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과 영혼의 경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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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게임의 이름은 유괴'와 '호숫가 살인사건'으로 시작했다.(뭔가 문맥이 안 맞지만 신경쓰지 말고) 때문에 "뭔가 엄청난 사회파 작가를 발견했다!"를 외치며 다른 책들을 휩쓸어본 결과...

'비밀' '레몬' '백야행'

...뭐야 이건...;;; 물론 좋기야 엄청 좋지만.

최근에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사람을 다시 푹 빠지게 만들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인지라 약간 주저주저하면서 펼쳐본 결과는, 의학물이고 스릴러물이지만 의학스릴러는 아닌 사회파 소설이었다.(...뭐냐)

그리고 늘 그렇듯이 그 핵심에서 그려내는 것은 인간이 스스로에게 갖는 자부심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그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기에 주저하지만 그들은 직업적 요구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도망치던 도둑을 쫓다가 치어 죽여버린 경찰은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의사는 자기 아들을 죽인 환자를 앞에 두고 망설이지 않는다. 이 두 가지야말로 작품을 이루는 핵심이다.

이것은 직업의식같은 어설픈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그들을 의심하고, 서로를 의심하고, 자기 자신을 의심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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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과 천황
카리야 테츠 지음, 슈가 사토 그림, 김원식 옮김 / 길찾기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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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걱정이 들기는 하는데, 일단 그 부분은 별 수 없으니 포기하고.

입헌군주제도 전제군주제도 아닌 상징군주제라는 독특한 국체 하에서 우리 만만찮게 과거의 인습을 쓸어내지 못한 - 그리고 우리 이상으로 그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는 일본의 현황을 매우 편협한 눈으로(이게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는 공평이나 객관적과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고 할 것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것 자체는 악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쟁중에 일어난 잔혹행위, 무엇보다도 전쟁 수행과 관계없는 학살/잔혹행위 등은 분명한 범죄라고 할 것이다. 그런 것을 당연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야말로 인류의 진보라고 할 것인데, 그런 점에서 일본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독일과 비교되어 더욱 심화된다.

본서에서는 그 원인을 상징천황제에 두고, 결코 책임질 수 없는 존재가 모든 책임을 몰아가져간 뒤 모른척하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평가하고 있다. 이 점은 '천황제의 독'에 빠져 있다고 평가하는 일본 뿐만 아니라, 많은 점에서 일본을 닮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주목할 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는 영웅주의적 역사관을 거부하는지라 히틀러가 없었으면 유대인 학살도 없었고 무솔리니가 없었으면 파시스트도 없었으며 천황이 저지했으면 전쟁도 없었으리라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그건 아무런 실권도 없었다고 생각한 천황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주목할 만 하다. 과연 어느 쪽 말이 옳은지, 그리고 그것이 현실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앞으로 다른 정보를 뒤적거려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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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 2 - 최후의 결전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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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참고로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인 츠츠이 야스타카 씨는 자그마치 1934년생.

...나이가 74세...;;;

그런 관계로 좀 걱정했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도 여러 가지 면에서 생각과 달랐기 때문인데(나는 후계작이라 할 수 있는 타임리프를 먼저 보았다;;) [파프리카]를 보고 나서는 고민을 접었다.
츠츠이 야스타카 씨는 라이트노벨을 쓸 수 있다.

...라기보다, 이거 라이트노벨이다! 일러스트레이터 뽑아다가 그림 몇 장 집어넣고, [15세 이상은 세계를 구할 자격이 없다]는 불문율을 감안하여 주인공 나이면 반토막내면 그대로 라이트노벨!
이야기의 시작은 정신의학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이자 유능한 신경정신과 '여'의사 지바 아츠코가, 밤이면 정신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인 파장이 우려되는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악몽을 제거하는 사랑과 정의의 꿈 탐정 파프리카로 변신하여 세계를 구원한다는 내용이다. 거짓말이지만.

현대보다 아주 약간 과학이 발달한 언젠가, 그 세계보다 압도적으로 앞선 과학력에 의해 꿈 속을 드나들게 되어 무소불위의 힘을 지니게 된 '소녀'와 왜 노벨상을 못 받고 있는지 모를(받지만) '박사님', 그리고 박사님의 필생의 연구를 훔쳐 자식의 사리사욕을 위해 사용하려 하는 '악의 조직'까지 그야말로 정통파 라이트노벨이다. 거짓말이지만.

