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령의 명작 산책 - 내 인생을 살찌운 행복한 책읽기
이미령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소개하는 책은 언제나 놀랍다. 알지 못했던 좋은 책을 만나는 즐거움, 같은 책을 읽었지만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느낌들이 가득하다. 책 속의 책들은 아주 오래된 서점 한구석에 자리 잡고 늘 그 자리에 있었던 책 같았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본 것 같지만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던, 어렴풋한 느낌의 책이었다.

<이미령의 명작산책>을 읽는 동안 나는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빛이 바래 누렇게 변해버린 책들이 가득한 어느 서점의 책장 사이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우연히 빼낸 한 권의 책이 한참 동안 서점을 벗어날 수 없도록 내 다리를 붙잡았다. 한참을 쿰쿰한 오래된 책 냄새에 파뭍혀 책을 읽었다. 해가 지고 서점을 나서는 내 손에는 한 권의 책이 들려있다. 밤은 깊어 골목은 어두웠지만 책과 함께 걸으니 그곳 또한 분위기 있는 산책로 같았다.

나는 <이미령의 명작산책>을 펼치며 낯선 서점에 들어섰고 책을 읽으며 깊은 밤의 골목을 걸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책 속의 책들이 기다리고 있을 진짜 서점으로 달려가고 싶어졌다. 


세상에는 많은 책이 있고 또 그 책을 읽고 쓰는 사람이 있다. 나 또한 소소하게 책을 읽고 쓰고 있지만 <이미령의 명작산책>과 같은 책을 읽으면 내가 쓴 리뷰들은 여전히 책의 겉만 핥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래서 더 찾아 읽는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바라보는 관점과 풀어내는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책으로 읽히므로 다른 사람들이 책을 읽고 쓴 글을 읽는 게 즐겁다.

특히 <이미령의 명작산책>처럼 알지 못했던 숨은 진주 같은 책들을 만나게 되는 책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불교를 전공하고 오랫동안 '팔만대장경'을 우리글로 옮기는 일을 해왔다는 저자의 글은 마치 연꽃처럼 은은한 향기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화려하지 않아서 자극적인 책 소개와 강렬한 추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천천히 읽고 느리게 생각한다. 한 편의 책을 읽은 후, 차분하게 써 내려간 그녀는 글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어우러진 한 권의 책을 펼친다.



<이미령의 명작산책>은 오래전 칼럼을 통해 소개한 책들은 엮은 책이다. 처음의 감동이 가장 진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칼럼의 내용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그녀의 말처럼 책 속에서 소개하는 한 권, 한 권의 책에는 소중히 여기며 읽고 쓴 흔적들이 가득하다. 'YTN 지식카페 라디오 북클럽'에서 매일 책 한 권씩을 소개한다는 저자의 방송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이미령의 명작산책>을 읽고 있으니 왠지 차분하고 조용하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책은 5가지의 주제로 나눠 총 48권의 책을 소개한다. '찬란하게 서글픈 인생', '청춘을 지나오며', '생명의 숨소리를 듣다', '오만한 세상에 훅을 날리며', '뭉클하게 마침표를' 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주제에 따라 저자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는 각 장의 제목과 완벽히 부합하는 것도 있고, 왜 이 책을 여기에 넣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책도 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읽게 되었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어느 부분에서 저자는 그런 감동을 받았는지 궁금했다. 서로 마주 보며 이야기를 나누듯, 책을 소개하는 책을 읽을 때면 나는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독서를 하고 있다.


48권의 책 중 읽어본 책보다 알지만 아직 읽지 못했거나 <이미령의 명작산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책이 더 많았다. 소개하는 책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다음 기차를 타면 되지, 뭐"라는 문장이 인상적인 프리츠 오르트만의 '곰스크로 가는 기차'와 필립 베송의 '포기의 순간'은 깊은 사색 하나를 툭 던져주었다. 

우리는 얼마나 제 의지대로 제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까요?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아봤으면, 저렇게 살아봤으면 하며 생각만 하다가 끝내 실행하지 못하고 그냥 '남들 살듯이 그렇게 사는 게 진리'라고 자위하며 삶을 마감하겠지요, 간혹 현실을 박차고 나가 인생을 개척하는 엄청난 의지를 지닌 이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꿈만 꾸다 맙니다.

