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이 정도로 분류해두면 안 믿을 수가 없잖아! 이 책의 광고문구는 이렇다. [당신이 한번도 화장을 해본 적이 없고 자연제품만 구입한다 해도, 설령 당신이 남성이라 할지라도, 이 내용은 모두 당신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게다가 현재의 분위기로 봐서는, 10년 뒤에는 남자도 화장을 해야 할 듯한 분위기에서 이건...
이 책이 나오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용서할 수 있다. 특히 한국에는 와인이 모 만화를 기점으로 인식되기 시작한지라 그 과장되고 막나가는 묘사가 없이는 이야기가 안 될 지경인데, 반대로 너도나도 그런 묘사를 사용하고 있는지라 가끔은 웃음이 나오는 책도 있지만(그림체를 생각해라, 그림체를;) 얼마 전의 [와인 인사이클로피디아]와 함께 정말로 도움 되는 책이 나왔다고 할 것이다.
취향에는 살짝 안 맞지만 다시 진지하게 읽어봐야겠다.
내가 이름만 보고도 집어드는 작가 중 한 명이 히가시노 게이고다. 그의 책은 하나같이 내 취향에 맞으며, 특히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사람을 쓰러지게 만들었는지라. 게다가 '탐정 갈릴레오'는 [용의자 X의 헌신]의 탐정인 천재(이 단어에는 '비정상'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물리학자 유가와가 다시 등장한다. ...다시 등장하는 게 아니었다. [용의자 X의 헌신]이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3탄이라네;; 다섯 개의 단편사건집이라 [용의자 X의 헌신] 같은 충격은 약간 부족한 맛이 있는데, [용의자 X의 헌신]보다 먼저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책의 주재는 좀비가 아니다. 좀비라 하면 어느 시절부터 공포의 대명사 내지는 맞고 채이고 깨지는 현대 판타지물의 3D업종(...)이 되어 있는데, 사실 총에 맞아도 죽지 않고, 아무 생각도 없으며, 무한히 '번식'해가는 좀비라는 존재는 현대의 군사력으로도 상대하기 힘든 괴물이다. 그러나 이 책의 주재는 좀비가 아니다. 월드워 Z는 좀비라는 비상사태에 휘말린 사람들이 그 재난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추적한 재난물에 가깝다. 각 개인의 이야기를 추적할 뿐 아니라 각 국가가 그 재난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그리고 현대의 복잡한 국제관계가 이와 같은 비상사태에 어떤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가가 상당히 설득력 있으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추적되고 있다. 좀비라는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쓰나미다 태풍이다 지진이다 온통 시끄러운 외신뉴스를 보면, 현실에서도 비슷한 사건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