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민주주의 - 새로운 위기, 무엇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
야스차 뭉크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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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밤이 밝게 빛났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음에도 폭력은 없었고, 귀와 눈을 막고 있었던 대통령은 마침내 물러났다.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국민 스스로 이뤄낸 자랑스러운 결과였다. 세계인들이 말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이다. 반대로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라 말하던 미국에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인물이 민주주의를 이끄는 대통령이 되었다. 전세계가 놀랐고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탄핵이야기가 나왔다. 가장 민주주의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 가장 강력한 민주국가의 대표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웠다.

인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할때 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은 인류가 시작된 이후보다 지난 100년간 더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기술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앞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분야는 어떤가?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 역시 변하고 있는데 정치는 여전히 처음 민주주의가 등장하던 그때와 똑같을까? 나는 민주주의 역시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마 정치와 관련된 사람들은 여전히 예전 그때의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위험한 민주주의>는 정치와 관련된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 변화, 민주주의에 대한 반감등을 보며 지금이 평화로운 민주주의 시대가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모든 면에서 한치 앞도 모를 세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시대이다. 이럴때 일수록 더 관심을 가지고 흐름을 읽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위험한 민주주의>는 정치에 대한 새로운 시작을 가지게 해 줄 책이다.


물론 쉽게 읽히지 않는다. 어렵지 않지만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은 문장을 자꾸 건너뛰게 만들고 내가 왜 이런 책을 읽고 있는지 후회하게 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잠깐의 지루함을 견디고 나면 <위험한 민주주의>는 정치의 변화를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미국 노년층의 3분의 2 이상이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밀레니엄 세대에서는 3분의 1 이하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주의에 대한 애착이 줄면서, 미국인들의 관심은 권위주의적인 대안에 기울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 1995년에는 16명 중 고작 1명이 군사 통치가 훌륭한 정부 체제라고 믿었으나, 현재는 6명 중 1명이 그렇게 믿는다. 

<위험한 민주주의>를 읽으며 여러 조사 결과에서 놀랐지만 그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민주적이지 않은 시대, 전쟁의 두려움에 떨면서 살지 않았던 세대들이 민주주의에 실망을 하게 되고 군부 통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군부독재에서 벗어난 나라에서도 군부가 통치하는 게 좋다는 응답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군부 통치로 인해 현재까지 고통받고 있는 우리나라지만,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위험한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한 정의를 시작으로, 그 위기는 어디서 왔는지를 파악하고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자유민주주의의 새로운 형태로 두 가지의 체제가 부상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민의 뜻'이라는 한마디로 권위주의적 지도자가 독재로 치닫는 '권리 보장 없는 민주주의'와 제도의 힘이 너무 강해 국민들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사실상 민주주의가 소수의 과두제로 전락해 버리는 '민주주의 없는 권리 보장'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책에서 끊임없이 포퓰리즘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한다.

정치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민주적 제도에 대한 신뢰가 줄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 어쩌면 이전 세대는 단지 지나치게 순종적이고 순진했던 것이 아닐까? ~ 최근 신뢰의 하락 현상은 사람들이 정부에 실망했다기보가 그들이 정부 활동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음을 뜻할 수 있다. ~ 민주주의의 퇴조는 지금 진행 중이다.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게 된 원인 중의 하나로 '소셜 미디어'를 말한다. 종이가 귀했던 시절에는 서면 정보란 오직 특정 고위층들만 접근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인쇄술의 발달로 자신의 생각을 수천명의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내 생각을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다대다 의사 소통이 가능한 소셜 미디어는 정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데 그 예로 저자는 도날트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이야기한다. 예전이라면 방송에 나오지 못할법한 그의 이야기는 트위터라는 엄청난 파급력을 가진 SNS 덕분에 전통적인 언론 매체의 도움없이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것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의 이런 민주주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위험한 민주주의>의 저자인 야스차 뭉크는 해결책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지난해 촛불집회로 대통령을 청화대에서 끌어내린 이야기를 한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해결하는 첫번째는 먼저 어려운 상황에 똑바로 마주서는 것이다. 둘째, 대중의 언어로 설명하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포퓰리스트들의 흠잡기에 열정하기보다 긍정적인 메세지 전달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한다. 넷째, 자유민주주의 수호자들이 항상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상 포퓰리스트들과 싸워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인류 역사와 함께 많은 정치 신념들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현재를 자유민주주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아테네의 민주주의, 로마의 자치정부, 베니스 공화국도 당시에는 영원을 누릴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은 변화한다. 특히 전쟁과 고통, 굶주림과 극심한 내전을 겪어보지 않은 나라의 세대들은 지금 그들이 누리고 있는 것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 당연한 것들이 전 세대의 피와 투쟁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이전보다 더욱 빠르게 정보가 흘러가고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흔들리다 보면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자유민주주의를 언제라도 빼앗길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너무 비관적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위험한 민주주의>를 꼼꼼하게 읽어보길 권한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바뀌고 있는 정치 현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정치는 나와 관련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 어떤 것보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것이 바로 정치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이미 알았고 변화시킨 경험도 있다. 이제 지금보다 더 나은 자유민주주의로 만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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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 101
조성도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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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메일 계정을 만들었을 때가 기억난다. 먼저 이메일을 만든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수없이 많은 메일 주소를 적어 넣은 후 드디어 생긴 나의 첫 이메일. 컴퓨터를 통해서 자료를 보낼 수 있는 나만의 주소가 생겼다는 게 신기하고 이상했다. 생각해 보면 이메일로 참 많은 일을 했었는데 요즘에는 자료를 전달한다거나 소식을 전하는 것보다 광고성 메일을 더 많이 받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메일은 일을 하고 중요한 연락을 할 때 빼놓은 수 없는 필수적인 수단이다. 

