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피아노 폼 나게 잘 치면 소원이 없겠네 - 어떤 곡이든 쉽게 치고 싶은 초중급자를 위한 4주 완성 피아노 연주법, 연주 동영상 QR코드 제공 소원풀이 시리즈 4
모시카 뮤직 지음 / 한빛라이프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엄마는 피아노 소리를 참 좋아한다. 언젠가는 피아노를 꼭 배워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는데 늘 그렇듯 먹고살기 바쁘다 보니 피아노 학원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내가 배웠다. 엄마는 당신의 로망인 피아노 치기를 나를 통해 이루고 싶어 하셨다. 원래 끈기라고는 1도 없는 성격이라 학원을 진득하니 다니지 못했는데 피아노 학원은 꽤 오랫동안 다녔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을 때도 피아노 학원만은 꼭 보내주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피아노에 대한 엄마의 열정에 답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럽다. 하지만 나는 피아노보다는 태권도 학원을 가고 싶었다. 초등학교 내내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엄마는 늘 피아노 학원을 보냈다. 배우고 싶지 않았지만 계속 다니다 보니 얼렁뚱땅 여러 곡을 쳤고 주말 아침에 연습곡을 어설프게 뚱땅대는 소리는 엄마의 즐거움이었다.

넉넉하지 않았지만 중형 피아노도 구입했다. 이유는 단 하나, 피아노 치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 엄마의 소원이었다. 어렸던 나는 엄마가 원하는 곡 대신에 대충 피아노 학원에서 쳤던 이런저런 곡을 마구 두드려댔지만 그럼에도 엄마는 참 좋아했었다. 나이가 들면서 여전히 내 방 한켠에서 썩어가고 있는 피아노를 볼 때마다 엄마에게 죄송스러웠다. 일요일 아침에 '피아노 한 번만 쳐주면 안 될까'라고 말하는 엄마의 부름이 귀찮았었다. 그래서 피아노는 언제나 마음 한 켠에 남아있는 큰 숙제다.

가끔 한 번씩 책을 펴놓고 연습을 하곤 하지만 초등학교 때 배웠던 피아노가 제대로 기억날 리가 만무하다. 피아노 학원이라도 다녀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이 책을 읽었다. <나도 피아노 폼 나게 잘 치면 소원이 없겠네>는 피아노는 배웠지만 기억나지 않거나 어느 정도 칠 수는 있지만 악보를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어중간한 중초보들에게 보다 쉽게 피아노를 칠 수 있는 팁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어렸을 때 피아노는 배웠지만 꾸준히 연습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곡을 치기란 무척 어렵다. 하지만 다룰 수 악기가 무엇인가요 묻는다면 주저 없이 피아노라고 말하는, 마음속에서만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나도 피아노 폼 나게 잘 치면 소원이 없겠네>의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마스터하면 자신 있게 피아노 좀 친다라고 말할 수 있다, 한 달 간 저자들만 믿고 따라오라고 말이다.

퇴근 후에 피아노 학원을 갈 시간이 없다면, 예전처럼 끊임없는 반복연습이 벌써부터 두렵다면 일단 한 달 만이라도 저자들의 레슨에 따라가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특히 이 책은 '있어 보이는 연주를 위한 가장 가성비 좋은 방법'을 알려준다고 하니 시간도 없고 빠른 시간 안에 한 곡을 멋들어지게 쳐내고 싶어 하는 어중간한 피아노 연주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딱 맞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피아노 폼 나게 잘 치면 소원이 없겠네>는 피아노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보는 책이 아니다. 악보는 좀 볼 줄 알지만 임의로 코드 반주를 넣는 게 힘들다, 그래도 피아노 몇 년 쳐봤는데 더 나아가 언제 어디서든 있어 보이는 연주를 하고 싶다, 우연히 듣고 좋아하게 된 곳을 악보 없이도 스스로 카피해 연주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다. 만약에 당신이 태어나서 피아노를 처음 치는데 학원을 갈 시간은 없고 책을 통해 먼저 배워보고 싶다면 저자의 첫 번째 책인 <나도 피아노 잘 치면 소원이 없겠네>를 마스터하고 이 책을 읽길 바란다.

