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4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이현경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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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이 세 단어에 스며들어 있는 무서움을 실감하게 만드는 소설. 합법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았는 공권력이 불법적인 폭력을 행사할 때의 문제와 그것을 숨기려고 벌이는 적나라한 행태를 문학적인 방법으로 파헤친 책. 안토니오 타부키 답다고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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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이, 당신에게는 달리 보일 수도 있는데, 거미줄, 그러니까 은밀하게 연결되고 비현실적으로 결합되고 이해할 수 없는 우연의 일치들로 이루어진 체계를 만들어내는 거요. 당신이 문학을 공부하고 싶다면 적어도 이 우연의 일치를 공부하는 법을 배워야겠지요.(129~130)


"...왠지 모르지만, 고문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의미가 있으리라는 인상을 받아요. 왠지 알겠소? 고문은 개인의 책임이오. 상관의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고들 하지만 용납할 수는 없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상관의 명령이라는 초라한 변명 뒤에 몸을 숨기고 합법적으로 발뺌하며 자신을 지키지요. 이해하겠소? 근본규범 뒤에 숨는 거요."

...

"...완벽한 해부학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모든 일을 근본규범의 이름으로 행한 거요. 일반적인 근본규범보다 더 큰 근본규범, 완벽한 규범의 이름으로 말이오. 내 말 이해하겠소?

"무슨 뜻입니까?" 피르미누가 물었다.

"하느님이오." 변호사가 대답했다. "부지런하고 너무나 치밀했던 그 고문기술자들은 하느님을 대신해서 일한 거요. 하느님으로부터 명령을 받았다는 거지요. 개념은 사실 똑같소. 나는 책임이 없다. 나는 보잘것없는 하사관일 뿐이다. 난 대위에거서 명령을 받았다. 난 장군 혹은 국가에게 명령을 받았다. 아니면 하느님에게. 하느님은 제일 거역할 수 없는 대상이죠."

...

"... 우리는 환상을 갖지 말아야 한다. 인간이 파괴 충동을 누를 수 없기 때문에 고문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174~176)


-경위님에게 애국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좀더 정확히 정의해 주실 수 있습니까?

-우리 문화를 전복시키는 위험한 자들과 싸우고 있다는 점을 자각했다는 의미입니다.

-문화란 무엇을 가리킵니까?

-우리 문화가 포르투갈 문화니, 포르투갈 문화를 가리키지요.

-그럼 전복시키는 자란 말은?

-아밀카르 카브랄 같은 자들의 명령에 따라 우리에게 총을 쏘는 흑인을 말합니다. 태곳적, 앙골라에 문화도 기독교도 없던 시절부터 우리 소유였던 땅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자각했습니다. 바로 우리가 그것들을 전해주었지요.(187)


한 개인은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 역시 개인에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지요. ... 인간적인 견지에서 모든 것은 그에게로 이어지고, 각 개인은 인류의 뿌리를 이룹니다.(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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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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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기시 유스케

지금까지 걸어온 구불구불한 길은 어둠 속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나는 지금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견디기 힘든 적막감과 의지할 곳 없는 외로움이 심장을 움켜쥐었다.(7)


수미상관. <말벌>의 시작과 끝은 동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꿈에서 시작한 이 작품은 마치 꿈같은 느낌의 결말로 마무리된다. '시작'이라는 입구로 들어와서 '끝'이라는 다른 출구로 나갈 것을 기대했으나, 막상 '끝'이라는 출구에 도달하고 보니 이것이 '시작'이라는 입구와 같은 문이었음을 깨닫게 된 것처럼. 입구에서 시작된 직선이 출구라는 다른 문을 통해 빠져나갈 것 같았으나 원형을 그리며 다시 입구로 돌아오는 것처럼.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는 이 작품이 연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말벌들과 한 남자가 사투를 벌이는 연극.


당황하지 마라. 상대를 자극하지 않고 신속히 이 자리를 떠나면 된다. 벌집 옆이 아니면 함부로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71)


주인공인 추리소설 작가 '나'는 자신의 소유인 산장에서 정신을 차린다. 주변에는 가득 눈이 쌓여 있었고, 빠져나가거나 다른 곳으로 연락할 수단이 없는데다 아내는 사라졌고 신발과 옷이 사라진 상태로. 고립된 '클로즈드 서클'속에서 벌 독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산장에 풀어놓은 말벌들과 목숨을 건 생존게임을 벌인다. 자신이 쓴 추리 소설을 떠올리며 간신히 생존을 위한 투쟁을 벌여나가던 '나'는, 사건 관계자들이 모여들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의 진실과 마주치게 된다.

