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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스터디즈 - 일본 문화의 중심, 도쿄를 바라보는 38개의 시선
요시미 슌야.와카바야시 미키오 외 엮음, 오석철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일본을 바라보는 38개의 시선이라는 이 책이 우선 내 눈을 사로잡았다. 나는 일본에 관심이 조금 있다. 나 같은 지적 방랑자가 어디엔들 관심이 없겠는가 마는. 나는 솔직히 다른 나라보다는 일본에 조금 더 많은 관심이 있다. 우리와 일본과의 역사적 특수성에서 오는 관심이기도 하고, 우리와 지리적으로 밀접한 경제대국이라는 점에서 오는 관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이제 중늙은이인 내가 지금에 일본에 관심을 가져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내가 일본에 대해서 가지는 관심은 말 그대로 순수한 호기심에서 오는 관심이다.
나는 일본에 딱 한번 가보았다. 우연히 어떤 모임에 끌려서 가게 된 그곳은 공교롭게도 오사카-쿄또였다. 일본에서도 일본적인 정취가 가장 많이 남아있다는 그곳을 경험하고부터 나의 일본 취향은 시작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한류에 이끌려 한국을 찾아와 가상의 세계에서 텅 빈 가슴을 채우려는 일본의 오바리안 여인들 같은 마음으로 일본에 대해 동경을 갖는 것은 아니다. 나는 몇 일 동안의 일본 체험에서 무언가 설명하기 힘든 원형적인 힘을 일본에서 찾았던 것이다. 물론 그것은 순수한 나의 개인적인 체험이었다.
쿄토 부근이라고 하지만 일본의 것 모습은 우리의 그것과 참 많이도 닮았다. 현대도시라고 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와 콘크리트로 채워진 현대적 건축공간도 나라와 도시마다 제각기 그 느낌이 다르다. 일본 역시 조금은 우리와 다른 것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와 참 비슷하다고 느낀 미국보다도 우리와 더 비슷한 것이 일본이었다. 내가 그 일본에서 느낀 원형적인 느낌이라는 것은 동질감보다는 이질감이었다. 나는 나에게 빠져있던 무엇이, 내가 그리워하면서도 접하지 못했던 무엇이 그곳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일본에 대한 비교적 본격적인 접근을 하는 책이다. 사실 우리는 일본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우리보다 한 세대 전의 사람들은 식민지 교육을 받았기에 일본을 증오하더라도 일본에 대해서 잘 알았다. 일단 언어가 능통했고 감정적인 장벽은 있었어도 외국이라는 심리적인 장벽은 없었다. 그러나 다음세대에게 일본은 감정적인 벽에 갖혀 격리되고 문서화된 정보마저 부족한 나라였다. 그런 정보를 생산할 세대는 일본을 잘 알기에 문서화할 필요를 못 느꼈고, 다음 세대는 감정적인 거리감 때문에 그런 수요를 느끼지 못했다.
이제 세월이 흐르고 일본이 다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은 일본에 대해서 알 수 없는 느낌을 갖는다. 일본의 문화. 그 속에는 중국이나 다른 동남아시아. 혹은 우리나라 내부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친밀감이 존재한다. 그것은 내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일 수도 있고, 나 개인의 특수한 심리적인 이유일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일본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솔직히 제대로 된 일본에 대한 안내서를 만나기는 정말 힘든 일이다. 최근에 일본에 대한 여행안내서는 제법 제대로 된 것들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의 문화에 대해 신선한 젊은 감각으로 분석한 책은 만나기가 정말 힘들다.
영화감독이었던 이규형씨가 부지런히 써대는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비평서들이 그런 것들 중에서 오히려 좋은 느낌을 준다. 우리는 정말 일본을 너무나 모른다. 일본의 정치적인 것, 경제적인 것. 관광적인 것. 분절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인 현상. 그런 것을 떠나서 일본이라는 나라자체. 그 나라가 돌아가는 원리. 일본인들의 심성에 깃들어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 ‘혼네’니 ‘다떼마에’니 하는 반복되는 단어들이나, 일본 체류를 통해 느낀 개인적인 소감들을 적은 책 외에 진정으로 일본에 대해 학문적인 접근으로 다가서는 아마도 첫 번째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