매일 이메일을 쓰면서도 우리는 왜 이메일을 잘 쓰는 게 어려울까?

이메일을 만들고 수없이 많은 메일을 보내면서 우리는 이메일 작성법에 배웠던 적이 있었는가? 이메일 작성법에 대해 알려준다는 <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 101>를 읽기 전에는 '이메일 쓰는 법을 배워야 되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책을 한 장 두 장 읽어나가며 오랜 세월 써왔지만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늘 이메일 보내는 게 어렵고 불편했다. 

책 읽는 법도 배우고, 헬스하는 법도 배우고 글씨를 예쁘게 쓰는 법도 배운다. 하지만 이메일을 쓰는 법을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었다. 생각해 보면 그 어떤 것보다 꼭 배워야 할 것이 바로 이메일 작성법인데도 말이다. 얼굴을 보지 못한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보내는 이메일은 나의 첫인상과도 같다. 생각 없이 보내왔던 수많은 이메일 속에 내가 담겨 있었다. 진작에 읽어봐야 할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 101>을 읽고 나니 누군가에게 잘 쓴 이메일 한통 보내고 싶어졌다. 


<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 101>은 제목 그대로 101가지의 이메일 작성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꼭 필요한 핵심만을 알려주는 실용서이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바로 자신에게 필요한 사항을 적용할 수 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취준생, 이메일 작성에 부담을 느끼는 회사원들의 책상에 한 권씩 꼭 있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파우더를 치고 입술을 바르면 조금 더 화사해 보이듯 <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 101>은 이미 그럭저럭 쓰고 있는 이메일에 활기와 열정을 불어넣어 주는 역할을 한다.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에서도 이메일 작성법을 강의하는 경우가 드물고, 내부 매뉴얼이 잘 갖춰진 곳이 아니라면 회사에서 배우기도 쉽지 않다. 

<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 101>는 왜 이메일을 잘 써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시작으로, 나에게 어울리는 계정으로 다시 이메일을 만들어 본다. 제목 짓기부터 시작해 제대로 이메일을 작성하는 법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기본적인 메일 작성법을 배운 후에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는 이메일 기술을 익혀보자. 예전에 컴퓨터로만 이메일을 보냈다면 스마트폰을 더욱 많이 사용하는 현재에 맞춰 나에게 맞는 앱으로 메일을 보내는 방법도 알려준다. 이메일 마케팅과 어떻게 메일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지 배울 수 있다.


처음 이메일을 만들 때 독특한 계정을 만들고 싶어서 단어와 숫자를 여러 번 조합했었다. 물론 웬만한 단어는 이미 계정이 있었던 터라 결국 적당한 단어에 나이 또는 생년월일, 전화번호 뒷자리를 조합해서 만들었다. <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 101>은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체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많이 쓰고 있는 이메일 주소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 보길 바란다. 

