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의 인생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나라 요시토모 그림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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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 (지은이) | 나라 요시토모(그림) | 김난주 (옮긴이) | 민음사 | 128p

 

이 넓고 넓은 우주에서, 많고 많은 별 중에서 우리는 지구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것만으로도 모자라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이름을 부여받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다.

자신만의 삶. 그러나 우리의 삶에는 하나의 전제가 있다.

그건 죽음이 삶의 결말이라는 전제이다.

 

그렇다. 우리는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우리는 소멸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러나 우리의 결말이 죽음과 소멸이라고 해서 우리의 삶이

무의미해지거나 허무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삶은, 그 희소성과 유한성으로 인해 밝게 빛난다.

우리가 걸아가면세 세상에 남긴 흔적이자

인생이라는 하얀 도화지에 우리의 방식으로 채색한 우리의 삶은

희소성과 필멸성으로 인해 진정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다.

 

그 삶의 유한성은 우리에게 우리의 추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실감나게 한다.

뒤돌아서 바라본 우리의 추억은 자신만의 색채와 분위기로 환하게 빛나는 보석이 될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에 도달하면 우리는 우리의 삶이 모두 추억임을 알 수 있다.

그때,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삶에 제목을 붙일 수도 있다. 누군가의 인생이라는 제목을.

아니, 마지막에 도달하지 않아도, 현재진행되고 있는 삶에 자신의 인생이라는 제목을 붙일 수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도 그런 삶을 소설로 써 내었다. 바로 <데이지의 인생>이라는 소설이 그것이다.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었던 친구의 죽음이라는 예상치 못한 현실에 마주해서야

그녀와 함께한 추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삶에 죽음이라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음을,

현재라는 순간, 현재 함께하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은 평범한 데이지의 인생을

통해 바나나는 세상에 많고 많은 데이지들에게 희미하게 속삭인다.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추억상자를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의 삶이 그 자체로 소중하고, 찬란히 빛나고 있다고.

 

그리고 나는 책을 덮고 깨달았다.

<데이지의 인생>이 평범한 삶을 비범하게 만드는 비범한 비밀을 간직한 평범한 삶의 책이라는 사실을.

그게 바나나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꾸준하게 해온 치유의 행위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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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9
앙드레 지드 지음, 오현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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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지드 (지은이) | 오현우 (옮긴이) | 문예출판사 | 200p

 

사랑은 절름발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육체에만 탐닉해서도 안 되고, 정신적으로만 사랑을 이끌고가려 해도 안 된다.

만약 정신과 육체의 균형없이 한쪽으로만 치우친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 사랑은 비극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좁은 문에서의 알리사와 제롬의 사랑은 그렇게 비극을 예고하고 있었다.

정신적인 사랑으로만 사랑을 이끌었으며, 종국에 가서는 신을 향한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자신들의 사랑을 희생시키려

했던 알리사는 자신이 절름발이 사랑을 한다는 것도 모른채 파국을 초래한다.

그리고 운명적인 사랑이라 여기며 알리사를 미친 듯이 사랑했던 제롬도 정신적 덕목이라는 가치에 얽매여

소극적인 행동으로만 일관했기에, 그녀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알리사처럼 비극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다.

 

결국 이 사랑은 비극이 될 수 밖에 없었기에 비극이 된 것이다.

천상을 향한 좁은 문을 가려 했던 두 사람은 정작 사랑의 진정한 의미는 망각한 채

사랑다운 사랑을 하지 못했기에,

천상을 향한 좁은 문 대신 그들만의 비극이라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버렸다.

 

지드의 내면적 고민과 갈등이 그대로 표현된, 종교적 신념과 인간적 욕망의 갈등 사이에서 요동치는

인간을 모습을 담은 이 소설에서 지드는 명확한 결론을 이끌어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는 지드가 남긴 글의 여백에서 자유의 향기를 맡는다.

그 자유의 향기는 내게 말한다.

사랑할 때 사랑하라고. 자신을 얽매지 마라고. 좁은 문 때문에 사랑을 희생시킬 필요는 없다고.

 

*지드는 <좁은 문>과 반대 쪽 날개가 되는 소설 하나를 더 썼다.

