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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 - 당신이 믿는 역사와 과학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들
맹성렬 지음 / 김영사 / 2017년 3월
평점 :
세상 어느 것에 개인 취향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 있겠냐만은 책은 그중에서도 특히 더 사람마다 확실하게 구별되는 취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장르에 상관없이 많은 책을 읽는 사람이 있고 로맨스나 추리처럼 지독하게 한 장르만 파고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읽고 싶은 장르가 있거나 좋아하는 작가가 있냐고 물어봐도 그런 건 없으니 당신이 읽어보고 재미있었던 책을 소개해 주면 된다고만 한다. 정말이지 가장 난감한 상황이다. 내 경험상 무난하고 읽기 쉬운 책이라고 빌려줘도, 책을 많이 읽는 것 같아서 물어봤는데 책 고르는 센스가 없다는 등의 잡설과 함께 돌려준다. 최근에 읽은 것 중에 정말 재미있었다고 생각하는 책을 빌려달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사피엔스'이다. 하지만 이 책을 빌려주면 받기도 전에 두께에서 거부당하고 말 것이다. 옷에도 취향이 있고 영화에도 좋아하는 장르가 있다. 왜 다들 책에도 지독한 개인적 취향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는 걸까. 그런 지독한 취향을 앞세워 말한다. 이 책,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은 나에게 무척 재미있는 책이었다.
세상은 무척 길고 굉장히 넓다. 시간의 거리를 느낄 수도 없을 만큼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있었고 역사가 쌓여왔다. 진실과 이설이라는 딱 두 가지를 놓고 선택한다면 나는 이설 쪽을 더 믿는 사람이다. 살아보지 못한 시대, 단지 전해져오는 것만으로 도출해 내는 진실들이 과연 진실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가.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하늘을 날았고 우주를 가고 그 이상으로 과학이 발전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아직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제작된 과정을 추론할 뿐이고 새롭게 발굴되는 유물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수많은 가설만 등장한다. 세상엔 우리가 알고, 또는 우리가 모르는 미스터리가 곳곳에 숨어있다.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은 제목처럼 나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줬고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었다.
본격적인 미스터리 소개에 앞서 각 장을 대표하는 사진들이 먼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집트 벽화와 옥수수 부조, 고대 전지, 레이건 대통령의 모습 등 이 책에서 알려줄 미스터리가 어떤 것인지 살짝 맛만 보여주는 사진은 너무 전문적으로 접근해서 처음에 다소 읽기가 어려운 책의 내용을 빨리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에는 총 7가지의 미스터리가 등장한다. 이집트 미라에서 발견된 코카인 미스터리, UFO와 미국 대통령들의 얽힌 사연들부터 생물학으로 보는 생명체 진화의 미스터리, 천재 물리학자가 초능력 이론에 빠져들게 된 이야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미스터리가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는 바로 경주 첨성대에 관한 것이었는데, 익히 알고 있던 천문대설보다 더욱 믿고 싶은 가설들을 읽으면서 또 다른 지식과 시각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다. 자신이 흥미를 가지는 분야부터 찾아서 읽어도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나처럼 과학적 지식이라고는 1도 없는 사람은 역사와 관련된 미스터리부터 읽으면 좋을 것이다.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에 결론은 없다. 지금까지 미스터리였고 앞으로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까지 여전히 수많은 가설들뿐이지만 저자는 과학자답게 왜 미스터리이며, 어떤 가설들이 있고 각각의 가설들은 어떻게 결론에 도출되는지 각종 자료와 함께 과학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1995년 빌 클린턴은 13세 소년이 보낸 편지에 공개 답변을 한 적이 있다. 그 소년은 1947년 로즈웰에 추락한 UFO 잔해와 외계인 시신을 미 공군에서 회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는데, 여기에 대해 빌 클린턴은 모른다고 하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공군에서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자신도 진실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이 한 이 발언은 1996년에 개봉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SF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적절하게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