 질병의 진단과 예방법, 백신을 개발했다.

물론 인간에게 한계가 있듯이 현대 의학에도 한계는 있다. 백년 뒤의 의사(혹은 다른 무언가)들이 보면 이해할 수조차 없을 만큼 미신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의학은 수없이 많은 생명을 구해냈고 수없이 많은 병을 몰아냈다.

[타임슬립 닥터 진]은 바로 그것을 증명했다. 그림체가 어딘가 가와구치 카이지와 비슷해서 사람을 벙찌게 만들었지만, 전혀 다른 사람인 듯, 어시스턴트였을라나? 이 작품은 일본 개항기라는 일본인들에게는 가장 영향력 있는 시기를 잡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그 시대에 참여하는 정통적인 대체역사물임에도 불구하고 의술이라는 관점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진짜 의학도들이 보면 닥터K와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의학에 대해서는 쥐뿔도 아는 게 없는 나 같은 독자에게 현대의학을 익힌 의사가 과거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강렬한 이미지를 주었다는 점에서 초기의 목적을 완전히 달성한 보기 드문 작품이라 할 것이다.

...근데 페니실린에 뭐에 마구 쏟아부어서 수명이 딱 10년만 늘어나도 농업생산력은 파탄나는데 말이죠. 각기병이 뭔지 가르쳐줬다가 러이전쟁에서 이겨버려도 꽤 황당해질테고... 대체역사물의 공통적인 약점이긴 하지만, 과연 '어느 선까지' 나갈지 완급의 조절이 걱정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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