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
주재우 지음 / 경인문화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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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닉슨 행정부 시절부터 현재의 트럼프 행정부까지 미국과 중국의 관계사를 비교적 상세한 분석의 이 책은 현재 경희대학교 중국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주재우 교수입니다. 일단 본격적으로 글 내용을 소개해드리기 앞서, 한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가 올해 접한 글들중에 감히 최고라는 평가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호불호입니다만, 겉을 둘러싼 얇은 표지가 없이 도합 600페이지가 넘는 양장본의 모습은 분량 만큼이나 빠른 호흡으로 이것을 다 소화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는데요. 정말 내용은 제법 훌륭하다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다만 정가 가격이 5만원에 가까운지라 그것에 대한 극복이 필요해 보이긴합니다.

일단 시간의 흐름 관계상 1950년 발발된 한국전쟁의 중국 참전 이후 1970년초 까지 단절된 시기에 대한 간략한 해석과 본격적으로 막후 협상 및 비공개 회의가 이어진 1970년 초 닉슨 행정부 시절의 키신저 비밀 외교에서부터 글이 시작됩니다. 분량으로 보자면 이 시기에 대한 부분이 책의 상당부분을 차지합니다. 이것은 세계 현대사에 있어서 꽤 중요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베트남 전쟁과 첨예한 냉전 시기에 중소 간의 심각한 국경 분쟁, 중국의 핵실험, 문화대혁명 등이 이에 속합니다.

50년대 미중 양국은 서로간의 전쟁 경험 때문에 외교관계에 대해 꽤 신중하게 접근하게 되는데요. 아무래도 미국은 국내 정서상 공산주의 국가와의 관계 수립이 여론의 저항을 받을 수 있고, 중국 입장에서는 이념 정치상 세계 최대 자본주의 국가와의 관계가 이념적 딜레마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통킹만 사건 이후로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뛰어들면서 예상과는 다르게 고통의 전쟁으로 귀결됨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베트남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과의 교섭이 시급해집니다. 이후 미중간의 전면적인 데탕트 시기는 닉슨과 키신저가 주도했으며,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태로 하야로 종말을 맞이했음에도 포드 행정부를 거쳐 차기 카터 대통령 집권 시기에 미중간의 수교가 이뤄지게 됩니다. 중국은 당시 소련과의 북부 국경 분쟁으로 인근의 소련의 군의 증대와 중국에 대한 핵공격 위협으로 베트남에서의 미국과, 내몽골 지역 및 우수리 강 유역 등 두 개의 전쟁의 가능성이 확대되자 중국 정치권의 심각한 위기감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과의 소통이 급박히 필요해집니다.

1949년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를 대만으로 쫓아낸 다음, 비로소 중국 대륙을 통일하게 되는데요. 이후 스탈린과 청나라 시대에 맺었던 불평등 조약을 청산합니다. 이후 한국 전쟁을 거쳐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다가 중국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핵개발에 착수하게 되고, 이에 관련해 소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라지만 당시 소련은 미국과의 핵협상으로 인해 자신의 동맹국인 중국의 핵개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됩니다. 이후 양국의 관계가 악회되면서 나중에는 심각한 무력 충돌의 가능성에 봉착하게 되는데요. 이러한 이해관계에 미국과 맞아 떨어지면서 미중 간의 관계 정상화가 비롯됩니다.

이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계기로 미중 양국은 서로 긴밀히 협력하고 미국 레이건 행정부 시대에 비로소 저자가 설명한대로 남편과 아내같은 ‘전략적 부부 관계‘가 성립됩니다. 레이건은 후보 시절 대표적인 반공주의자였으나 경제적인 측면과 대외적인 입장에서 대표적인 친중 우호주의적인 입장으로 일관했고 이 시기에 미중 관계는 매우 상호 협력적이었습니다. 뒤이어 소련에 고르바초프 정권이 들어서자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역시 전략무기 감축과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 정책과 맞물려 해빙기에 들어서자 다소간 소련에 근접하는 미국의 대한 서운함과 실망감이 교차하기도 합니다. 중국은 문화대혁명을 거쳐 마오쩌둥 사후 덩샤오핑의 개혁 정책으로 전환하게 되고 미국의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와 맞물려 오늘날의 전면적인 자본주의 국가로의 이행이 성공적으로 결론나게 됩니다.