이메일 주소를 새로 만들 때 지켜야 할 점 5, 발신자 이름은 본명으로 설정하라, 이메일 서명, 디자인하기 등 가장 기본적이지만 놓치기 쉬운 부분부터 세세하게 확인하며 자신에게 맞는 이메일을 만들거나 기본에 쓰던 메일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잘못 쓴 이메일 제목으로 나온 예들 중에 그동안 내가 수없이 많이 사용했던 제목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시에는 나름 신경 쓴다고 썼던 제목이었는데 책을 읽고 보니 완벽하게 촌스러운 이메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메일을 자주 보내는 일을 하지 않는 게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이메일 작성법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각각 예시도 포함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적용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기본적인 이메일 작성법 외에도 언제 이메일을 보내면 가장 좋은지, 스팸 필터에 걸리지 않는 방법, 이메일을 잘못 보냈을 때의 실수를 만회하는 방법 그리고 이메일이 되돌아오는 이유 설명 등을 통해 프로이메일러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컴퓨터를 이용해 이메일을 많이 보내왔지만 스마트폰이 컴퓨터 사용률을 앞서가는 지금, 스마트폰을 통해 이메일을 확인하고 보내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나 역시도 스마트폰으로 먼저 이메일을 확인한 후에 중요한 메일은 다시 컴퓨터로 확인하곤 하는데 <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 101>에서도 역시 앱을 이용해 트렌디하게 메일을 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처음 앱을 통해 메일을 보내는 사람들을 위한 앱, 귀차니스트를 위한 앱뿐만 아니라 이메일 좀 보낸다고 자부하는 사람을 위한 앱, 프로이메일러로 거듭나게 하는 앱까지 소개하고 있으니 자신에게 잘 맞는 앱을 이용할 수 있다. 

이메일을 통해 끊임없이 들어오는 수많은 광고성 메일 때문에 골치아파 한 적이 많을 것이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중요한 메일을 놓치게 하는 광고메일이 짜증 날 때도 많지만 여전히 이메일은 마케팅에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이다. <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 101>에는 이메일 마케팅을 통해 비즈니스 이메일에 적용할 만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101가지의 이메일 쓰는 방법은 500페이지에 달하는 꽤 두꺼운 분량이다. 하지만 짧고 요점만 알려주는 방법과 한눈에 볼 수 있는 예시 덕분에 책은 꽤 빠르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동안 쓰고 보냈던 메일에 대한 부끄러움은 덤으로 따라온다.

매번 이메일을 보낼 때 어떤 제목으로 보낼지, 어떤 내용으로 시작하고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이었다면 <일잘러를 위한 이메일 가이드 101>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날 때 옷매무새를 체크하고 나눌 이야기를 계획하듯 101가지 이메일 작성법을 통해 더욱 정확하고 세련된 이메일을 보내길 바란다. 

대학에서도 이메일 작성법을 강의하는 경우가 드물고, 내부 매뉴얼이 잘 갖춰진 곳이 아니면 회사에서 배우기도 쉽지 않다. 참고할 책이 있나 찾아봐도, 영어로 이메일 쓰는 법 같은 외국어 학습 카테고리에 속한 것들뿐이다. 운이 좋으면 학생들이 아무렇게나 보내는 이메일에 질린 교수에게 배우거나, 실력 있는 상사에게 스킬을 전수받을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행운이 닿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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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기원
천희란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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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희란의 소설집 <영의 기원> 속에는 8가지의 죽음이 담겨있다. 죽음으로 시작되는 책은 죽음으로 절정을 맞고,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죽음을 가볍고 위트 있게 풀어내는 책도 있지만 <영의 기원>은 다소 무겁고 많은 의미들을 모호하게 이야기한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 작가를 통해 창조되는 죽음의 독특함이 궁금하다면 천희란의 소설집 <영의 기원>은 당신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것이라 생각한다. 

 

<영의 기원>은 친절하지 않은 책이다. 아마 그녀의 깊이 모를 글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책을 덮을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고 앞장을 돌아가 내가 제대로 읽은 것인지 확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에 대한, 특히 한국 젊은 작가들의 독특한 단편소설을 좋아하고 소설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나다면 <영의 기원>은 읽는 즐거움도 더불어 선사해 줄 것이다. 

