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즌 아티스트
조너선 무어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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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SF 메디컬 센터에서 독성학 연구소를 운영하며 통증의 화학적 효과를 연구 중이던 케일럽은 화가 난 여자친구 브리짓과 싸우고 집을 나선 후 팰리스 호텔 <피리 부는 사나이> 바에서 술을 마신다. 그러다 검은색의 새틴 드레스 입고 어두운 꽃향기를 풍기는 낯선 여자와 순간 마주치게 된다. 술을 마신 후 호텔 방으로 향하던 그는 발렛 부스 근처에 서 있는 그녀를 보게 되고, 본인의 방으로 올라가 잠시 눈을 붙이다 잠에서 깬다. 정신이 말짱해진 케일럽은 다시 외출해 길 건너 붐비지 않는 <실즈 하우스> 바를 찾게 된다. 그가 앉은 옆자리에서 먼저 압생트를 마시고 있던 의문의 그 여자를 또 한번 더 만나게 되고, 그렇게 둘은 자연스레 같이 술잔을 기울이다 서로의 이름도 모른 체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한순간에 케일럽을 홀려버리고 홀연히 떠난 안개 같은 여자, 그녀의 정체가 뭘까?

 

다음 날, 또다시 그녀를 만나기 위해 바를 찾은 그는 경찰 두 명을 만나게 되는데 어제 바에 있던 한 남자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케일럽은 5분가량 만난 그 여자에 대해선 일절 함구하고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한 채 입을 꾹 다문다. 아이러니하게도 바에서 일하는 바텐더나 그곳에 있던 다른 손님들은 아무도 그녀를 보지도 기억조차 못 하는 상황, 고로 케일럽만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브리짓과 틀어진 관계를 회복할 겨를도 없이 그날부터 한시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 그 여자가 계속 생각나고 보고 싶어진 케일럽. 그녀를 찾기 위해 초상화를 그려 그녀가 갈만한 바를 순회하며 연락을 기다린다는 메모를 남긴다. 애인이 있으면서도 확실하게 관계나 감정을 정리하지 않은 채 그녀가 얼마나 좋았으면 5분 정도 만난 여자를 그렇게 애타게 찾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납득은 되지만 본인 잘못으로 싸워 놓고 사과는커녕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나쁜 놈을 보았나.

 

한편, 케일럽은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헨리 뉴컴 박사의 부탁으로 시체 검시를 도와주게 되는데 경찰이 말한 실즈 하우스에서 마주친 그 남자 시체를 마주하게 된다. 사망 원인은 독성 약물 중독으로 죽기 전 엄청난 고통을 경험하며 죽었으며, 연이어 발견되는 시체들도 모두 같은 약물 중독과 끔찍한 고문으로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연쇄살인임이 명백하지만 아무런 증거도 물증도 없는 상황이라 다들 애가 탄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그녀에게서 연락이 오고 둘은 다시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에멀린이었고, 두 가지 약속을 서로 하게 된다. 그리고 중간중간 등장한 전단지 속 이름들과 가정환경의 중요성...

 

충격적인 반전이 너무 기묘하다 못해 넘 강렬해서 뇌리에 박힌 요 책! 한동안 바빠서 못 읽었던 스릴러 소설책이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진짜 그동안 어떻게 참았나 모르겠다. 일단 책 소개 글귀 중 먼저 눈에 띈 독성학 박사, 여자, 술 3가지 단어의 조합만으로도 호기심을 마구마구 자극해서 책이 도착하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냉큼 읽어버렸다. 그럼에도 뭐라고 써야 될지 머릿속이 멍해져 책 리뷰를 바로 쓰지 못하고 있었다는 웃픈 상황. 입은 근질근질 거리지만 딱 한 마디만 잘못 발설해도 책 전체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기에 어떻게 정리를 하고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을 해야 될지 도저히 감도 오질 않아서 망설여졌다. 하지만 쓰다 보니 줄 수 있는 힌트는 다 줬다는.

