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강사 강의 기획 - 컨셉부터 교안까지
도영태 지음 / 더난출판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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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가 되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몇 년간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소수의 인원으로 진행되는 수업이었지만 매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강사 수업을 따로 받은 것도 아니라서 내가 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이 계속 따라다녔다. 이것저것 찾아가면서 수업을 조금씩 보완해 가기는 했지만 늘 부족함이 느껴지는 강사로 지내왔었다. <명강사 강의기획>을 읽는 내내 이 책을 조금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책 저책 읽으면서 조금씩 공부해왔던 강의 준비에 관한 것들이 이 한 권에 몽땅 들어기 때문이다.

제목 그대로 강의 기획을 위한 모든 것에 대해서 설명하는 실용서이다. 군더더기 없이 강의 준비부터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까지 <명강사 강의기획> 한 권이면 어떤 강의든 보고서 발표든 문제없이 준비할 것 같다. 강의 기획이라고 하지만 꼭 강의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경우라면 모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왜 많은 사람들이 강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지부터 설명을 시작하는 <명강사 강의기획>은 강의 기획, 자료 정리,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슬라이드 제작부터 강의교안, 빛나는 클로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강의에 관한 A to Z를 설명한다.

입체적 강의를 시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강의 기획력'이다. 유명 강사들이 말을 잘하고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다음의 3가지 이유 때문이다.
-청중 대부분이 이미 잘 아는 내용을 맛깔스럽게 포장만 한다.
-지극히 평범한 내용을 자신의 개인기로만 승부하려 든다.
-자신만의 콘텐츠 없이 여기저기서 모은 내용을 적당히 편집해 전달한다.

강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미리 강의하는 순간을 생각하며 내용을 작성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명강사 강의기획>에서도 가장 먼저 강사에게 꼭 필요한 교안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미 강의를 하고 있는 강사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강사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거나,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앞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알려준다. 내용 중간중간에 자신만의 강의 스타일을 체크해 볼 수 있는 설문이나 자료를 어떻게 꾸며야 하는지 등에 관해 시각적인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어서 실제 강의 교안을 만들 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강의교안이나 강의 알고리즘 등 강의 기획의 큰 맥락에 관한 설명도 좋지만 곳곳에 들어있는 깨알 같은 팁을 알려주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예를 들어 주목을 끌 수 있는 인상적인 제목을 짓는다거나, 강의 시작할 때 3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등 꼭 강의가 아니라도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 응용해 볼 수 있는 노하우가 많아서 <명강사 강의기획>이 특정한 분야의 실용서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저자는 강의 내용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자료를 만드는 파워포인트의 중요성에 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나 역시도 예전에 강의를 하면서 교육생들 앞에서 보여줄 자료에 관한 중요성을 느꼈던 적이 많다. 그래서 <명강사 강의기획>이 시대에 뒤처진 강의 기획에 관해서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현재의 강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빼놓을 수 없는 SNS를 이용하라는 조언도 있는데 무작정 SNS를 시작하라는 것이 아니라 왜 SNS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서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강의에 관해 모든 것을 알려주는 실용서답게 <명강사 강의기획>의 마무리는 어떻게 클로징을 하느냐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다양한 클로징 기획에 관한 팁도 알려준다.

강의의 클로징은 비행기의 착륙과도 같다. 자연스럽게 연착륙해야 한다. 유난히 덜컹거리며 착륙하거나 갑작스럽게 급브레이크로 멈추면 청중은 당황한다.