3장으로 구성된 <나도 피아노 폼 나게 잘 치면 소원이 없겠네>는 피아노 코드 반주 법 정복하기, 그럴듯하게 한 곡 연주해보자, 치고 싶은 노래는 따로 있는 데로 나눠 다시 피아노를 치는 사람들이 두려움 없이 따라올 수 있도록 차근차근 한 단계씩 이끌어준다. 책에서는 날짜별로 나눠 C 키부터 D 키까지의 코드법, 다양한 음악에 나오는 코드 진행, city of stars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책을 따라 진도를 나가도 좋지만 날짜 구분 안에서도 다시 짧은 구성으로 나눠져있기 때문에 자신의 피아노 실력에 맞춰 조금 더 빨리 또는 조금 느리게 연습해도 될 것이다.
<나도 피아노 폼 나게 잘 치면 소원이 없겠네>가 독학 피아노 연습에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스마트폰으로 바로바로 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쳤었더라도 다시 시작하는 피아노 연습이 마냥 쉬울 수만은 없다. 그럴 때면 QR 코드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시청을 할 수 있으니 마치 피아노 학원에서 선생님께 레슨을 받는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악보와 함께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사진을 첨부해 놓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두 손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다음 음으로 넘아가는 방법은 직접 배우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 연습하는데 무척 도움이 되었다.

처음에 <나도 피아노 폼 나게 잘 치면 소원이 없겠네>를 읽으며 피아노를 칠 때는 금방이라도 예전 기억이 마구 떠올라 피아노를 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피아노 연습을 시작하고 하루가 지나고 일주일이 흘러도 여전히 헤매고 있는 내 모습에 짜증이 나서 그만둘까 싶기도 했지만 퇴근 후나 주말에 고작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피아노 치는 걸로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말처럼 한 달 동안 <나도 피아노 폼 나게 잘 치면 소원이 없겠네>를 열심히 따라 치다 보면 원하는 한두 곡 정도는 잘 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럴만한 시간도 없고 기억 속의 피아노 실력은 너무 깊숙이 숨어버렸기 때문에 나의 진도에 맞춰 느긋하고 천천히 따라가기로 했다. 아주 오래전에 들어주지 못했던 엄마가 듣고 싶어 하는 그 곡을 목표로 이번 주말에도 -뒷집에는 미안하지만- 열심히 피아노를 뚱땅거리고 있다. 언젠가는 나도 폼나게 피아노 한 번 칠 수 있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은 강
핑루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검은 강>에 실려있는 저자의 인터뷰는 다음과 같다.

장면과 줄거리는 실제 사건과 유사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인물의 배경과 내면세계는 순전히 허구입니다. 이것은 소설입니다. 독자들이 실제 사건과 인물에 일일이 대입하지 않길 바랍니다. 훙타이를 포함해 모든 인물은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 그녀의 대답을 먼저 봤었어야 했다. <검은 강>의 모티브가 되는 사건은 실제 대만에서 일어났던 일이라는 것만 알고 책을 읽기 시작했고 곧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잊어버렸다. 핑루는 <검은 강>을 통해 집단의 무서움,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어두운 현실을 비판하고자 했지만 나는 그녀의 의도와는 달리 자전과 훙타이, 훙보에게 돌아가면서 빠져들었다.

<검은 강>에 등장하는 인물을 비롯한 모든 이야기는 소설이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자전에 몰입해 그녀를 욕하면서도 동정했고, 훙타이가 되어 그녀의 자존심을 비웃다가 처량하게 바라보았다. 교활하고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던 훙보 역시 어느 순간에는 늙은 그의 육체처럼 한없이 작아 보이기까지 했다.