인상적인 몇 권의 책을 비롯해 <이미령의 명작산책>을 읽은 후에 꼭 읽어봐야겠다고 적어둔 책은 야마무라 오사무의 '천천히 읽기를 권함'과 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이다. 도쿄타워를 소개하는 글에서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철없이 인생을 시작해서 버둥거리며 삶의 고비를 넘어온 부모의 삶은 늘 미완성입니다. 부모의 삶이란 어쩌면 자식이 장성해서 출세하는 것으로 완성되기보다는 자식 앞에서 회한의 눈을 감고서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 아닐까. 또 '부모의 임종'을 겪은 사람만이 '자식'으로 완성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자식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어떤 글을 쓰고 싶냐고 물을 때마다 난 항상 사색하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던, 내 생각을 쓰던 즉흥적으로 툭 내뱉는 글이 아닌 생각하고 음미하며 사색이 담겨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 글을 쓰고 싶지만 여전히 나의 글은 단순하고 가벼우며 일회용이다. <이미령의 명작산책>을 읽으며 더욱 그렇게 느꼈다. <이미령의 명작산책>을 읽으며 꼭 읽어봐야 할 책을 알게 되어 좋았지만 그보다 앞으로 어떻게 책을 읽고 써야 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뜻깊은 책읽기 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임미진 외 4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차 산업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들린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 질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인간이 필요 없어질 것이라는 가설까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아무도 아직 미래를 겪어보지 않았으므로, 우리는 지금까지 쌓아왔던 데이터를 기준으로 가상의 미래를 그릴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점점 더 불안해한다. 지금까지의 변화와는 전혀 다른 물결이 시작되었음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기계의 발달로 설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블루칼라의 뒤를 이어 언제까지나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왔던 화이트칼라, 그중에서 전문적인 분야까지 인공지능으로 대체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미래가 어느 순간 갑자기 닥치는 게 아닐까. 평생을 몸담아온 일자리를 하루아침에 인공지능과 로봇에서 빼앗기는 게 아닐까.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은 그런 두려움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은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많이 변화시킬 것이며, 우리는 그런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는 여정이다.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은 경제, 금융, IT, 부동산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5명의 기자들에 의해 쓰인 책이다. 미래를 전망하는 세계의 석학들의 대화를 시작으로 디지털 시대를 이끄는 인재라는 '뉴칼라'에 대한 조건들 그리고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 갈 8인의 뉴칼라들과의 인터뷰까지 4차 산업혁명, 일, 변화 등에 대한 궁금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지만 사실만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기자들의 글답게 이해하기 쉽고 읽기가 편했다.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질문들은 현재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묻고, 대답 역시 독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알기 쉽게 풀어준다.

 

최근 일자리 시장과 관련한 불안이 화이트칼라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블루칼라와 달리 '내 일은 자동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계층이다.

 

제러미 리프킨, 대니얼 서스킨드, 제리 캐플런, 칼 프레이의 목소리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 그들은 미래가 어떻게 올 것이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들려준다. 알파고의 등장에 전 세계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컴퓨터가 처음으로 숫자를 계산했을 때도 사람들은 똑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우리가 겪은 이 변화에 앞서 수없이 많은 변화가 있었고 사람들은 그 때마다 겪어보지 못한 변화에 경이로워 하면서 두려움을 가졌다. 하지만 곧 변화는 일상이 되고 우리는 또다시 다가올 미래를 걱정한다.

 

물론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세대를 이끌 사람들을 찾고 그들을 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아간다.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에서는 그런 사람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빠르게 자신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을 '뉴칼라'라고 정의한다.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에서 말하는 '뉴칼라'의 다섯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다. 기술이 바꿀 미래를 내다보는가, 디지털 리터러시가 있는가,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끊임없이 변화하는가, 손잡고 일하는 법을 알고 있는가. 그리고 각각의 조건에 부합하는 한국형 뉴칼라 8인과의 솔직한 인터뷰를 들려준다. 시장을 미리 읽고 반걸음 앞서나가며, 세상을 바꿀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있는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하는 지등 저자들이 꼼꼼하게 선정한 한국의 뉴칼라 8인의 인터뷰는 그동안 4차 산업혁명을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했었던 내게 생각의 전환점을 만들어 주었다.

 

치과 의사 출신의 창업가인 이승건 대표부터 1인 마케터인 김태용 대표까지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뉴칼라 8인의 인터뷰 중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대답은 이승건 대표의 조직과 경력에 대한 이야기였다. '기업이 직원에게 가치 창출이 아니라 조직에 적응하기를 요구해 온 거죠. 능동적으로 역량을 발휘하기보다 자리를 잘 지키는 사람을 키운 거예요. 자기 일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없고, 그러다 보니 결국 부속품으로 전락하는 게 바로 이런 맥락이죠.'

