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각하고 싶은 날 ㅣ 그린이네 문학책장
전은지 지음, 정문주 그림 / 그린북 / 2021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
'남'의 마음과 사정에 귀 기울여 보기
'나'와 세상을 제대로 마주 보기 위해서
지각하고 싶은 날
전은지 글 / 정문주 그림
출판사 : 그린북
남의 이야기 다섯 편
- 차례 -
지각하고 싶은 날 7
놀고먹고 자면서 돈 버는 일 29
말도 못 하게 기가 찬 이야기 49
엄마의 착한 아들 69
영혜에게 약간 불만이 있다 93
교과 연계
4-1 국어 10. 인물의 마음을 짐작해요
5-1 국어 10. 주인공이 되어
6-2 국어 1. 작품 속 인물과 나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909/pimg_7653572263100423.jpg)
<놀고먹고 자면서 돈 버는 일>
"이건 뭐 완전히 놀고먹는 일이에요. 정말이라니까요.
말 그대로 아침에 일어나 아침밥 먹고, 뒹굴거리며 놀다가,
배고프면 점심밥 먹고, 또 뒹굴거리며 놀다가 배고프면 저녁 먹고,
배불러서 졸리면 자고, 그럼 되는 거예요.
다른 할 일은 전혀 없습니다.
…할 일이라면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면서 저희에게 머리카락만 주시면 됩니다.
그럼 저희 회사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 드립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909/pimg_7653572263100424.jpg)
나는 이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먼저 계약서를 받았는데,
일단 최소 2년은 숙소에 묵으며 머리카락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휴게실에 가 보니 넓은 소파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새 동료가 왔다고 반갑게 맞아 준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두 모자를 쓰고 있었다.
아무래도 머리카락을 제공하는 게 직원들의 업무이다 보니
머리카락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들 모자를 쓰고 있는 듯했다.
아무 일 없이 놀고먹고 자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동료애 같은 게 전혀 없다 보니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함께 놀 일이 없어 늘 혼자였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909/pimg_7653572263100425.jpg)
그렇게 일주일쯤 지난 어느 날,
점심 식사 후 나른하여 휴게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였다.
스피커에서 "ㅇㅇㅇ 씨, ㅁㅁㅁ 씨, △△△ 씨, 머리카락 채취실로 와 주십시오."라는 방송이 나왔다.
그럼 주위의 몇 사람이 하던 일을 멈추고 어딘가로 갔는데,
이름이 불리는 걸 다들 반기지 않는 듯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회사에서 먹여 주고 재워 주고 옷까지 빨아서 입혀 주는 대신,
머리카락 좀 가져가겠다는데 왜 저러나 싶었다.
드디어 오늘 불린 이름 중에 내 이름이 있었다.
앞선 두 사람은 발을 질질 끌면서 걷는 게,
가기 싫지만 억지로 간다는 티가 심하게 났다.
마치 주사를 맞기 직전의 어린아이처럼 공포심도 엿보였다.
나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3번 방에 들어갔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909/pimg_7653572263100426.jpg)
그곳에서 마주한 현실은 위의 그림과 같다.
사람들은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뽑히고, 그 머리카락으로는
오리들의 점퍼를 만든다.
비싼 게 흠이지만 사람 머리털이 들어간 점퍼는 따뜻해서 인기가 좋은 듯 하다.
놀고먹고 자면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대신,
자유와 행복은 없다.
엄청난 고통이 그 대가였다.
몇 년 전 사람에게 멱살이 잡힌 채 털이 뽑히는 오리, 거위들의 모습이 뉴스로 전해졌다.
살아 있는 생명이 악을 쓰며 고통스러워 하는 데도 패딩을 만들기 위해 털을 뽑는 걸 멈추지 않았다.
보는 것만으로 괴롭고 오리털로 만든 패딩을 입는다는 것이 죄스러웠다.
죽은 오리의 고기를 먹고 그 털로 만든 점퍼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너무나도 잔인하고 절대 없어야 할 일 같은데,
많은 동물들이 인간 때문에 겪는 고통이 너무 크다.
털이 뽑히는 오리, 지느러미를 잘린 채 바다에 버려지는 상어,
쓸개즙을 뽑아내기 위해 몸에 호스가 꽂히고 철장에 갇혀 사육 당하는 곰,
너무나 끔찍한 이런 현실들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분이다.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인간의 욕심으로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
.
.
.
내가 아닌 남을 이해하고 나와 다른 남의 마음과 생각에 공감하는 건,
세상을 잘 이해하고 세상과 더불어 사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지은이의 말에 동감한다.
서로 위로하고 용기를 얻으며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모두가 이런 마음으로 평안에 이른다면 무서운 탄압과 전쟁도 더는 없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