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8 (10주년 특집판)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8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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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는 매년 빼놓지 않고 읽는 책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미리 알고 대처하기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 담겨 있는 트렌드 코리아의 2018년 버전이 나왔다. 2018년을 시작하기 위해 꼭 읽어봐야 할 <트렌드 코리아 2018>에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메카트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2017년의 소비 트렌드를 다시 돌아보고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황금 해의 해인 2018년의 소비 트렌드를 전망한다. 인류의 긴 역사 전체와 맞먹는 변화가 매년 일어나고 있으며 모든 해가 혁명적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2017년에 이어 2018년도 다양하고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해가 될 것이다. 


2018년의 트렌드를 전망하기 전에 2007년부터 시작된 한국의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트렌드와 메가트렌드라는 용어에 대해 말하자면, 단순한 유행을 넘어 1~5년 정도 지속하며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동조하는 움직임을 '트렌드'라고 부르며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향을 '메가트렌드'라고 한다. 그리고 메가트렌드를 넘어 30년 이상, 다시 말해 세대를 넘어 지속하는 현상을 우리는 '문화'라고 말한다.

2007년의 트렌드인 '무선통신의 진화'를 시작으로 스마트폰과 SNS의 시대까지 기술 분야의 트렌드 변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고령층의 등장, 1인 가구의 증가 등의 변화는 이미 알고 있음에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이해하기 쉬웠다. 영어 단어에 맞춰 설명해주는 트렌트 코리아의 특징처럼 2007년부터 2018년까지의 메가트렌드 역시 'MEGATREND'에 따라 하나씩 설명해 준다.


대한민국을 관통하고 있는 메가트렌드에 살펴봤으니 이제 2017년의 트렌드에 대해 정리하고 체크해 보기로 하자. 1월에 시작해 12월에 딱 끝나는 트렌트가 있을까. 2017년에 시작했거나 그전부터 계속되어 온 변화들 중에 현재도 계속되고 있으며 2018년까지 이어질 트렌트들도 많다. 트렌드 코리아가 선정한 2017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에서만 봐도 알 수 있다. 무선 청소기, VR, 인터넷전문은행뿐만 아니라 푸드트럭, 홈트레이닝은 2018년에도 지속될 트렌드이다.

2018년이 황금 개의 해가 WAG THE DOGS 라는 단어에 맞춰 설명했듯 닭의 해인 2017년에는 CHICKEN RUN의 첫 글자를 따서 트렌트를 말한다. <트렌드 코리아 2017>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트렌드 코리아가 전망한 트렌드의 정확함에 놀랄 것이다. 욜로 라이프, 픽미세대, 캄테크, 1코노미, 버려야 산다, 각자도생의 시대 등 2017년을 지내오면서 한 번쯤은 경험하고 느꼈던 대한민국 트렌트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트렌트 코리아 2018>에서 미리 알려주는 2018년 대한민국의 트렌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첫 번째 전망은 '소확행'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들어 널리 알린 소확행은 별 볼일 없지만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작은 행복감을 의미한다. 물론 이 소확행이 우리나라에서는 하루키가 말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지칠 대로 지친 하루, 기분 좋을 일이 하나도 없지만 그 속에서 행복함을 이끌어 내는 힘'에 더 가깝다.

두 번째는 단순히 제품의 성능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의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을 말하는 '플라시보 소비'이다.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구입으로 연결되는 경향은 앞으로 더욱 여러 분야에서 나타날 것이다. 플라시보 효과에 기대를 거는 슬픈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만 그 덕분에라도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세 번째는 '워라벨'이다. 워라벨이란 Work Life Balance라는 뜻으로 직장과 삶의 균형을 원하며 직장이 나의 전부가 아님을 외치는 새로운 직장인을 일컫는다. 워라벨에는 워런치족, 패스트 힐링, 호모 나이트쿠스, 나포츠족등 직장에 올인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앞으로 더욱 많은 직장인들이 워라벨을 외칠 것이라 생각한다. 더 이상 야근을 하는 것이 올바른 직장 생활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는 올바르게 워라벨을 실천할 수 있는 사용설명서도 함께 첨부하고 있으니 2018년에 워라벨을 실천하고 싶은 사람들은 참고하길 바란다.