 

단편소설을 좋아하지만 나에게 <영의 기원>은 50%의 즐거움이었다. 솔직히 8편 중 4편만 흥미롭게 읽었고 나머지 소설들은 어렴풋하게만 이해할 뿐 정확하게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확신이 서질 않았다. 그럼에도 <영의 기원>을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던 이유는 바로 죽음을 소재로 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죽음이 관통하는 이야기들, 그녀의 책을 통해 처음 소개되는 소설들은 마치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였고, 언젠가는 꼭 일어날 것만 같은 예언과도 같았다. 

 

사람들이 갑자기 죽기 시작한다. 언제 어디서 죽을지도 모르는 혼란한 그때,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자살여행을 떠나는 무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창백한 무영의 정원'. 종말이 올 거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죽음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평범한 시대였다면 만나지 않았을 남자와 여자가 우연히 만났다. 종말이 온 건가? 의문을 가지며 '예언자들'은 끝난다. '영의 기원'은 영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가 들려주는 영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영이 과연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더더욱 모호해 짐을 느낀다. 짧은 반전 소설 같았던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는 두 여자가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의문과 이유를 묘사한다. '신앙의 계보'와 '경멸'에 이은 '사이렌이 울리지 않고'는 다소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8편의 이야기 중 가장 현실 같아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환상인지 현실인지 모를 경계에 아슬아슬 서 있는 '화성, 스위치, 삭제된 장면들'은 앞선 '창백한 무영의 정원',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 '사이렌이 울리지 않고'와 더불어 <영의 기원>에서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 중의 하나이다. 

 

죽음을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 있구나. <영의 기원>을 읽으며 가끔은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고, 가끔은 소설 속의 감정들을 금방 이해하지 못해 답답했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주제를 이렇게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작가의 재능이 늘 놀라웠다. 어느 책이나 마찬가지이다. 세월이 지나고 다시 읽어보면 예전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이해되는 책들이 있다. <영의 기원>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 중의 하나는 '이 책은 두고두고 읽어야 되겠구나'였다. 2018년에 읽었던 <영의 기원> 속 죽음들이 2019년, 2020년에는 어떤 얼굴로 다가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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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반양장) - 새로운 부의 법칙
롭 무어 지음, 이진원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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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되돌아가기 버튼을 눌러 다른 책을 찾아보길 바란다. <머니, 새로운 부의 법칙>은 당신이 생각하는 바로 그, 돈에 관한 이야기지만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돈의 흐름을 찾을 수 있는 팁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머니>는 제목 그대로 '돈'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이다.

잘 알고 싶은 게 생기면 우리는 먼저 그것에 대해 책을 읽고 검색을 하며 공부를 한다. 어떤 분야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정의를 찾아본다. 자, 여기서 물어보자. 더 많이 가지고 싶은 돈에 관해 당신은 제대로 공부해 본 적이 있는가. 돈이라는 단어의 기본 정의라도 말할 수 있는가. 

<머니>는 그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늘 열심히 일하고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생을 자신의 돈에 만족하지 못하며 산다. 왜 그럴까. 누구나 노력하는 만큼 벌어야 하지만 우리는 왜 항상 만족하지 못할까. <머니>의 작가는 그 이유를 우리가 돈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있다고 말한다. 돈을 알고, 부자의 습성을 알아야 가난으로부터, 불만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머니>는 도대체 머니가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책이다. 


<머니>는 돈의 법칙에 대해 총 6장에 걸쳐 이야기한다. 우리는 부의 축적은 이전에 조금이라도 쌓아놓은 부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머니>의 저자는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다. 대학 시절 여러 번 사업에 실패하고 파산한 후 알코올 중독자로 몇 년을 보냈다. 하지만 머니 게임의 룰을 직접 경험한 후 서른 살에 부와 성공을 쟁취한 젊은 백만장자 사업가가 되었다. 저자 스스로가 <머니>의 증인이며 결과이다. 

돈이 있어도 행복하지 않다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정말 그럴까? 지난 10년 동안 내가 만난 부자 중에 돈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 그러나 "롭, 제발 부탁인데, 내 돈을 모두 가져가 줘요. 돈 때문에 너무나 불행합니다."라고 말하는 부자를 본 적이 없다. 