<명강사 강의기획>은 강사와 강사 지망생은 물론,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실용서이다. 저자인 도영태 소장은 강의 경력이 15년이나 되는 명강사로 실전에서 사용되는 강의의 기본과 노하우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강의나 발표를 준비 중일 때 옆에 두고 참고한다면 분명 몇 단계 더 발전된 강의 교안을 작성하고 사람들의 큰 박수를 받아낼 수 있는 열정적인 강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예전 강의를 그만두고 다시는 수업을 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생각지도 못한 수업을 일 년에 한두 번은 할 경우가 생겨버렸다. 제대로 된 강의 준비를 한다기보다 항상 그 상황만을 넘기기에 급급했었다. <명강사 강의기획>을 읽으면서 다음에 언젠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지금까지보다는 조금 더 체계적으로 자신감 있게 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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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먹고살기 - 여행을 업으로 삼는 고수들의 노하우 먹고살기 시리즈
임효정 지음 / 바른번역(왓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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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고 사진 찍기와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직업이 바로 여행작가가 아닐까? 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여행작가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지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서 늘 꿈만 꾸다가 제자리에 머물고 만다. 왓북에서 출간하는 먹고살기 시리즈를 무척 좋아한다. 글을 쓰면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먹고살기 시리즈는 고수들의 숨겨진 팁을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책이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여행작가로 먹고살기> 역시 여행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여러 가지 노하우를 알려준다.

 

<여행작가로 먹고살기>는 여행작가의 장단점부터 어떻게 여행작가가 되는지, 글쓰기와 사진 찍기에 대한 연습 방법 등을 조목조목 이야기해 준다. 특히 현재 여행작가로 활동 중인 고수들의 노하우를 인터뷰 형식으로 읽을 수 있는데 지금까지 읽었던 어떤 조언보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 자신만의 여행기를 작성해 보고 싶은 사람,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부터 전업 여행 작가를 준비 중인 사람까지 누구에게나 맞춤형 정보를 알려준다.

 

막연하게 시작하면 된다는 식의 희망고문을 하는 책이 아니다. 어떤 직업을 시작하든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경제적인 문제에 관해서 직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전에는 충분히 여행작가로 시작해 볼 수 있는 여행들이 보편적인 여행이 되어버린 요즘, 어떻게 준비해야 위험요소를 최소한으로 시작할 수 있을지 정확하게 이야기해 준다. 그래서 더욱 믿음이 생겼다.
'자~여러분, 열정이 있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직장에 사표를 내세요.' 라는 말은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행작가로 먹고살기>는 여행작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각종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읽어봐야 할 여행잡지와 독자투고를 통해 작가로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정보, 온라인 팸투어 카페를 통해서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는 등 여행작가가 되기 위한 모든 방법을 알려준다. 알고 있던 정보도 있었지만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들도 많아서 <여행작가로 먹고살기>를 읽으면서 끊임없이 인터넷을 접속해 카페에 가입하고, 책 속에 등장하는 작가와 기자들의 글들을 열심히 읽었다. 보석 같은 팁들이 가득한 <여행작가로 먹고살기>는 두고두고 읽어봐야 할 책이다.

 

꼭 여행작가를 꿈꾸는 사람이 아니라도 자신만의 글을 써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블로그를 이용하라는 조언은 저자의 이야기에서 뿐만 아니라 여행작가들의 인터뷰에서도 끊임없이 나온다. 블로그를 통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선 고수들의 이야기와 함께 어떻게 블로그를 운영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팁은 지금 당장 실천해 볼 수 있는 것들이라서 좋았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글을 잘 쓰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장 기본이에요.
사람이 글을 잘 쓴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뿐 아니라 취재나 일을 할 때 논리적으로 접근이 가능한가, 얼마나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가, 태도는 어떠한가, 이런 것들이 글의 깊이에서 다 드러나요.
어떻게 보면 학교에서 제일 쓰기 싫었던 리포트처럼 긴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의외로 없어요. 왜냐하면 원고지 40~50매를 써야 하거든요. 그 정도의 긴 글을 쓰려면 스스로 상당한 트레이닝이 없으면 불가능해요.