누구에게나 이유가 있다. 그리고 사람은 자신만의 이유에 따라 행동한다. <검은 강> 속 세 명의 인물 역시 그렇다.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악인인지 책을 읽을수록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니 <검은 강>을 읽는다면 잊지 않길 바란다. 이 이야기는 소설이다. 허구이다. 그러니 나처럼 검은 강에 너무 깊이 빠져들지 않기를.


2013년 2월 대만 단수이허 기슭에서 두 구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남자는 79세의 사업가이고 여자는 57세의 교수로 두 사람은 부부였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을 흉기로 찔러 죽인 사람은 근처 카페에서 일하는 27세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부부의 돈을 노리고 살인을 저지른 냉혹한 가해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뱀과 전갈처럼 남에게 해를 가하는 여자를 비유하는 말인 사갈녀라고 불렀다.

<검은 강>은 대만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바탕한다. 저자인 핑루는 재판 과정과 언론의 행동을 보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고 한다. 젊은 여자가 돈을 노리고 부유한 노인을 유혹한 후에 죽였다는 정해진 틀 안에 피의자를 맞춘 채 그녀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한다. 그녀는 '왜' 부부를 죽였을까.


<검은 강>은 자전이 살인을 저지른 순간을 시작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왜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과정을 보여준다. 자전의 시각과 이미 죽은 훙타이의 입장이 서로 교차되는 이야기 구조가 무척 독특했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후 사람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페이지는 제 삼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었다.

카페 점장으로 일하는 자전은 가난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지만 언젠가는 자신만의 카페를 운영하고 남자친구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를 바라는 평범한 젊은 여자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나이 든 남자들의 사랑과 욕망을 구별하지 못한다. 역시 가난으로 힘겨워 하는 엄마로 인해 주눅 들어 성장하게 되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가 없었다. 그런 그녀가 넉넉한 경제력을 앞세우고 사랑이라는 달콤함을 건네는 훙보와 관계를 가지게 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해야 할까?

<검은 강>은 질문을 하게 되는 책이었다. 저자가 '왜'에 대한 의문으로 이 책을 쓴 것처럼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들의 행동에 끊임없이 '왜'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만약에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들은 모두 외로운 사람들이다. 두 명의 여자, 자전과 훙타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잃고 싶지 않았고 훙보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새롭게 가진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남자친구와의 평범한 삶을 잃어버릴까 두려웠던 자전, 남들의 이목이 신경 쓰여 쇼윈도 부부로 살아온 훙타이, 그리고 늙어버린 육체 속에 갇혀있는 열정적인 영혼의 훙보, 모두에게 사회가 가진 문제들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돌이길 수 있는 순간은 언제였을까?
서랍에서 캡슐을 꺼내던 순간?
수풀 속에 칼을 숨겨두었던 순간?
결정적인 것은 그날 오후에 손님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 여러 가지 필연과 우연히 얽히고설켜 룰렛판 위의 흰 공이 돌다가 한순간 어느 칸에서 멈춘 것이다.

범인은 실제로 돈을 노리고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접근해 노부부를 죽였을 수도 있다. 아니면 <검은 강>의 자전처럼 의도하지 않은 채 관계가 시작되었고 자신의 소박한 꿈을 잃어버릴까 두려워 살인을 저질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검은 강>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인 핑루의 이야기 솜씨는 유려하고 마음을 흔드는 매력이 있다. 만약에 내가 책 속 실제 피해자의 가족이었다면 분명 그녀의 책에 분노했을 것이다. <검은 강>에서 저자는 누가 악인이고, 누가 선인인지 구분짓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주인공의 이야기는 충분히 동정심을 가질만 하다.

