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
강희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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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입으로 폭로되는 한 결혼이주여성의 수난사! 이 책이 농촌 이주여성들의 문제를 다룬 실존소설로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가 쓴 책이라 호기심이 생겨 냉큼 읽어보았다. 그런데 정말 그 어떤 막장드라마도 이보단 낫겠다 싶을 만큼 충격적이다 못해 입이 쩍 벌어지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이 집구석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거기다 동네 사람들까지 합세해 한마디로 개판 5분 전. 정상적인 가정이라고 보기 힘들 만큼 감히 상상도 못할 범죄와 사고를 가지고 있는데 나름 각자 사정이 있고, 그럴만한 이유가 명확했지만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못해 숨이 턱 막힌다.

 

소설의 화자인 첫째 딸 예슬이를 통해 경상도 산골 마을 나이 많은 이장에게 가족들을 먹여 살리려 젊은 나이에 시집온 필리핀 이주민과 그 가족사를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다. 하루아침에 먼 타지에 와서 언어와 문화와 사고방식이 달라 힘들어했던 예슬이 엄마, 혼혈로 태어나 생김새와 피부색이 다른 데다 치료법이 없는 병에 걸려 친구들에게 놀림당하고 초등학교에서 쫓겨난 예슬이, 한국 생활을 하면서 겪는 차별과 무시 등 안타깝고 슬픈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공감하며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었지만 내용이 헐.. 럴수 럴수 이럴수가!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대마초를 빨아대며 듣기 거북한 욕설을 내뱉는 예슬이 기다렸다.

 

무슨 상황인지 곧장 인식을 하지 못하고 꿈을 꾸나? 상상인가? 아님 제대로 미쳤나? 생뚱맞게 여우는 또 뭐람? 싶었는데 진짜 대마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듯 자기 할 말만 줄곧 쏟아내기 바쁘다. 거기다 외설틱과 동어반복틱, 투렛증후군 환자라 욕과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내뱉고 환상적이고 몽롱한 정신 상태로 기분 째진다며 제멋대로 신나서 떠들어대니 머리가 어지러워 같이 미처 돌아버릴 것 같았다. 진심 한 마디 할 수 있다면 빨리 정신 차리고 그 입 좀 제발 다물라고 해주고팠다. 하고 싶은 말이 도대체 뭔데?

 

그렇게 인내심의 한계가 올 때쯤 내가 먼저 백기를 들고 어느 순간 예슬에게 익숙해지면서 담담하게 엄마의 실종과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하나씩 털어놓는 얘기에 집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너무 아파 소설이라 천만다행이다 싶었다. 할머니, 아빠, 엄마, 삼촌, 여동생이 있지만 평범한 가족처럼 다 같이 행복하게 어울리지 못하고, 마음을 닫은 채로 서로 눈치 주고 피하기 바쁘다. 그렇게 편가르듯 벽을 두고 의심과 집착을 반복하다 결국 이 가정은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대반전은 정말 무슨 상황인지 모를 정도로 황당해서 어리둥절했다.

 

사사건건 참견하고 구박을 하는 시어머니의 시집살이, 우유부단하고 폭행을 일삼는 남편, 답답하지만 기댈 수밖에 없던 삼촌과의 소문, 큰 딸의 틱장애, 엄마를 창피해 하는 작은 딸, 고향 식구들 걱정, 시골생활에 적응하려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서도 예슬의 엄마는 혼자서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 것 같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아빠가 대마를 하는 걸 본 지켜보다 배우지 말아야 할 것에 너무 일찍 손을 댄 예슬이, 엄마의 실종으로 충격받고 틱장애로 힘들어서 그랬다지만 어린 여자아이가 미성년자일 때부터 원조교제까지 하고 있었다니 정말 말문이 막히더라는. 처음엔 조금 모자란가? 싶었는데 예슬이는 영어실력도 우수하고 검정고시를 패스해 어엿한 여대생이 된 영리하고 참 똑똑한 아이였고, 누구보다 자신의 속마음과 직접 경험하고 본 것을 꾸밈없이 솔직하고 논리 정연하게 잘 표현했다. 오히려 너무 아무렇지 않게 당돌하게 말하니 당황스러울 정도로.