 

이젠 놀고 싶어도 몸이 안 따라주는 나이라 피곤에 쩔었으면서도 밤만 되면 술을 마시고, 뒷날 걱정은 하면서도 늦은 새벽까지 잘도 달리는 케일럽의 체력이 부러웠다가 정신이 번쩍! 순간순간 뭐지? 마지막까지 응? 뱉고 싶던 딱 한 마디가 막히니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책을 덮었는지 의아스럽기까지 했다. 과연 내가 생각하고 해석한 게 맞는 건지. 신비스럽고 미스터리한 등장인물과 살인 사건의 연결고리가 얽히고설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면서도, 숨겨진 수수께끼를 풀고파 머릿속은 정신없이 의문을 품은 채 한 사람에게 끝까지 이목을 집중하게끔 만들었으니. 그럼에도 꿈인지 환상인지 현실인지 그 혼란스러움 속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걸까? 아니, 왜 끝까지 눈에 보이는 대로 받아들이고 믿으려 하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왠지 이상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술로 진전된 관계, 계속 뭔가 숨기 듯 드러내지 않고 찝찝하게 겉도는 느낌, 아리송한 그림의 비밀, 중요한 단서가 될 것 같았던 통증 논문까지 한번 갖게 된 의심은 꼬리를 무는 법이니 그래서 페이지를 앞뒤로 넘기기 바빴더랬다. 그러다 점점 수면으로 떠오른 소름 끼치고 잔인한 실체의 민낯, 그러면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집착과 광기에 입이 떡 벌어져 멘탈이 흔들리고 말았다. 특히 끔찍하다 못해 엽기적인 방법으로 고문하는 장면에선 진짜 며칠 전 읽고 바로 꼽혀버린 한니발과 진심으로 맞짱 뜨게 해주고팠다는. 초록요정, 악마의 술로 불린다는 압생트와 각설탕의 조합! 술꾼들이 어떤 맛과 매력에 중독되는지 넘 궁금해서 맛보고 싶지만 당분간 술은 자제해야겠다. 뉴스만 봐도 무서운 세상, 겁도 없이 혼자 미쳐서 정신줄 놓기 전에. 책을 보는 내내 술이 땡기지만 결국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 금주를 하게 만드는 요 책!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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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북 : 밤의 이야기꾼
J. A. 화이트 지음, 도현승 옮김 / 위니더북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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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동심을 자극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판타지 소설책! 주인공 어린 소년 알렉스가 어떤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냉큼 펼쳐보았다. 가족들이 모두 잠든 늦은 밤, 홀로 가방을 챙겨 집을 나온 알렉스는 겁도 없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향한다. 이곳은 평소 알렉스가 아파트 건물 전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으스스하고 기인한 느낌이 들어서 즐겨 찾는 장소였다.

 

그런데 내려가던 도중에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멈추게 되고, 알렉스가 도착한 곳은 아파트 지상 4층이었다. 고장이 났는지 전혀 움직이질 않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곧장 계단으로 향하려던 알렉스는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에 이끌려 그 집 앞에 걸음을 멈추게 된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영화 속 주인공 목소리 때문이었는데 알렉스를 오싹한 세계에 눈의 뜨게 해준 아주 특별한 영화였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부터 몇 번이나 봤기에 대사와 장면까지 줄줄 외우면서도 그 영화가 너무 보고 싶어 홀린 듯 문을 두드리고 만다. 왜 집을 나왔는지는 까맣게 잊고서.

 

그렇게 현관문이 열리고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알렉스처럼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여자겠지 생각했는데, 그곳은 진짜 마녀가 살고 있는 집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깜짝 놀라고 만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아무도 그녀의 존재를 알 수 없을뿐더러, 한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마법이 걸린 공간에 알렉스는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영영 갇히고 만다. 쌍둥이같이 똑같은 방, 미로 같은 낯선 집에서 알렉스는 오늘 밤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후회하며 가족들을 그리워하게 된다. 탈출 방법을 골똘히 고민하지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존재 때문에 결국 혼자선 무리라는 걸 깨닫게 되고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평소 겁이 많고 용감하지 못했던 알렉스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까 봐 공포에 떨게 되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집에 또 다른 수감자가 있었고, 야스민이라는 어린 소녀가 마녀 나타샤는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귀띔해준다.