소련의 충격적인 붕괴와 동구권의 자유화 이후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게 되는데요. 이 시기에 중국은 천안문 사태를 겪게 되고, 이와 관련하여 미국 내부에서 중국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해지는 가운데 부시 대통령의 대 중국 접근은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군사적 및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했던 당시 미 정부는 결국 부분적인 패착으로 끝나게 되고 이 ㅗ때의 미국의 대 중국 외교 기조인 인권문제가 대두되게 됩니다.

짧은 임기의 부시 정부를 지나 자유 무역과 상업 외교로 대표되는 빌 클린터의 민주당 행정부가 탄생하게 됩니다. 과거 민주당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공화당 행정부에서의 자신들의 국익을 위한 전략적 협상력과는 달리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의 내부 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데요. 인권문제를 들어 베이징의 2000년 올림픽 개최 신청에 보이콧 했고, 이에 전 국무장관인 키신저는 클린턴에게 대 중국 포용정책을 조언했으나 중국의 최혜국 대우와 관련된 문제로 미국의 내부 진통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대만에 대한 몇차례 무력 시위로 인해 위기가 찾아오고 클린턴의 대만에 대한 3불 원칙을 공표한 이후가 되어서야 양국간의 긴장관계가 해소되기 시작합니다. 더불어 이 시기 중국의 이란에 대한 미사일 수출 문제로 인한 갈등도 중국측의 철회로 이러한 분위기에 일조하게 됩니다.

이후 부시 행정부의 9, 11 테러로 인한 중동 지역의 군사, 외교적 올인으로 대중 관계는 소강상태에 빠지고 1999년 대두된 ‘전략적 경쟁자 관계‘ 에 입각해 아들 부시 정부에 있어서 중국과의 갈등이 표면화된 EP-3 정찰기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으로 부시 행정부는 한바탕 곤혹을 치르게 되고 부시의 중국 정책은 강경한 노선을 유지하게 됩니다.

이런 부시 대통령의 기조와는 달리 이후 출범한 오바마 대통령은 좀더 적극적인 입장으로 대 중국 외교를 시작하게 됩니다. 스스로 아시아 대통령이라 지칭했던 오바마는 임기 초기에 중국 정상과 2차례 회담을 갖는 등 노력과 관심을 기울이지만, 중국의 기후 변화 협약과 관련된 탄소 배출 문제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북한 도발 문제에 중국측의 이해하기 힘든 입장으로 인해 오바마 역시 중국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와 협력을 포기하게 됩니다. 중국에게 있어서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는 자신들의 사활적 이익이라 볼 수 있는데요. 대만 문제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무기 수출 문제와 대만 인근 해역에 대한 미 해군의 투입 등의 갈등과 북한의 핵개발 문제 또한 이러한 중국의 전략적 이익 차원으로 관리 추구되는 경향이 있음을 오바마 대통령 또한 깨달은 측면이 크다고 봐야 하겠죠.

다만 저자의 글 중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북한의 첫 핵실험 이후 (중국과 마찬가지로) 핵 선제 불사용을 선언 했으면 주변 강대국의 반응이 어땠을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라는 것은 앞뒤 문맥을 몇번이고 읽어봐도 잘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단순히 반응 차원에 대한 의구심인지 어떤 다른 의미가 있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뭐 이것은 해석상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연휴 기간임에도 책을 온전히 읽은 시간만 따지면 한 10시간이 넘게 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거의 3일에 걸쳐 읽었습니다. 책 서두에 저자는 중국은 대륙의 공산화 이후, 주변 지역에서의 ‘외세 축출‘이 국시와 다름 없었다고 언급하며, 궁극적으로는 그 화살이 미국을 향하고 있는 것이죠.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다층적이고 입체적이지만 앞서 언급한 중국의 사활적 이익에 관한 비타협적이고 매몰적인 특징으로 인해 미중 관계가 앞으로 무력 충돌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러한 관점에 매우 동의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전제를 두고 역사에서 미중 관계를 고찰해보고 나서 앞으로 우리 나라가 미중 사이에서 어떻게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주재우 교수의 이 글은 충분한 이해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내내 손에 잡고 있던 3일 기간의 10시간이 꽤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2곳의 오탈자는 애교로 받아들일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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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5 0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9 15: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화이부실 시진핑의 중국몽
다카하시 요이치 지음, 김영주 옮김 / 영림카디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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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꽃은 피지만 열매는 없다˝라는 의미의 화이부실을 전면에 내세운 이 책은 과거 일본 대장성에서 일한 관료 출신의 가에쓰 대학 비즈니스학부 교수인 다카하시 요이치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꽤 오랜만에 접한 영림카디널의 책인데요. 사실 이 책의 저자가 대학에서 재정학을 가르치는 학자이긴 하지만 일본 국가 기관에 근무했던 이력 때문에 살짝 고민을 했습니다. 물론 중국을 연구하는 다수의 일본 학자들도 중국에 매우 비판적이만, 기관에 봉직했던 사람은 더 오죽하겠느냐는 일종의 지레짐작 때문이었죠.

