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로 하여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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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배우, 믿고 듣는 가수라는 말이 있다. 한국 소설을 읽을 때 일단 믿고 읽는 작가가 몇 명 있는데, 편혜영 작가가 바로 그중의 한 명이다. 우연히 읽게 된 '재와 빨강', '홀'을 통해 편혜영 작가의 팬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 현대문학에서 나오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를 기다렸다. 당대 한국 문학에서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해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다시 단행본 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인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시작이 바로 편혜영 작가의 장편소설 <죽은 자로 하여금>이었기 때문이다.

읽고 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소설은 리뷰 쓰기에 무척 불편한 장르이다. '이석은 평판이 좋았다'라는 <죽은 자로 하여금>의 첫 문장만으로도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각이다. 나는 문학평론가만큼 작품을 해석할 능력도 없다. 뿐만 아니라 내가 책을 읽고 느꼈던 것들이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쓰는 소심한 북리뷰어인지라 이번 편혜영의 장편소설 <죽은 자로 하여금>을 읽으면서도 마음 한켠엔 여러 가지 색깔을 뿜어내는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걱정되었다.


처음 그녀의 책을 읽었을 때 '아, 나도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도 역시 <죽은 자로 하여금>을 읽으며 편혜영 작가의 글에 반했다. <죽은 자로 하여금>은 가벼운 책이 아니다. 책에는 많은 이야기가 묵직하게 깔려있다. 바닥을 꽉 채운 상자를 들고 있는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죽은 자로 하여금>은 읽으면 읽을수록 그 안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처음에 나는 이 책이 스릴러 쪽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지독히 현실적이며 지독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꽤 뚫어보는 책이었다. 마치 여러 장의 사진을 그대로 책 안에 풀어 놓은 것 같았다. 10가지의 소제목들처럼 책 안에는 10장의 작은 흑백사진들이 들어있다. 어떤 사진은 사람의 온기가 없는 도시 곳곳과 병원의 일상이 찍혀있고 어떤 사진에는 불안한 눈빛이 가득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어디에서나 볼법한 장면들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서 소설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일 때가 많다. 


한때 조선업으로 번창했던 이인시의 선도병원이 주 무대이다. 서울 대학병원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망해버린 지방도시의 병원으로 내려온 무주는 어느 날 사무장의 부름과 질문에 대한 답으로 같은 병원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이석의 비리를 게시판에 올린다. 곧 글을 내렸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석을 회사를 나갔고 그때부터 무주는 병원 사람들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야 했다.

<죽은 자로 하여금>은 이석의 '옛날'과 무주의 '지금'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때 번창했던 이인시에 살았던 이석과 회색빛으로 변하고 있는 이인시로 옮겨와 살게 된 무주. 사무장과의 오랜 인연으로 얽혀있는 이석과 사무장으로 인해 사건을 일으킨 무주. 오랫동안 아픈 아이만을 위했던 이석과 자신에게 온 아기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행동했던 무주의 모습은 전혀 다른 듯하지만 묘하게 닮은 부분이 많았다. 

<죽은 자로 하여금>안의 장소와 등장인물은 허구지만 모두 현실 속에 있는 그대로의 날것이었다.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과 그 안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치열하고 싸우고 있는 사람들, 살아남은 자와 그곳을 떠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그대로 현실이라고 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그래서 <죽은 자로 하여금>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겪었고, 겪고 있으며 또 겪을 수도 있기에 나는 책을 읽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편혜영의 책은 재미있다. 묵직한 주제임에도 마치 한 편의 장르소설을 읽는 듯했다. 하지만 소설에 정답이 없듯이 누군가는 이 소설을 읽으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모두 이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죽은 자로 하여금>을 읽으며 떠오른 단어는 '현실'과 '생존'이었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이석과 무주가 있을 것이다. 읽을 때보다 덮은 후의 여운이 큰 책이었다. 이인시의 스산하고 오래된 철 냄새가 묻어있는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 '소설로 하여금 현실을 마주 보게 하라.' 책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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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때려치우고 인생가게로 먹고살기 - 돈 없어도 음식 못해도 장사로 살아남는 소자본 창업 노하우 먹고살기 시리즈
김도현 지음 / 바른번역(왓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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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북의 '먹고살기 시리즈'는 믿고 보는 책이다. 한창 영어에 재미를 붙였을 때 꿈꿨던 출판번역가의 세계를 알려준 '출판번역가로 먹고살기'를 시작으로 영상번역가, 여행작가, 칼럼니스트 등 누구나 한 번씩은 생각해 봤지만 알기 어려운 직업의 장단점을 콕콕 집어서 알려준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는 '먹고살기 시리즈'의 8번째 책으로 직장인 출신 초보 장사꾼이 주점으로 행복하게 먹고사는 비결을 알려준다. 