 

사실, 알렉스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좀비나 유령, 무섭고 상상의 세계에서만 가능한 것 등을 좋아해서 이상하다며 놀림당하는 게 싫어 평범한 친구들처럼 지내기 위해서 큰 결심을 했고, 그동안 악몽을 꾸고 이야기를 쓴 나이트북을 버리려 집을 나왔었다. 모든 게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녀 나타샤에게 매일 밤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 알렉스. 마녀의 집에 있던 동화, 고전 공포소설 등 무서운 이야기로 가득 찬 도서관 작업실에서 더 색다르고 더 무서운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써서 나타샤를 즐겁게 해야 되는데 이상하게 쓰고 싶지도, 집중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 나이트북에 써진 얘기를 들려주면서 탈출 궁리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들춘 책에서 다른 감금된 아이가 쓴 글을 찾게 되고, 분명 탈출할 수 있는 찬스와 힌트가 어딘가에 있을 거라 굳게 믿으며 감시자의 눈을 피해 수수께끼 같던 야스민과 힘을 모은다. 하지만 야스민을 도우려다 나이트북 이야기 책이 갈기갈기 다 찢어져 사라지게 되고 더 이상 나타샤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없어졌단 걸 알게 됐을 땐 진짜 큰일 났구나 싶어 내 맘도 조마조마해서 가슴이 마구마구 쿵쾅쿵쾅 뛰었더랬다. 그만큼 술술 읽히지만 예상을 비껴가며 긴장감의 연속이던 반전 스토리가 끝까지 지속되니 몰입도가 최고였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어느 순간 각자의 가슴 속 비밀을 공유하며 친구가 된 두 사람. 무뚝뚝하고 차갑게 행동하며 거리를 두려고만 했던 야스민에겐 말 못할 아픈 상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되더라는. 그래서 더 짠하고 마음이 아팠다. 동화든 소설이든 마녀는 다 똑같은 마녀구나 싶었고, 착한 마녀는 없다는 진실이 야속했으니. 책 속에 알렉스가 들려주던 나이트북에 써진 무서운 이야기들은 미완성에 짧은 글귀들이었지만 진짜 그럴싸했고, 오히려 좀 더 길게 들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을 들 정도로 재밌었다. 마녀와 그녀의 종이었던 고양이가 투명으로 변하고 마음대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과 마법 레시피에 사용되는 식물, 뼈 열쇠, 캐비닛에 진열된 동상, 헨젤과 그레텔 등 상상을 자극하는 소재들이 한가득 등장해서 정신없이 푹 빠져 읽은 요 책.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고 이 나이에 아직 소녀 감성이 남아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성인이 읽어도 전혀 시시하거나 유치하지 않았다는 사실. 진짜 마녀의 실체와 마법이 걸린 공간을 둘러싼 비밀들이 하나둘씩 밝혀졌을 때 그 짜릿함과 잔잔한 감동을 선물하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계속 생각났던 조카들도 너무 좋아할 것 같아서 빨리 전해줘야겠다. 아! 이 책이 넷플릭스 영화 판권 계약을 했다고 하는데 넘 잼있게 읽어서 빨리 영화로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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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라이징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슬라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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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책, 연쇄살인범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될 줄이야. 눈도장 찍었으니 시리즈 역주행 꼬우! 두근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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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라이징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슬라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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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다 못해 소름 끼치는 식인종 괴물이자 상상을 초월하는 연쇄살인범인 렉터 가의 마지막 후손 한니발 렉터! <양들의 침묵>을 먼저 읽고서 의문투성이였던 그에게 호기심과 궁금증이 배가 되어 냉큼 펼쳐보았다. 겁이 많아서 아직까지 영화나 미드로 나온 시리즈 전편을 감상하지 않았는데 책을 읽고 이참에 역주행하고파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과연 태어날 때부터 천상 사이코패스였는지, 아님 자라온 환경과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계기로 서서히 악마의 본성이 꿈틀댄 건지, 천재적 두뇌를 가진 세기의 살인마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널린 알린 그의 탄생과 실체를 낱낱이 까발려줄 토머스 해리스의 한니발 시리즈가 재출간되지 않았더라면 결코 손을 대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을 그에게 빠져본다. 