 

그럼에도 발랑 까져서 대마중독과 아무 남자와 스스럼없이 관계를 가지는 예슬이를 보면서 가족의 보살핌을 제대로 못 받은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웠다. 아무리 기대고 의지할게 없었다고 해도 말이다. 그리고 고향이 그리웠던 엄마가 좋아했던 돼지, 그 돼지가 그런 의미고 그런 존재였다니. 결국 돼지우리에서 나타난 예슬이 때문에 깜짝 놀랬더랬다. 책을 덮고도 엄마가 어딨냐는 예슬이 질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아빠의 한마디가 귓가를 맴돈다. 이 모든 게 예슬이가 꾼 끔찍한 악몽이었길... 순간순간 화가 났다 울컥했다 슬프다 못해 허탈했던 <카니발>. 술술 읽히지만 맘이 편치만은 않았던 요 책! 가슴속 작은 울림이 여러 생각을 갖게 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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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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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마니아라면 믿고 보는 토머스 해리스의 한니발 시리즈와 연관된 첫 번째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책과 영화로 많이 알려졌기에 모르는 분이 없을 것 같다. 특히 남성분이라면 더! 겁 많은 나도 어릴 때 오빠들이랑 영화를 본 기억이 있는데 너무 충격적이고 무서워서 끝까지 제대로 보지 못했는지 결말이 잘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잊고 있었다. 꿈에 나올까 무서운 장면들로 인해서 자연스레 내 머릿속에 지우개 있는 것처럼 싹둑 잘라낸 듯하다. 책을 기다리다 궁금증에 못 이겨 검색만 해도 곧장 알 수 있는 내용들을 그마저도 꾹 참았으니 꽤 소름 끼치고 설렜었나 보다. 사실, 꿀잠 자는 게 삶의 유일한 낙이고 행복인데 괜히 미리부터 악몽에 시달리긴 싫었다고 솔직히 고백해본다.

 

아무튼 세월이 흘러 겁쟁이인 날 또 한번 유혹한 요 책! 이번에 아주 특별하게 출간 3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을 신간도서로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반가운 맘에 보자마자 냉큼 찜했더랬다. 과연, 마지막 페이지까지 잘 버틸 수 있을지 심호흡 후, 겁 없이 책장을 넘겼다가 이젠 나이만큼 강심장이 됐는지 혼자서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졌더랬다. 일반 소설책보다 분량이 조금 더 많은 편이지만 몰입도가 높아서인지 그만큼 더 푹 빠져서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진심 꿀잼이었고, 평소 원작 소설이 있다면 영화보단 책으로 먼저 보는 걸 더 좋아하는데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굿 초이스였다.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연쇄 살인을 다루는 FBI 내 행동과학부 특수요원 잭 크로포드 부장은 5명의 여자를 살해하고 부분적으로 살가죽을 벗기고 강에 내다 버린 연쇄 살인범 버팔로 빌 사건을 수사 중이지만 목격자나 단서가 일절 발견되지 않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또 한 번의 살인사건이 추가적으로 발생하게 되고 시신의 입안에서 검은마녀나방이 발견된다. 연수생 신분인 클라리스 스탈링을 눈여겨본 그는 그녀에게 숙련된 임상 심리학자이자 엽기적인 정신과 의사 한니발 렉터 박사를 수감소로 가서 직접 만나보라고 지시한다. 아홉 명을 살해하고 그들의 인육을 먹고도 죄의식 1도 없는 식인종 괴물! 아무하고도 말을 하지 않는 렉터 박사가 그녀에겐 입을 열 수 있다고 말이다.

 