우리는 그동안 착각하며 살아왔다. '돈이 있다고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물론 돈이 행복의 전부가 될 수는 없겠지만 돈이 주는 혜택들을 돈이 없을 때와 비교해 본다면 분명 돈이 우리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머니>의 저자는 묻는다. '돈과 행복은 서로 별개인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돈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라고 말한다. 돈을 벌 수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까지 돈을 버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문제이며, 돈에 관해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우리가 보지 못할 뿐 돈은 늘 흘러가고 있다. 그 흐름을 보는 사람만이 돈을 벌고 변화를 만든다.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이쪽 집단에서 저쪽 집단으로 돈은 늘 공정한 방향으로 흐른다. 어떻게 하면 우리도 그 흐름을 잡을 수 있을까? 저자는 그 비결을 이미 자신만의 성을 구축한 수많은 백만장자들에게서 찾았다. 

'부자의 생각은 당신과 다르다'에서는 부자의 믿음과 가난한 사람의 믿음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가난한 사람의 믿음 : 돈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돈을 벌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통화 제도는 사악하고, 불공정하며, 부패하다. 부채는 나쁜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 내가 돈을 버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돈을 뺏는다. 나는 돈을 벌 시간이 없다. 나는 그 일을 할 수 없다. 내겐 충분한 능력이 없다. 나는 부자가 될 자격이 없다. 청구서 비용을 먼저 지불했더니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은 내가 돈 때문에 변했다고 판단할 것이다.

부자의 믿음 : 돈은 모든 선의 근원이다. 돈을 벌기 위해 아이디어, 에너지, 서비스가 필요하다. 통화 제도의 가치를 정량화하고 돈을 가속화하는 기능이 놀랍다. (좋은) 부채는 좋은 것이다. 돈이 열심히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 내가 돈을 벌면 다른 사람들도 같이 벌게 돼서 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가치가 낮을 일을 할 시간이 없다. 나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위대한 가치를 갖고 있다. 내 능력은 최고다. 돈을 벌고 나누는 것은 나의 소명이고 운명이다. 나는 먼저 나한테 돈을 쓴 다음에 남은 돈으로 청구서 비용을 지불한다. 사람들은 어쨌든 나를 평가할 것이다. 


당신의 믿음은 가난한 사람인가, 부자의 것인가? 


1천2백 명이 넘는 백만장자를 연구한 스티브 시볼드는 "부자가 사는 집에 걸어 들어가서 봤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 중 하나는 그들이 더 성공하기 위해서 공부할 때 읽은 책들로 꾸며진 아주 넓은 서재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중산층은 소설, 타블로이드, 엔터테인먼트 잡지를 주로 읽는다'라고 덧붙였다.

돈을 이해하고 가진 부자들을 롤모델로 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물론 모든 부자들이 자수성가하지 않았으며 우리보다 더 열심히 일하지 않았지만 진짜 운이 좋아 빠르게 부를 축척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자들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실패와 노력을 반복했음을, 우리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지속하는 힘을 가졌음을 인정해야 한다. 


<머니>는 앞에서 돈의 철학과 신념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뒤에서는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들을 모델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반복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함과 동시에 탄탄한 인맥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멘토를 통해 실수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목표와 비전 문서를 만들어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목표를 세워보자. 어떤 계획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일과 삶의 이상적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며 살아보자. 

누구보다 행복하게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는 <머니>를 빨리 읽고 싶었다. 기대가 큰 만큼 처음엔 솔직히 실망도 컸다.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줄 것 같았던 <머니>는 줄곧 돈을 제대로 바라보고 돈에 대한 잘못된 생각부터 바꾸라고 말했다. 하지만 돈에 대한 다소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읽으며 진짜 '돈'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늘 돈을 벌고 싶다고만 생각했고 누군가 대박 났다는 아이템에 귀가 솔깃해지기만 했지, 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내가 돈을 벌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의 말미에 저자는 자신의 열정을 점검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가? 10년 뒤에도 이 일을 하고 싶을까? 내가 하는 일로부터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을까? 

돈이 어떤 것인지 알았고, 나 자신도 돌아봤다. 스스로의 열정도 체크해 보았다. 이제 단 하나만 남았다. '지금 당장, 시작하라.' 돈을 벌고 싶다면, 부자가 되고 싶다면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쌓아왔던 수많은 계획들을 현실로 실현시켜라. 생각만 하면 생각으로만 끝날 뿐이다. 돈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흥미롭고 유쾌하며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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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명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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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를 읽으며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카톡에 적어두고 페이지에 포스트잇으로 표시해 두었다. 하루가 혼란스럽고 마음을 다잡을 수 없을 때 접어둔 페이지와 구절을 다시 읽고 읽고, 또 읽었다. 나는 이 책이 참 마음에 든다. 