여행작가들과의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바로 글을 잘 써야 한다는 것이다. 여행작가도 작가다. 사진이 있지만 글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정보와 감동을 전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글을 잘 써야 한다.
여행작가 입문 방법이나 여행계획 세우는 방법등도 좋았지만 <여행작가로 먹고살기>에서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던 건 여행작가의 글쓰기 노하우에 관한 것이었다. 글쓰기라는 것이 분야에 따로 조금씩 다르기도 하지만 기본은 같다. 매체별로 어떻게 글을 써서 보내야 하는지 등 여행작가로 활동할 때 도움이 되는 팁과 함께 기본적인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정보가 흘러넘치는 세상이다. <여행작가로 먹고살기> 안에 담겨있는 내용들은 이미 수많은 검색을 해봤을 당신이 알고 있는 것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당신은 지금 여행작가가 되었는가?
친구에게 말하듯 조곤조곤하게 이것저것 알려주는 <여행작가로 먹고살기>의 저자는 마지막에 현실을 깨닫는 한 방을 날려준다.

이제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미친 실천력'이다.

당신은 이미 모든 정보와 지식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지금 당장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도전하는 것이다. 여행작가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직업이다.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로망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여행을 사랑하고 기록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여행작가란 돈도 벌고 여행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임에는 틀림없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여행 이야기가 있다. <여행작가로 먹고살기>를 읽은 후, 길 위에서 느꼈던 행복을 함께 나누는 여행작가가 되고 싶다면 일단 시작하자. 한장의 사진과 짧은 메모도 좋다. 이미 여행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두근거렸다면 당신은 이미 여행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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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짖는 기술 - 욱하지 않고 상대의 행동을 바꾸는 고수의 대화법
나카시마 이쿠오 지음, 정선우 옮김 / 다산3.0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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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쉽 강좌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배웠던 인간관계의 노하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라는 것이다. 이것 외에도 사회생활을 하는데 꽤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대화법을 많이 배웠다. 하지만 불편한 상황이나 싫은 소리를 해야 할 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배우지 않았다.

나는 무척 단순한 욱순이다. 불같이 화를 내지만 돌아서면 단기기억상실증 물고기인 도리처럼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상대방은 상처받고 기억하기 때문에 우리의 관계는 예전과는 크게 달라져 버린다. 사회생활을 할 때 이런 성격은 손해를 많이 보지만 어떻게 화를 내고 잘못된 것을 고치도록 말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칭찬에 인색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칭찬은 쉽지만 <꾸짖는 기술>에 나오는 것처럼 아랫사람을 꾸짖거나 상대방에서 잘못된 점을 이야기하는게 더 어렵다. 아마 나와 같은 사람이 많지 않을까?
<꾸짖는 기술>은 그러한 상황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하수들에게 어떻게 꾸짖음으로써 더욱 존경받는 직장 상사, 믿음직한 부하직원이 될 수 있는지 비밀의 대화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꾸짖는 기술이란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부하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책은 무척 자세하게 각각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직장생활에서 우리가 경험해 볼 수 있는 모든 순간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부하의 불안한 마음을 헤아려서 꾸짖고 그 후에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매일 회의 시간에 늦는 부하직원을 제대로 꾸짖는 방법으로 침묵을 이용해 꾸짖는 방법을 알려준다. 상사의 입장에서 섬세하게 모든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부하직원을 다루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꼭 필요한 방법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직장을 벗어나 일상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길지 않은 단락으로 나눠진 설명도 좋지만 중간중간에 첨부된 그림 설명은 이해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조금 생뚱맞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책 내용보다 그림으로 비교해 놓은 것을 보는 게 이해가 더 쉬웠다.

<꾸짖는 기술>을 읽었지만 실생활에서 말하기가 그래도 어렵다는 사람들을 위해서 책 마지막에는 100가지의 꾸짖는 문장을 알려준다. 상대방의 사기를 북돋을 때 하는 말부터 반항적인 태도를 누를 때 하는 말까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01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열심히 해봅시다" - 실패해서 침울해하는 부하에게 그럴 틈이 없다며 힘을 복돋아준다.