그렇게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한니발 렉터 박사와 스탈링이 안면을 트게 되고, 상대방과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며 진실 혹은 거짓 사이를 밀당하듯 기막힌 두뇌게임이 시작된다. 버팔로 빌의 범행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고, 상원의원 외동딸이 납치되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한니발이 준 선물 덕분에 클라우스 머리를 발견하고 목안에 있던 곤충을 발견하게 된 스탈링. 한니발은 그녀에게 범인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몇 가지 더 제시하고 점점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한니발 렉터 박사의 사람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심리를 건드려 이용하는 능력은 가히 탁월해서 신기하면서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힌트인지 트릭인지 알 수 없는 검은 속사임을 내뱉는 렉터 박사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아주 똑똑하게 잘 활용하는 스탈링의 활약이 참 흥미진진했다. 왜 책 제목이 양들의 침묵인지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사람을 살인하고 인육을 먹거나 가죽을 벗기는 살인자들, 나쁜 놈 위에 더 나쁜 놈이 있었다. 버팔로 빌보다 한니발 렉터 박사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더 완벽한 악마였으니. 페이지를 넘길수록 조각났던 영화 속 장면들을 새록새록 상기시키며, 상상력을 마구마구 자극하니 오랜만에 심장 쫄깃해져 서늘이 간담했다. 순간 방심하다 한니발 렉터 박사의 완벽하다 못해 허를 찌르는 탈출 방법과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서 범인과 스탈링을 맞닥뜨릴 땐 정말 놀랬다. 그 긴장감에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급 전개되는 스토리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 하루 만에 뚝딱 읽어버렸다. 흘러간 시간 동안 기억력이 나빠진 것에 감사할 정도로 천재들의 활약을 마냥 넋 놓고 집중할 수 있어 더 유익한 시간이었다. 의문투성이인 한니발과 스탈링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닐 터, 다시 만나게 되면 또 어떤 기막힌 숨바꼭질이 시작될까?
 

시리즈 마지막 책인 <한니발 라이징>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 책을 봐서 더 기대가 된다. 어떻게 내 심장을 더 쿵쾅쿵쾅 뛰게 하고 깜짝 놀래켜줄지 빨리 만나보고 싶다. 스릴러소설 &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영화를 봤어도 꼭 책으로도 만나보시길 추천한다. 왜? 또 봐도 정말 재밌고 소장하고 싶어질 테니까! 나처럼 너무 예전에 봐서 기억이 잘 안 나는 분과 내용을 전혀 모르는 분들은 더 호기심을 유발해 책을 곧장 펼쳐보고 싶게 유혹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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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의 죄 - 범죄적 예술과 살인의 동기들
리처드 바인 지음, 박지선 옮김 / 서울셀렉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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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미술계의 실상을 낱낱이 드러낸 본격 예술 스릴러! ​소호의 이름난 미술품 컬렉터 어맨다 올리버가 총에 맞고, 24시간이 지난 후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녀의 남편 필립은 "제가 아내를 죽였어요."라며 경찰에게 자백하지만 곧장 풀려나게 되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대사를 외우 듯 연신 고백을 해도 울프심 증후군이라는 뇌질환에 시달리는 그의 말은 관연 진실일까? 의구심만 자아낸다. 예술계 거물인 그는 겉으로 보기에도 멀쩡해 보이지 않는 정신 상태에 그의 병세는 점점 악화되어 가는 증상을 보이니 혼란스럽기만 한 상황. 부부의 친구였던 미술품 딜러 잭슨과 필립의 변호사 번스타인에게 정보제공을 위해 고용된 전직 형사였던 사립탐정 호건이 이 사건을 파헤치지 위해 연막작전을 펼치고, 하나씩 추적하는 과정에서 예술계의 치부가 은밀하고도 발칙하게 드러나며 생각지 못한 그들만의 세상 속으로 이끌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예술과 죄악의 경계가 어디인가?' 한 끗 차이인 범죄적 예술 앞에 선뜻 답을 내리지 못 할 만큼.

 

미술계에서 '소호의 부부'로 떠받들며 누구나 친해지고 싶어 하는 유명인사가 되어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화려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이들 부부에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끔찍하게 얼굴이 날아간 상태로 발견된 그녀는 왜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었으며, 그녀에게 총을 쏜 진짜 진범은 과연 누굴까? 거기에 남부러울 것 없던 그들의 결혼생활은 그들의 화려한 삶처럼 마냥 축복받으며 행복하기만 했을지 그 내면을 들여다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등장인물들과의 연결고리 속에서 거듭되는 충격적인 반전 스토리에 허를 찔린다.

