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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의 여행 8 - NT Novel
시구사와 케이이치 지음, 김진수 옮김, 쿠로보시 코하쿠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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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린 여행자가 모순에 가득찬 세상을 바라보며 여행하는 이야기. 어디선가 익숙하지 않은가? 「어린 왕자」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과 그 모순과 그 아집을 그저 바라보고 지나치는 여행자. 그런 키노의 마음은 나는 신이 되고 싶지 않아요.라는 자신의 발언에 그대로 드러난다. 자신은 타인의 삶을 바꿔주고 소원을 이뤄두는 신이 아니며 신이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지도 않다는 그러한 사고방식에 의해 키노는 모든 삶에서 한 걸음 물러선 관조자의 위치를 지키며 그저 바라본다. 그리고 이런저런 문제들은 the Beautiful World 답게 그럭저럭 아름답게 정리된다. 그럭저럭.

그러나 역시 키노는 어린 왕자가 아니다(본질적인 문제 한 가지는 제껴두고... 이걸 네타하신 분 미워할꺼야아아아!). 이 꼬마는 패스에디더 자격증을 갖춘 숙련된 총잡이이며, 자신을 방해하는 것은 가차없이 쏴버리는 과감성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 과감성이 앞에 과격한을 덧붙여야 할 만한 수준이라, 키노가 지나간 뒤에는 언제나 무언가가 끝장나 있다(먼산). 친구한테 「키노의 여행」의 배경 세계관과 장 하나의 줄거리를 이야기해 줬다가

"뭐야, 싸이코 방랑 살인마 소설이냐"

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 그렇지만 나는 하필이면 왜 키노가 투기장에 출전해 우승한 뒤 그 나라를 멸망시키고 떠나는 이야기인 콜롯세움 이야기를 설명해 줬던가…(먼바다).

이렇게 먼치킨 모험물이지만, 키노가 지나쳐가는 나라들은 하나 같이 독특하고 편집증적이며 현대 사회에 녹아있는 모순들을 깔끔하게 독립시켜서 효과적으로 부각시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키노의 여행은 동화풍이다. 그러나 머리가 굳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동화로서도 모험물로서도 어울리지 않는다. 때문에 나는 진부하고 진부하지만, 「키노의 여행」을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정의한다.

… 메르헨풍 대량학살 판타지라고 불러도 반박은 못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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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8
김경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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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해석이다. 기록, 전승, 전설, 서화, 풍습, 모든 것에서 흔적을 찾아내 끼워맞춰 해석하는 것을 역사라 부른다. 때문에 역사는 해석하기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으며, 그 왜곡 역시 손쉬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유언비어와 혼란이 난무하고 기록 역시 기록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전쟁사는 더더욱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한데, 임진왜란은 조금 특이하다. 조선은 누가 뭐래도 문(文)의 나라였고, 전투보고나 상벌평가도 교차검증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지라 기록이 엄청나게 풍부하다. 그러한 공식 기록 외에도 전쟁에 참여한 장수가 남긴 일기, 피난민들이 남긴 일기, 심지어는 일본인 종군승(승려)의 기록까지 '2차대전보다도 사료가 풍부하다'고 까지 하는 무시무시한 전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왜곡에는 불가능이 없는 듯하다. 그 선두에 '원균 명장론'이라는 역사 조작의 선을 넘어선 '역사 창조'가 있다. '유명인을 욕하면 판매고가 늘어난다'는 격언대로, 이순신 장군에 대한 대응책으로서 원균을 부각시킨 것이 원인일까. 그에 더해 이순신을 '가상역적 1호'로 명시하고 죽일 기회만 노리던 선조의 어거지가 그대로 기록에 남아 이론적 토대가 되어주고 있어서, 오늘날에는 '조선풍 판타지 드라마'가 사극입네하고 공중파를 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식으로 흐르다가는 한 백여년 뒤에는 이 '창조'된 역사가 진실로 남아버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열받아버린 몇몇 현인들이 내놓은 것이 이 책 [임진왜란]이다. [임진왜란]은 소설의 형식을 빌고 있으면서도 '사관은 논한다'는 부록을 통해 최대한 많은 사료를 교차검증하며 그 과정을 설명하고, 어떻게 이런 결과를 도출하였는지 추론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할 뿐 아니라 다른 해석 역시 소개하고 그 논리성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 큰 특징이 있다. 그와 함께, 군사독재정권을 지나며 지나치게 미화된 이순신 장군에 대해 과대평가를 바로잡는 것에도 주목할 만하다. 이순신 장군이 술 좋아하면 어떻고, 계집종한테 푹 빠져서 3일 연속으로 부르면 어떻고, 승진해서 한양으로 가는 부하 장수를 붙잡아 술퍼먹여서 못 올라가게 하면 어떻다는 것인가? 우리들은 이순신 장군을 영웅도 아닌 성웅, 모든 면에서 완벽한 신적 존재로 만들어 놓았다. 원균 명장론이니 이순신 다시보기니 하는 것들도 그러한 지나친 미화에 대한 반발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임진왜란]은 이러한 미화 역시 역사왜곡이라 단정짓고, 최대한의 진실을 찾아 헤메인다.

현재는 과거의 토대 위에 세워져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거짓된 역사는 그 토대를 헤집는 짓이고, 현재를 무너트리는 짓이다. 소설의 형식을 띠고는 있지만 사실상 내가 아는 가장 포괄적이고 가장 확실한 임란 연구서. 그것이 이 [임진왜란]이다. 현존하는 모든 사료를 모두 모아 기술하고, 그 문단만이 아니라 전후사정과 앞뒤문맥을 살펴 옳고 그름을 확인하며, 그 사료를 기반으로 왜 이렇게 해석했는지 철저하게 논박한 [임진왜란]. 인기 좀 끌어 보겠다고, 입방아에 올라 보겠다고 역사왜곡, 역사조작, 역사창조를 감행하는 작자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단순히 분개하고 그 분노를 막무가내로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틀렸고 왜 잘못된 것인지를 이토록 설득력있게 말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음을 감사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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