장사.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사이버머니처럼 인터넷에서 사라지는 걸 볼 때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모이는 돈이 없어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언제까지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까?', '더 늦게 전에 내 장사를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텅텅 빈 계좌를 바라볼 때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언제나 장사로 마무리된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늘 장사를 했다. 가진 돈이 없으니 번듯한 가게를 차려서 해본 적은 없지만 엄마의 장사가 망한 적은 없었다. 이전의 사람들이 망해서 나간 지하 6평에서도 엄마는 돈을 벌었다. 그리고 나는 늘 엄마의 가게에서 일을 했다. 음식을 만들고 서빙을 했으며 큰 쟁반을 머리에 이고 배달을 나갔다. 식당이 아닌 장사를 할 때도 늘 엄마 옆에서 물건을 팔았다. 학창시절을 큰 시장에서만 보내다 보니 장사가 꽤 돈을 많이 번다는 걸 일찌감치 알았다. 더불어 그게 또 얼마나 힘든 일인지도 잘 알고 있기에 감히 장사를 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사는 무척 매력적인 직업이다. 


지금 당장 장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언젠가는 내 가게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한켠에 있기 때문에 창업에 대한 책을 틈틈이 읽는 편이다. 창업 방법, 손님 서비스, 가게 인테리어 등 장사에 관한 여러 분야의 책이 많지만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는 진짜 장사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종합판이었다. 실제 유학을 다녀오고 삼성에 취업했지만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나이 마흔에 맨땅에 헤딩하듯 장사를 시작한 저자는 더 늦기 전에 장사를 해보고 싶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었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에서 말하는 인생가게란 '은퇴 없이 평생직장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작지만 강한 실속 있는 가게'를 의미한다. 이 얼마나 매혹적인 정의인가. 하지만 달콤한 인생가게의 정의와 달리 <인생가게로 먹고살기> 책 속에는 저자의 치열하고 눈물겨우며 안타까운 인생가게 만들기 프로젝트가 들어있다. 장사를 쉽게 생각해서 시작하지 않았다. 음식을 해본 적도 없을뿐더러 권리금에 식당의 집기가 포함되는 사실조차 몰랐던 생초짜의 치열한 인생가게 만들기는 그래서 더욱 인상 깊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 대부분이 저자와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한발 한발 어렵게 걸어서 성공한 창업 노하우를 장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초보 장사꾼과 내 가게를 꿈꾸고 있는 예비 창업자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그의 조언은 그 어떤 이론서보다 완벽한 실전 노하우들이었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는 자로 잰듯한 표현으로 단계별로 진행되는 장사 준비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저자의 인생과 함께 하나하나 만들어져 가는 인생가게를 보여준다. 만약에 인생가게를 하기 위해서 얼마의 돈이 필요하고 요즘에 유행하는 업종이 이런 것이며, 이익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 등을 말했다면 나는 일찌감치 책을 덮었을 것이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는 '어쩌다 마흔, 장사를 시작하다'로 문을 연다. 왜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장사 준비를 하고 가게 창업을 위한 돈을 모았는지 등 특별하지 않은 보통 초보들이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었을 법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했다. 저자처럼 장사에 대해 잘 모른다면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를 읽으며 앞으로 내가 장사를 하게 된다면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인생가게로 먹고살기>의 모든 내용이 저자의 이야기로만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창업 정보를 수집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부터 상권과 입지, 자금 조달, 사업 계획서 작성 등 가게를 시작하기 전 철저히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알려준다. 처음인 장사가 겁나서 프랜차이즈 오뎅집으로 시작한 저자는 프랜차이즈를 어떻게 선택하고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경험을 통해 설명해준다. 물론 가게를 시작한다고 금방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쟁업소와의 관계, 하루 매출 2만 원으로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 나만의 킬러 아이템 찾기 등 실제로 장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넉넉하지 않은 자금으로 배수진을 치고 남은 인생을 걸지 않았던 장사꾼이 아니라면 알지 못할 알짜배기 꿀팁들을 이야기한다. 