<검은 강>은 단지 잘 쓰여진 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읽어서는 안될 책이다. 실제 사건을 이야기하는 허구의 소설을 통해서 그녀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도 수많은 자전과 수많은 훙보와 훙타이가 있고 누가 언제, 어디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지 알 수 없다. <검은 강>은 길지 않지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뽑히는 글쓰기 - 시험에 통하는 글쓰기 훈련법
최윤아 지음 / 스마트북스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은 써야 하는 목적에 따라 달라야 한다. 학창시절 독후감부터 대학교의 논문, 입사 시험에서의 논술 등 세상에는 참 많은 글쓰기 시험이 존재한다. 어차피 글을 쓴다는 것은 다 똑같으니 비슷하게 써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제대로 된 글쓰기 시험을 치러본 적이 없는 것이다. 객관식, 주관식 시험 보다 더 어려운 시험용 글쓰기는 채점자가 원하는 답을 예측하고 시험에 따라 달라지는 구성에 잘 맞춰 나의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 물론 어렵다. 원래 글을 쓴다는 것 자체도 어려운데 거기에 '시험'이라는 조건이 붙어버리니 부담감은 배가 된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 당장 하나를 외면하더라도 앞으로 우리 앞에는 수없이 많은 시험 글쓰기의 고비가 기다리고 있다. 하나의 고개를 넘으면 또 하나의 고개가 나오지만 이미 우리는 앞선 고개를 넘어봤던 경험이 있으니 두 번째, 세 번째는 조금 더 쉽게 넘어갈 수 있다. <뽑히는 글쓰기>는 바로 다양한 시험 글쓰기 고개를 넘어갈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다.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이 아니라 당장 실천할 수 있고 써먹을 수 있는 실전용 글쓰기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 저자에 대한 설명을 꼼꼼히 읽는 편이다. 예전처럼 수상 경력 등의 약력을 연도별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에 대해 톡톡 튀고 색다르게 설명하는 것을 보면 책에 대한 흥미가 배가 될 때도 있고, 기대감이 팍 꺾여버릴 때도 있다. <뽑히는 글쓰기>는 전자에 해당하는 책이었다. 최윤아 저자에 대해 읽으며 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저자는 솔직하고 과감하게 시작한다.

 

일기 한번 안 썼다. 그 흔하다는 글짓기 상도 받아본 적 없다.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했다.

 

글쓰기를 싫어했다고 고백하며 글쓰기 책을 쓴 저자는 머니투데이를 시작으로 조선일보 기자가 되었다. 더군다나 조선일보 사회정책부 기자 시절에는 입사 직후에 고위 간부로부터 어떻게 공부했기에 필기시험 성적이 이렇게 좋은 거냐는 질문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녀의 치열했던 글쓰기 공부 방법이 궁금해졌다. 막연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합격을 위해 철저하게 계획되고 준비된 글쓰기 매뉴얼은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지름길을 알려주고 있다. 시험까지는 정해진 시간이 있다. 무작정 매일 글을 쓰며 필력이 늘어가길 기다릴 수 없다. 글쓰기를 하는 목표가 정확한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글을 쓰기 위해 읽었던 책들, 들었던 강의들, 고민했던 시간들을 추려 가장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팁만을 알려준다.

 

<뽑히는 글쓰기>는 완벽하게 시험용 글쓰기를 위한 책이다. 시험용 글쓰기 이해하기, 시험 논술 훈련하기, 시험 작문 대비하기, 시험 이후까지 대비하기로 총 part 4로 구성되었다. 각 장에는 보너스 팁과 셀프체크리스트, 직접 써보는 원고지가 포함되어 있다. <뽑히는 글쓰기> 한 권으로 읽고 쓴 후에 자신의 실력을 체크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직접 여러 언론사의 글쓰기 시험을 쳐 본 경험자만이 알 수 있는 실전 팁들은 기자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붙는 글은 따로 있다고 한다. 준비생 시절에는 완벽한 글을 써내고 누구나 이 사람은 꼭 합격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매번 떨어지는 데는 분명 그 이유가 있다. 글쓰기 연습 방법뿐만 아니라 시험 당일을 위한 준비, 시험을 친 후에는 어떻게 다음 단계를 대비해야 하는지까지 꼼꼼하게 알려준다.