네 번째는 비대면 서비스라는 개념의 '언택트'이다. 인터넷 뉴스에서 언택스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의류 매장에서 더 이상 점원의 간섭을 받길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혼자 둘러보겠다는 것을 표시하는 색의 바구니를 들고 다닌다는 글을 봤다. 일본에서는 대화 없이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생겼다고 한다. 이미 언택트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조금씩 시작되고 있지만 2018년에 들어서는 더욱 많은 분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섯 번째는 자신만의 케렌시아를 찾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투우장의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홀로 잠시 숨을 고르는 자신만의 공간을 케렌시아 라고 하는데, 번아웃 증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한국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케렌시아일 것이다. 이미 수면 카페가 많은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으며 단순히 휴식공간이 아닌 배움과 체험의 공간으로써의 기능을 하는 케렌시아도 많아지고 있다. 누구에게나 있는 자신만의 케렌시아를 <트렌드 코리아 2018>을 통해 찾아보시길.

여섯 번째는 모든 가치가 서비스로 재창출 되고 있는 '만물의 서비스화'이다. 많은 분야에서 서비스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자동차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더 이상 서비스는 덤이 아니라 제품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것이 되었다. 앞으로의 서비스는 어떻게 변화되며 어떤 점이 더해 저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해 준다.

일곱 번째는 '매력'이다. 이쁘다는 단순한 의미가 아닌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끌리게 하는 매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예쁜 쓰레기, 못난이 스니커즈 등 '못생긴 것이 진짜 멋진 것이다'라는 발렌시아가 디자이너의 말처럼 자기만의 특출난 장점이 필요하다. 그리고 친근하고 귀여운 것, 반전 있는 매력 등 자신만의 매력을 개발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여덟 번째 단어는 '미닝아웃'이다. 해시태그와 함께 빠르게 전파되는 미닝아웃, 슬로건 패션은 단지 미닝아웃이라는 단어만 모를 뿐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미닝아웃은 단순하지 않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는 미닝아웃의 또 다른 면을 알고 건강한 표현을 해야 할 것이다.

아홉 번째는 '이 관계를 다시 써보려 해'라는 주제로 설명한다. SNS가 발달하고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며 관계 역시 많이 생성되고 있다. 무조건 옛날의 인간관계가 좋다는 말은 더 이상 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변화가 생겼다. 2018년에도 지속되고 새롭게 등장한 대안 관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2018년의 10가지 트렌트 중 마지막은 '세상의 주변에서 나를 외치다'이다. 사회 속에서 개인화가 진행되며 홀로서기가 강요되고 있다. 자존감을 잃지 않고 굳건히 서 있을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리고 인간의 불안함을 조장해 소비로 연결시키는 흐름 속에서 어떻게 자존감을 높이는 소비를 할 수 있을까.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을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느 해보다 격정적인 변화가 많았던 2017년도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새로운 해가 올수록 아쉽기도 하지만 반면에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도 생긴다. 매년 출간되는 트렌드 코리아는 대한민국의 소비 트렌드를 정확하게 전망한다. 변화를 미리, 빠르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만이 시대의 흐름을 잡을 수 있다. 2018년에도 지속될 2017년의 트렌드와 2018년에 등장하고 더 많은 변화를 일으킬 새로운 트렌트들을 알려주는 <트렌트 코리아 2018>과 함께 새로운 2018년을 시작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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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 시간이 만드는 기적, 그곳의 당신이라는 이야기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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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를 몇 번이고 읊조렸다.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에 적어두고 싶었다. 저자인 강세형 작가는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 이전에 3권의 책을 출간했다. 제목은 들어봤지만 읽어보지는 못했다.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와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라는 제목을 보니 왠지 현재의 내 상황을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글 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꽤 인기 있는 작가인 것 같았지만 책을 펼지지는 않았다.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를 읽고 나니 그녀의 전작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한 듯 섬세한 그녀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와 많은 부분에서 교집합을 이루고 있었다. 다른 책도 좋을까? 다른 책을 읽을 때도 이런 느낌이 들까? 책을 읽는 내내 얼른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를 마치고 그녀의 다른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싶었다.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는 강세형 작가가 읽은 책과 영화를 읽고, 보며 느꼈던 생각들을 적어놓은 일상 에세이이다. 나이는 알지 못하지만 왠지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 것 같았다. 혼자만 생각했고 부끄러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작가는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에서 솔직하게 들려준다. 그래, 그래, 맞아, 맞아를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곳곳에서 피식거림이 새어 나왔다. 읽기에 편할 뿐만 아니라 좋은 책과 영화를 많이 소개받을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이미 읽어본 책과 영화는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었고 아직 보지 못한 것들은 찾아서 읽어보기 위해 메모해 놓았다.