 

고백하면, 이 모든 이야기는 내 이야기다. 나를 불안했다. ~ 변화를 촉구하는 상황 속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그 변화를 실행하고 있으니까 불안하지 않은 거라고. 그렇지 않다. 행동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나는 행동하고 있었다. ~ 나는 적어도 그냥 불안해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늘 뭔가를 했다. 그럼에도 불안했다.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시작한다. 저자들은 세계적인 석학, 한국의 뉴칼라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자신들만의 방법을 찾았고 책에서 그들이 찾은 모든 것을 알려준다. 저자들은 반복된 질문을 한다. '사람들은 미래의 변화에 대해 두려워한다.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비슷한 질문임에도 같은 답은 없다. 하지만 모든 답은 같았다. '변화에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는 매일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 그래서 정답은 없다. 우리보다 조금 더 앞섰고 조금 더 일찍 걸어간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산업혁명과 그 속에서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지 않기 위해 오늘은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과 함께 앞서 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레드릭 배크만'은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그의 이름만 들어도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이번 책에는 어떤 즐거움과 사랑스러움이 담겨 있을지 기대된다. <오베라는 남자>를 시작으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 있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까지 그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위트 있고 활기차게 들려준다. 하지만 지금까지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에 대해 '그의 소설은 이렇다'라는 고정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번 <베어타운>을 통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오베와 엘사, 브릿마리의 얼굴이 그려진 이전 책과 달리 <베어타운>은 책 속에서 묘사되는 거친 베어타운과 하키, 소년이 표지를 채운다. 주인공인 중심이 되어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풀어가는 이전과 달리 <베어타운>은 표지처럼 베어타운에서 일어나는 일들,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별한 주인공은 없다. 마을이 중심이고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두가 주인공인 셈이다. 처음에는 다소 많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느라 조금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프레드릭 베크만의 소설이 항상 그랬듯,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으니 일단 믿고 베어타운으로 한 발씩 걸어 들어가길 바란다. 


<베어타운>은 베어타운에 살고 있는 '우리'가 아니라 '너 그리고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키는 베어타운 사람들을 연결하는 매개체이다. 그들은 하키를 통해 강한 유대감을 느끼고 그것을 통해 분열된다. 처음에는 하키를 사랑하는 마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베어타운>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읽었던 터라 책의 중심이 되는 것이 하키가 아니라 '사건'이라는 것은 무척 놀라웠다.

하키 천재인 소년과 주변 학생, 마을 사람들에 대한 소소한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건'을 시작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프레드릭 배크만은 이전 책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소 무겁지만 한없이 가라앉지 않고, 이전처럼 아웃사이더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때처럼 위트가 넘치지 않는다. 동시에 책 속의 이야기는 단지 소설이 아닌 현실이었다.

책 속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다. 가해자를 두둔하는 사람들과 용기 내어 피해자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범한 사람들이 있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용기있는 자가 있고 비겁한 사람이 있다. 그리고 베어타운에 남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600 페이지 가까이 되는 두꺼운 책 안에는 여러 명의 등장인물과 그들의 이야기들이 촘촘하게 얽혀있지만 '너 그리고 나' 구성 덕분에 쉽게 읽힌다. 

나는 <오베라는 남자>보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가 재미있었고, 그 뒤에 나온 <브릿마리 여기 있다>를 더 즐겁게 읽었다. 이전의 세 권보다 <베어타운>은 더 감동적이고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폭풍우를 몰고 온 사건으로 사람들은 좌절하지만 프레드릭 배크만 특유의 감동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베어타운에는 곰이 산다. 사자도 살고 늑대도 산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베어타운 사람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화이트 래빗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화이트 래빗>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사카 고타로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언젠가 저도 그렇게 독자가 읽다가 깜짝 놀랄 만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마음먹었고, 그런 마음으로 이번 작품 <화이트 래빗>을 완성했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화이트 래빗>은 어느 순간에 다다르면 자세를 고쳐 앉게 만들고 앞 페이지를 다시 뒤적이게 만든다. <화이트 래빗>은 책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유명한 <골든 슬럼버>로 친숙한 이사카 고타로의 미스터리 소설이다. 작가만의 독특한 매력이 잘 표현된 <화이트 래빗>은 하지만, 다소 색다르고 움직임이 많은 구성 때문에 처음부터 집중력 있게 읽기는 힘들 수도 있다. 특히 흰토끼와 레 미제라블, 밤, 오리온자리에 대한 작가의 친절한 소개가 오히려 글에 집중하는 걸 방해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읽어보길 바란다. <화이트 래빗>에서 작가는 마치 옛 무성영화의 변사처럼 책 속에 등장한다. 그는 금방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에서는 곧 그 이유가 등장할 것이니 조급해 말라며 독자를 토닥인다. 주석을 달듯 왜 그런 의미로 설명했는지 다시 한 번 더 알려주기도 한다.