팟캐스트를 통해 명진 스님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거침없고 전투적인 말투에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종교적인 인간도 아닐뿐더러 회의적인 편이라 종교인들이 적은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명진 스님의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는 출판되기를 기다렸다. 이어폰을 통해 들었던 스님의 생각을 책으로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역시 스님의 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책은 제목이 바로 내용이다.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명진 스님의 답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로해 주기도 하고 현실을 똑바로 보라고 꾸짖기도 한다. 하지만 각자의 질문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은 당신을 만족시켜주지 못할 것이다.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는 어떻게 살지 혼란스러운 사람에게 이렇게 살라는 정답을 알려 주는 책이 아니다. 이른 나이에 죽음을 겪었고 스님이 된 후에도 수행보다 사회에 부딪히는 일이 더 많았던 스님이 살아왔던 과정과 그 속에서 느꼈던,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보이지 않는 수많은 누군가를 향한 독백이다.

책은 묻는다. '나는 뭐 하는 사람일까?', '사는 건 왜 힘들까',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그리고 '행복이란 무엇일까.' 책을 읽기 전에 한 번쯤 책이 묻는 질문에 스스로의 답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인생은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의 연속이다. 그런데 짧다. 너무 짧다. 섬광같이 찰나 가버린다. 다시 살 수 없는 이 인생의 순간을 살아가면서 왜 남 따라 살아야 하는가. 내 길을 가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백 년이 채 안 되는 우리 생을 놓고 볼 때 재산이나 지위나 명예... 그것들이 과연 내 길을 가는 것보다 가치 있는 걸까.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결국은 죽는 날 빈손인 게 인생이라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까.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 물음이야말로 우리 인생의 나침반이다.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는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과 스님이 그동안 살아온 과정, 옳지 않음으로 가득 찬 불교계와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승적이 박탈당해 '프리랜서'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는 명진 스님이지만 책을 읽으며 불교계와 사회에 대해 이렇게 자세한 이야기와 비판을 여과 없이 말해도 되는 건지 살짝 걱정되었다. 나는 못하지만 앞장서서 잘잘못을 따지는 사람을 보면 속이 시원할 때가 있다. 명진 스님의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를 읽으며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명박근혜' 시대에 우리 사회는 너무 망가졌다. ~ 죄를 짓지 않아도 권력의 눈에 거슬리면 죄가 만들어져야 하는 시대였다. ~ 우리에게는 박근혜를 '형광등 백 개 켜놓은 듯한 아우라'가 난다며 찬양했던 언론인들이 아직 남아 있다 ~ 한 번도 제대로 청산하지 않은 우리 역사. 그것이 쌓여 적폐가 되었다. ~ 우리에게 언제든지 '이명박근혜' 시대가 되돌아올 수 있다. ~ 종기를 뽑아 내지 않는 한 곪은 상처는 낫지 않는다. 상처가 난 부위를 찢고 뿌리까지 파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치료다.


개인과 개인이 속해 있는 사회, 사회가 만들어 낸 국가, 국가들이 모인 세계는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흐름을 외면하고 나 혼자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는 없다. 명진 스님은 한국에서 지금까지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은 예로 들어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으며 아직까지 끝나지 않았다고 알려준다.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가 어떤 책이냐고 묻는다면 삶을 바라보는 자세를 알려주는 철학적인 자기 계발서임과 동시에 내가 속한 사회의 변화를 외면하지 말라고 말하는 역사서이자 사회 서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고 어려운 것은 아니다. 명진 스님의 말씀처럼 책 또한 쉽고 직선적이며 명료하다. 

물음에 답이 있고 길이 있다. 삶도 마찬가지다. 묻고 또 묻자. '우리는 왜 살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답이 보이지 않아도 끝없이 물어보자.

유난히 하루가 힘들었던 퇴근길에는 항상 '앞으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뭔지 모르지만 문득문득 사는 게 두려울 때도 있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나는 책을 꺼내 읽는다. 여러 책 속에 밑줄을 긋고 접어 둔 페이지를 읽다 보면 흔들리는 마음이 사라지는 것 같다.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를 읽은 후부터는 그럴 때마다 늘 이 책을 읽는다. 스님의 이야기들은 두려움과 불안함에 흔들리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 준다. '이쪽입니다'라며 가야 할 길을 꼭 집어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각자 찾아야 한다. 우리는 함께 있지만 삶은 각자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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