재미있다고는 들었지만 찾아 보지 않았던 '인사이드 아웃'을 작년 비행기 안에서 처음 봤다. 볼만한 게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봤던 그 영화에 나는 홀딱 빠지고 말았다. 지루했던 비행기 안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영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계속 '인사이드 아웃'만 반복해서 봤다. 이토록 굉장한 만화영화라니. '인사이드 아웃'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어른이들을 위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의 시작은 '인사이드 아웃'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당신의 엉뚱섬은 안녕하냐고 묻는 저자의 질문이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의 엉뚱섬을 떠올리며 다시 '인사이드 아웃'을 봐야겠다.

선을 본다. 어떤 사람을 만날 수 있느냐에 대한 기대보다 선 그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이런 선에 대해 그녀는 말한다. '그냥 단편 소설 한 편 읽는다고 생각해.' 맞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 하나를 읽어보는 것과 같다.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보다 상대방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호기심을 가져 본다면 스트레스는 또 다른 즐거움으로 바뀌지 않을까.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에서 질문한다. 영화 '보이후드'의 메이슨처럼, 그저 누구나 겪을 법한 시시콜콜한 얘기들로만 가득 찬 삶이 세상에는 더 많다. 하지만 그 페이지엔 정말 아무 일도 없었을까? 그들은 정말 어떤 이야기도 남기지 않았을까?


많은 책과 영화를 바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에서 나는 '인사이드 아웃'을 비롯해 '이웃집 토토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좋았다. 지브리의 영화 중 현재 가장 좋아하는 것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지만 그전에는 무조건 '이웃집 토토로'였다. 책에서는 토토로에 대해 전혀 다르게 바라보고 있다. 같은 영화라도 다른 시각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알 수 있다.

'쉿! 비밀입니다'의 첫 구절은 '나는 사실, 하루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이다. 나 역시도 하루키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의 책을 다 읽었고 하루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기가 짐짓 꺼려지는 사람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니 마치 나 같아서 웃음이 났다. 추천받은 책을 읽으며 하루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나도 그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출간할 때부터 온라인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지만 아직까지 구입하지 않은 하루키의 책을 읽어봐야겠다.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에서 들려주는 책과 영화를 처음 또는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빨리 읽고 싶은 몇 권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이미 봤던 책을 책장에서 찾아놓고, 영화 몇 편을 다시 봤다. 물론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를 읽었다고 그녀의 생각과 나의 감상이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전에 보지 못하고 놓쳤던 많은 부분을 강세형 작가 덕분에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나와 같은 책을 읽고 영화를 봤지만 전혀 다른 의미의 숨결을 불어넣어 생동감을 보여준다. 책과 영화에 예쁘다, 예쁘다를 말하며 부드럽게 쓰다듬는 것 같았다. <시간은 이야기가 된다>를 읽으며 일상에 의미를 더하는 그녀의 글에 반했다. 다른 일상에는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졌다. 그녀의 앞선 책과 다음 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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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들 - 사이코패스 전문가가 밝히는 인간 본성의 비밀
애비게일 마시 지음, 박선령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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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10년 넘게 이어온 연구의 결과물이다. 무엇이 이타주의를 만드는가라는 의문으로 시작된 저자의 연구는 생면부지의 사람을 아무 조건 없이 도와주는 인간의 이타심과 상대방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낯선 사람에게 구조된 이후 이타주의의 기원을 알아보기로 마음먹은 저자는 기존의 방법이 아닌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뇌를 스캔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한다. 왜 사이코패스가 되는지에 대한 원인부터, 그렇다면 이타심이 강한 사람들의 뇌는 사이코패스와 어떻게 다를까에 대한 답을 들려준다.