 

한니발이 여덟 살이던 해에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던 리투아니아, 그의 가족들은 렉터 성에서 도망쳐 산속 깊은 산장 은신처로 몸을 숨긴다. 렉터 가족은 3년 반이란 긴 시간 동안 숲속에서 살아남았지만 결국 전쟁의 포화 속에서 부모님과 하인들 모두 그의 눈앞에서 끔찍하게 목숨을 잃게 되고, 여동생 미샤와 한니발은 가까스로 죽음을 면한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공포에 떨며 숨어있던 어린 남매 역시 독일군에 발각되고, 추위와 배고픔에 못이긴 그들은 "뭐라도 안 먹으면 우린 죽어"라며 연약하고 여린 미샤를 아무 죄의식 없이 죽인 후 곧장 먹어치운다. 설마 했는데 진짜여서 깜놀.

 

전쟁 때문에 집과 가족을 한순간에 모두 잃은 한니발은 그렇게 고아가 되고, 군인들에게 발견된 후 합동보육원이 된 렉터 성에서 다른 고아들과 함께 그곳에서 생활하며 지내게 된다. 너무 어린 나이에 혼자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그 모든 것을 생생히 목격한 죄, 동생을 지켜내지 못한 충격으로 매일 악몽에 시달리며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가 된다. 그런 그가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모습을 목격하면 바로 쫓아가 냉정하게 응징을 가한 한니발.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정의의 사도로 타고난 본성은 누구보다 착하고 순수한 어린 꼬마로 순간 착각할뻔했지만 범상치 않은 행동과 남다른 사고에 이성을 붙들 수 있었다. 동정과 경멸의 사이에서 혼란스러움은 딱 여기까지였다.

 

한니발이 열세살이 됐을 때 프랑스에서 삼촌 로버트 렉터 백작이 그를 데리러 오고, 숙모 레이디 무라사키와 첫 만남을 갖게 된다.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지극정성으로 보살핌을 받게 된 한니발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서서히 안정을 되찾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시장에 갔다가 레이디 무라사키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말로 모욕한 정육점 남자 폴 모뭉과 몸싸움을 하게 되고 경찰서까지 가게 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삼촌이 폴 모뭉을 혼내주러 찾아갔다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게 되고, 한니발이 더 지독하게 복수를 하면서 짜릿한 첫 살인의 맛을 보게 된다. 진짜 한번 마음먹었으면 망설임 없이 실행하는 추진력 하나는 정말 기똥찬 한니발 되시겠다.

 

어릴 때부터 수학과 미술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며 책 내용을 통째로 외우는 남다른 능력을 소유한 한니발은 열여덟 살에 최연소로 의대에 합격한다. 이렇게 좋은 머리와 그동안의 경험을 십분 발휘해 그의 진가가 서서히 드러났으니 긴장하시라. 그의 꿈속에서 끔찍하게 울부짖는 미샤와 그날의 기억을 상기시키며 늘 괴롭히는 이름 모를 얼굴과 목소리의 주인공들을 찾아 매일 밤 복수의 칼날을 갈았던 한니발은 차례차례 거침없이 인간 사냥을 시작한다. 아주 차분하고도 신중하게, 그러면서도 대범하고 노련하게 본인만의 방식으로 거침없이 처단한다. 그를 쫓는 경찰과 법망을 요리조리 잘도 피해 가는 똑똑하고 운이 너무나도 좋았던 연쇄살인범. 그는 복수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기상천외한 악마로 거듭나고 있었다. 다만, 한니발의 첫 살인과 관련해 연결고리가 있는 레이디 무라사키와 포필 경감의 활약도 기대를 했건만 별다른 존재감도 없이 자리만 지키다 훅 치고 빠진 느낌이 들었다. 보호를 하려는 건지 즐기는 건지, 쫓는 건지 피해주는 건지 아리송하게 간만 보며 밀당하던 두 인물은 결국 관심 밖으로 쓱 밀려나고 말았으니.

