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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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

'모두 줄지어 함께 걷는다. 단지 그것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특별한 느낌인 걸까?'
어째서였을까? 단지 하루종일 걷는 이야기일 뿐인데도
이렇듯 섬세하고 풋풋하면서 따듯하게 느껴지는 것은...

고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추억을 장식하는 하룻동안의 보행제.
섬세하고 예민한 사춘기 때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그냥 걷는 것에 불과한 그 행사를
자신들만의 소중한 경험으로 만들어버린다.

걸으면서 만나는 거리, 하늘, 태양, 달, 공기, 일몰과 일출, 풀,
나무, 불빛, 옆 사람의 숨결들은
그네들의 풋풋하고 예민한 감성과 조우하며
평소의 무미건조한 일상을 벗어나
아름답고 가슴 떨리는 추억으로 탈바꿈한다.

더군다나 가슴 속에 담아두었던
그 사람이 근처에 있기까지 하니
그들의 보행제는 흥미진진한 낭만의 장이 되기까지 한다.

 이렇듯 그들의 밤 소풍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서 불안하게 서 있던
그들을 앞으로 안내하는 새로운 시작의 장이자
과거와의 이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이별의 공간이다.
시작과 이별의 공간으로서의 밤의 피크닉.

그것은 욕망에 쉽게 지배되는 어린 시절과
사회물을 먹게되는 어른들은 느낄 수 없는
사춘기 시절만의 특권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한다면 밤의 피크닉은
아이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통과여행이다.

 
2.
온다리쿠 소설 중에서
가장 밝고 따듯한 이 소설은
읽고나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녀가 창조한 소설을 통해
우리는 '그런 시절도 있었지'가 아닌
'그 시절은 저래서 행복했었구나'하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이제 그 느낌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 겠다.
사춘기 시절의 순수함과 열정을 현실의 위협 속에서도 간직한 채
살겠가야 겠다.

그러하기에, 아직도 나의 밤의 피크닉은 끝나지 않았다.

*나와 함께 걸어준 소설 속 주인공들인 도오루, 시노부, 다카고, 미라코 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부디 그들이 밤 소풍의 경험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어른이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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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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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칼이 눈 앞에서 울고 있었다.

칼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칼은 전쟁의 파고 속에서 어려움과 슬픔을 몸으로 겪으며

그것들을 이겨내고 역사의 흐름 속에

불멸의 명성을 아로새긴 한 남자의 영혼을

노래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순신.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이순신은

항상 신화의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는 영웅 그 자체였고

그의 삶은 항상 신격화와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작가 김훈은 그 신화의 베일을 찢고

지금까지 소홀히 다루어졌던 인간 이순신을 재조명하고 있다.

 

김훈의 날 것 그대로의 비릿함이 살아있는

문장들은 이순신의 아픔과 나약함과 고독을

생생한 육회처럼 표현하며 

'누구나 인간일 수 밖에 없다'라는 당연한 명제를

다시한번 증명하고 있다.

 

책에서 이순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 사회적 혼란은

그가 인간이고, 삶이라는 굴레에 매일 수 밖에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순신도 인간이고, 이순신을 매도하고 시기하는 이들도 인간이다.

모두가 인간이기에 그들의 어리석음은

인간 존재가 가지고 있는 불완전성과 이어진다.

 

인간의 불완전성.

이순신의 위대함은 이 부분에 있다.

그는 자신이 나약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나약함에 등 돌리지 않았다.

그는 나약함을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자신의 나약함을 남 탓이나 주변 탓으로 돌리지 않고

칼을 들고 적을 향해 나아갔다.

이것은 자기 계발서의 피상적이고 상업적이며 맹목적인

'모든 것은 자기 탓이다'라는 프로파간다와는

격이 다른 메시지이다.

 

그것은 전쟁을 살아갈 수 밖에 시대 상황 속에서

겪는 인간 존재의 위태위태함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견뎌내는 한 인간의 영혼이 스며있는

거대한 울림이다.