준비하는 단계에 따라 <인생가게로 먹고살기>에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다를 것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핵심만 뽑아놓은 창업 노트와 실전 노하우가 인상 깊은 사람이 있을 것이고 나처럼 장사에 대해 전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에 마구 줄을 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막연하게 장사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거나 본격적으로 준비 중인 사람들, 현재 장사를 하고 있는 초보 사장님들까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생생한 노하우들을 가감 없이 알려준다는 것이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의 저자는 프랜차이즈 오뎅집을 시작으로 자신이 직접 만든 꼬치집과 포장마차 가게까지 3개의 가게를 성공시켰다. 물론 각각의 가게를 열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신만의 원칙과 소신으로 위기를 잘 넘겨왔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장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착각에 대한 이야기였다.

장사를 시작하기 전엔 내가 장사에 대해서 뭘 모르는지도 모르기 때문에 나라면 잘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그 결과가 10년 내 열에 아홉이 망하는 지금의 자영업의 현실이다.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선 다 준비했기에 다 아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나는 남들과 달라, 나라면 잘할 수 있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기는 거다.

음식 솜씨가 좋아서 사람들이 다 맛있다고 하니까, 싹싹하고 수완 좋아서 손님들 상대하는 거 자신 있으니까, 나라면 장사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를 읽으며 장사에 대한 마음가짐, 장사를 시작하고 운영하는 방법들을 배우는 것도 좋지만 가장 먼저 저자가 이야기하는 장사를 대하는 마음가짐부터 제대로 알았으면 한다. 자신감은 중요하지만 자만심이 자신감이라고 착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분명 장사는 누구나 할 수 있고 생각한 것 이상으로 큰돈을 벌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빠르게 망하는 지름길이 되는 것 또한 장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누구나 원하는 인생가게, 나만의 가게에서 평생 벌어먹고사는 것 이상 멋진 직장이 있을까. 매력적인 인생가게의 세계로 안내하는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를 통해 그곳에 먼저 들어가 경험해 보길 바란다. 나 또한 나만의 가게를 꿈꾸고 있다. <인생가게로 먹고살기>를 읽으며 나와 비슷한 생각인 부분에서는 공감과 위안을 얻었고 알지 못했던 정보를 읽으며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아무나 해피엔딩을 맞을 수는 없다. 그래도 장사가 해보고 싶다면 <인생가게로 먹고살기>의 저자가 먼저 겪고 느꼈던 노하우들을 먼저 하나하나 익히기를 추천한다. 먹고사는 게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장사는 정말 재미있는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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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hd0rhd1 2018-05-17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ㅋ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 - 초조해하지 않고 나답게 사는 법
와타나베 준이치 지음, 정세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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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력이란 무엇일까.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인 와타나베 준이치는 '둔감력이란 긴긴 인생을 살면서 괴롭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일이나 관계에 실패해서 상심했을 때, 그대로 주저 않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나아가는 그런 강한 힘을 뜻합니다'라고 정의한다. 들어가는 말에서 알려주는 둔감력의 정의를 책을 읽기 전에는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무책임함을 뜻하는 것도 아니고, 외부 현상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자극이 가득한 이 시대를 예민함에 휩쓸려 살아가지 않도록 도와준다.

아마 이미 강한 둔감력을 가지고 있어 잘 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처음부터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와 같은 자기 계발서에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나는 왜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며 살까, 나는 왜 항상 모든 것에 피곤함을 느낄까라고 생각한다면 읽어보길 바란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가 잊고 있었던 당신의 둔감력을 찾도록 알려줄 것이다.


