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역사와 깨진 꿈
로버트 케이건 지음, 황성돈 옮김 / 아산정책연구원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얼마전에 이 곳을 통해 리뷰했던 ‘미국이 만든 세계‘의 저자인 로버트 케이건의 ‘돌아온 역사와 깨진 꿈‘ 을 읽었습니다. 원제는 The Return of History and The End of Dreams 인데요. 제목도 원제와 동일하게 만들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간혹 책 노출을 위해 다소 허무맹랑하게 근거없이 번역된 제목을 달아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출판사들이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볼때 상식적인 판단이라 생각 되어집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서 문득 드는 생각은 왜 이제서야 이 책을 접하게 되었을까 하는 소회였습니다. 제가 읽었던 저자의 전작인 ‘미국의 만든 세계‘도 그리 나쁘지 않은 글이었는데, 지금 이 글은 좀 더 좋은 평가를 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더 간단히 말씀드리면 현재의 세계 국제 환경과 그 체제에 관한 너무나 합당항 현실적인 관점을 통해 통찰력이 느껴졌습니다. 본문의 전체 페이지는 120여페이지 이지만, 국내에 전문 번역가로 알려진 황성돈씨의 번역도 잘 되어 있고, 문장의 군더더기가 없어서 매우 수월하게 읽혀지더군요.

저자의 이 책에 들어간 관점은 구소련이 붕괴한 냉전 이후부터, 중국이 경제적으로 대두하고 러시아가 천연 자원의 수출로 다소 경제적 자신감을 찾는 가운데 이러한 국제사회에 묘한 다극체제에 가까운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을 깊은 통찰력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이 비약적으로 대두하는 상황에 대한 분석글은 이미 시중에 많이 나와있습니다. 나름 명망있는 저자들의 글도 많고 예리한 분석들도 많죠. 다만 그 현상에 대한 분석은 여러 시각이 혼재되어 있고 국제 사회의 패권과 영향력에 대한 추이 분석도 여러가지 시각이 나와 있는 상태인데요. 그런데 로버트 케이건의 이 책은 현재의 국제 체제에 관련하여 객관적이고 이해가 쉽고 논리적인 서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제에 대한 틀과 그것을 이론적으로 받치고 있는 주장들이 매우 균형적이고 의미심장하며, 통찰력까지 더해지고 있죠.

앞으로 세계의 체제에 대한 패권과 영향력은 미국이 다소간 감소하더라도 완전히 무대에서 퇴장하지는 않을 것이고, 지역 패권국으로의 대두를 하고 있는 중국, 인도, 일본 등에 대한 이론적 분석과 배경이 돋보입니다. 일례로 ˝중국 지도부는 중국이 점차 강대해짐에 따라 세계 중심국가가 돼야 하는 운명과 야망이 방해를 받지는 않을까 우려하며, 자신들이 원하고 마땅히 누려야 한다고 믿는 국제 위상과 국가 발전이 깡그리 부정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한다.˝는 평가는 대단하다고 느꼈는데요. 이는 중국에 대해 앞으로 국제 사회와 주변 지역에 ‘평화적 부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지난 과거 역사에서 무려 1000년간 지역 질서를 지배했던 국가라고 자신들이 그렇게 여기고 있고, 그런 이유로 이 지역에 미국의 영향력과 패권에 대해 매우 부당한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이러한 미국의 영향력이 동북아시아에 안정을 유지하는데 기여했다고 자체 판단하고 있습니다만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이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죠. 중국의 부상과 이 지역의 패권국으로 발돋움 하려는 중국의 욕구에 아무런 판단 기준이 없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은 것은 현재 미국의 영향력보다 중국이 지역 패권국으로 올라서 미국의 영향력을 대신하는 상황이 과연 한국에게 어떻게 이득이 될지 고심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냉전이 끝났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국들과 유럽의 민주국가체제와 중국과 러시아의 독재국가 내지는 권력 정치 국가들의 세계 정치 분할이 생겨날 수 있다는 분석과 특히 러시아와 관련해 천연 가스 수입 등 자원 무역이 늘어나고 있는 유럽의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밀접해진 유럽-러시아 관계가 오로지 정치 논리로만 돌아가지 않는 현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고 봐야겠죠. 우크라이나, 조지아 사태에서 이런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최근 몇년간의 경제적, 금융 시장에서의 상호 관계도 과거의 구소련을 봉쇄한 것처럼 정치 이데올로기적 해석으로만 미국이 대처하기란 어려운 것도 앞으로 중국의 ‘평화적 부상‘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그것의 관건이라 봐야할 것 입니다. 중국 스스로 현재의 미국이 자신들의 돈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자신감으로 국제 체제에 미국의 패권에 배타적으로 도전하려고 든다면 그것 자체가 ‘중국의 평화적 부상‘의 허구적 진실의 증거일테죠.