 

필립은 외도와 불륜을 저지르다 전부인 앤젤라가 딸 멜리사를 낳은 지 1년 만에 어맨다와 결혼했다. 그의 잘못된 행실은 어맨다가 암과 싸우는 결혼생활 중에도 반복됐으며 그녀가 차도를 보이자 신인 화가 클리우디아 실바에게 첫눈에 빠져 바람을 피우다 어느 날 공식 석상에 그녀를 데리고 나타난다. 부부간의 불화를 자초했지만 죄의식 1도 없이 자신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쾌락과 욕정을 자유분방하게 즐긴 남자, 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는 듯 그는 현재의 사랑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새로운 사랑을 찾아 늘 그래왔던 대로 정신없이 빠져들고 만다.

 

결국 '소호의 거리'에서 낯부끄럽게 대놓고 쇼윈도 부부가 됐으니 어맨다의 자존심과 위신은 땅으로 뚝 떨어졌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소호에서 불륜을 특별하게 눈에 띄는 일이 아니라고 잭슨을 포함해 그 세상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씁쓸했다. 그나마 소호와 연관성이 없던 잭슨의 친구 호건은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느껴져 불행 중 천만다행이다 싶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 였다는 사실. 걍 남자든 여자든 다 똑같다며 시원하게 확답을 해주니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이 쭉 빠져 쪼글쪼글 오그라드는 기분이었다. 하룻밤의 불장난을 즐기며 서로를 이용하고 버리는 쿨한 사이. 내 세상에서는 죽어도 용서가 안 될 일들이라 놀랍고도 놀랍다.

 

그리고 등장한 또 한 사람, 미술계 모든 일을 기록하고 영상을 촬영하는 폴 모스는 여러 가지로 올리버 부부와 연관되어 있는 인물이다. 어맨다의 남자친구이자 마이너한 취향을 갖고 있던 그는 필립의 딸 멜리사에게도 접근을 한다. 차츰 드러나는 그의 정체는 너무 불순했으며 예술 앞에 거짓된 양심을 팔고 사는 변태적인 성향의 모순 덩어리였다. 필립과 앤젤라와 클라우디아의 알리바이도 확실하고, 어맨다가 죽은 건물엔 CCTV가 없다. 살인사건은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하다가 죽은 어맨다의 노트북을 멜리사가 갖고 있는 걸 잭슨은 알게 된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줄 비밀의 열쇠가 숨겨진 이 증거물은 어떤 반전을 가져다 줄까? 살인의 동기는? 어맨다가 죽으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굴까?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대가는? 마지막으로 소호에서 울고 웃게 될 사람은?

 

여러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범인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터, 하지만 의심되는 여러 범인들을 간출이며 집중해도 거듭되는 반전에 끝까지 읽지 않으면 절대 알 수가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누군가는 그 덫에 자의든 타의든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고, 누군가는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이기적으로 취하며, 누군가는 치명적인 유혹 앞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아름답지만 잔인한 소호의 거리, <소호의 죄>는 무엇이었을까? 그 민낯을 직접 마주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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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천사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4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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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본능적으로 대부분의 남자들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선호하는 여성상으로 일단 예쁜 여자를 제일 좋아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쁘고 잘 생긴 사람을 누가 싫어할까마는 나이 불문 젊고 예쁜 여자만 보면 다 용서가 되는 듯 너도나도 1순위로 꼽는다고 하는데, 만약 책 속에 등장하는 진처럼 모두의 마음을 홀려버리는 순수하고 매력적인 아름다운 여자가 나의 재산과 목숨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접근한다면 어떨까? 천사 같은 외모에 숨겨진 가면 뒤로 악마의 본성이 꿈틀대며 소름 돋게 나의 눈을 멀게 한다면 말이다. 더 이상 이용 가치가 없다면 한순간에 훅 가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터. 겉모습만 보고 선입견을 가지고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말라는 이 책이 주는 아주 큰 교훈이 아닐까 싶다. 사람을 믿지 말라는 건 아주 슬픈 일이지만..

 

페르디난드 벌포드라는 남자가 총에 맞아 사망하자 질투에 눈이 먼 메레디스가 살해했다며 치정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결론짓고, 고의 살인죄를 적용받아 사형을 언도받은 제임스 메레디스. 다행히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어 20년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천사 같은 미모를 지닌 그의 사촌이자 전 약혼자가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한 덕분에 모두들 깜빡 속아 넘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임스 메레디스의 오랜 친구이자 변호사인 잭 글로버는 진 브리거랜드가 이 모든 음모를 꾸몄다고 확신한다.