둔감력에 대한 본격적이 설명에 앞서 '나는 얼마나 둔감한 사람일까?' 둔감력 체크리스트를 먼저 해보자. 20가지 문항으로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는 둔감력 단계에서 나는 2단계인 '예민 씨앗이 꿈틀대가 때로 대담할 줄 아네요' 단계로 나왔다.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주변 상황의 변화에 눈치가 빠르고 예민한 부분이 많지만 애써 무심하게 살려고 노력하며 한 발자국씩 물러서 있는 편이다. 몇 문항 되지 않는 질문이지만 의외로 꽤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는 열일곱 개의 부분으로 나눠 각 분야에서의 둔감력에 대해 말한다. 두껍지 않은 분량에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가끔은 짧은 에세이와 같은 책이라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를 위해서 왜 둔감력이 필요한가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어머니의 사랑, 그 위대한 둔감력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신체와 감정, 이성과의 관계, 결혼생활, 여자가 남자보다 더 강하고 둔감한 이유, 직장 내 신경 끄기의 기술 등 모든 부분에서 필요한 둔감력을 이야기한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속 열일곱 개의 이야기 중 나는 둔감한 몸에는 질병도 찾아오지 않는다에 대한 설명과 타인과 회사에서 필요한 둔감력, 그리고 언제나 변하는 주변 상황 속 둔감함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스트레스를 유독 심하게 느껴 스스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갈아먹는 경우가 많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처럼 예민함이 좋은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자신에게 최악의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와타나베 준이치 역시 둔감함은 마음뿐 아니라 신체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오감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예민하거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 잠자리가 바뀌면 잠들지 못하는 성격 등의 예민함은 결국 나만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둔감력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직 나를 위한, 나의 행복하고 건강하며 긍정적인 삶이 목적이다. 

친구나 직장 동료들이 험담을 하거나 괴롭히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많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기분 나쁜 말을 듣더라도 예민하게 대처하지 마세요.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상대방이 왜 질투하는지 헤아리고,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느끼세요. 둔감하고 아량 있는 마음가짐은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됩니다.


그런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그런 상황은 언제나 생긴다. 그런 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상황들과 사람들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차이이다.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는 바로 그런 것들을 대담하고 둔감하게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나 둔감력은 있다. 사람에 따라 어떤 부분에만 둔감함이 강하기도 하고, 모든 것을 느긋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지금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같은 문제로 비난을 받았다. 나는 잠들 때까지 계속 곱씹고 떠올려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 그 사람은 돌아서 금세 잊어버리고 다시 자신에게 열중한다. 아마 사람들은 그 둔감한 사람을 무심하다고 말하며 당신은 예민해서 그렇다며 힘내라고 위로할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과연 주변 사람들은 계속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 줄까? <나는 둔감하게 살기로 했다>의 중심은 둔감력이 아니라 바로 '나'이다. 내가 잘 살기 위해, 내가 신경 쓰지 않고 강하게 살기 위한 방법으로 둔감력을 이용하라고 말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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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
이미화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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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을 걷더라도 여행은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추억으로 저장된다. 무작정 걷다가 만난 뒷골목에 눈길을 빼앗기는 사람도 있고 빽빽한 관람객들을 뚫고 마주한 명작이 머릿속에 각인되기도 한다. 이렇게 여행은 누구와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그곳에서 무엇을 보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겨진다.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은 바로 그런 여행의 발자국을 따라 써 내려간 책이다. 여행지 속에 담겨 있는 영화 한 장면, 한 장면을 찾아가는 저자는 그 속에서 영화를 다시 떠올리고, 그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독자와 함께 나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사진이 무척 인상적인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은 그동안 비슷 비슷한 여행 에세이에 지루함을 느낀 사람들에게 색다른 여행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에서 저자는 여행 촬영지를 찾아가 기록을 남긴다. 영화의 한 장면이 담긴 사진을 같은 공간 속에 두고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한다. 다른 시간, 같은 공간을 여행하는 저자의 여행법은 무작정 관광 명소만을 찾아다니며 미션 클리어를 외치고, 여행의 8할은 먹는 거라고 말하는 단순한 나의 지난 여행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들어 주었다. 

책에는 8편의 영화가 담겨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시작으로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미드나잇 인 파리', '노팅힐&어바웃 타임', '클로저', '원스' 그리고 '카모메 식당'까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는 영화들을 소개한다. 영화 보기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굳이 찾아서 보는 편이 아니라 8편의 영화 중에서도 본 영화보다 보지 못한 것이 더 많았다. 그래서 저자가 느낀 만큼의 감동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를 읽은 후에 보고 싶어진 영화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영화 촬영지를 찾아가는 저자의 여행도 흥미로웠지만 영화의 한 장면이 담긴 사진을 같은 장소에 두고 찍은 사진들이 매력적이었다. 여행을 가게 될 곳에서 촬영된 영화가 있다면 나도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의 사진처럼 순간을 남겨보고 싶어졌다. 