저도 현재의 중국에 대해서 여러 입장들에 관해서 비판적 입장인 편입니다. 주위에는 아직도 중국을 찬양하는 지인들이 많은데요. 그것은 아마도 일본을 추월하여 2번째 세계 경제 위상에 오른 그 기적같은 결과에 탄복하는 이유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하여튼 이 책을 미괄식으로 해석해 본다면 ‘중국 붕괴론‘의 입장을 주장한 것이라 볼 수 있겠네요.

‘모든 악의 근원은 사회주의체제의 관료주의 때문이다.‘ 라는 함축적인 의미의 이 짧은 문장은 현재 중국 당국이 국내의 파장을 고려해 적당히 거짓을 발표하고 재생산하고 있는 여러 통계에 대한 비판으로 언급하며 전체적인 글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현재의 중국에 대한 비판이라 할 수 있는데요. 경제 성장률의 왜곡과 증시 문제, 심각하게 왜곡된 중국의 실물 경제 부분과 더불어 AIIB 창립과 관련된 비판과 약간의 논외로 중국 붕괴에 대한 가능성에 대한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 등에 대해서도 간략히 논하고 있습니다. 물론 비판에 대한 모든 근거들이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조금 감정적인 비난에 가까운 것들도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독창적인 기술이 없는 중국이 우주 개발과 같은 고도화된 기술 집약적인 산업을 연계할 수 있겠느냐는 발론인데요. 이런 주장들은 너무 감정적으로 느껴집니다. 이런 것들은 전부 해킹과 위조로 해석하고 있으니까요.