그게 바로 <배덕자>. <좁은 문>이 관념에 얽매인 인간의 비극이라면, <배덕자>는 자유로운 인간의 비극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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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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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히가시노 게이고/바움/280페이지

 

-책을 읽고 나서

뜬금없이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길을 걸어가다가 옆의 도로에서 갑자기 꽝 소리가 들리며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거에요.

깜짝 놀라서 쳐다보니 누군가는 다쳐서 피를 흘리고,그 사람들이 탄 자동차는 크게 파손된 상황인거죠.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신고 먼저 해야할까요? 아니면 달려가서 사람들을 구해야 할까요?

이런 일을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저는 상상만으로도 아찔해지네요. 웬지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굉장히 당황할 거 같아요.

어어어~~ 하며 갈팔질팡 하다가 상황을 망치는 거 아닐까요? 아유, 상상만으로도 두려워지네요. ㅎㅎㅎ

 

소설의 기능 중 하나로 이런 상황을 직접 겪지 않아도 간접적으로나마 겪게 해준다는 것을 들 수 있겠죠.

우리 대신 작가가 그런 상황을 머릿 속으로 시뮬레이션 한 다음에 나름대로 고민해서

(분명히 심각하게 고민할 것입니다. 작가니까요^^)

자신만의 교통사고를 만들고, 거기에 대처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읽는 독자는 간편하게 작가가 만든 상황을 보면서 자기 식대로 깨달아가는 거죠.

아, 저장면에서는 저렇게 해야 겠구나, 저장면에서는 저렇게 해서는 안 되겠구나 하고요.

물론 직접 경험한 것보다는 효용이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아무 생각도 안 하거나

교통 사고에 대한 아무 대응도 안 되어 있는 것보다는 낫겠죠.

설사 크게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무언가는 얻어갈 수 있겠죠.

뺑소니를 하면 안 된다,불법 주차를 하지 말자,운전 중에 창밖으로 담뱃재를 털거나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 같은

기본적인 메시지들을 다시금 가슴속에 각인시키는 효과는 얻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건 최소한의 효과라고 생각하세요. 최대한의 효과로는 교통사고 때 가장 합리적인 대응을 할 수도 있습니다.(조금 힘들겠지만... ^^;;)

 

자, 어쨌든 소설로도 교통사고의 간접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런 책이 나왔고요. 모두 눈치채셨겠지만 지금 소개하려는 <교통경찰의 밤>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우리 대신 교통사고를 상상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그 교통사고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해준 답니다.

 

하나의 교통사고를 둘러싼 각 인간들의 대응.

즉 피해자로서 가해자로서 제3자로서 교통경찰로서 하나의 교통사건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며 어떤 결말을 이끌어내는지 히가시노 게이고가 머릿 속으로 그려낸 그림을 통해서 만날 수 있습니다.

조금은 과장될 수도,극단적이거나 엉성할 수도 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답게 품고 있는 메시지는 강력하고, 때로는 반전에 깜짝 놀라실 수도 있습니다.

(수도라는 글자에 주목해 주세요. 반드시가 아닙니다.)

 

천지개벽할 반전이나 놀라운 트릭, 박진감넘치는 액션활극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교통 법규 준수의 중요성이 가슴 속에 묵직하게 다가오는 경험을 했습니다.

연쇄살인이나 심각한 사회파 미스터리,미궁에 빠진 사건 해결이 아닌 교통사고를 둘러싼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만난다라는

측면에서 <교통경찰의 밤>은 색다른 경험이기도 하고요.

 

기본을 강조하지만 그게 도식적이거나 강압적이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하지마, 하지마'가 아니라 '누가 이렇게 하다 그렇게 되었더라.'라는 이야기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과 같이

이 책은 기본의 중요성을 추리소설이라는 형식으로 강조하는 것이죠.

 

재미도 있고, 거기다가 기본의 중요성을 새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경험이었죠.

(이 재미라는 요소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입니다.)