칭찬을 할 때 구체적으로 하라는 조언처럼 꾸짖는 것도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상황별 맞춤형 꾸짖는 문장들은 평소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당최 감이 오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조언이 될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일이 꽃날로 기쁨이 가득한 즐거운 상황만 생기지는 않는다. 내키지 않지만 잘못된 점을 지적해야 할 때도 있고 더 나은 방향으로 지도해야 할 때도 있다. 즐겁기만 한다면 발전은 없다. 당장은 서로에게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된 꾸짖음 뒤에는 인간관계나 일적인 부분 모두 더욱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다. 긍정과 부정은 함께 한다. <꾸짖는 기술>은 칭찬과 함께 대화법에서 꼭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대화법 지침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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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포토스의 배 - 제140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쓰무라 기쿠코 지음, 김선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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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포토스가 어떤 식물인지 검색해 봤다. 원래 식물의 종류를 잘 모르지만 책 표지에서 보이는 라임포토스는 어디선가 본듯한 식물이었다. 아, 이 화초 이름이 라임포토스였구나.
알쏭달쏭한 기억력이 맞았다. 예전에 우리 집에도 있었던 밋밋한 화초였다.

라임포토스. 눈에 띄지 않고 너무나도 평범한 식물. 있는 듯 없는 듯 알 수 없지만 묵묵히 자기 자리를 열심히 지켜내고 있는 화초. 작가는 라임포토스의 이런 특징에 빗대어 지독한 현실 속에서 살고있는 29살의 평범한 두 명의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라임포토스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포토스였다. 여러 가지 상징을 가지고 있지만 포토스라고 하면 가장 먼저 '갈망' 을 의미한다. 어떤 대상에 대한 갈망,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 나는 <라임포토스의 배>를 읽으면서 짙푸른 식물인 라임포스트가 아니라 포토스, 즉 갈망이라는 단어가 계속 떠올랐다.

 

<라임포토스의 배>에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세계 일주 크루스 여행을 꿈꾸며 하루의 대부분을 일하는데 보내고 극단적으로 절약하며 살아가는 나가세에 관한 이야기인 '라임포토스의 배'와 힘든 회사생활과 동료들 사이의 따돌림을 견디지만 결국엔 사표를 내고 나오는 쓰가와가 주인공인 '12월의 창가'이다. 서로 다른 짧은 단편들로 보이지만 두 편을 모두 다 읽고 나면 '12월의 창가'의 쓰가와가 '라임포토스의 배'의 나가세는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갈망. 내가 느꼈던 것은 그녀들의 열망이었다. 1년 연봉과 맞먹는 세계 일주를 위해서 쉼 없이 일하는 나가세와 다른 회사를 꿈꾸는 쓰가와는 가지지 못한 대상을 동경한다. 많은 것을 가지지 못한 20대의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은 예전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짧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일하는 자신이 아니라, 자신을 계약직으로 고용한 회사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역겨웠다. 시간을 팔아 번 돈으로 음식물과 전기, 가스와 같은 에너지를 고만고만하게 사들여 겨우겨우 살아가는 자신의 불안한 삶이. 앞으로도 그래야만 한다는 사실이.

 

<라임포토스의 배>는 가벼운 단편 소설로만 읽어버리고 덮기엔 아쉬운 책이다. 분명 유쾌하게 읽어나갈 수는 없다. 그녀들의 무거운 일상을 이야기하지만 힘든 삶에 잠식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장소를 향해서 천천히 하지만 정확하게 걸어나가고 있다. 마치 힘든 당신들도 이렇게 살면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 소설이지만 <라임포토스의 배>는 한국에 살고 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여성, 직장인인 우리들에게 힘을 내라고 한다.