다만, 2008년 뉴욕 발 세계 금융위기 이후 국제 통화인 달러화에 대항해 자신들의 위안화를 준 국제 통화의 위상에 끌어올리려는 중국 당국의 시도와 중국이 TPP에 선뜻 응할 수 없었던 투자의 자유화 문제와 ISDS조항에 대한 분석,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를 이식해 발생한 여러 모순들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은 나름 수긍이 되더군요. 특히 중진국의 함정이라는 성장률 둔화에 대해서도 논리적인 해석이 바탕이 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원유나 철광석 등과 같은 천연 자원이 중국 내 시장의 수요 감소로 인해 이미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6.x %의 수치를 완전히 믿을 수 없는 것은 꽤 이해할 만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중국의 경제 성장의 둔화는 세계 경제에 직결되는 만큼 중국의 성장 둔화를 단순히 ‘고소하다, 통쾌하다‘ 라는 식의 단순한 감정 배출로 취급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저자도 이와 관련하여 베트남으로의 공장 이전 등 여러 자구책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요. 이 점은 많은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논의를 해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 일본 학자의 한가지 언급 때문에 절로 웃음이 나왔는데요. 중국의 시장 감소로 인한 천연 자원의 가격 하락에 대해 호주와 같은 국가는 거품이 빠져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호주는 대표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아직 빠지지 않은 국가로 여러 경제 기관들이 주목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대중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등은 상당한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사실 몇년전부터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중국과의 무역 의존도가 나날이 높아졌습니다. ASEAN의 많은 국가들도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꽤 이상한 형태의 국가 발전 전략이 수립되어 왔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으면서 무역을 비롯한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과의 거래가 미국보다 우위에 올라섰는데 자신들의 처지도 이와 비슷하면서 한국을 꼬집어 언급하는 것은 뭔가 웃기더군요. 더 정확히 말하면 세계 경제에 면밀하게 편입해 온 중국 경제의 다소 위기는 한국이나 일본 모두에게 위기인 것입니다. 자기들은 괜찮고 한국은 위기다 이런 화법은 뭔가 관련 학자 같지 않은 상황 판단 같더군요. 그래도 자신의 주장의 틀에 도표와 그래프를 인용하며 보다 객관화시키고, 증시와 환율을 비롯한 중국의 경제적 분석에 공을 기울인 것은 학문적 노력이 있어 보이긴 했습니다. 다만,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래 글의 논조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글 전체적으로 중국의 현 상황에 대한 비판으로만 채워져 있습니다. 그냥 이런 부분이 있구나 하는 느낌으로 받아드려 주셨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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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당과 국가 - 정치체제의 궤적 중국연구의 쟁점 총서 1
니시무라 시게오 외 지음, 이용빈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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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나미쇼텐에서 발간되고 있는 전체 12권으로 구성된 총서 시리즈 중 가운데 제1권인 이 책은 역자가 책에서 밝힌대로 지난 170여년간의 중국 정치사에서의 그 구조적 분석에 탁월한 것인데요. 2012년 당시 한국에도 번역되어 출간 되었을 때도 많은 언론으로부터 중국 정치의 해박한 분석이라 평가를 받았습니다. 공동 저자인 니시무라 시게오와 고쿠분 료세이는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의 말엽부터 현재 시진핑 주석의 초기까지의 중국 정치사에서의 ‘당-국가 체제‘의 변용과 분석이 핵심입니다. 이것은 당체제로 나아가 국가를 통치한다는 이당치국의 예인데요. 과거 장제스가 러시아는 혁명을 이뤄 완전히 당에 의해 국가가 다스려진다고 보았고, 그의 국민당 또한 이러한 통치 체제를 중국에 이식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은 이 두 저자의 시각인데요. 특히 놀라울 만한 점은 마오쩌둥의 중국 공산당 또한 이러한 개념을 현실화 했던 점입니다. 물론 마오쩌둥과 생각이 다소 달랐던 덩샤오핑까지도 이런 당에 의한 통치를 견고하게 추진했는데요. 이 카리스마적 지도자들이 그러한 것을 염두해두고 그리 했다기보다는 1949넌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에도 스탈린을 추종했던 당시 중국 공산당의 분위기로 봤을때 이렇게 여러가지 측면에서 이러한 체제를 수립, 강화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몇가지 흥미로운 점은요. 장제스 치하의 국민당 정부는 다수에 의한 통치 개념을 인식하고 의회 수준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제도를 구축하려 했다는 점과 전반적으로 당시 각 지방의 군벌이 장제스의 지도력을 심각히 미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불안 요소로서 후에 항일 공동 전선으로서의 국공합작을 파기하는 실책을 범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장제스의 리더쉽은 이런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이미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입니다. 물론 미국의 전폭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그 개인의 부패 문제로 인해서도 제반 여건이 그에 미치지도 못하는 마오쩌둥에게 정치적 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밀린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미국으로서는 극히 잊고 싶은 한해로 기억되는 1949년에 중국의 공산화와 소련의 핵실험 성공은 진정한 냉전의 시작을 알렸고, 이에 중국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은 마오쩌둥은 초기에는 잔존한 민주세력이나 약간의 우파세력과 얼마간 협력하며 통치를 하지만 결국 온전히 중국 공산당에 의한 중국을 만들게 됩니다.

마오쩌둥 사후, 화궈펑과 이후 그를 대신한 덩샤오핑과 그를 대신할 뻔했던 자오쯔양을 거쳐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 초기까지의 중국 정치 변혁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문화대혁명 시기 자신이 스스로 자아비판을 하면서까지 비굴하게 정치 생명을 연장했던 덩샤오핑은 개방정책을 펼치며 1972년 전후로 국제사회에 중국을 등장시킵니다. 꽤 개혁과 개방에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덩샤오핑은 정치적으로는 마오쩌둥과 흡사한 보수적 독재주의자였고 어둠의 장막 뒤에서 당을 움직이고 입김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고 분석한 것은 서구의 학자들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일겁니다. 이 덩샤오핑 시기에 중국 공산당의 성격이 변질되어 엘리트 독재와 같은 모습으로 변모했다고 저는 이해하는데요. 지금에도 공산당 입당에 대한 제한과 공개되지 않은 입당 조건 등을 봤을 때 이러한 저의 추측은 공상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당이 곧 국가라는 변치 않는 통치 이념은 지속되고 있는데요. 여기에 인민해방군과 전통적인 엘리트 계층의 당 합류가 이어지는 것은 앞으로도 당을 이끄는 정치 권력들이 중국을 민주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지라고 생각됩니다.