물론 이러한 전세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중동에서의 대 이스라엘 안보가 발목 잡혀, 중동의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연대에 오랫동안 힘을 써온 것과 반미 정권의 헤게모니 획득을 막기 위해 CIA를 동원해 이를 막기 위해 행동한 것들이나 자신들이 민주주의 체제의 큰형임을 차저하면서도 국익을 위해서는 가치 모순된 행동을 서슴치 않았던 것도 로버트 케이건은 언급하고 있습니다. 윌슨으로 대표되는 그 특유의 미국인의 고립주의 성향을 뒤로 하고 과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종식시키고 대체로 패권 지향이 배타적이고 적대적인 영토 확장과 지배권 확립이 아닌 대외적으로는 세계 경찰과 세력 균형에 주도적 역할을 해 온 것은 그래도 세계 역사에서 다른 패권국가들과는 다른 행보였다고 평가할 만합니다. 세계의 많은 권위주의 정부와 독재자들은 미국을 세계의 악으로 규정하고 자신들의 권력이 무장해제되는 ‘강압적 민주주의 체제의 요구‘를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보아 198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제도의 정착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의 세계에 뿌리 내리면서 확고한 민주주의 체제가 대세가 되었습니다. 권위주의 독재라 일컫는 중국 조차도 이러한 시스템에 편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적 번영을 이루게 되었죠.

결말에 이르러서야 밝히고 있는 현재의 국제 사회는 미국과 유럽이 이끄는 민주주의 진영의 확고한 체제가 뿌리 내리고 있으며, 다시 한번 인간 본연의 자유 의지와 평등을 보호하기 위해 민주주의 국가들이 행동에 나설지는 앞으로 두고봐야 하겠죠. 즉, 케이건은 러시아와 중국과 같은 여러 권위주의적 독재 국가들의 배타적이고 타협이 불가능한 성향이 앞으로 국제 사회에 불안이 될 수 있으며 이에 민주주의 국가들은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이러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미국 일방의 책임이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들이 연대해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국의 부상과 중앙아시아 세계 속의 아시아연구 시리즈 10
신범식 외 13인 지음 / 진인진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2014년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수고의 아시아 연구기반 구축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고 펴낸 이유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산하 중앙아시아센터에서 중앙아시아 지역의 주요 문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한권의 두터운 논문집 형태로 2015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 있어서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연론 환기는 크게, 미국이 2001년 9, 11 테러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소위 대 테러 작전을 수행하면서 이 지역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고,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해 만든 상하이협력기구 SCO 와 최근의 중국 정부가 기획하고 대외에 열렬히 홍보하고 있는 ‘일대일로‘와 관련하여 크게 유명해졌습니다. 맨 마지막의 일대일로는 특히 중국의 경제 안보적인 측면에서 동남아의 말라카 해협으로 수송되는 해상 수송을 전략적으로 전환 모색하며 육로와 이 지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중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이 지역에 대한 관련국들과의 여러 제반 사항과 협력, 갈등 등을 책을 통해 상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신국판 크기의 책이라 처음에 다소 놀랍기는 했는데요. 학자들의 논문집 형태라 일독하는데 더 조금 집중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리적 위치로 봤을 때, 우리는 이 지역을 중앙아시아로 이해하는 것이 맞겠으나, 많은 학자들이 중앙 유라시아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구소련 시기에 독립한 신생국들의 성격과 엄연하게 중동과는 조금 상이한 지역이기 때문에 그것을 더 구분하기 위해서 이런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이 지역에 속한 국가들은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입니다. 이들 국가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상하이협력기구 구성국이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중국, 러시아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과거 구소련의 영향력을 기억하는 러시아는 이 지역에 중국의 경제적 진출에 마냥 반갑지는 않은데요. 린트너의 ‘차이나 브라더스‘에서도 러시아의 극동 연해주 지역에 중국인들의 진출이 이어지면서 현지 러시아인들이 그것을 우려하는 것처럼, 이 지역의 지역민들도 중국인들의 진출을 다소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카자흐스탄이 그러했습니다.