행위의 목적을 타인을 위한 선에 두는 것을 이타주의 라고 한다. <착한 사람들>은 이타심과 사이코패스의 관계, 이타주의가 존재하는 과학적인 이유 등에 대해 전문적이고 흥미롭게 이야기한다. 인간은 선한 존재인가, 악한 존재인가. 답이 없는 이 질문에 대해 <착한 사람들>에서는 수많은 심리학 실험과 연구 결과를 들려줌으로써 독자들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한다. 하버드 대학교의 스탠리 밀그램의 연구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다. <착한 사람들>의 저자는 밀그램의 연구가 모르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 복종보다 강력하고 사람들의 공통된 감정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인간의 본성을 연구하는 여러 실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막연한 이론을 통한 설명 보다 객관적이고 데이터화된 결과물 덕분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의 이타심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이타심의 뿌리가 되는 연민과 함께 살펴봐야 할 공격성에 대해 알아야 한다. 다양한 상황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알 수 있는데 그 반응 중에서 가장 악명 높은 것을 우리는 동정심을 느끼는 뇌 기능이 상실된 정신 질환인 사이코패시라고 부른다. <착한 사람들>의 저자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보이는 청소년들의 뇌를 촬영하고 그들과의 상담을 통해 사이코패스의 원인에 대해 연구한다.


잔혹한 범죄가 일어나면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사이코패스이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라고 막연히 알고 있을 뿐 그들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사이코패스를 또 다른 매력처럼 표현하기도 한다. 분명 폭력적인 성향과는 전혀 다른 것이지만 왜 사이코패스가 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착한 사람들>은 인간의 이타심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고통을 공감하는 이타주의와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의 차이점을 알아야, 앞으로 어떻게 이타심을 키울 수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사이코패스가 될 위험이 높은 아이들은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지 못한다. 자신의 행동으로 상대방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죄책감이나 후회를 느끼지 못한다. 저자는 말한다. 사이코패시는 발달 장애이고 성인이 되고 나서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즉, 세상의 모든 성인 사이코패스는 한때 어린이 사이코패스였다는 뜻이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살펴 본 아이들의 뇌는 두려운 얼굴 표정을 인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편도체가 완전히 망가졌거나 일부가 손상된 경우가 많았다. 정상인의 경우 상대방이 겁에 질렸거나 두려움이 떨고 있는 모습을 보면 편도체가 활발하게 반응하는데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아이들은 편도체와 대뇌 영역의 네트워크의 기능 장애로 다른 사람의 공포를 이해하지 못했다.


자, 그렇다면 비범한 이타주의자들의 뇌는 상대방의 고통을 보았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 <착한 사람들>에는 연구 결과물 뿐만 아니라 연구를 함께 할 지원자들을 모집하는 과정 등 세세한 진행 상황도 함께 보여주는데 이타주의에 대한 부분은 지원자들의 모집 과정부터 굉장히 흥미로웠다.

비범한 이타주의자들은 반-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의 편도체 크기는 사이코패스와 정반대로 대조군과 비교해 8퍼센트 정도 더 컸다. 사이코패스가 두려움을 모르기 때문에 상대방의 두려움을 이해하지 못하는 반면, 이타주의자들이 타인의 두려움에 크게 공감하는 이유는 공포에 유달리 민감하기 때문이다. 또한 <착한 사람들>에서는 사이코패스와 이타주의에 대한 연구 외에 모성애와 대리 양육을 통한 인간의 양육 본능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저자는 대리 양육이 정말 이타적인 행동이라고 말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서도 대리 양육의 모습이 관찰되는데 이는 상대방의 연약한 모습이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신경 메커니즘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은데 왜 세상에는 고통과 범죄, 증오가 끊이지 않는 것일까. 인간은 이타심 외에도 공격성과 폭력성 역시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동정심과 폭력성이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표출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 안의 잔인함 대신에 이타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착한 사람들>에서 방법을 알려준다.