 

이런 독특한 구성 덕분에 <화이트 래빗>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어질 미래의 공간을 작은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한 편의 연극과 같았다.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장소와 시간, 수많은 등장인물들은 점점 하나로 연결되어 간다. 전혀 다른 직업군,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사건과 사람들이 각각의 영역을 만들고 그것들이 교집합처럼 모두 모이는 지점. 그곳에서 우리는 작가의 말처럼 벌떡 일어나 자세를 고쳐 앉게 된다.

 

유괴 사업을 하는 회사에서 사람 픽업을 맡는 우사기타 다카노는 오히려 사랑하는 아내, 와타코 짱이 유괴되는 상황을 맞는다. 아내를 돌려주는 대가는 자신이 일하는 회사 돈을 횡령한 오리오오리오를 찾아오는 것이다. 오리오오리오를 찾으러 들어간 집에는 그가 찾는 오리오를 전혀 모르는 엄마와 아들만 있다. 그들을 인질로 삼아 경찰에게 오리오오리오를 찾아오라고 말하는 다카노. 경찰은 오리오오리오를 찾아서 그의 앞에 데리고 왔는데 과연 그는 인질과 오리오오리오를 교환하고 인질로 잡혀있는 아내를 구할 수 있을까?

 

사건과 우연들이 겹쳐 만들어진 이야기들은 너무 복잡하지도, 그렇다고 단순하지도 않다. <화이트 래빗>을 읽으며 끊임없이 왜 이렇게 엮여 가는지, 누가 범인인지를 생각했다. 사건들이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되는지 조곤조곤 알려주는 <화이트 래빗>은 2/3 정도를 지난 지점에서 한 줄의 문장이 '쿵'하고 떨어진다. 이전까지와 전혀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재미를 톡톡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인질이라는 강한 소재임에도 이사카 고타로의 <화이트 래빗>은 말랑말랑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부담 없이 읽기 좋아 그의 소설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사타 고타로의 <화이트 래빗>을 읽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작가는 10대 시절에 읽었던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키스>를 읽으며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고 한다. <화이트 래빗>을 읽었으니 이번에는 작가가 흥분하며 읽었다는 책을 한번 읽어봐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쿄 셀프 트래블 - 2018~2019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한혜원.김미정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 나라의 수도가 대표적인 관광지인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서울이 수도이자 알려진 관광지인 것처럼 일본의 수도인 도쿄 역시 일본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물론 요즘에는 일본의 다른 지역과 아직 유명하지 않은 소도시를 찾아다니는 여행도 많이 하지만 아직까지 일본 여행하면 단연 도쿄를 떠올릴 만큼 도쿄는 다양한 색을 가진 여행지이다.

안전한 치안으로 첫 해외여행지, 여자끼리 또는 혼자만의 여행지로 많이 가는 일본 도쿄는 몇 번을 가도 질리지 않고 늘 새로움을 안겨주는 곳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최신판 가이드북이 꼭 필요한 지역이다. 자주 갈 수 있는 곳인 만큼 늘 새로운 여행 코스가 필요한 도쿄 여행에 <셀프트래블 도쿄>는 최고의 여행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나 혼자 준비하는 두근두근 해외여행'이라는 셀프트래블의 문구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바로 도쿄가 아닐까. <셀프트래블 도쿄>는 넘쳐나지만 주관적인 여행기에 의존하는 여행이 아니라 전문 여행작가가 걷고 맛보고 느낀 도쿄의 구석구석을 알려주는 책이다. 두발로 뛰어서 찾아낸 도쿄의 새로운 핫 스폿과 고수가 아니면 알지 못하는 도쿄의 숨은 매력까지 알려주는 <셀프트래블 도쿄>만 있으면 도쿄 여행은 충분하다. 