 

사건의 발단은 메레디스의 아버지가 아들이 서른 살까지 결혼을 하지 않으면 여동생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기로 유언했고, 다음 주 월요일까지 메레디스가 결혼하지 않으면 전 재산은 진 브리거랜드 앞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다. 그래서 잭 글로버는 진으로부터 메레디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큰 빚을 물려받고, 생활고에 시달리며 신용상태가 안 좋은 리디아 베일을 찾아 얼굴도 모르는 메레디스와 결혼을 해달라고 엄청난 제안을 하며 간곡히 부탁한다. 생각할수록 황당하고 당황스럽지만 그녀에겐 뿌리칠 수 없는 유혹에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어 결국 수락하게 되고, 그녀의 인생은 지금껏 살아온 인생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되찾게 된다.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된 듯 엄청난 부자와 결혼해 한방에 신분상승을 했으니 남부러울게 없다.

 

하지만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진 브리거랜드가 아니다. 리디아에게 접근해 친절하게 친분을 쌓으며 믿음과 환심을 얻고, 그녀의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뻔뻔하고 교활하게 혀를 놀린다. 진 브리거랜드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고, 자신의 계획에 따라 그들을 이용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니 겁나고 두려울게 없다. 지금껏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다 이루며 살게 해준 천사 같은 외모가 그녀에겐 강력한 무기가 됐으니 말이다. 어리석고 거짓된 사랑 앞에서도 아무도 그녀를 의심할 수 없을 만큼. 게다가 같은 뜻을 품고 있는 영원한 내 편과 그녀를 따르는 추종자들이 있었으니.. 피는 못 속인다는데 아빠보다 더 독하고 극악무도한 그녀의 두 얼굴, 스스럼없이 살인을 저질러도 죄책감 1도 없이 제대로 돈독 오른 부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한순간도 멈출 줄 모르는 악행들이 잔인하다 못해 치를 떨게 한다.

 

하지만 진보다 리디아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고구마 100개 정도 먹은 것처럼 속이 너무 답답했다는 사실.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며 그렇게 당하고도 어쩜 그리 한결같은 믿음을 진에게 보여주는지 말이다. 그나마 그녀를 대신해 잭과 재그스의 활약을 응원하며 집중하다 통쾌한 반전에 깜짝 놀랐고, 거듭되는 등장인물들의 존재감이 빛을 발하며 사건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으며 열심히 뒤를 쫓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땐 온몸에 소름이 돋았더랬다. 진짜 나쁜 년! 욕이 절로 나오더라는. 그럼에도 순간순간 로맨스 소설인가 싶기도 했다가 스릴러 소설 같기도 했다가 결국 미스터리 추리소설이었구나 싶었던 요 책! 앉은 자리에서 곧장 푹 빠져 읽었던 만큼 술술 읽혀 더 재밌었다. <공포의 천사> 사랑 받을 자격조차 없는 그녀 곁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과연 누굴까? 메레디스의 재산은 결국 어떻게 됐을까? 천사의 끝은?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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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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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형사 시리즈 10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이야기!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유 불문 일단 믿고 보는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도서가 출간되어 반가운 맘에 냉큼 펼쳐 보았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엽기적인 살인 등 충격적인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지며 하루 종일 뉴스에 보도되고,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하고 있어 국민들의 불안감과 극도의 공포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시기에 읽어서인지 책 속에 등장하는 살인사건과 범인의 범행 수법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에 더 소름 끼치고 무서웠다.

 

어릴 적 가출한 가가 형사의 엄마 다지마 유리코의 죽음과 그리고 몇 년 후 일어난 오시타니 미치코 실종사건이 살인사건으로 밝혀지고 거기에 또 다른 살인사건이 연이어 추가된다.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이 사건들이 한순간에 수면 위로 올라 어느 순간 하나의 교집합이 완성되고, 제3자의 시각에서 사건의 내막을 면밀히 따지고 파헤쳐 자연스레 범인이 누굴지 상상의 나래를 마구마구 펼치게끔 유혹한다. 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 아닌가? 이리저리 시선을 분산시키며 설마 시시하게 이렇게 쉽게 밝혀지고 끝나는 거야? 신나게 코웃음칠 때 설마! 안도감과 통쾌함을 느낄새도 없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혼란스러움과 의구심만 가중시키니 책을 읽는 독자는 점점 더 맘이 바빠진다.