 

아쉬운 점은 몰입도는 좋았지만 과거와 현재가 얽히고설키다 순간순간 동떨어진 전개로 긴장감이 조금 사그라들기도 했고, 너무 전쟁에 초점을 맞춰 한니발이 자연스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이해시키려는 듯 나름 포장해 스토리를 이끌어낸 느낌이 들었다. 한니발의 고통스러웠던 상황과 내면 속 동기와 심리에 어느 정도는 연민을 느끼게 했지만 살인 행위 자체가 결코 정당방위가 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내내 용서할 수 없다고 되뇌이면서도 억울하고 분하고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이와 가족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살인자의 길을 선택한 그를 침묵으로 내심 응원하는 마음도 들었다. 한니발은 어째서? 만약에 나라면? 의문을 계속 품은 채.

 

초반부터 미리 힌트를 다 줬기에 한니발의 기억 속 그날 그 자리에 있던 그루타스 일당들은 어차피 다 죽은 목숨이구나 예상 가능했고, 어떤 방법으로 복수를 하는지가 관건이었는데 왠지 묵직한 더 큰 한 방을 기대했던 나에겐 특별히 잔인하지도 무섭지도 않았다. 아직 그는 어렸고, 살인 행위를 게임처럼 여기며 진화한 과정이 아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지금까진 복수를 가장한 맛보기였고, 독보적인 사이코패스로써 피비린내 나는 엽기적인 본 게임은 이제부터가 시작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양들의 침묵>이 훨씬 재밌었나? 영화나 미드 시리즈를 다 찾아보게 되면 그땐 또 어떤 깜놀할 캐릭터로 변신한 한니발이 기다리고 있을지 엄청 기대가 된다. 기왕 눈도장 찍은 김에 악몽에 시달리더라도 조급증 생겨 빨리 만나볼 참이다. 상상하기도 싫어 감도 오지 않는 반전 드라마를 두 눈 부릅뜨고서! 책은 한니발 라이징, 양들의 침묵, 한니발 사건의 시간순으로 3부작을 읽으면 훨씬 가독성도 좋고 실망감 없이 술술 읽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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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이젠 나도! 유튜버 - 지금 시작해도 괜찮아
전은재 지음 / 성안당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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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영상CG의 달인 전은재가 알려주는 유튜브 완벽 가이드! 요즘 워낙 유튜브가 대세라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몇 권의 신간도서를 먼저 접하면서 궁금증도 많이 해소하고, 여러 유익한 정보와 노하우를 각자의 개성과 스타일에 맞게 골고루 참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대충 감을 잡긴 했지만 가끔 헷갈리거나 막히는 부분도 종종 있어 조금 아쉽긴 했다. 그래서 필요한 작업에 따라 바로바로 펼쳐보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과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인 책이 필요했다.

 

책 제목부터 책 구성이 나도 한 번쯤 유튜버에 도전해보고 싶게 유혹하는 동시에, 익숙하지 않은 동영상 편집 기술을 좀 더 자세히 배워보고자 눈에 띈 요 책!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춰 유튜브 시작부터 수익 창출까지 한 권으로 알차게 만나 볼 수 있다고 해서 솔깃했다. 특히나 TV나 유튜브로 전은재 작가를 만나 적이 없는 나에겐 생소한 분이라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고, 무엇보다 일단 믿고 보는 성안당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이라 안 보면 손해 같아서 냉큼 펼쳐보았다. 

