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우리 헤어질까
조성일 지음, 사모 그림 / 팩토리나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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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리 우리 헤어질까

 

 만남과 이별 사이에서 고민하는 그 남자, 그 여자의 속마음! 이별할 때 아픈 말이 아픈 날 더 콕콕 찔러댔지만 다행스럽게도 이젠 다 괜찮다 말할 수 있기에 한결 맘이 가벼워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고, 한편으론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책 제목처럼 '우리 그만하자'라는 한마디에 기다렸단 듯이 대답했던 사람이 있었다. 나 역시 그 사람처럼 그랬던 적이 수없이 많았기에 한번쯤 색다른 선택을 했더랬다. 그 순간이 너무 버거웠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더는 후회도 미련도 없는 것 같다.

 

 가끔 힘든 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정말 감당이 안 될 때가 있다. 더구나 이별까지 하게 되면 더더욱 버티기가 힘들어진다. 그 사랑이 깊었든 얕았든, 그 사랑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순간은 항상 마음 아픈 일이다. 오랜만에 이별 책을 보면서 왜 이렇게 위로가 되는지 씁쓸했지만 다친 내 마음을 하나씩 어르고 달래주다 결국 따뜻하게 마음 속 상처를 하나씩 치유해주니 한없이 고마웠더랬다.

 

 

 살다 보면 꼭 이별해서가 아닌데도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 날이 있다. 슬픈 생각이 들어서도, 외로워서도 아닌, 나도 모르게 갑자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너무 울컥해지는 기분..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요 며칠 그랬다. 책을 읽는 장르에 따라 느끼는 그 기분, 그 감정에 몰입하다 보면 정말 내가 모르는 나를 들여다보게 되고, 생각지도 못한 감수성에 점점 빠져든다. 이 책은 어떻게 이별을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지의 해답이 아닌 혼자서만 경험하는 아픈 이별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똑같이 겪는 이별이니 함께 공감하고 위로받으며 천천히 마음 세수하게끔 이끌어 준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하고 싶었던 말과 상대방에게 듣고 싶었던 말들이 서로의 속마음을 대신해 책 속에 차곡차곡 담겨 있다.

 

 이별을 하게 되면 서로 아픈 건 매한가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마지막까지 그 사랑에 더 솔직했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더 홀가분해지는 것 같다. 붙잡으면 붙잡을수록 도망치는게 남자의 심리라고 어느 책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여자는 한번 마음먹기가 힘들 뿐 돌아서면 앞만 보고 직진하는 법이다. 사랑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듯 누가 먼저 이별을 고했는지는 전혀 중요치 않다는 사실..

 

 사랑할 때 서로의 온도가 다르듯 이별할 때 각자의 온도도 달라서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자는 더 냉정하게 무뎌지고, 남자는 그때서야 비로소 그 사랑에 아파하고 후회하게 된다고 한다. 어리석게도.. 연인 관계에서 이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매순간 대화가 필요하다. 여자가 먼저 아무리 대화로 풀려고 노력해도 남자는 그마저도 귀찮아하고, 자신의 이기심만 채우고 이별 앞에서도 당당하다. 그건 진실된 사랑이 아니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더는 거짓이 아닌 진실을 말하는 사람과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함께 걸어가고 싶다.

 

 

 처음엔 좋다고 매달리다 시간이 지나면 우린 하나도 맞지 않고 말만 하면 싸우니 그냥 말을 안 하게 된다며 이젠 질렸다고 말하는 사람. 서로 노력해도 힘든 사랑 앞에 일방적으로 자기한테 맞춰주면 좋다고 실실대면서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배려하지 않고, 자기가 뱉은 말 하나도 책임지지 못하는 남자라면 정말 싫다. 그리고 실컷 묻고 들어놓고 아픈 사람을 나몰라라 하거나 이별앞에서 다른 사람 만나서 행복하라는 아픈 말만 해대는 사람도 역시 너무 싫다. 정말..