 

"헛걸음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수사의 결과가 달라진다" - p.200

 

가가 형사 엄마가 죽기 전에 특별한 만남을 가졌던 와타베란 남자와 살인사건이 일어난 아파트 집주인이었던 코시카와 무쓰오라는 남자의 행방이 묘연하다. 게다가 또 한사람 아사히 히로미 중2 담임 선생님 나에무라까지 행방불명이다. 그리고 오시타니 미치코가 죽기 전 요양원인 "유락원"에서 우연히 연극을 연출하는 동창생 아사이 히로미의 엄마를 만난 후, 도쿄에 들러 그녀를 직접 만났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거기에 살인사건이 연쇄살인사건이 되는 순간 그럼 범인은 1명이란 말인가? 아님 공범이 있다면 또 누구란 말일까? 살인을 한 동기는 뭣 땜에? 가가 형사가 니흔바시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의 집요함과 간절함은 어떤 결실을 맺을까? 열심히 머리 굴려 보지만 뒤통수 맞기 딱 좋아 섣부르게 판단을 하지 못하고 눈만 멀뚱멀뚱. 그렇게 히가시노 게이코의 필력에 몇 번 휘둘리다 정신 바짝 차리고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어디에 교묘하게 트릭을 숨겨 놓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의문을 가지며 다시 심호흡 후, 놓친 게 무엇인지 차근차근 되새기며 열심히 두뇌게임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

 

경시청 수사 1과에 근무하던 가가 형사가 니혼바시 경찰서 형사과에 파견 나가 있었던 이유, 그리고 가가 형사가 소년 검도교실에서 히로미를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 엄마가 죽고 장례시과 유품 등을 부탁하며 자신의 번호를 알려줬다는 남자, 복잡하게 얽히고 뒤섞인 등장인물과 남겨진 흔적을 쫓아 흩어진 퍼즐 조각들이 서서히 맞춰지고 결국 짜여진 각본대로 마지막 하나의 연결고리가 완성될 때 온몸에 전율하는 짜릿함과 배신감을 직접 겪어 보시길 바란다.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 아닐까 싶단 말이지" - p.231

 

결국 이유 없는 살인은 없다! 하지만 그 어이없고 황당한 핑계와 결말에 자신도 모르게 혀를 내두르다 진이 빠지는 그 허탈감이란. 한편으론 그 뻔뻔하고 추악한 민낯이 당돌하다 못해 안쓰럽고 안타까운 맘에 나도 모르게 어느 정도는 수긍이 되고 공감이 돼서 더 씁쓸하고 농락당한 기분... 나만 아니면 돼? 너만 잘 살면 돼? 그게 희생이고 사랑이야? 욕하면서도 허를 찔린 듯 고개가 끄덕여지더라는. 그렇다고 살인이 용서가 될까마는.. 암튼 간도 크고 피는 못 속인다고 정말 읽는 내내 소름이. 어릴 적 가정환경과 부모에게 배우는 인성교육, 그리고 경찰의 초동수사와 사건을 해결하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얼마나 정말 중요한지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집필 기간 33년, 시리즈 최대의 수수께끼가 마침내 베일을 벗는다! 그 긴박함과 절박함 속에서 마지막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비밀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순간 마냥 속 시원할 줄 알았는데 가가 형사 시리즈를 더는 만날 수 없다고 하니까 너무 아쉽기만 하다. 다행? 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다 읽어보지 않아서 이 감흥이 사라지기 전에 다른 책도 빨리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이다. 범인을 밝히는 것도 완전 꿀잼이었지만 그 사건에 숨겨진 베일을 하나씩 벗기고 등장인물들 간의 연결고리와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벌어진 사건의 내막을 몰입해 추리하고 들춰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반전 매력이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안 읽었으면 어쩔 뻔? 아베 히로시, 마쓰시마 나나코 주연의 영화 원작 소설이라고 하는데 진짜 무더위를 날려줄 한 편의 스릴 넘치는 영화를 푹 빠져 본 듯 진심 탁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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