세계적 논란을 일으킨 알 카에다의 뉴욕 발 테러 이후, 미국 정부는 이 지역에 대한 지리적 이점이 대두하게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키르기스스탄은 미군에 군사기지를 제공하고 반대급부로 10억 달러 이상의 원조와 투자를 미국으로부터 받게 됩니다. 당시에 러시아는 자신의 영공을 미군에 열어주면서 대 테러 전쟁을 지원하게 되는데요.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에 미국의 영향력이 들어서는 걸 썩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그래서 미국이 옵저버라도 참여하고 싶어했던 상하이협력기구에 중러 양국은 이를 간단히 거절하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목대로 중앙아시아 지역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진출에 대한 각국의 상황과 그에 따른 분석을 여기에 학자들이 하고 있습니다. 이 5개국 중 자원과 경제적 제반사항이 빈약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기스탄과 상대적으로 부존자원이 풍부한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이 양자는 중국 과의 관계에서 상이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이중 몇몇국가는 독립 후에 중국과의 국경선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얼마간의 양보를 해주고 경제적 투자를 받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서방에서는 이들과 중러가 함께한 ‘상히이협력기구‘를 권위주의 국가들의 모임 정도로 해석하고 있는데요. 실제로는 자원 외교의 측면에서 중국의 진출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도 키르기스스탄에 미군 기지를 운용하며 자신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려고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때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으로 다소간 시들해진 상황입니다.

다만 러시아와 중국의 상하이협력기구에 대한 협력은 중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을 야기하더라도 상하이협력기구가 이를 지원하는 후방 조직 역할을 하는 것에는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 책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이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두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존재하고 이 점과 관련해서 중국도 경제적 협력에 치중하는 것으로 보아 정권이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 만큼 내심은 차이를 인식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란이 이 SCO에 가입하기를 원했던 모양입니다. 마찬가지로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는 러시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 가입을 원하고, 중국은 인도가 가입할 경우를 대비해 파키스탄의 가입을 준비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약간 흥미로운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에너지 확보 차원에서 중국이 벌이고 있는 이 지역에 대한 협력과 투자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파악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는 중앙아시아에서 시작된 천연가스 파이프와 연계한 가스 수입 기대를 해볼 수도 있는데요. 물론 북한의 협력이 있어야 되서 요즘 같은 상황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요즘 중국의 중아아시아 진출에 관한 글들이 서점에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시점에서 이 책의 출판은 의미가 있다고 봐야하겠습니다. 상세한 지도와 도표가 수록되어 있어서 전반적으로 상황을 이해하는데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고, 글을 구성하는 문장 자체도 수월하게 읽혀지는 편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런 경제적 자원 외교와 관련하여 아직 미흡한 면이 있는 것 같은데요.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분산 수입을 위해서도 앞으로 이런 연구의 필요성도 있어 보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펜타곤의 잠 못 이루는 밤 - 미국은 왜 북한을 두려워하는가
곽동기.문경환 지음 / 615(육일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펜타곤의 잠 못 이루는 밤‘ 은 두 명의 KAIST 출신의 학자가 북한 핵과 미사일, 및 전자전 능력에 대해 분석을 해 놓은 글입니다. 이 펜타곤의 잠 못 이루는 잠이라는 제목은 아마도 2012년 4월 19일 리언 파네타 당시 미 국방장관이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CNN방송과 가진 인터뷰중에서 나온 ˝유감스럽게도 요즘 내가 잠드는 시간이 많지 않다˝ 는 표현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파네타 국방장관은 북한 미사일에 관한 질문을 받고 위와 같은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찌됐든 제목은 절묘하고 자극적인 배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마도 전체적으로 이 책은 공저의 형태로 집필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관련되어 출판된 많은 저서들은 거의 정치학자나 외교를 전공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었는데요. 이번에 제가 일독한 글은 온전히 이공계 계열을 전공한 학자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들이 제법 있더군요.