<착한 사람들>은 나도 모르게 훅 빠져들어 빠르게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반면, 전문적인 내용으로 꼼꼼하게 따라가야 할 부분도 있다. 인간의 이타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이타심이 있는 사람인지, 있다면 어느 정도의 이타주의자 인지 생각해 봤다. 잔혹하고 사회가 메말랐다고 말하는 사건이 많지만 반대로 일반 영웅들 덕분에 큰 사고를 모면하고 생명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착한 사람들>이라는 책을 쓰게 된 시작점이 바로 우연히 받은 도움 덕분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분명 비범한 이타주의자들은 다르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분명 이타적인 존재이고 비범한 이타주의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이타주의자를 만드는지, 왜 나와 상대방의 공감 능력이 다른 지가 궁금하다면 <착한 사람들>을 통해 인간 본성의 비밀을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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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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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페미니즘에 관한 책이 유행이라는 기사를 봤다. 여성학 수업을 들었었고 관련 책도 읽었지만 페미니즘에 대해 아직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 보통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사회, 인문학으로 풀어내는 책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번에 다산에서 나온 <현남 오빠에게>는 특이하게도 소설 형식으로 페미니즘을 이야기한다.

페미니즘 책을 읽고 싶지만 어떤 책으로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기존의 페미니즘 책이 받아들이기에 다소 강하다고 느껴진다면 쉽게 읽을 수 있는 페미니즘 소설인 <현남 오빠에게>를 추천한다. 특히 <현남 오빠에게>는 현재 가장 핫한 7명의 여성 작가들의 단편을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다. <82년생 김지영>으로 한국 여자의 인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조남주 작가부터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와 김성중까지 젊은 여성 작가들의 소설로 구성된 <현남 오빠에게>는 첫 페미니즘 소설로 권할만하다.


<현남 오빠에게> 담긴 7편의 단편은 헤어질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부터 중년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일기, 느와르, SF까지 여러 장르를 넘나든다. 한 권이지만 7권의 책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미있고 빠르게 읽힌다. 약속을 기다리는 잠시 동안 <현남 오빠에게>를 읽기 시작했는데 약속 시간이 지난 지도 모른 채 책에 빠져들었다.

조남주 작가의 캠퍼스 커플로 시작한 현남 오빠와의 이야기는 친구들 중에 한두 명은 있을 법한 이야기라 더 쉽게 몰입되었다. 엄마와 딸의 관계, 결혼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최은영 작가의 '당신의 평화'. 중년의 일상과 자녀와의 관계를 공감하며 읽게 되는 김이설 작가의 '경년'을 비롯해 '지극히 내성적인'이라는 소설이 인상 깊었던 최정화 작가의 '모든 것은 제자리에'는 이전에 읽었던 이야기만큼이나 강렬했다. 여성이 주인공인 느와르를 보여주는 손보미 작가의 '이방인', 구병모 작가의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그리고 우주를 건너 화성으로 간 김성중 작가의 '화성의 아이'는 페미니즘 소설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없애준 멋진 단편 소설이었다.