 

  우리가 만나고 헤어지는 백만 가지 이유와 미처 저하지 못한 마음 속 이야기들... 인연도 인연 나름이고 이별에도 좋은이별과 나쁜이별이 존재한다고 한다. 헤어짐을 준비하고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는게 사랑이라 더 아픈 기억으로 남겠지만 제목처럼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헤어지는게 더 실속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별은 시간이 약이고 또 다른 사람으로 치유하는게 가장 현명한 해답이라고 하니 추억은 추억으로만 가슴에 묻고 다음 페이지로 넘겨 새로운 사랑을 알차게 채워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말처럼 쉽게 되지 않으니 더 아픈거겠지.. 사랑하면서 좋았던 이유보다 이별을 핑계로 헤어질 이유를 찾기 바빴던 사람. 헤어지기 전에 서로가 나눴어야 할 말들을 헤어지고 혼자서 뒤늦게 곱씹게 되니 우리 이젠 너무 늦었다. 그래서 인생도, 사랑도 타이밍을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고 하나보다. 그러니 억지도 맞추려 하기보단 씩씩하게 헤어지고 쿨하게 비워내기가 필요한건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노력해주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일까? 아니면 내가 유별난 건가? 솔직히 애정이 없으면 그 사람에게 아무것도 바라는게 없게 되고, 헤어져도 욕도 안 나오는 법이다. 원망도 사치니 이별했다고 해서 굳이 미련하게 잊을 필요가 없는 것 같다. 도미노처럼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사랑이었으니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내려놓으면 된다. 책을 읽으면서 그래도 떠올릴 추억 하나 만들어준 그 사람에게 밉지만 고맙기도 했던 시간. 사랑받고 행복했기에 아픈 사랑도 조금 소중하게 느껴진다. 사랑은 정말 혼자서 할 수 없다. 둘이서 그 힘든 순간순간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부딪히고 헤쳐나가야 비로소 그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사랑이 된다. 나와 맞지 않는다고 금세 꺼질 사랑이라면 애당초 시작하지도 말아야 하는게 사랑이다. 스스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세상에 나와 완벽한 짝이란 없다. 이 사랑이 아니라며 다른 사랑을 찾아봐도 똑같은 악순환만 되풀이될 뿐이니 말이다. 책을 읽고 내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 그 헤어질 시간에 우린 아무리 힘들어도 손 꼭 잡고 이쁜 꽃길만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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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맨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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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립맨

"Rest in peace."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동생 다케하루와 함께 보이스피싱 금융사기 범죄를 벌이는 샤모토 영업소에 들어간 도모키는 연수 강사 사수인 남자 아와노 사토시와 점장 샤모토 유타카와 함께 1년 가까이 일하면서 직원들 중 가장 고참이 된다.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이 전화 한 통으로 남의 돈을 쉽게 버는 것 같지만 그들도 나름 역할이 철저히 나눠져 있으며 사전조사와  범행계획을 치밀하게 세워 확률이 가장 높은 곳에 베팅을 하며 자신들의 욕심을 채운다. 하지만 그들 뒤 진자 쩐주가 누구인지 도모키는 알 길이 없다.

 

 '상대방을 속이는 연기라며! 멋진 공연을 하고 그 세계에 빠진 이들로 하여금 어떤 의미로는 감동한 값을 치른다고 생각하면 된다'라는 아와노. 뻔뻔하지만 당당한 그의 말에 도모키는 어느 정도 수긍하며 점점 동요된다. 어김없이 표적을 정하고 자신들의 시나리오대로 착착 진행되어 수령책을 통해 회수완료가 되고, 샤모토에게 각자 몫의 배당을 받게 되는데 아와노가 점장에게 전화를 건다.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하며 자신의 배당은 샤모토에게 주겠다며, 그리고 마지막 말을 남기고 그의 전화는 끊긴다. 레스틴피스!

 

 영어로 "rest in peace" 이른바 'R.I.P'는 '편히 잠들라'는 뜻이라고.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아채지 못한 샤모토, 하지만 도모키는 생각해 낸다. 그리고 이상한 낌채를 챈 후 동생과 함께 간발의 차이로 현장에서 도망친다. 사기단 아지트를 습격한 경찰들의 눈을 교묘히 따돌리고 그 자리를 피해 두 형제만 도주했으니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과연 그럴까? 어찌보면 이들은 이때 붙잡혔어야 했다. 더 깊고 어두운 늪으로 빠지기 전에..

 

 샤모토와 같이 일한 일행들이 모두 붙잡히고 아와노와 두 형제만 남았다.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간 듯했지만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쉬운 법! "나는 한가해. 할 일이 없으면 지루해서 큰일이야." 자신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붙잡힌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일은 전혀 없다며 확신하는 아와노는 끈질기게 도모키를 찾아오고 한방에 더 큰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그의 말에 흔들려 마지막으로 이들은 또 한번 뭉친다. 너무나 어리석게도..