 

어쩌면 쉽게 이 책의 메시지를 잊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 어느 누군가가 이 책을 읽고서 운전을 하거나 도로를 걸을 때

이 소설 속 내용이 어느 순간 떠오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이 소설은 그 사람에게는 성공한 것이죠.(일단 1명에게는 성공했습니다. 바로 저입니다.^^) 

 

기본의 중요성을 잃어버리고, 쉽게 기본을 어기는 이 시대에 새삼 소중한 책이라고 여겨집니다.

내가 무심코 한 행동이 남에게는 엄청난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주니까요.(교통사고의 나비효과입니다.~~~~)

 

앞으로도 팬으로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기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들을 계속 쓰기를 바래봅니다.

 

이상 책 읽고 나서의 생각을 써 보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옵션격인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제목에 대해서

교통경찰의 밤은 제목이 잘못되었다고 여겨집니다. 각 편마다 교통경찰이 나오기는 하지만 항상 그들이 주인공이라고 볼 수는 없거든요.

정확하게 여기 나오는 소설들은 교통경찰이 주라기 보다는 교통사고와 연관된 사람들이 주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교통경찰의 밤>보다는 <교통사고의 밤>이라는 제목을 강추합니다.

 

-각 단편들의 짤막한 소개

<천사의 귀>. 신비한 능력으로 교통사고를 해결해나가는 아름다운 맹인소녀의 이야기. 읽고나서 한참동안 소녀가

증명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분리대>. 여기 나오는 단편 중 가장 가슴 속에 깊이 남았습니다. 법이 반드시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법은 방황하는 칼날이고 양날의 검이며 경계를 왔다갔다 하니까요. 때로는 우리가 법의

분리대를 넘어설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위험한 초보운전>. 초보운전이라고 놀리지 마세요~~~ 어쩌면 큰코 정도가 아니라 큰 다리를 다칠지 모르니까요.

 

<불법주차>. 내가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듯이 내가 한 불법주차가 어떤 일을 벌일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단지 아무 일 없기를 바랄 뿐이죠.

 

<버리지 마세요>. 운전 중에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저는 그것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운전 중에 창 밖으로 담뱃재 털지 좀 마라~~~(반말을 써 봅니다. 존댓말할 분위기가 아니라고 여겨져서요.)

 

<거울 속에서>. 차분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운전자. 그에게는 비밀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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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9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송상기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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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옥타비오 파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함께 중남미 문학의 3대 작가로 알려진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장편소설. 카를로스 푸엔테스가 쓴 환상소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소설은 아득한 먼 옛날부터 인류가 염원해 온, 영원히 죽지 않는 삶과 죽음도 뛰어넘는 사랑의 끝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소설로 부활한 아우라

 

아우라:예술 작품에서, 흉내 없는 고고한 분위기.

독일의 철학가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예술 이론에서 나온 말이다.

 

발터 벤야민은 자신의 저서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

복제품이 아닌 원본이 뿜어내는

범접할 수 없는 신비하고 고고한 기운을

아우라라 말한다.

 

모사품이나 복제품이 따라갈 수 없는,

오리지널의 신비한 기운인

아우라는 그 자체로 원본을 후광처럼 감싸며

흉내낼 수 없는 원본만의 신화를 만든다.

 

그러나 책에서도 말했다시피

현대에 들어서면서 기술복제가 가능해짐에 따라서

고전적인 의미의 아우라는 사라진다.

사진과 영화같은 현대의 예술작품들은

원본과 복제품의 구분 자체가 힘들고,

원본의 아우라를 찾아볼 수 없다.

 

우리가 흔히 순수예술이라고 부르는

분야에세도 그 영향은 이어진다.

마랄린 먼로를 대량복제한 작품을 전시한

앤디 워홀을 주축으로

이제 원본과 모조품,복제품의 구분은 사라졌다.

자본주의 사회와 기술발달이라는 사회 현상을

그대로 반영한 예술의 이러한 모습 속에서

우리는 아우라를 찾아 볼 수 없다.

 

언제나 사람들을 설레게 한 아우라는

사장되고,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중남미 3대 작가 중 하나인 푸엔테스는

그 아우라를 자신의 소설에서 부활시켰다.

 

그것도 어둡고, 음습하며,

무언가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 같으며,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인간들의 욕망이 스며있는

저택에서.

 

아우라에게 반하다!!