끝으로 ‘중국위협론‘이 본격적으로 미국과 유럽에 알려진 1996년의 중국 공산당에 의한 대만 위협은 경제적으로 시장 경제 체제를 도입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심각한 권위적 독재 체제인 중국이 미국을 비롯한 자유 진영에 얼마나 예측하기 어려운 존재인지 명확히 드러내는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민주평화론을 언급하지 않아도 이 책의 저자들이 서문에서 말한대로 중국은 정치와 경제의 서로 다른 정체성, 핵을 보유하고 군사력도 대거 증진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빈부격차와 부패문제가 심각해 아직도 개발도상국에 머물고 있는 현실은 앞으로 미국과 유럽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면밀하게 중국을 분석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 책은 균일하고 일관되게 중국의 당에 의한 지배를 잘 분석했고 이러한 기본 체제를 개념적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준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 내리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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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이후 미국 패권 (양장) -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전쟁의 변주
이혜정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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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이자 해외에도 명성이 알려진 국제정치학자인 이혜정 교수의 미국의 민주주의와 패권과 관련된 7편의 논문을 모아 출판한 ‘냉전 이후 미국 패권‘은 소련이 붕괴한 시점부터 부시와 오바마, 그리고 지금의 트럼프 시기까지 미국 정치와 외교를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냉전 이후 미국이 대외적으로 중심을 둔 정책은 역외 균형이라 볼 수 있는데요. 여기서 역외 균형이란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미치는 어느 지역내에 패권을 지향하는 국가를 견제하고 미연에 방지하는 대외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회귀‘ 전략을 강조한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을 군사, 외교적인 측면에서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작금의 중국 부상을 역외 균형이라는 틀로 해석해보면 앞으로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이 미약하게나마 추측 가능해집니다. 다시 앞선 설명으로 돌아와서, 냉전이 종식 되자 소련을 놓고 대동맹에 나선 미국의 전략을 대폭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사실 미국으로서는 소련의 붕괴가 미국 스스로의 세계 패권의 승리라고 자축할 수 있겠지만, 군사와 외교 정책적인 측면에선 적잖은 수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클린터 시기의 NATO확장을 비롯한 잠재적 미국의 영향력 확대는 조지 W. 부시의 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개입 전쟁으로 변화됩니다. 이것의 원인에는 2001년 9, 11 테러가 원인이 되었고, 부시의 적극적 개입은 미국의 다소 예외적인 현실주의 외교 노선의 대폭 수정을 불러왔습니다. 미국에 대한 테러라는 윤리 도덕적인 기준을 잡고 이에 전면적 제거를 목적으로 중동에 군사력을 투사했는데요. 미국의 정치학자 벤자민 바버는 9. 11 테러를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근본적인 민주적 결함에 대한 대응으로 규정하고 지구적 차원의 새로운 민주주의 시민사회 건설을 주장하지만 이 테러의 결과는 아시다시피 여러 부정적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에 저자인 이혜정 교수는 부시 행정부의 실패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는데요. 전쟁을 끝내고 이라크의 민주주의 정치를 실현시키는데 잠정적으로 실패한 것은 어쩌면 미국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가능성이 크고, 부시와 라이스 국무장관 두 사람이 동시에 강조한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것도 이라크의 현실에서 모순된 결과를 내포했습니다. 이를테면 극도의 정치 불안과 부패 문제이죠. 애초에 이라크에 개입한 이유가 벤자민 바버의 말처럼 이라크 내에서 독재와 테러를 종식시키고 자유 민주주의를 실현시키고자 한 것이 아니라 석유와 이라크 재건에 나선 군수산업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 것이죠. 이를테면 이라크 치안 안정을 위해 요구된 미군의 주둔을 묵살하고 조기 철군해서 특정 군수 보안 업체에 일감을 지원하는 등의 현지 치안력 확보에 등한시한 점 같은 부분입니다. 하지만 당시 부시 대통령의 힘과 군사력을 신봉하는 교조적 이념이 뉴욕발 테러를 만나 강화되고 중동에 투사된 왜곡된 군사 외교의 총체적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어 이러한 부시의 유산은 차기 오바마 행정부까지 이어지고 아프가니스탄의 카르자이 정권의 무능과 부패는 오바마의 미군 재증파와 맞물려 중동에서의 미군 철수를 공약으로 삼았던 오바마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물론 중간에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함으로써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 받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탈레반 세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해 이들이 인근 파키스탄으로 스며들고 이라크에서와 마찬가지로 민주주의의 정착을 제대로 돕지 못한 점은 리버럴한 지도자라고 일컫는 오마바의 한계로 남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뉴욕발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한 미국의 경제 쇠퇴로 인한 군사비 축소는 시리아의 내전과 IS사태에 있어 러시아의 기득권을 재확인해준 결과를 낳았습니다. 오바마는 특히 국내에 금융 위기로 붕괴한 중산층의 복원을 내세웠지만 잠정적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이렇게 국내 정치경제적 기반이 부재한 상황에서 오바마 정부의 대외 관계는 위기에 빠졌습니다. 더욱이 이 즈음에 미국 정보 기관의 전세계 도청과 더불어 전 지구적 첩보 작전이 폭로되자 도덕적으로도 미국 행정부가 난처한 상황에 처합니다. 결국 오바마가 주장한 그 담대한 희망이 실현되기는 어렵게 되었습니다. 물론 오바마 케어를 비롯한 문제에서 의회의 비협조와 조직적인 반대는 국내에서의 그의 리더쉽에 큰 악영향을 끼쳤고 공화당 내에서의 티파티 운동의 확대와 같은 보수주의 우경화는 정치적 양극화를 불러왔습니다. 실로 미국의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러한 위기 수습은 뒤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출현으로 더 한층 첨예화됩니다.