 

<뽑히는 글쓰기>는 시험을 대비하는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 논술이나 언론사 시험 등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무척 유익한 책이지만 시험이 아니라도 자신의 글쓰기 실력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구성력을 훈련하기 위한 '글 해체 훈련', 글쓰기 모드로 전환할 수 있는 습관, 글쓰기에서 주의해야 할 단어인 '것'을 다루는 방법 등 문장을 조금 더 매끈하게 만들고 글쓰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서 시험 준비생 이외에도 글을 잘 써보고 싶은 사람들도 읽어보면 좋다.

 

책 중간중간에는 저자의 보너스 팁 페이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나는 '여우처럼 책 읽는 목적성 독서의 5원칙'에 대한 글이 좋았다. 글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을 잘 쓰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책 읽기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무 책이나 시간을 들여 읽을 수는 없다. 철저한 목적성 독서를 하고 글쓰기에 써먹을 수 있는 책만 읽었다는 저자의 독서법은 짧은 시간에 많은 책을 읽고 싶은 준비생뿐만 아니라 조금 더 빠르고 간편하게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뽑히는 글쓰기>는 시험용 글쓰기, 논술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적의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만약에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의 분야가 에세이나 소설 등 감성적인 쪽이라면 딱딱 떨어지는 실전 방법에 당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한 분야를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조금 더 논리적으로 글을 잘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근본적인 방법이 궁금하다면 <뽑히는 글쓰기>는 책을 덮고 당신이 당장 실천해야 할 원, 투, 쓰리를 알려줄 것이다.

 

세상에는 참 많은 글쓰기 책이 있고 이렇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방법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하지만 모든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의 정점은 단 하나다. 일단 써야 한다는 것. <뽑히는 글쓰기> 역시 그렇다. 저자가 피땀 흘려 익힌 수많은 팁들을 알려줘도 정작 글을 써야 할 당신이 펜을 들어 노트에 첫 글자를 쓰지 않는 이상, 이 책은 단지 잘 정리된 글쓰기 책에 지나지 않는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준비하는 글쓰기 시험을 통과하고 싶다면 저자가 알려주는 지름길을 따라 첫 발을 내디뎌 보자. 앞선 사람이 잘 만들어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 길의 끝에서 결과를 얻는 것은 오직 당신만의 몫이다. 읽었다면 이제 쓰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반역실록 - 12개의 반역 사건으로 읽는 새로운 조선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대를 막론하고 권력은 치명적인 유혹이며 갈망의 대상이다. 가질 수 없지만 포기하지 않는 자들의 역사, 빼앗은 자와 빼앗긴 자들의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우리는 권력에 대항하는 자들, 그것을 쟁취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반역자라고 부른다. 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쓰인 것이라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반역자들은 승리자들의 눈으로 바라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부터 고려의 반역자가 아닌가. <조선반역실록>은 기존의 권력을 무너뜨린 승자와 실패한 자 모두에 대한 이야기이다. 승자의 입장에서 말하는 반역자는 곧 악인이라는 정의는 덮어두자. 역사의 그늘에 숨어있던 반역자들을 통해 드러나는 조선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조선반역실록>은 그들이 그토록 가지고 싶어 하는 권력의 맛만큼이나 달콤하고 매혹적인 책이었다.

 

 

 

<조선반역실록>은 제목 그대로이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를 시작으로 12개의 반역 사건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12개의 이야기는 각각 단편으로 되어있고 마치 스피드하게 구성된 역사 단막극을 보는 것 같았다. 고려의 입장에서 보면 역적이나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운 혁명가인 이성계부터 아비의 역적이 되어 용상을 차지한 이방원, 단종을 내쫓고 왕이 된 수양대군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권력을 쟁취한 승리자들이다. 하지만 <조선반역실록>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승리자가 아닌 반역자의 입장에 서서 들려준다. 그들의 권력에 대한 욕망과 조바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내가 알고 있던 것이 아닌 전혀 다른 역사를 보는 것만 같았다.