 

 그들의 다음 범행은 바로 유괴 사업! 대일본유괴단으로 올해가 일본 유리 사업의 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아와노. 자신들의 실적을 쌓기 위해 몸풀기로 뷰티 웨이브 미용기기 회사 이사 스도 히토시를 납치해 경찰과 시민의 눈을 속이고 스도에게 단번에 돈을 뜯어낸다. 그리고 본게임의 시작으로 곧장 미나토당의 젊은 사장 미즈오카 가쓰토시와 그의 아들 유타를 연달아 납치하면서 형사특별수사대와 이들의 눈치게임이 시작된다.

 

 숨막히게 쫓고 쫓기는 동안 서로를 믿지 못하고 경찰과 범인과 미즈오카 3자 간의 속고 속이는 전략이 펼쳐진다. 미즈오카가 범인들에게 건네야 할 1억 엔의 금괴 25개! 마지막 웃는 승리자는 누구일까? 책을 읽다보면 눈에 띄는 대사가 종종 등장한다. 예를 들면, '저마다 적이 있을 뿐, 아군 따위는 없다', '대부분 조커는 에이스보다 강한법', '믿기보다는 속이는 편이 확실하다' 등이다. 조커 역할 형사특별수사대 마키시마와 속이는 전략을 펼치는 보스 아와노 이 둘의 마지막 결말이 너무나 궁금했다.

 

 도모키와 다케하루 형제는 진짜 돈에 눈이 멀어 아와노의 순진한 꼭두각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어떻게 아와노는 매번 경찰보다 한발 빠르게 도망을 칠 수 있었는지 너무 신기했으며 그는 과연 누구인지 도통 예상할 수 없어 호기심이 배가 되었다. 범인과 경찰의 심리를 리얼하게 지켜보며 이 둘의 두뇌싸움을 지켜보는 재미가 가장 흥미진진했다. 왠지 다음 후속편이 나오지 않을까 내심 더 기대하게 된 <립맨>. 왜 하필 유타를 감금한 곳이 도모키 형제 집이었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렇게 선뜻 범행 장소로 자신들의 집을 내주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으며 너무 뻔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한몫했다. 과연 도모키 형제가 얻은 건 무엇일까? 경찰을 비웃는 사기 천재 아와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유타는 안전하게 부모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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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CEO를 위한 세무사무소 활용설명서
어바웃택스 멤버스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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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무사무소 활용설명서

 

 스타트업부터 개인기업, 법인기업, 소상공인까지! 사업자등록을 하게 되면 의무적으로 신고하고 내야 하는 세금이 많은데 개인이 직접 하나씩 다 챙기기가 어려운게 사실이다. 또 부동산을 거래하거나 상속과 증여시에도 어떻게 처리해야 올바른지 선뜻 답을 내리지 못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럴 때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여러 도움을 받아 처리하면 훨씬 수월하고 안전하기에 세무사무소가 있지 않을까 싶다. 복잡하고 어려운 세법을 일반인이 다 알 수도 없고 매번 개정되는 부분까지 일일이 챙겨가며 자료나 기록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제때 신고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어느 정도 타당한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불안감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사업자 입장에서는 훨씬 이득이겠다.

 

 사실, 세무사무소가 워낙 많으니 나역시 비슷비슷하고 하는 일이 똑같은데 무슨 차이가 있을까 했는데 세무사무소도 다 같은 곳이 아니며 무조건 거리가 가까운 위치에 있어 편할 거라고 무턱대고 고르기보단 전문분야가 따로 있으니 본인과 찰떡궁합인 나만의 세무사무소를 찾는게 가장 중요하며, 직접 방문 후 업무 범위를 확실히 정하고 대략적으로라도 지출될 비용을 확인한 후 계약을 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세무사무소에 필요한 일처리를 맡겼다고 해서 마음 놓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을 갖추고 혹시나 빠진게 있는지 챙기고 제대로 신고가 되었는지 꼼꼼한 확인 절차를 거쳐 스스로도 미연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겠다. 결국 책임은 세무사가 아니라 본인 자신이 짊어져야 하니까 말이다.

 

 세무사무소를 어떻게 활용하면 유용할지 궁금했는데 회계사와 세무사의 업무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유의사항과 세금지식에 여러 조언들이 솔직하고 쉽게 풀어져 있어 많은 참고가 되었다. 세무사무소를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돈 때문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세금을 줄여주는 곳이 좋은 곳이 아니라 오히려 조금 더 세금을 내는게 길게 보면 훨씬 낫다는 글이 조금 의아했지만 신선했다. 그리고 장부 작성의 필요성과 소득세를 절세하고 합법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깨알 팁까지 골고루 둘러보며 신경 쓰고 챙겨야 할 게 생각보다 참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체크카드도 홈택스에 등록이 되며 직원 급여는 세전 금액으로 정하라는 글과 청첩장이나 초대장, 카드 수수료를 챙기라는 글이 유용했다.