나가세와 쓰가와는 예전의 나의 모습이었고 우리의 그때이다. <라임포토스의 배>를 읽으면서 자주 책을 덮고 생각했다. 세계 일주 크루즈를 원하며 독하게 절약하는 나가세의 모습에서 가고 싶은 여행을 위해 기를 쓰고 출근했던 나의 모습이 보였고, 회사 내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는 쓰가와의 이야기에서 이직 후 적응하지 못했던 내가 있었다. 아마 평범한 이 시대의 여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그녀들의 모습에서 자신들의 한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겨내서 현재까지 잘 살고 있으니까 나보다 더 강한 책 속의 그녀들도 잘 이겨내며 살아갈 것이다. 삶의 한 고비를 넘긴 사람이라면 피식 웃으며 두 편의 소설을 읽을 것이다. 현재 그녀들과 비슷한 상황 속에 있는 사람이라면 <라임포토스의 배>를 통해서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두드려 맞고 상처가 아물면서 지독한 이 현실에 적응해 가는 것이다. 현실에서의 우리와 책 안의 그녀들은 힘든 삶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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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제대로 떠나본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것들
HK여행작가아카데미 지음 / 티핑포인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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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책은 시간과 장소 그리고 작가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느낌이 무척 다르게 표현되는 책이다. 지나간 여행을 추억하며 아련함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 있는가 하면 짐을 싸서 가까운 곳이라도 당장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 있다. <여행의 이유>는 후자에 가까운 책이다. 이 책에는 여행작가아카데미를 졸업한, 여행에 대한 열정이 엄청난 졸업생 29명의 다양한 여행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한 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여행이야기만 들어도 엉덩이가 들썩이고 의미 없는 항공권 검색을 하게 되는데 나와 같은 일반인들이, 오직 여행을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그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들을 들려주는 <여행의 이유>는 절대 누워서 볼 수 없는 책이었다.

나는 <여행의 이유>를 올여름 가족여행에 함께 했다. 일정상 저녁에 책을 읽은 시간이 있을 것 같아서 망설임 없이 <여행의 이유>를 가방 안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하루 일정을 마친 후 게스트하우스에서 운영하는 작은 카페에 앉아서 한달음에 책을 다 읽어버렸다. 아니다. 읽었다기보다는 책 안으로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남해도 가고 부산에서 함께 커피도 마셨고 창이국제공항의 밤하늘도 날았다. 낯선 여행지의 조용한 카페에서 읽는 <여행의 이유>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나의 여행 파트너였다.

 

세상의 모든 길은 당신 앞에서 시작하며 그 모든 길은 오직 당신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당신이 지금 서 있는 이곳이 당신의 새로운 주소다.

 <여행의 이유>는 풋풋한 초보 여행작가들의 의미 있는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외국뿐만 아니라 한국의 보석 같은 여행지도 알려주고 있는데 가본 장소에 관한 글을 읽을때면 그 곳을 누구와 어떻게 다녀왔는지 기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아직 다녀오지 못한 여행지는 다음 여행할 곳으로 체크하며 읽어나갔다. 길지는 않지만 작가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여느 책을 읽을 때보다 더 차분히 읽었고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사진들을 보며 그 곳의 그 순간을 함께 즐겼다.

책을 읽던 중에 깜짝 놀랐다. 지리산 둘레길에 관한 글 말미에 작가가 지났던 오미마을과 운조루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여행의 이유>를 읽고 있는 그 순간, 나는 오미마을의 운조루 옆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우연 같은 순간이 새겨진 책은 더욱 기억에 남는다. 지리산 여행을 떠올릴 때면 즐거웠던 여행의 한때도 추억하겠지만 다른 시간, 같은 장소를 공유했던 <여행의 이유>도 함께 생각나겠지.

여행. 두 음절의 이 단어만 들어도 언제나 가슴이 두근거린다. 익숙한 곳은 편안하지만 낯선 공기가 가득한 여행지는 두렵다. 하지만 그 두려움이 나에게 살아갈 이유를 준다. 여행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상관없다. 일상인 듯 무심하게 다녀오는 여행이든, 가슴 깊이 사연을 가득 안고 떠나는 여행이든 모든 떠남의 이유는 언제나 옳다.

<여행의 이유>를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왜 여행을 좋아하는지, 나의 여행의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하지만 굳이 그런 이유를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여행은 나에게 그 자체가 이유였다. 이 책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들, 여행을 준비 중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여행작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여행의 이유>는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지만, 나도 언젠가는 그들처럼 낯선 공간의 매력을 가득 담아놓은 여행 에세이를 써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들을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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