 

 

분명 조선을 관통하는 12개의 사건이지만 이야기는 도돌이표처럼 무한 반복된다. 권력은 시대와 공간에 상관없고 그것을 욕망하는 자들의 시작과 끝도 어느 한 세대만 특별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힘이 없는 왕은 백성보다 못한 존재이고 반역에 실패한 자들에게는 죽음만이 기다릴 뿐이다. <조선반역실록>에는 수많은 힘없은 기존의 권력층의 몰락과 권력을 탐했지만 실패한 자들의 말로가 처절하게 표현된다.

왕요를 새로운 왕으로 뽑는 과정에서 조준은 정창군 왕요가 부귀한 환경에서 자라서 가산은 제대로 다스릴 수 있어도 나라를 다스릴 만한 인재가 되지 못한다고 반대했다. 그래서 제비뽑기를 한 결과 결국, 왕요가 새로운 왕으로 결정되었다.

제비뽑기로 뽑힌 왕요가 바로 고려의 마지막 왕인 34대 공양왕이다. 이렇듯 <조선반역실록>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어이없는 사건들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재미도 있다. 이성계, 이방원, 수양대군 외에 이성계 복위 전쟁에 나선 조사의, 역적으로 몰려 죽은 태종의 처남들, 영문도 모르고 죽은 심온 뿐만 아니라 이시애, 남이, 정여립, 이관, 이인좌와 허균에 대한 몰랐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반역실록>에는 권력을 탐한 자와 의문도 모른 채 역모에 연루되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자들까지 수많은 죽음이 등장한다. 실제 역사서에 등장하는 이야기와 역사 소설을 읽는 듯한 구성이 적절히 교차된 이 책은 흥미진진한 만큼 가독성도 좋다. 12개의 사건 중 가장 놀랍고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사건보다 인물에 관한 구절이었다. 시대를 잘못 만난 재사 정여립은 기축옥사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의 광폭한 성정에 관한 이야기는 놀라웠다. 그리고 홍길동전으로 잘 알려진 허균이 국문도 받지 않고 역모로 몰려 죽었다는 것과 실제로는 대담한 정치꾼이었고 음흉한 전략가라는 사실, 자신의 꾀에 걸려 역적으로 죽었다는 이야기는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했던 권력, 그것을 가지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채 고문을 당하고 죽음 후 효수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도대체 왜 그들은 그토록 가질 수 없는 권력을 욕망하는지 궁금해 졌다. 반역은 권력의 쟁취를 넘어서 시대를 변화시키는 역사의 큰 파도라고 생각한다. 어느 시대든 기존의 권력에 맞서는 자들은 언제나 있다. 시간이 흐른 후 그들이 혁명가로 기억될지, 반역자로 기록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조선반역실록>의 반역자들 역시 자신의 신념과 갈망에 따라 움직였을 것이다. 이성계를 역적이냐 혁명가이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는 조선시대의 수많은 반역가들을 시대를 변화시키기 위해 앞선 자들이었는지, 단지 권력을 탐하는 사람이었는지를 판단할 수 없다. 옳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다. 오직 자신의 욕망과 목표를 바라보며 치열하게 한 시대를 살아낸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현재를 보았다.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반복되는 역사'라는 말처럼 <조선반역실록>에는 12개의 역사가 반복되고 그 역사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권력은 어느 시대나 목숨을 걸 만큼 가장 매력적인 것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래된 집에 머물다
박다비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조금 멀리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늘 설레지만 막상 집을 떠나 고된 여행 일정 속에 있다 보면 얼른 우리 집, 내 방에 눕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집이란 그런 것이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편안함과 아늑함이 있는 곳. 지친 하루를 위로받는 그곳. <오래된 집에 머물다>의 부부에게 집은 그보다 더 큰 존재가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시간이 켜켜이 쌓여있는 그들의 집은, 세상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소중한 공간일 것이다. 그들이 집을 고쳐가는 과정을 보지 못했지만 부부의 집을 찾은 많은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야기한다.

방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열리는데, 순간 또 다른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이곳에 오게 되어 정말 다행이에요.