각각의 단편 소설 마지막에는 간단히 작가노트가 덧붙여져 있다. 길지 않은 작가의 이야기는 소설의 맛을 한층 더 깊게 해준다. <현남 오빠에게>를 읽으며 불편할 수도 있고, 깊은 공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현남 오빠에게>에 등장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이미 당신이 겪었던 일이고, 앞으로 겪게 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남 오빠에게>를 읽는 내내 수많은 여성 혐오 사건과 지금까지 직접 겪어온 차별들이 생각났다. 한 권의 페미니즘 소설을 읽었다고 페미니스트가 되거나 그녀들이 말하는 당당한 여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느낀 것들이 나만이 겪은 불합리가 아님을 알고 공감하며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알아가면 된다. 여자들의 삶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주는 독특한 단편 소설집 <현남 오빠에게>와 함께 페미니즘의 세계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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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 - 내 문장이 그렇게 유치한가요?
임정섭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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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찾아 읽는다. 나 역시도 그렇다. 쓰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글쓰기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다. 국내외의 글쓰기 관련 책을 읽고 알게 된 글쓰기 비법은 단 하나다. 지금 바로 써라. 달리기를 잘 하려면 매일 아침 달려야 하고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숟가락을 놓아야 한다. 글을 잘 쓰려면 써야 한다. 알지만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이 또 사실이다.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에서도 역시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을 이야기한다. 어른들의 글쓰기. 아직 아이처럼 글을 쓰는 수많은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글쓰기 방법은 쉽고 간단하지만 효과는 즉각 나타난다.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의 저자는 글쓰기 분야에게 이미 유명한 분이라 나 역시도 그의 책을 이미 읽어봤다. 다시 읽어 본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는 글을 전혀 쓰지 않았던 그때에 읽었던 것과 전혀 다른 책으로 다가왔다. 짧은 리뷰라도 꾸준하게 쓰는 지금, 조금 더 나은 글을 쓰고 싶어하는 나에게 요점을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를 읽으며 즐거웠다. 빨리 책을 읽고 그가 알려주는 글쓰기 방법을 적용해 글을 쓰고 싶었다.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는 지지부진한 글이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책은 4단계의 글쓰기 훈련 단계와 직장인을 위한 실전 기획서 사례에 대한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은 간결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의 글쓰기 훈련 역시 마치 족집게 과외처럼 정확하게 필요한 부분만 알려준다. 글을 쓸 때 '나'라고 시작해서는 안된다, 문장은 간결하게 써야 한다, 주어와 술어가 일치해야 한다, 수사가 많은 것보다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글이 좋다, 불필요한 치장은 하지 마라,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실용 글쓰기에서도 중복 표현은 좋지 않다, 현대인들은 '있다'라는 표현을 너무 많이 쓴다, 글은 가능한 능동태로 써야 한다 등 저자가 들려주는 문제점은 나도 역시 고쳐야 할 부분이었다.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는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기본 책이지만 동시에 직장에서 써야 할 실용글쓰기에 대해 중점을 두고 설명한다. 아이처럼 쓰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는 소설이나 에세이 등의 문학 작품보다 일상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면에 중점을 둔 책이다. 보고서를 쓸 때, 간단한 홍보문구를 작성해야 할 때, 중요한 이메일을 보낼 때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난감했던 적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가 도움이 될 것이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글을 잘 쓰기 위한 8가지 습관'이었다. 요지를 중심으로 글을 재구성해 유익한 글을 쓰는 방법인 요약, 몸으로 경험한 것을 더 잘 기억하기 때문에 손으로 쓰는 필사, 글을 쓰다 보면 당연히 여러 어휘가 떠오를 것이라는 생각이 틀렸음을 알려주는 어휘 공부하기, 설명문의 작성을 일상화하여 다작하기,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고 훈련을 해야 한다, 꿈을 기록하라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처럼 하루에 하나씩 기록하기 등 언제든 글을 쓸 수 있는 글의 근육을 만들기 위한 방법들은 앞으로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알려준다.

만약에 글쓰기가 고작 나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타자기를 내다 버렸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행위다. 작가는 마치 운동선수처럼 매일매일 '훈련'해야 한다.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나는 오늘 무엇을 했던가? - 수전 손택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묻는다. 왜 글을 쓰고 싶은가요. 다양한 이유도 있지만 아직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사람도 많다. 그래서 글이 필요하다. 나를 제대로 보기 위해, 그리고 성장하기 위해, 그럼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 우리는 써야 한다. 쓰고 싶지만 출발선을 찾지 못했다면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가 정확한 출발선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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