인생이란 싸움의 연속이다. 싸움을 포기한 자는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102~103)


<말벌>의 대부분은 말벌떼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나'의 독백과 과거 회상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마치 모노드라마 같은 구성때문인지 작품은 연극같기도 하고, 꿈같기도 하고, 환상같기도 하다. 혼자서 떠들어대고 혼자서 소설 내용의 빈칸을 채워나가는 이 작품은 따라서 필연적으로 상당힌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게 만들면서 동시에 일말의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 하는. 긴장과 의심을 함께 안고 책을 읽어나가다가 마지막에 도달하면 우리는 기시 유스케식 소설적 결말에 다다르게 된다. 거기서 내가 본 것은 앙상하게 외소한 한 인간의 정신이었다. 삶의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일그러진 정신을 가지게 된 한 인간의 정신을.

남을 떨어뜨리기 위해 깎아지른 절벽으로 유인하는 자는 자기 자신 역시 떨어질 운명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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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말 - 정치적인 것에 대한 마지막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한나 아렌트 지음, 윤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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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혼돈의 시대에 우리는 과거보다 더욱 더 정치적인 인간이 되어 정치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에게 과거보다 더욱 더 비판적 사유가 필요한 게 아닐까. 어쩌면 이럴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사상가는 한나 아렌트가 아닐까. 그녀의 인터뷰집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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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평범성이라는 말로 뜻하려던 게 바로 그거에요. 그 사람들 행동에 심오한 의미는 하나도 없어요. 악마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고요! 남들이 무슨 일을 겪는지 상상하길 꺼리는 단순한 심리만 있을 뿐이에요.

...

칸트의 윤리학은, 말하자면 순종하고는 완전 반대예요! 인간 각자는 입법자예요. 칸트철학에서는 어느 누구도 순종할 권리를 갖지 않아요.(85~86)


우리가 볼 수 있듯, 동조했던 사람들은 늘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행위를 옹호했어요. 그들은 늘 말했죠. "우리는 상황이 더는 악화되지 않도록 계속 그 상태에 머물렀을 뿐입니다."(94)


목숨을 부지할 줄 아는 것과 그 실행 사이에는 거대한 심연이 있어요. 알고서도 외면하고 떠난 사람과 실행에 옮긴 사람 사이에는요. ... 따라서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사람이, 구경만 하고 자리를 뜬 사람이 "우리는 모두 유죄"하고 말한다면 그건 실제로 철저히 실행한 사람들을 감싸는 게 돼요. 바로 이게 독일에서 일어났던 일이에요. 따라서 우리는 이런 죄책감을 일반화해서는 안 돼요. 그건 진짜 죄인들을 감싸는 짓일 뿐이니까요.(96)


자존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물론 자신에게 말을 건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자신에게 말을 건다는 건 기본적으로 사유를 하는 거예요. 전문적인 사유가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유를 말하는 거예요.(98)


"하지만 저느 그저 관료일 뿐이었습니다"..."잘 들어요. 당신이 여기 있는 이유는 그게 아니오. 당신이 여기에 서 있는 것은 당신이 인간이고 당신이 어떤 짓들을 저질렀기 때문이오."

...

어느 누구도 하던 일을 멈추지 않는 한 생각에 잠길 수 없어요. 당신이 누군가에게 무자비한 짓을 강요하거나 또는 그들 스스로 그런 것에 빠져들도록 방치할 경우 늘 똑같은 이야기로 귀결돼요. 그렇잖아요? 당신은 책임에 대한 인식이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번번이 알게 될 거예요. 그런 인식은 어떤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하고 있는 행위에 대해서 숙고하는 순간에만 발전할 수 있어요.(100~101)


우리는 나라 안에 많은 공공 영역이 필요해요. 우리가 투표용지를 맡기는 투표 부스는 의심할 여지 없이 지나치게 작아요. 이 부스는 딱 한 사람을 위한 공간이니까요. 정당은 철저히 부적합해요. 거기서 우리 대다수는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 유권자나 다름없어요. 그런데 우리 중 열 명만 테이블에 둘러앉는다면, 각자가 의견을 표명하고 남들 의견을 듣는다면 합리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어요. 그 자리에서는, 바로 상위 단계에 있는 평의회 앞에서 우리 관점을 대표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우리 중 누구인지가 명확해질 것이고, 상위 단계 평의회에서 우리의 관점은 다른 관점들의 영향을 거치면서 명확해지거나 수정되거나 잘못된 것으로 판명될 거예요.(158)


사람들은 두려워해요. 두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해요. 그게 개인의 주요한 동기 중 하나예요.(174)


사유한다는 말은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고,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은 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거예요. ... 사유하다가 일어나는 모든 일은, 거기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이건 비판적으로 검토할 대상이 돼요. 즉, 사유 자체가 그토록 위험한 일이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위험천만한 사유란 존재하지 않아요. 이걸 어떻게 확신하느냐면...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편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생각거든요. 사유가 위험하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나는 사유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말할래요.(17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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