먼저 북한이 핵개발에 나선 이유에 대해 제법 설득력이 높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NPT를 탈퇴해서 핵을 개발한 것은 당시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 핵선제공격 검토로 인해 더이상 NPT 체제가 비핵보유국이었던 북한의 안보를 지켜주지 못한다고 판단˝ 했기 때문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입으로는 거의 반세기 동안 미국으로부터 안보 불안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는 북한으로서는 꽤 자기모순적인 입장이긴 합니다만 그 진위 여부를 떠나서 꽤 흥미로운 해석이더군요. 북한이 우리에게 가한 안보 압력이이라는 부분을 배제하고 자신들의 체제 불안에 대한 입장만 주장하는 것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이상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뒤이어 이러한 북한의 핵개발에는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무능이라기 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 이 큰 원인이며 부시 2기 말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북한에 대한 몇번의 대화 의지를 피력했지만 그것은 이미 북핵 문제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너무 시기가 늦었다고 봐야겠죠. 즉, 이런 부시 행정부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소위 전략적인 입장으로 인해 북한의 핵개발이 수행된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에는 저도 동의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부시 행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6자 회담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어떤 실질적인 제스처가 없었다는 측면에서 배경은 갖고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의지가 부족했다는 부분에서 평가하는 것입니다. 당시 미 행정부를 장악한 네오콘 세력이 아마도 북한과 같은 깡패국가에 대해 대화라는 선례를 남기는 것을 그다지 달가워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해 물리학을 비롯한 관련 전문가들의 인력이 우리가 추측하는 것보다 더 고도화 되어 있고, 그 기술 수준이 무시 못할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 핵물리학자들의 면면을 저자들이 소개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초기에 구 소련의 과학자들이 북한 핵 개발에 도움을 준 이래로 일종의 자생적으로 연구 인원을 키워냈다는 것인데요. 어느 정도는 수긍이 되더군요. 다만, 압둘 카디드 칸 박사와 같은 파키스탄의 핵기술 제공에 대해서는 미국의 공세적인 북한 봉쇄에 있는 상태에서 그것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그것은 동의하기 힘들었습니다. 이미 여러 책들을 통해 압둘 카디드 칸 박사의 북한 커넥션이 이미 드러나 있습니다. 특히 파키스탄은 북한에 핵 기술을 제공하고 반대급부로 미사일 기술을 받았으리라는 평가가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정보기관의 판단입니다.

끝으로 핵기술의 개발로 습득하게 되는 EMP 기술과 관련해서 보다 상세한 분석과 함께 러시아 과학자의 ˝북한이 독자적인 EMP기술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취지로 인용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도 사뭇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하겠더군요. 광화문 상공에 EMP탄이 터질 경우에 대해 간단한 시뮬레이션 결과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10월 한반도 위기설이 간혹 보이는 기사들을 보며, 요즘 이 시점에서 읽어보면 꽤나 의미심장한 글이 이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워낙 온라인이라든지, 대형 서점에 북핵과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와 있긴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제 개인적인 생각은 정치권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내용들이 있지 않은가 생각해봅니다. 물론 내용과 관련하여 반농담으로 하는 말입니다. 그만큼 꽤 비교적 상세하고 객관적으로 북핵과 미사일에 대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김정은의 북한 정권이 무모한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러시아의 논리 - 부활하는 강대국의 국가전략
다케다 요시노리 지음, 이용빈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러시아 일본대사관 2등서기관을 거쳐 현재 외무성 군축비확산, 과학부 군비관리군축 과정을 보좌하고 있는 관료인 다케다 요시노리의 ‘러시아의 논리‘를 일독했습니다. 학자 출신의 글이 아닌 현직 관리의 글을 접하는 것은 생소한 일인데요. 신국판 크기의 작은 양장본인 이 책은 분량이 그리 많진 않지만 그만큼 읽기에 쉽고 수월한 편이었습니다.

옐친 정권이 끝나고 푸틴의 1기부터 3기 초반까지의 러시아의 정치 동향과 그에 따른 분석 그리고 외교와 경제와 관련된 측면까지 개괄적으로 써내려가고 있는데요. 독자들이 러시아의 최근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한 것은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 저자의 의도도 긍정적인 편입니다.

푸틴은 스스로 정권을 잡고 나서 일종의 ‘게임의 법칙‘을 만들었는데요. 즉 ‘정치적 야심을 보이지 않고 합법적인 사업이나 정치 활동을 벌인다면 자유롭게 놔두겠다‘는 일종의 원칙입니다. 이것은 민주주의 이념을 체제로 받아들인 국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정치 권력자의 배타적 기준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과거 옐친의 권력 공백을 경험한 푸틴으로서는 권력 누수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강력한 정부 중심의 일원화된 체계를 만들고 싶었던 것으로 봐야겠죠. 여기에 불복한 올리가르히였던 베레좁스키, 구신스키, 호도르콥스키 등을 축출한 것은 이런 맥락일겁니다. 여기서 올리가르히는 천연자원과 같은 돈줄에 지배력을 갖고 이것을 자신의 권력화하여 사적인 기득권 체제를 유지한 일종의 조폭 재벌과 같은 집단인데요. 이들을 분리 해체시키는데 푸틴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자신의 권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도 생각했고 더욱이 모스크바의 정치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분석해 배제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시베리아로 추방된 호도로콥스키는 서방과의 연결고리가 있다고 여겨졌던 인물로 푸틴에게는 더욱더 제거 대상이었겠죠.

