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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멈추는 날 - 전 세계 대규모 자산 동결이 시작된다
제임스 리카즈 지음, 서정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6월
평점 :
<은행이 멈추는 날>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제목처럼 앞으로 은행이 설 자리를 잃는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최근 온라인 은행인 K-뱅크가 생겨나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은행을 이용하고 있으며 점점 오프라인 은행 지점들이 통폐합되는 것을 보며 <은행이 멈추는 날>도 금융권에 대한 미래를 내다보는 책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몇 장을 읽고나니 <은행이 멈추는 날>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더 크고 더 무서운 세계 경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말하는 책이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읽기가 어려웠다. 경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엔 다소 어려운 경제용어와 한국 경제가 아닌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하는 전세계 돈의 흐름에 대해 다루고 있어 경제나 금융, 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나는 읽는내내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어려운 책인 것만은 아니었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른 후에 만나는 평지와 시원한 바람처럼 <은행이 멈추는 날> 곳곳에는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볼 수 있는 팁을 심어놓고 있다.
만약에 자산이나 채권등에 관심이 있고 경제서적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이 책은 조금 더 깊은 세계 경제의 흐름을 볼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비록 그 흐름이 일반 시민들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이지만 세상은 과거에도 현재도 특정한 국가의 몇몇 사람들에 의해 흘러가고 있으니 우리는 그 사람들이 꼭꼭 숨겨놓고 아무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그 사실들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은행이 멈추는 날>의 서문에서 저자는 경제학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경제학은 과학이지만 경제학자는 대부분 과학자가 아니다. ~ 오늘날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성장둔화는 이런 자기기만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는 마치 수학책의 한 페이지를 보듯 다양한 증명식이 등장한다.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은 경제 문외한인 나에게 어려운 것들이었다.
<은행이 멈추는 날>의 영어 제목인 '멸망의 길'처럼 앞으로 전 세계에 닥쳐올 경제적 위험이 궁금하다면 세계의 큰 흐름을 꼼꼼하게 집어서 이야기 해주는 이 책은 더할나위 없이 안성맞춤일 것이다. 하지만 그 흐름을 보기 위해서는 경제에 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이 있거나 여러 경제 서적을 읽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다. 만약에 2018년에 다가올 전 세계적인 경제 상황이 궁금하다면 워밍업을 먼저 한 후에 <은행이 멈추는 날>을 읽어보길 권한다.
마치 세계 경제에 관한 음모론을 보는 것 같았다. 다수에 반기를 드는 음모이론들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은행이 멈추는 날>에서 이야기하는 것들에는 확실한 증거가 있고 이유가 있었다.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들이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지구 상의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일 뿐인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고 믿는 나에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엘리트들은 소수의 음모이론이 아니었다. 아이스 나인이니, 쇼크 독트린이니 생소한 단어와 전문적인 용어들이 잔뜩 들어있는 책이었지만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비밀 연구소, 정치권력을 움직이는 은행 권력등에 관한 이야기는 어려워도 끝까지 책을 읽을 수 있게 도와주는 흥미진진한 것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