책 속에는 영화의 장면과 영화의 대사,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있다. 한 편의 영화가 끝나고 다른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들려주는 여러 편의 에필로그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였다. 아쉽게 끝나는 한 문장 때문에 가끔은 다음 편 영화를 보기 전에 빠르게 감기를 해서 에필로그를 먼저 읽기도 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파리, 수많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우두커니 실체 없는 사랑의 진짜 모습을 마주한 런던 그리고 구름처럼 움직이지 않는 듯 움직여서 도착한 핀란드까지 우리는 각각의 나라를 다양한 영화처럼 전혀 다른 이미지로 마주하게 된다.

자신을 조금 느린 아이라고 말하는 저자처럼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은 천천히 흘러간다.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영화와 그 영화에 대해 들려주는 저자의 목소리는 같은 박자를 가지고 있다. 속도가 느껴지지 않는 영화의 한 장면과 그 영화를 담고 있는 저자의 사진이 이 책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탁, 탁, 탁, 탁. 책을 읽는 내내 느린 속도로 가볍게 바닥을 쳤다. 아마 나는 그녀와 함께 골목을 걸었나 보다. 문득 나와 같은 시간에 다른 공간에서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을 읽고 있을 그 누군가는 어떤 자세로 책을 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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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셀프 트래블 - 2018-2019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0
조은정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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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친구가 그해 휴가는 뉴욕으로 가보자고 했었다. 세상 어디 가보고 싶지 않은 나라가 있겠냐 만은 미국을 여행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아마 비자 발급이 어렵다는 이야기와 좋아하는 미국 수사 드라마로 인한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시간이 맞지 않아 아쉽게 뉴욕으로 떠나지는 못했지만 잠깐 동안 여행을 준비하며 알아본 뉴욕은 그동안 머릿속에서 어둡게 굳어진 도시가 아니었다. 미국 최대의 도시이자 미국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을 한쪽 눈으로만 바라봤던 나의 좁은 시각이 안타까웠었다.

 

출퇴근하면서, 일을 하다가 문득문득 어디를 여행 가볼까 생각한다. 최근에는 몇몇 도시와 함께 뉴욕을 떠올릴 때가 많았는데 신기하게도 <셀프트래블 뉴욕>을 읽게 되었다. 예전에 출력해 놓은 여행 자료를 꺼내서 다시 읽어봤다. 뉴욕에 어떤 관광명소가 있는지도 모른 채 유명하다고 들었던 몇 곳만의 프린트만 가득했다.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 있는 <셀프트래블 뉴욕>이 생겼으니 아마 곧 진짜 뉴욕의 낮과 밤을 즐기러 가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뉴욕'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예술을 좋아한다면 브로드웨이와 뉴욕 현대 미술관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고 뉴욕뿐만 아니라 미국을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이 그려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볼 만한 곳을 찾아보면 수많은 명소가 검색되는 뉴욕은 그야말로 '여행'이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셀프트래블 뉴욕>은 크게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 근교 도시로 먼저 나누고 각 지역을 또다시 여러 구역으로 나눠서 꼼꼼하게 설명한다. 뉴욕을 알차게 여행할 수 있는 다양한 일정과 팁을 알려주는 페이지 등 놓치지 말아야 할 정보가 담겨 있지만 특히 <셀프트래블 뉴욕>의 모든 정보가 2018년 3월까지 취재한 내용을 기준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하니 그 어떤 가이드북보다 따끈따끈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본격적인 <셀프트래블 뉴욕>을 읽기 전에 먼저 뉴욕의 지하철 노선도와 맨해튼의 버스 노선도를 한 장으로 그려놓은 지도를 펼쳐보자. 구글 지도 검색을 통해 편리하게 길을 찾을 수 있겠지만 뉴욕의 지하철이 한국처럼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터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휴대폰 보다 먼저 노선도를 챙겨 일정을 시작할 것이다.