 

 

아무런 정보 없이 책을 들었다. <오래된 집에 머물다>라는 제목과 100년 된 제주도 집에서 배우고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부제만 보고 제주도의 옛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젊은 연인이 부부의 연을 맺으면서 제주도에 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은 100년 된 옛집은 구입하고 직접 집을 고쳐 나간다. <오래된 집에 머물다>는 '그냥' 집을 '자신들만의' 집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집을 다녀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아파트보다 주택을, 큰 집보다 작은 집을 좋아하는 나는 저자의 오래된 집이 참 부러웠다. 하지만 그들만의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부러움은 대단하다는 존경심으로 바뀌었다. 그들처럼 100년 된 집을 구입해 직접 뜯어내고 서툰 솜씨로 나만의 집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제주에서 저자는 남편을 만났고 '누구와 함께 인지'가 더 중요한 그들은 제주에 살기로 한다. 제주 주택세의 폭등으로 남서쪽 조용한 마을에 작고 아주 오래된 집을 구입한 후 그들은 사서 고생인 줄 알지만 직접 자신들만의 집을 만들어 간다. <오래된 집에 머물다>는 100년 된 집을 구입하고 옛 흔적을 거둬낸 후에 자신들과 잘 어울리는 집으로 탈바꿈해 가는 과정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한 단락은 길지 않아 읽기 편하고 공사 과정은 마치 일기처럼 사진과 그때의 느낌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혹자는 제주에서 농가주택을 구해 손수 고치고 있다고 하면, "오-멋있다. 재미있겠다. 낭만적이네!"라는 가벼운 반응을 보이곤 한다. 과연 이 일이 정말 멋있고, 재미있고, 낭만적이기만 할까? 물론 자기가 살아갈 공간을 손수 고치고, 꾸밀 수 있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었다.

마냥 꽤 멋진 경험이고 낭만적이라고 말하지 않아서 좋았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페인트가 잔뜩 묻는 손을 보여줘서 좋았다. 그리고 너무 반들반들하게 예쁜 집이 아니라서 좋았다. 못질조차 해보지 못한 여자와 두 달 목수 삼촌을 따라다닌 게 전부인 남편이 막노동과 가까워지면서 만들어간 집은, 그래서 더 아름다웠고 정겨웠다.

 

 

저자가 직접 그려 넣은 꽃이 참 예쁘다. 시골 할머니 집을 손녀가 예쁘게 꾸며놓은 것 같다고 말한 사람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 것만 같았다. 전문가에게 맡겨 놓고 뚝딱 새집을 지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행위들로 집 곳곳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 집에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지 저 멀리서도 알 수 있다.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된다.

<오래된 집에 머물다>의 대부분은 집을 고쳐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 저자의 생각과 남편에 대한 사랑이 스며들어 있다. 분명 힘들었겠지만 전혀 힘들었을 것 같지 않은 그녀의 이야기는 오래된 집처럼 차분하고 깊었다. Part 1에서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면 Part 2에서는 그들의 집을 머물다 간 사람들에 대해 들려준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손님들의 이야기는 인상 깊었다. 그들의 집에 들르게 된다면 나는 어떤 여행자로 기억될까?

 

 

<오래된 집에 머물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들은 비포와 애프터 사진이다. 같은 공간인 듯하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의 전후 사진을 보며 그들의 집을 천천히 둘러봤다. 비록 작은 사진이지만 집안 곳곳에서 그들의 마음과 오래된 집의 분위기를 잔뜩 느낄 수 있었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작은방에서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비를 막아주지는 않지만 바람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나무 테라스에서 향기 좋은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 젊은 집주인 부부가 텃밭에서 채소를 따와 간단히 먹는 점심에 끼어들어 한 입 얻어먹고 싶다. 100년이라는 시간을 가진 오래된 집에 앞으로 쌓여갈 기억들이 궁금해졌다. 나도 그 기억 속의 한 줄을 채울 수 있을까. 제주에 간다면 그들의 오래된 집에 머물러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