 

 부록으로 실린 업종별 Q&A, 업종별 세무 전문가 프로필, 업종별 세무 강의 및 세미나 리스트까지 있어 궁금증 해소하며 필요한 정보들을 하나씩 얻기 편했던 요 책.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하니 힘들게 고생하지 말고 기왕이면 세무사무소에 상담도 받고 조언도 구하는게 현명하겠단 생각을 하면서 세무사무소가 어떤 업무를 대리하며 그 외 어떤 서비스까지 제공하는지 제대로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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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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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이

 

 "루크는 거짓말을 했어. 너도 거짓말을 했지. 장례식에 와라." 친구 루크 가족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 20년 만에 고향땅 키와라를 찾은 금융범죄 전문 수사관 연방경찰 에런 포크. 열대야와 오랜 가뭄으로 삶의 희망과 의지가 보이지 않던 동네에서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루크와 그의 아내 캐런 그리고 그의 어린 아들 빌리의 장례식이 치러진다. 13개월 된 샷럿만을 제외하고.

 

 루크가 가족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고 결론난 사건이지만 루크의 부모는 포크에게 아들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부탁한다. 서둘러 멜버른으로 돌아가려던 그는 자신의 어릴 적 과거의 기억과 진실의 퍼즐을 쫓으며 루크의 사건을 함께 추적하기 시작한다. 하나의 살인사건에서 새롭게 등장한 또 다른 살인사건이 교차되면서 진짜 살인범이 누구인지 한껏 궁금증을 자극시키는 스토리. 포크와 엘리는 두 살인사건의 주인공이자 포크와 어릴적 친구들이다.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돌파구는 무엇인가?" 포크는 엘리가 익사로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에 그의 이름이 쓰여있었고, 의심과 소문들을 벗어나 그의 아버지와 멜버른으로 떠났다. 다시 돌아온 그에게 적개심을 드러내는 동네 사람들, 포크를 의심하고 나름의 복수를 보여준다. 서로를 의심하고 진실과 거짓 속에서 자신이 편한 대로 믿으며 다른 이에게 누명을 쒸우고 기억을 조작하는 사람들. 살인범은 죄의식 없이 떳떳하고 당당하게 죄 없는 상대를 증오하고 지목하는 한편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누가 범일일지 한명씩 집중하며 추리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두 살인사건엔 종이가 등장하는 공통점이 있는데 엘리의 쪽지는 포크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루크의 아내 캐런은 죽기 전 포크의 연락처가 적힌 영수증을 남긴다. 책을 읽다 보면 곳곳에 범인에 관한 힌트와 트릭이 속속 숨어 있다. 그리고 하나씩 드러나는 반전과 충격이 상상력을 자극시키며 오롯이 몰입하게끔 이끈다. 궁금해서 페이지를 빨리 넘길 수밖에 없도록 유혹하면서 말이다. 두 사건을 쫓다 보면 각자 사연도 많고 탈도 많은 키와라 사람들로 인해 머리가 한층 더 바삐 움직이게 된다.

 

 "결국 말을 제대로 골라야 통하는 거지만요" 모두가 요주의 인물로 살인범이 아닐까 했지만 생각지 못한 알리바이가 있어 잘도 빠져나가고 열심히 저자의 필력에 휘둘리다 느지막이 생각지도 못한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 맞는 느낌. 루크의 엽총에 묻은 지문은 너무도 확실하고 선명한 그의 것이었지만 탄피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엘리가 죽고 나서 루크와 포크는 거짓 알리바이를 댔다.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하나는 살인범을 찾아낼 중요한 증거지만 다른 하나는 살인사건과 무관한 것이다. 책을 읽을 때 놓쳤던 부분이 책을 덮고 나면 왜 더 집중하고 색다른 가망성을 떠올려보지 못했는지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 <드라이>.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범인을 밝혀낼 중요한 증거는 어딘가에 분명 남겨져 있으며 시간에 관계없이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걸 확실히 보여주는 통쾌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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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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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이 되면 그녀는

 