<셀프트래블 도쿄>는 일정별로 세분화된 여행코스 소개를 시작으로 도쿄에 가서 꼭 먹어봐야 할 맛 집, 일본 여행에서 빼놓은 수 없는 즐거움인 쇼핑까지 꼼꼼하게 알려준다. 특히 다양한 매력을 가진 도쿄를 여행하기 좋게 지역별로 나눈 설명은 가장 도움이 되는 정보이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을 가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먹거리이다. 일본처럼 다양한 맛집이 있는 나라라면 짧은 여행 일정이 더욱 짧게 느껴지지 않을까. 일본에서 꼭 먹어야 할 8가지 음식 외에 일본의 편의점, 일본 대표 커피숍에 대한 소개를 여행 떠나기 전 꼭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오랜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키며 장인 정신을 이어가는 백 년 맛 집을 놓치지 말자. 일본에도 있고 한국에도 있는 비슷한 맛을 가진 음식이 아닌 역사를 가진 일본 맛집 투어도 멋진 도쿄 여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셀프트래블 도쿄>가 도쿄 여행에 완벽한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지역별로 나눠진 설명 때문이다. 도쿄와 도쿄 인근으로 나눈 후 도쿄 지역에서는 신주쿠부터 시부야, 아케부쿠로, 하라주쿠, 롯폰기, 긴자, 지유가오카, 다이칸야마, 우에노, 아사쿠사, 마루노우치, 가치조지, 시모키타자와, 오다이바까지 14개 지역으로 나눠져 있다. 도쿄 인근 지역은 요코하마, 기와고에, 에노시마, 닛코, 하코네, 디즈니리조트 6개 지역으로 구분한다. 

 

 

처음 도쿄를 가거나 아직 몇 번 도쿄 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초보들에게 여행은 우선 지역을 기준으로 다니는 경우가 많다. 원하는 지역의 지도부터 추천 하루 일정, 관광지와 맛집, 쇼핑까지 완벽하게 알려주는 지역별 설명은 여행 계획을 짜기에도 좋고 거리에서 낭비하는 시간 없이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역별 관광지뿐만 아니라 한 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과 아기자기한 카페 소개는 일본 여행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셀프트래블 도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팁은 바로 'Focus'이다. 맛집이 많은 작은 동네인 아자부주반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마무리 쇼핑으로 추천하는 다케야, 싸고 맛있는 먹거리가 가득한 도고시긴자,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맛있는 빵집이 모여 있는 숨은 명소인 세이조가쿠엔마에까지 새로운 정보가 많다.

그중에서도 도쿄역의 숨은 팁을 알려주는 정보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행하는 뚜벅이 여행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이다. 어지간한 작은 마을 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도쿄 역사 내를 알차게 둘러볼 수 있도록 내부도를 첨부해 알려준다. 짧은 일정으로 도쿄를 방문한다거나 돌아오기 전 마지막 도쿄 여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열심히 걷고 전철을 이용하기도 한다. 근교를 가기 위해 열차를 탄다. 대부분 여행지가 지하철로 연결되어 있어 버스를 이용할 일이 많이 없지만 그래도 버스를 타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비싼 일본 택시를 이용할 때도 있다. 자유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현지인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즐거움이다. 제대로 도쿄 여행을 즐기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타고 걷는 것만큼 멋진 것은 없지만 처음 도쿄를 방문한다면 여행지를 찾아다니는 것도 꽤 많은 시간을 버릴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넉넉한 여행 일정일 경우에는 그 시간조차 여행의 추억이겠지만 짧은 일정의 여행자라면 무척 아까울 것이다. 그럴 때 이용하면 좋은 것이 바로 도쿄 버스 투어이다. 인기 있는 관광지를 버스로 둘러볼 수 있는 관광지 투어는 각자의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코스가 준비되어 있어 편리하게 도쿄를 여행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인 도쿄는 그만큼 여행 정보가 많은 지역이다. 그래서 편하게 여행을 준비할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여행 지역에 대한 제대로 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2018-2019년 최신판으로 나은 <셀프트래블 도쿄>는 처음 일본 도쿄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부터 여러번 도쿄 여행을 다녀온 사람까지 각자의 여행에 맞는 최고의 스케줄과 다양한 지역을 소개해 준다. 많은 사람들의 첫 해외 여행지인 도쿄, 몇 번을 가도 늘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는 도쿄에서의 또 하나의 추억을 <셀프트래블 도쿄>와 함께 만들어 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