 

이미 풍족한 상황에서 더 풍족하기 위해

남을 짓밟는 것을 정당화하고,

자기 욕망의 폭주를 당연시 여기게 만드는

자기 계발서의 글들은 이순신과 비교될 수 없다.

아니 이순신의 삶과 비교한다는 자체가

그의 삶에 대한 모욕이 될 것이다.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서 아파하고 슬퍼했으며

조금 만 삐긋거리면 죽음에 도달하는

그의 험난한 삶을 지금의 상황과 비교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우리 뇌리에 틀어박힌다.

누구나 인간이라는,

그래서 분명히 힘들고 어렵겠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 밖에 없다라는 생생한 육성을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칼의 노래가 내 머리 속에 울리고 있다.

삶이라는 운명을 짊어진 이 땅의 모든 인간들의 슬픔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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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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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헤르만 헤세의 1922년 작품으로 싯다르타(부처)의 생애를 소설화 했다. 동서양의 세계관,종교관을 자기 체험 속에 융화시킨 작품으로, 내면으로의 길을 지향하는 작가의 영혼이 투영되어 있다.
 
 
리뷰
1.
이 책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하다.
그러나 문장과 구절구절은 단순하지 않다.
이 책에는 지혜의 우물이 곳곳에 있다.
 
그곳에서 지혜와 신비라는 우물물을 길어 올리는 것은
각자에게 달려 있다.
어떤 이는 지루함과 지겨움을 길어 올리고
'뭐야 이거?'라고 외칠 수 있다.
또 어떤 이는 깊은 경외심과 세상과 사물에 대한
사랑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우물물을 길어 올릴지는 개인에게 달려있다.
들을 수 있는 귀와 볼 수 있는 눈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헤르만 헤세가 말하는 내면의 신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것이 있기를 바랬다.
그러나 내게 보고 느낀 것은 
아직도 불완전한 인식과
자아넘기의 어려움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또 하나를 느꼈다.
바로 내면에 숨어있는
그 무엇을 찾기 위한 여정의 지난함.
 
아직 나에게도 시간이 있을 것이다.
남은 시간동안 그 지난한 여정 속에서
그 무엇을 찾아 볼 생각이다.
 
그것이 불가능할지라도. 
 
2.
고타마 싯다르타!
소설 속에서 고타마와 싯다르타는 분리된다.
이미 깨달은 자로서 많은 이들을 계도하고
속세를 떠난 것 같은 신비함을 풍기는
고타마와
 
세상 속에서 울고 웃으며,
힘들어하다가 뱃사공 바수데바의
도움으로 깨닫는 싯다르타로.
 
물론 싯다르타의 깨달음은
세상 속에서
고뇌와 어려움을 겪으며 이루어졌다는
측면에서 고타마와는 다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둘의 깨달음은
하나로 모아진다.
 
결국 중요한 건 우리 자신이다.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다.
 
우리 자신과 세상의 아름다움, 신성함을 깨닫고
그들을 우리 안에 품는 것.
그럼으로써 우리 안의 신성을
느끼고  세상에 돌려 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이 어렵고 지난한 길이
만물의 영장임을 자처하는 인간이
진짜 만물의 영장이 되게 하는 길이다.
 
*그렇지 않은 현세의 모습은
우리가 만물의 영장과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동물임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3.
마음 속으로 외쳐본다.
'옴, 옴, 옴...'
 
만법이 귀속되는 글자를 떠올리며
세상에 향해 외쳐보겠다. 
'나는 나를 품겠노라고,' 

책 속에서 
'자아 속에 흐르는 원천, 그것을
우리는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밖의 모든 것은 헛된 구도요, 우회요, 방황일 뿐이었다.'
 
'단 하나의 깨달음...
이 깨달음 앞에서 알고자 하는 것,
배운다는 것보다 더 경박한 적은 없다.'
 
'세상에서 나 싯다르타에 대하여서만큼
나 자신이 거의 알지 못한 물건도 없다.'
 
'의미와 본질은 사물의 뒤쪽 어디엔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 속에, 만물 속에 존재했다.'
 
'세계는 순간만다 완전한 것'
 
'지식은 전달할 수 있어도,
지혜는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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