 

유튜브는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로 10대에서 50대까지 가장 많이 사용하며, 친구들과의 파티 영상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직접 만든 콘텐츠를 업로드해서 친구나 가족뿐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과 콘텐츠를 공유할 수도 있고, 꾸준히 운영만 잘 한다면 소소한 용돈 & 안정된 수익까지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많은 만큼 남녀노소 잠재된 유튜버들이 주목하며 발 빠르게 채널을 개설하고 있는 것 같다. 색다르고 독특한 콘텐츠로 연예인 못지않게 엄청난 인기와 부를 누리고 있는 유명한 유튜버들을 보면서 자극이 되는 건 사실이니까 말이다. 얼마 전엔 6살 꼬마가 빌딩을 샀다는 뉴스도 접했는데 수익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기에 깜짝 놀랬더랬다.

 

누구에겐 자신의 소소한 일상이나 좋아하는 주제를 영상으로 공유하면서 취미생활로 즐길 수 있고, 누구에겐 선망의 대상인 하나의 부업&직업으로 부담 없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기에 많은 분들이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 게다가 요즘은 블로거들도 여행이나 맛집, 체험단 후기 등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진만 찍어서 바로 올리지 않고, 동영상 촬영을 동시에 해서 좀 더 정성스럽게 리뷰로 올리는 걸 흔하게 볼 수 있는 시대다. 블로그를 방문하는 분들에게도 훨씬 호응도 좋고, 업체에서도 동영상을 더 선호를 하는 추세라 자연스레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를 함께 운영하는 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뒤처지지 않게 미리 구경도 하고 연습도 할 겸 유튜브 채널을 먼저 개설해서 동영상 편집 기능과 기술들을 배운 대로 하나씩 써먹어 봤더니 바로 효과가 드러나서 재미가 쏠쏠했다. 그래서 요즘 외출을 하게 되면 한 번씩 핸드폰이든 카메라로 틈나는 대로 영상 촬영을 더 많이 하곤 한다.

 

유튜브를 운영하기 위해선 어떤 영상을 올릴지 먼저 아이템 선정이 가장 중요하며, 독창적이고 자신만의 색깔과 스토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경쟁에서 살아남고 오래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유튜버에 도전은 하고 싶지만 막상 망설이게 되는 이유가 아직 확실하게 어떤 채널을 운영할지 딱 정해둔 건 아니기에, 중도포기 하기 전에 더 신중하게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거창하거나 부담되는 콘텐츠는 아예 할 생각도 관심도 없기에 평소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것들 위주로 간추려 소소한 일상 속 먹고, 마시고, 놀고, 보고, 쓰고, 경험하고 체험한 것들을 위주로 블로그처럼 추억 삼아 영상을 차곡차곡 소장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어떤 영상이든 찍어두면 언제든지 편하게 볼 수 있고, 필요할 땐 또 유용하게 잘 써먹을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이 책엔 단계별 학습 코너, 채널 개설, 촬영 도구, 유튜브 핵심 기능, 촬영과 영상 편집 팁, 자막과 번역, 무료 오디오와 배경음악, 무료 폰트와 이미지, 무료 편집 프로그램, 포토샵 사용법, 채널 수익과 채널 분석하기까지 유튜브 관리와 운영에 관한 모든 것들이 친절하고 꼼꼼하게 아주 잘 정리가 되어 있다. 그중에서 영상 편집하는 파트를 유심히 봤더랬다. 곰믹스로 몇 번 만들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어려운 게 전혀 없어서 술술 읽혔고, 책을 보면서 파일 변환 등 몰랐던 다른 기능 몇 가지를 추가적으로 배울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연습할 시간이 부족해서 아직까지 완벽하게 마스터하진 못했지만 웬만한 건 생각한 대로, 표현하고픈 대로, 대충 흉내 내며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은 됐으니 조금은 자신감도 생겨 더 만족했더랬다. 유튜브 완벽 가이드북!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글에 용기 내서 유튜버가 되는 그날까지 옆에 두고 자주 펼쳐보면서 도움받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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