시작은 로빈 쿡 계열의 의학 스릴러에 일본에서는 일반적인 사회파 모험물 분위기로 시작되지만 후반부의 반전... 내지는 폭주가 그야말로 과감한 전개를 이끌어간다. 원래대로라면 반전이 있다는 사실조차 말하면 안 되지만(반전영화 최대의 천기누설은 '반전'영화라는 분류에 있다고 본다;;) 책 뒤표지에도 써갈겨 놨으니 뭐... 그나마 나는 뒤표지 보기 전에 책을 가 읽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2008년 1월 연재될 츠츠이 야스타카 씨의 신작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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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술 살인사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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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SF들은 대부분 상당히 해괴한 지경에 빠져버렸고('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서 달 전체를 100메가바이트짜리 컴퓨터가 통제한다던가) 너무나 첨단과학에 익숙해진 현대의 일반인들, 특히 Sf 매니아들은 어지간한 '첨단'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그나마 그것을 시각화하여 현란한 미래를 그려낼 수 있는 영화 쪽에서는 조금이나마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그리고 그것은 추리소설에도 마찬가지다.

지문 검사하고 탐문 수색하는 정도로 끝나는 옛 시절이 아닌지라 루미놀 반응이니 음성채취니 유전자 분석이니, 경찰이 본격적으로 나서면 대규모의 조직이 없이 완전범죄라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그런 조직이 나왔다가는 사회파 추리소설이나 모험물이 되어 버리고. 괜히 CSI가 인기를 끈 게 아니다.

그런 점에서 시대를 2차대전 이전이라는 과거로 잡고, 오랜 시간이 모든 증거를 제거하였음과 함께 4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어지간한 가능성은 벌써 몽땅 추리를 해 봤다- 는 설정으로 시작되는 '점성술 살인사건'은 너무나 그럴듯한 '독자에게의 도전장'이 되고 있다.

...불행히도 나는 김전일 이전에 '양탄자 늘리기'라는 수학 퍼즐을 푼 일이 있는지라 지폐 얘기가 나오자마자 알아버렸지만. 이런 건 추리를 풀었다고 할 수 없지...
조금 울적해져서 은행 가서 만원짜리 20장과 불투명 테이프를 챙겨온 참이다. 뭣하러 길이를 줄여? 사이를 1mm씩만 띄우면 길이도 똑같게 만들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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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진화 - 과학의 진보가 가져올 인류의 미래
조엘 가로 지음, 임지원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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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일부러 어기려고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처음 봤을 때 궁금했던 것은 과연 이 책의 저자인 조엘 가로와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인 레이 커트와일이 무슨 관계가 있지나 않은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조엘 가로는 특이점주의자가 아니라 이러한 수확 가속의 법칙에 접어든 과학기술의 발달에 맞추어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 것인가를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던 듯하다.

한 가지 시나리오는, 통칭 천국 시나리오이다. 과학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발전하며, 그 발전의 결과 사람들은 더 편리하고 더 행복하며 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것. 궁극적인 초기술주의, 거대기술주의적인 이 사고방식의 핵심은 '기술은 그 발전도 전파도 통제할 수 없으며 처음에는 값비싸고 독점적인 기술일지라도 얼마 가지 않아 가난한 사람들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천국 시나리오에는 인간이 인간의 본성을 포기하고 기계의 통제 역시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본질적인 문제가 따른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통칭 지옥 시나리오이다.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핵폭탄을 하나씩 쥐어 주면 한두 명쯤은 그것을 폭발시키고 말 사람이 있으리라는 너무나 설득력있는 가정에서 시작되는 이 시나리오는 기술의 발달과 확산은 인류가 파멸할 가능성도 기하급수적으로 높인다고 주장하며,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기술 개발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이 이론은 테러와의 전쟁이 '영원한 전쟁'으로 발전하고 있는 현재 매우 시사하는 점이 높고, 특히 그레이 구 이론은 치명적이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에도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기술 발전을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기술의 발전을 통제할 수 있었다면 과학은 구약성서 시대에 앗시리아가 히브리의 모든 대장장이(즉, 야금학자)들을 자신들의 무기 개발 프로젝트에 강제 동원하고 국외 유출을 금지한 시점에서 정지하고, 이웃 나라보다 강력한 철제 무기를 지닌 앗시리아는 현대까지도 전 세계에 공포정치를 펴고 있었을 것이다. 설령 전지구적인 세계정부가 있다고 해도 급진적인 연구 조직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으며, 이러한 지옥 시나리오에 대한 해결책 또한 과학 발전일 수 있다는 반론을 이겨내기 어렵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정치와 도덕이 과학을 억제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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