 "사랑한다. 사랑 받고 싶다. 그것을 절실히 확인하고 싶었던 순간들" 내년 4월 벚꽃 피는 계절 야요이와 결혼을 앞둔 후지시로에게 첫사랑이었던 하루가 9년 만에 편지를 보낸다. 그녀는 왜 편지를 썼을까? 사진동아리 부회장이었던 후지시로와 신입생 하루가 만나 서서히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둘은 대학시절 연애를 시작한다. 언젠가는 정면에서 인물사진을 찍고 싶은 후지시로와 찍히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하루, 둘은 다른 듯 같은 듯 서로를 바라보고 알아가며 의지하고 사랑을 확인한다. 풋풋하고 행복한 커플에게 같은 사진동아리였던 오시마 선배는 결혼해 아내가 있지만 하루를 마음에 두고 있음을 후지시로에게 고백한다. 어느 날 오시마 선배가 약을 먹고 혼수상태에 빠지고 하루가 울먹이면서 후지시로에게 전화를 한다. 의식을 되찾은 요시로의 병문안을 갔던 하루와 후지시로는 그날 생각지도 못한 이별을 하고 만다. 그날 이후 도망치듯 한번만 만나고 싶다는 하루의 연락을 피한 후지시로, 그는 왜 갑자기 스스로 하루를 놓아버린 걸까?

 

 그 후 이별의 아픔을 대신에 공부에 매진했던 후지시로는 정신과 의사가 되고, 6년 만에 수의사인 야요이와 사랑에 빠진다. 3살 연상이었던 야요이는 사실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후지시로를 마음에 두고 파혼한다. 현재 둘은 3년 동안 같이 살고 있으며 1년 뒤 결혼 준비로 한창이다. 야요이의 여동생 준은 결혼생활 문제로 형부가 될 후지시로에게 상담을 부탁하고 둘은 따로 자리를 마련해 대화를 하게 된다. 나이 차이가 10살인 준과 마쓰오 부부는 4년 동안 섹스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준은 다른 섹스 상대가 여럿 있음을 고백함과 동시에 후지시로를 유혹한다.

 

 혹시나 했는데 막장도 이런 막장이 있을까? 그런데 후지시로와 야요이도 2년간 섹스를 안한 상태며 준에게 육체적으로 끌리고 정신적으로 자제하기 힘든 모습을 보인다. 처제와 자는 꿈까지 꿨으니 말이다. 어느날 야요이도 갑자기 사라지는데 것도 이번이 결혼을 앞두고 도망친게 3번째라고.. 하지만 후지시로는 그녀를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기다리기만 하다가 결국 혼자 예식을 취소한다. 하루 역시도 후지시마를 좋아하면서 오시마 선배가 자기에게 품은 마음 역시 놓치기 싫어했음을 편지로 고백하는데 책 속 등장인물들은 사랑하는 상대방이 있어도 흔들리고 혼란스러워하는 이중적인 감정이 솔직하지만 너무 이기적인 모습이라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보단 각자 자신의 감정에만 너무 충실한 모습처럼 보여졌다.

 

 이 책은 후지시로 커플의 1년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첫사랑 하루의 편지로 학창시절의 추억과 사랑의 감정을 되찾는 후지시로, 뜨거웠던 사랑이 점차 식고 가족처럼 정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연인과 부부의 고민, 동료 의사 나나와 술친구 데스크의 서툰 사랑 이야기가 있으며, 결혼과 이혼, 삶과 죽음, 음악과 영화, 여행이 주는 의미가 복합적으로 담겨 있다. 상대방을 알고 싶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고, 어떻게 마음을 표현하고 드러내야 할지 모르는 모습을 보다 보면 주위 사람에게는 한없이 자상하고 친절해도 정작 자신과 소중한 이들을 돌보지 않고 상처와 아픔을 주는 행동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후지시로도 야요이도 하루도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늘 도망치고 포기하고 숨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모습이다. 얼마든지 대화로 풀 수 있는 상황에서도 망설이다 스스로 두려워 도망치거나 끝내고 마는 심리.. 타이밍이 한참 어긋나 되돌릴 수도 없는 아까운 시간들을 허비하고 지난 시간을 그리워하며 후회를 한다. 그래서 너무 답답하고 마음이 아팠다. 마지막으로 책을 덮고도 의문이 풀리지 않던 요시로와 하루가 같이 있던 그날 무슨 대화를 했는지가 끝내 밝혀지지 않아 너무 궁금했다. 결국 모두가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과거도 아닌 현재의 소중한 사람을 하루의 편지로 인해 기적처럼 다시 만나 사랑의 감정을 재차 확인하고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달려가는 후지시로를 보면서 반전 아닌 반전이 속 시원하고 안도가 되었다. 달달한 러브스토리는 아니었지만 중간중간 현실적으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여러 감정이 교차된 요 책. 슬프지만 아름답고 진솔하게 전해진 잔잔한 감동이 나에게 어떤 추억과 어떤 사랑을 꿈꾸는지 자꾸만 떠올리고 그려보게 하는 색다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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