차기 정부의 수장이 된 트럼프는 본인의 부친이 유명한 인종차별주의자인 것처럼 자신 또한 인종 차별주의자인데요. 대통령 선거 기간에 KKK애 대한 기성 정치 세력의 역겨움과 혐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자신은 그 KKK에 대해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명합니다. 더군다나 이민과 남녀 평등과 관련된 문제에서도 그 위험성은 익히 알려진바가 있고, 힐리러 클린턴에게도 여성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치 않은 것도 선거 기간에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트럼프의 백인 우선주의, 미국 우선주의는 그가 직접적인 대규모 군사 전력을 내세우기는 어렵겠지만 미국이 주장하는 바를 전세계가 받아들이게 하길 원한다는 측면에서 우선주의적 입장을 견지할 것이 예측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고 난 지금의 시점에서 앞으로 미국의 패권에 대한 트럼프 쇼크는 이미 현실입니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거부한다거나 러시아의 대선 개입 논란을 해프닝 수준으로 받아들인다거나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미국의 영향력에 좋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이혜정 교수의 7편의 논문을 제 나름대로 해석해 하나의 편협한 글로 만들었는데요. 원글은 꽤나 현실적인 자료와 도표들을 인용하고 여러가지 측면에서 미국 정치와 패권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부시 행정부의 변환정책에 좀 더 흥미가 갔는데요. 그 외에도 다른 논문들 또한 저자의 연구 노력이 적잖게 녹아 있는 훌륭한 글이었습니다. 전에도 여러 중국 관련 글에서도 밝혀왔지만 아직은 지역내에 안보 불안 요인이 있기에 미국의 영향력이 아직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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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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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소위 군중심리에 대한 초기 이론적 분석과 서술로 뮤명한 귀스타브 르 봉의 책을 이제서야 접하게 되었습니다. 2014년 1판 4쇄로 찍힌 책을 구했는데요. 예상외로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마도 관련 전공자들이나 교수들이 많이 구입들을 했겠죠.

