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0일 21시쯤.(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여자의 독서>라는 김진애 씨가 쓴 책을 읽고 있었다. 읽다가 어떤 특정 부분에 꽂혀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삼십대 말에 첫 책을 내면서 "일년에 한 권씩 내볼까?" 했던 농담이 현실이 됐다. 혼자 쓴 책만도 서른 권을 훌쩍 넘는다. 어렸을 적엔 꿈만 꾸던 일이다. 꿈을 자꾸 꾸면 이루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건 확실하다.'(p.186) 전율은 혼잣말로 이어져 마음속으로 혼자 중얼중얼되는 상황이 되었다. 

 

'나도 예전부터 책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지. 1인 출판이라도 해야지 하면서도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오늘부터라도 당장 만들어야겠어. 어떻게 하면될까? 아... 1년에 한 권씩 내는 것으로 하고 처음 몇년은 실험 삼아 나 혼자 읽는다는 개념으로, 프린터하는 종이들을 모은 책으로 해야겠어. 시간이 흘러 글쓰는 게 나아지고 양 자체가 많아지면 1인 출판으로 하면 되잖아. 지금 당장 시작해야겠어.'
혼잣말을 마치고 나는 집으로 부리나케 뛰쳐들어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먼저 책을 내려는 의지를 표명하는 글을 쓰고, 혼자서 보는 첫번째 책의 책표지를 완성했다. '유니버스 문고 2017년판'이라는 이름으로. 책표지를 완성하고는 내 나름대로 지켜야할 글쓰기 원칙을 적었고, 다음으로는 이렇듯 책에 들어간 첫번째 글로서 '서문'이라는 이름을 단 글을 쓰고 있다.

 

 

여기까지는 지금까지 진행된 일련의 과정을 글로서 옮기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사실을 쓰는 것만이 아닌 그 무언가를 더 써야 하는 것이다. '그 무언가'를 쓰려고 하니 말문이 막히고 식은땀이 난다. 여러모로 부족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부족할 줄이야. 그러나 나는 써야 한다고 원칙을 정했기에 쓰지 않을 수 없다. 쓰지 않을 수 없다면 쓸 수밖에 없을 터. 나는 부족하고 괴롭지만 계속 써나간다.

 

과거에는 책을 만들고 싶었지만 포기했다. 글쓰기 실력이 안 되고, 책을 만들 역량이 안 된다고 변명하며. 거기에는 나 같은 놈이 무슨 책을 만드느냐는 자조섞인 자기비하도 끼여 있었다.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나 같은 놈은 안 돼'라는 자기비하에 밀리며 '나중에'라는 위치를 차지했다. 하지만 나중에 나중에 하면서 책을 만들 수 있었을까. 늙어서, 뇌의 역량이 젊을 때에 비해 현격히 떨어질 때에도 내가 책을 만들 수 있었을까. 아마도 나는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자기비하의 주술에 걸려 나중에 라고 외치며 책만들기를 미루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안 돼'라며 외치는 자기 꿈을 비루는 나이가 든 나의 모습이 눈앞에 훤하게 그려진다. 지금 안 되는데 그때에도 될까. 그때에는 되겠지라는 희망 섞인 기대가 이루어질까. 아니, 지금 안 되면 그때에도 안될 확률이 높다. 지금 안 되는데 그때라도 쉽게 될까. 지금 당장 책을 만들기 위해 나서야 한다. 나서야만 이루어진다. 나서지 않는데 어떻게 꿈이 이루어질까. 꿈을 꿈으로 놔두지 말고 현실로서 이루기 위해 나선 나는 컴퓨터 앉아 말도 안되는 '서문'이라는 글을 쓰고 있다. '죽을 때 후회는 덜하게 되겠네'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제 서문은 본문의 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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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0-12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입니다!!!

짜라투스트라 2017-10-12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2017-10-12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2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12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에 책을 낸 분들이 있으니 그분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

짜라투스트라 2017-10-12 13:42   좋아요 0 | URL
아 조언 감사합니다^^
 

어차피 책을 만들기로 했으니 그에 따른 원칙을 한 번 정해본다.

1.무조건 쓴다. 글의 완성도나 이런 거 따지지 않고.
2.글을 쓰면 무조건 10줄 이상 쓴다.
3.지나치게 과격한 표현이나 욕설은 쓰지 않는다.
4.한 문장을 지나치게 길게 늘이지 않을 것이다.
5.중언부언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6.말이 안 되는 글은 쓰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7.어차피 글의 완성도는 신경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즐겁게, 내 마음대로 쓸 것이다.
8.최대 100페이지 이하에서 최소 50페이지 이상 쓴다.
9.장르에 구애받지 않지만 책에 관련된 글이 주가 되도록 한다.
10.일단 말했으니 무조건 12월 31일 전까지 완성한다!!! 

 

책은 서평과 그 외의 잡글들이 포함된 전혀 종잡을 수 없는 종류의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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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갯불에 꽁 볶아먹듯이 책 표지 완성...
오늘부터 책 만들기에 들어갑니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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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0-11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보여주시지...
책 완성되면 보여 주세요!!

짜라투스트라 2017-10-11 13:35   좋아요 0 | URL
아 알겠습니다^^
 

벌써 10월이네요. 뭐 별로 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10개월이나 가다니ㅜㅜ
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도 없으니 남아 있는 시간은 그나마 충실히 보내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2017년의 남은 기간 동안 할일을 한번 적어봅니다.

1.개인방송 계속 하기
게으름 없이 계속 할 수 있기를...
https://m.podty.me/pod/SO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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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10-10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입니다!! 특히 2번!!

짜라투스트라 2017-10-10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syo 2017-10-10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어야 한다>는 책을 다 읽고 북플에 등록하러 들어왔다가 짜라님의 글을 보고 ‘아다리‘가 맞아서 댓글 남겨 봤습니다 ㅎㅎㅎ

짜라투스트라 2017-10-10 22:4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2017-10-10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0-10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0-11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여러가지 활동 하시네요.
개인방송 <구운몽> 들으며 댓글 쓰고 있습니다.
잘하시는데요 뭐.
더 버벅거리는 방송도 많아요.ㅋ
그래도 끝까지 해 내는 것 보면 전 오히려 부럽더군요.
저 같은 버벅이가 또 있으려구요.ㅎㅎㅠㅠ

암튼 좋습니다. 얼마가 됐던 꾸준히 해 주세요.^^

짜라투스트라 2017-10-11 13:23   좋아요 0 | URL
아 댓글도 달아주시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낯선 땅 이방인 로버트 A. 하인라인 걸작선 4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장호연 옮김 / 시공사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취향 저격이라고 할까. 작가의 무정부주의적 상상력이 무한히 분출하여 빚어진 가상의 세계에서 헤매는 것이 내 취향에 이렇게 잘 맞을 줄이야. 지극히 미국적인 사고방식, 어떤 특정한 부분에 대한 호오의 느낌만 뺀다면 이 책은 나에게 너무나 잘 맞는 나를 위한 깔맞춤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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