이렇게 권력 엘리트들을 차츰 도태시키고 러시아의 권력 일선에 나선 푸틴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의 미국이 양국간에 맺은 탄도탄요격미사일조약을 탈퇴하자 2001년 뉴욕 발 테러 이후 공감대를 형성하던 미국과 러시아의 화해 무드가 끝나게 되고, 이 시점을 기준으로 푸틴의 러시아는 본격적으로 국제 무대에서 소위 ‘다극 체제‘를 추구하게 됩니다. 더욱이 미국은 부시 2기에서 눈에 보일정도로 패권 쇠퇴를 겪게 되는데요. 이에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 등과 협력하여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패권을 견제하기 시작합니다. 이와 관련된 행보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의 개입이겠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안보와 집결된 문제로서, 우크라이나가 유럽과 나토에 가까워지려고 하자 친러시아 정권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 파이프관을 막는 등의 실력 행사를 보이고, 조지아에 대해서는 친러시아 성향의 남오세티아에 개입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은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산업 전반을 비롯해 국민 생황에까지 의존하게 됨에 따라 우크라이나에의 러시아의 개입은 결국 유야무야 마무리됩니다. 과거 우크라이나는 냉전 이후 러시아의 핵탄두와 미사일 처리 문제가 대두하게 되고 미국과 러시아 양국은 구두로 우크라이나 안보를 책임지겠다는 맹세를 하게 되지만 모든 핵이 러시아로 철수하고 나니 이 동부 유럽의 국가가 어떤 결과를 받아들여만 했는지는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이것은 어느 한 국가 안보적인 측면에서 자신을 제대로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강대국 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여실히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겠죠.

이런 국제 정치 무대의 승리를 배경으로 시장에서 천연 가스 및 석유의 가격 고공 행진을 계기로 러시아는 막대한 부를 쌓게 되는데요. 이는 마땅한 기반 산업이 부재하는 상황에서 2008년 뉴욕 발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천연 자원의 가격 하락 및 그에 따른 자산과 주식이 폭락하면서 러시아는 거의 1000억 달러 대의 손실을 입게 됩니다. 이는 세계 금융 위기가 휩쓴 당시에서 미국을 제외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가 러시아였으며, 이 점은 앞으로 푸틴과 메드베데프의 큰 과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러시아 헌법에서 대통령의 3선 연임을 방지하는 조항을 교묘히 이용해 푸틴과 메드베데프가 번갈아 권력을 양분하고 있는데요. 실제적으로는 푸틴의 더 많은 권한을 갖는 체제라고 봐야하겠지만, 앞으로 정치, 외교적인 측면에서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보다 독립적인 러시아를 바라며 그것의 결과가 러시아의 고립이 될지 아니면 전략적인 차원에서 중국과 인도 등과 제휴하며 다극체제의 선두가 될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는 상하이협력기구와 같은 중국과의 협력이 크게 이뤄지고 있는데요. 중국과 아직은 긴장적 요소를 갖고 있는 인도를 껴안아 미국의 영향력에 대항하는 이런 기조가 과연 실현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부를 팝니다 - 무책임한 정부는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
폴 버카일 지음, 김영배 옮김 / 시대의창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욕 예시바 대학의 법대 교수로 학장을 역임했고, 미국내 행정, 규제 분야에서 손꼽히는 학자로 손꼽히는 폴 버카일의 ‘정부를 팝니다‘를 일독했습니다. ‘무책임한 정부는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요. 원제는 Outsourcing Sovereignty 입니다. 간단히 해석하면 ‘주권의 아웃소싱‘ 정도가 되겠네요. 국내에 출판된 한글 제목은 일종의 반어법으로 정작 내용은 적절한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여러 민영화에 대한 비판으로 전체적으로 ‘민영화에 대한 비판적 개론서‘ 정도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의 도입부분에 너무나 흥미로운 이란-콘트라사건을 꺼내고 있는데요. 이 사건의 간단한 내용은 당시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로부터 구매한 미사일을 이란에 판매해 그 자금은 다시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정부를 무너뜨리려고 한 콘트라 반군에 지원한 사건입니다. 이 콘트라 사건은 미국 정부의 도덕성을 크게 훼손 시킨 사례로, 독재 정부를 무너뜨리고 민주 정부가 들어선 니카라과에 그에 반하는 반군 게릴라에 지원을 함으로서 친미 정권을 세우기 위한 미국의 매우 정당하지 못한 정치적 개입입니다. 이것을 진두지휘한 레이건 대통령은 의회에서 애매한 태도로 법적인 책을 피해 리처드 닉슨 이후 또다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오명은 벗었으나, 재임 내내 ‘책임 전가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저자는 레이건 행정부 각료들의 헌법상의 책임을 교묘히 전가하여 군사 안보 차원에서 일종의 민간의 위임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해 이러한 결과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민영화는 주권의 아웃소싱이라는 개념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미국 내에서 ‘공익의 민영화‘라고 알려진 사건이 부시 행정부 당시 뉴올리언스의 카트리나 피해와 거기에 투입된 민간 용역 회사 ‘블랙 워터‘ 사례입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 군을 파병해 가용할 병력이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치안과 여러 목적을 위해 블랙 워터를 고용했는데요. 저자는 여기에서 이 블랙 워터 군인들을 민간 군인들로 봐야하는가, 아니면 정부 경찰로 봐야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질문은 정말 중요하고 의미심장한데요. 공공의 질서나 공익을 위해 국민이 동의하고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갖고 있는 정부의 역할을 민간에 위임할 수 있는가라는 본질적인 의구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입장과 태도의 연장선상에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영화에 대한 분석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민간의 교도수 운영도 이와 비슷한 맥락일텐데요. 이미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 안의 민간 교도소에 대한 묘사를 접해봤습니다. 현재 전체 국민 대비로 따져봤을때도 각 교도소에 수감된 인원의 비율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미국은 매우 높은 편입니다. 뉴욕 타임즈를 비롯한 언론들이 정부가 아웃소싱을 통해 민간에 허용한 이러한 민영화 교도소들의 실태에 고발 기사를 다룬적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현재에도 미국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저자인 버카일도 이런 취지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감시 감독을 게을리 하고 있지 않지만, 미국 내에 민간 교도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어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죠.