저는 얼마전에 읽은 폴 태가트의 ‘포퓰리즘‘을 통해 군중과 포퓰리즘 정치가와의 상관관계에 대해 추론해보다 르 봉의 이 책을 이론삼아 찾아 읽어봐야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의 자료를 바탕으로 서술해 나간 글은 아니어서 뭔가 경험주의를 위해 데이비드 흄을 읽게 되는 것처럼 약간의 부담감이 있었습니다만 보기와는 다르게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주 최근은 아니지만 프링스 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당시 군중과 다소 폭력적이었던 프랑스 공화주의에 대해 연관지어 설명을 하고 있기에 좀 더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르 봉은 프랑스 혁명과 그 이후 나폴레옹 제정 시기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접했을 만한 시기를 살다 갔기 때문에 아마도 그런 부분에서 이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군중은 고립된 개인과는 달리 다수가 모여 일종의 집단적 정신 상태를 갖게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전자는 자극이나 충동에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후자는 그런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르 봉은 말합니다. 이렇게 군중이 변덕스럽기 때문에 그들을 다스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는데, 그들이 공권력 일부를 장악했을 때 특히 그렇다는 점과 이는 프랑스 혁명의 순간에 광기에 휩쌓여 벌인 잔혹한 반대파들의 처단, 폭력, 살인 등이 생생한 증거라고 봐야겠죠. 인류의 역사에서 이성이 감정을 제대로 제한하고 관리한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감정 스스로 이성의 지배를 받지 않은 경우가 수두룩하게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군중은 특정한 단어와 그를 바탕으로 해석되고 재생산되는 계산된 행위에 따라 무력화될 수도 있고, 이것은 정부를 구성하는 어떤 요인에 따라 특성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의 민족성에 따라 구별되는 것으로 보이며, 르 봉은 영국의 영국인들의 정부, 북미의 미국 정부와 이베리아 반도의 스페인들 혹은 남아메리카의 스페인 계열의 정부 등이 오늘날 어떻게 다른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쉴새없이 인종적인 차이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요. 그가 특출난 인종주의적 세계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학문적 사고를 통해 이런 인종적 특성이 갖는 군중 심리에 대해 나름 판단을 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거의 인종적인 유전적 차이에 이러한 군중의 성격과 행동방식이 다르다고 해석하는 것은 오늘날 현대인들이 보기에 꽤 인종차별적인 해석이긴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군중들 뒤에 자리하고 있는 특정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고 군중에게 암시를 준다거나 환상을 갖게 하는 등 그 의도에 따라 군중의 전체 행동의 양상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이 책에서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의 개인적 역량을 통해 기존 정치 체체와 엘리트 정치를 분쇄하려는 포퓰리즘적 정치 지도자와 매우 흡사했는데요. 글 전체를 아우르는 르 봉의 주제는 이 군중들을 과연 민주주의 정치에 도움이 될 만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지에 숨은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장 자크 루소를 통해 자유주의적 정치관에 대해 일견 긍정하고 있는 르 봉의 정치적 태도를 봤을 때 이 점은 그에게도 중요한 관심거리였을 겁니다. 즉 프랑스 혁명을 통해 이 세상에 알려진 군중의 매우 부정적인 묘사와 선입견을 이겨내고 꽤 객관적이고 이론적인 분석을 시도한 것은 르 봉의 높은 학문적 시도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잠시 싹트기 시작한 당시의 공화주의와 제도, 교육과 관련하여 이러한 군중과의 일종의 연대적 관계 설정을 시도한 것도 지금의 현대인들이 보기에도 꽤 신선해 보이는 부분일겁니다.

아마 기회가 된다면 중우정치에 대한 괜찮은 이론서 내지는 분석적 이해를 겸한 책을 접하고 싶은데요. 르 봉이 책에서 언급한 고립된 개인의 수준으로서가 아니라 민주적 정치 감각과 개인의 반성적 성찰을 삶을 통해 지속하고 있는 시민 하나하나가 앞서 군중의 우려될 만한 요소를 차단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대의제 민주주의가 갖는 여러 약점들을 이러한 시민들이 보완할 수 있다는 약간의 이상주의적 시각을 저는 아직 갖고 있습니다. 존 F. 케네디의 말대로 정치 권력을 시민이 견제해야 정부는 비로소 제 역할을 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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