 

뉴욕을 여행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어떻게 뉴욕을 다녀야 하는지 여행 경로를 짜야 한다. 특히 뉴욕처럼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가 많은 도시의 경우 코스를 꼼꼼하게 계획하지 않으면 너무 많은 곳을 둘러보느라 정신없는 매일매일을 보내거나, 힘들게 다닌 거에 비해 뭘 봤는지 기억나지 않는 최악의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셀프트래블 뉴욕>에는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다양한 경로의 여행 플랜을 소개한다. 뉴욕에서 즐겨야 할 수많은 것을 보는 1주일 코스와 2주일 코스를 비롯해 먹는 것이 여행 목적이라는 사람들을 위해 맛집 일주 여행코스, 뉴욕에서 빼놓은 수 없는 건축&디자인 여행코스, 쇼핑 여행 8일 코스, 미술품 애호가를 위한 뮤지엄 방문 1주일 코스를 알려준다.

 

여행작가만큼 그 도시의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오는 사람이 있을까? <셀프트래블 뉴욕>은 저자가 가장 사랑하는 나라인 미국, 뉴욕을 애정을 담아 소개했다는 안내서인 만큼 뉴욕에 간다면 꼭 해보기를 바라는 다양한 베스트가 있다. 뉴욕의 뮤지엄 BEST 4 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공원 BEST 5, 비 오는 날 가면 좋은 장소 BEST 4까지 여행자가 아니라 마치 뉴욕에 사는 사람처럼 뉴욕을 즐길 수 있는 팁을 알려준다.

 

센트럴 파크의 서쪽인 모닝사이드 하이츠, 동쪽인 할렘 지역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어퍼 웨스트 사이드, 어퍼 이스트 사이드, 미드타운, 첼시&미트패킹 디스트릭트, 유니언 스퀘어&그래머시를 비롯해 브루클린과 윌리엄스버그까지 <셀프트래블 뉴욕>에서는 각 지역의 관광명소, 음식, 숙소뿐만 여러 즐길 거리를 자세하게 보여준다.

 

박물관과 미술관 만으로도 1주일을 지낼 수 있는 뉴욕답게 많은 미술관 등이 있는데 '박물관이 살아있다'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본 나는 뉴욕에 가면 자연사 박물관을 빼놓지 않고 꼭 둘러보고 오고 싶어졌다.

 

전 세계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뉴욕만큼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으로 매력적인 곳이 있을까. 미국 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와 드라마 속에 나오는 명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뉴욕을 떠나기 전에 한번 더 뉴욕이 나오는 영화와 드라마를 찾아봐도 좋겠지.

 

미국의 자유를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은 로어 맨허튼&트라이베카 지역에 위치한다. 뉴욕까지 갔으면 자유의 여신상을 꼭 봐야 하고 이왕 갔으니 왕관까지 올라가는 전망대에도 올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전망대는 입장객 수가 제한되어 사전 예약이 필수적이라고 하니 <셀프트래블 뉴욕>에서 알려주는 데로 미리 예약을 하길 바란다.

 

한 달 이상을 여유롭게 여행 가는 게 아니라면 뉴욕만을 둘러보기에도 빠듯하다. <셀프트래블 뉴욕>에서 알려주는 '뉴욕 근교 즐기기'는 아마 뉴욕을 몇 번 여행 가본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가 될 것이다. 뉴욕의 구석구석을 둘러봤다면 이제 또 다른 매력을 가진 뉴욕 근교의 워싱턴 D.C, 필라델피아, 애틀랜틱 시티, 보스턴, 나이아가라 폭포를 다녀보자.

 

왠지 미국 여행은 힘들다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철저하게 준비를 하면 된다. <셀프트래블 뉴욕>은 뉴욕의 일반 정보를 시작으로 한국에서 가지고 가면 도움이 될 것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국 입국 심사, 뉴욕 지하철 완벽 해부, 뉴욕에서 화장실 찾기처럼 여행을 할 때 꼭 필요한 정보뿐만 아니라 뮤지컬 보는 7가지 방법, 뉴욕 여행 관련 질문 모음까지 차근차근 스텝을 밟듯 뉴욕 여행을 단계별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도심 속 공원에서의 여유로운 휴식,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을 관람하고 세계 각국의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각자에게 맞는 맞춤 쇼핑이 가능한 곳. 미술의 진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미술관이 골목마다 있는 곳.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수 있는 곳. 이 모든 것이 가능한 뉴욕은 여행이라는 매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셀프트래블 뉴욕> 안에 가득 찬 정보만큼 설렘이 가득한 뉴욕 여행을 준비한다면 <셀프트래블 뉴욕>이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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