뿐만 아니라 9,11 테러 이후 공항 보안에 대한 기존의 민간 위임을 철회하고 다시 정부가 조직을 정비해 행정력으로 대체한 경우의 예를 들며 안보와 군사적인 부분에서는 무분별한 민영화는 제한해야하며 기본적으로 정부가 해야만 하는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절차적 과정의 적법성을 갖춘다 하더라도 지금 현재 미국의 각 공공 목적의 업무에 대한 매우 광범위한 민영화는 문제라는 것으로 말하고 있는데요. 글의 결론에 ‘이유가 무엇이든 아웃소싱을 정당화하지는 못하며, 아웃소싱은 명백히 공익에 반하는 행위다.‘ 라고 평가하는 것에 저자의 입장이 어느쪽인지 알 수가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적 민주주의가 특유의 자유주의적 태도와 경제적인 측면에서 시장에서의 자율과 개방을 강조하는데요. 더욱이 전통적으로 미국인들은 정부가 보편적인 측면에서 공공과 복지를 위한 일에 개입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미국의 고유한 가치 체계 같은걸로 설명하는 모양인데요. 레이건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국가 전체에 파급시킨 영향도 있겠지만 개개인들의 삶과 사적인 생황에 정부나 공공의 개입이 제한되어야하는 어떤 불문율을 지키는 것이 초기 미국 민주주의의 요소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새삼 문제가 되고 있는 총기 소유 문제도 바로 수정 헌법을 통해 밝혀진 ‘개인의 자유와 방어권을 위한 침해할 수 없는 권리‘로 해석하며 거대한 이익 단체인 미국 총기 협회의 로비와 더불어 이런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 것으로 알 수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에서도 많은 영역에서 민영화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이러한 무분별한 민영화를 분석하고 해석해서 면밀한 연구가 있어야 된다고 여겨집니다. 앞으로 통상 압력의 측면에서 이러한 미국 관계자들의 의한 요구가 거듭될 가능성도 있고, 우리 관료들도 미국의 민영화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인지하고 있어야 그런 대응에 효과적으로 맞대응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새삼스러운 내용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런 여론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크게 이득이 될만하다고 평가하고 싶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