(*이 작품은 2인칭 소설이다.

독자는 '나'가 아닌 화자가 '너'라고 지칭하는

인물의 행동과 내면을 들여다본다.)

 

너의 이름은 펠리페 몬테로다.

너는 젊은 역사학자로, 지금은 일이 없어 쉬고 있다.

빈둥거리던 어느날 너는 광고를 하나 발견한다.

젊은 역사학자를 찾는다는 그 광고는

후한 보수만큼이나 너에게 딱 맞는 것이었다.

'바로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너를 위한 광고다.'

 

너는 과거의 기억이 스며있는 구시가지를 건너서

쇠락한 저택으로 찾아간다.

어둡고,음습하고,불길하며,이 세상의 집같지 않은 그 저택에서

너는 백살이 넘은 늙은 미망인 콘수엘로를 만난다.

그녀는 너에게 자기 남편인 죽은 요렌테 장군의 원고를

정리해달라고 부탁한다.

너는 많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이 어둡고 불길한 저택에서

기거해야 한다는 조건을 보고

거절을 선택하려 한다.

 

그때, 아우라가 들어온다.

콘수엘로의 조카로 그녀를 돌보는

젊은 아우라를 보는 순간

너는 사랑에 빠진다.

 

아우라가 품고 있는 범접할 수 없는 신비함과

웬지 모를 불길함,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에

빠져서 너는 그녀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그래서 너는 이 집에 남는 걸 선택한다.

남아서 그녀와 사랑하는 걸 선택한다.

 

그렇게, 너는 아우라에게 반해서

그녀에게 헤어나올 수 없게 되었다.

 

너는 아는가? 바로 그 순간이 너의 운명을

결정지었다는 사실을?

 

너는 이제 불길한 운명과 사랑의 불꽃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마라.

그건 너가 선택한 사랑의 길이자

인간 욕망의 어리석음이 저지른 신비하고, 어두운 길이니.

 

인간 욕망이 빚은 신비하고,불길한 사랑의 그림자

 

소설 곳곳에 스며있는 어두움과 불길함은

책 표지의 소개대로 이 소설을 고딕소설(공포소설)처럼

느끼게 한다.

그러나 최소한 내게 있어 이 소설은

고딕소설이 아니었다.

 

내게 있어 이 소설은 인간 욕망의 어리석음에 대한

내밀한 고백이자

불멸의 사랑을 꿈꾸는 인간들이 부르는

어두운 마법의 주문이자

사랑에 모든 것을 걸고자 하는 이들이

발버둥치며 부르는 애가였다.

 

내게 있어 <아우라>는 신비한 사랑의 소설이었다.

낭만만 가득한, 사랑의 아름다움만 표현한 소설이 아니라

사랑에 빠진 인간들이 저지르는 어리석음이

어둡고, 신비하게 표현된 흑마술 같은 사랑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연상시키는 이 소설은

라틴 아메리카의 현실과 분위기를 품은 채

인간욕망의 어두운 현실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 현실 깊숙이 아우라가 있다.

범접할 수 없는 신비함을 풍기는 그녀가 있다.

우리는 그 신비함에 끌려 그녀에게 다가간다.

다가가서는 그녀의 가면을 벗기려 한다.

 

그리고 그녀의 가면을 벗기는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아우라가 숨기고 있는 것이 우리 욕망의 어두운 모습임을.

추악하고,어리석은 우리 마음의 어두운 괴물이 그녀였음을.

 

이 고통과 슬픔 앞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우리의 사랑과 욕망이란 이토록 어리석고 어리석음을.

 

그 신비하고 불길한 사랑의 그림자 앞에서

콘수엘로의 젊음을 향한 끝없는 열망과

몬테로의 불명의 사랑을 향한 열정은

가능성없는 하나의 부질없는 몸부림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그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끝없이 아우라를 향해 달려가고,

그 가면을 벗기려 한다.

그 행위를 통해 진실이 드러날지라도

우리는 계속 그짓을 반복할 것이다.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욕망과 사랑의

흑마술에 걸려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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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펭귄클래식 2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은정 옮김, 앤서니 브릭스 서문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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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가장 돋보이는 중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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