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차별을 이겨내는 힘 관심 ㅣ 초등 생활 보고서 1
박수경.윤선 지음, 이안 그림 / 지식채널 / 2009년 9월
평점 :
’왕따’라는 단어는 근래에 생겨난 말이지만, 우리 어릴때도 따돌림 같은 건 살짝씩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같은 이야기처럼 초2때 그 지역에서 약국을 하는 형편이 그래도 좋은 집안 딸인 반장에게 힘을 너무 실어준 선생님 때문에 반장이 반 아이들을 많이 괴롭혔던 기억이다. 싫어하는 아이들은 선생님한테 안그런 사실도 거짓으로 이르기도 하고, 안 떠든 아이라도 만만한 아이들을 이름을 적어서 내고, 구구단 외우는걸 반장보고 시켜서 외운 아이들도 반장때문에 집에 못가기도 어린 마음에 대들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삭혔던 기억. 그 학교에서 3학년때도 같은 반이 되었다가 내가 전학을 하게되어 무척 홀가분하면서도 그 아이가 너무 싫어서 이름은 계속 잊지 않고 있었는데 고등학생이 되어 같은 여고에서 만난 것이다. 그 아이에게 사과를 받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져서 그 이후 그 아이의이름 세글자도 잊게 되었다. 사실 그 아이보다도 담임선생님에게 더 문제가 있었던건데 어린 마음엔 무척 상처가 되었던 것 같다. 물론 나 뿐만 아니라 나의 친구들도 같은 처지에 있었지만...그 아이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 어린시절과는 달리 요즘은 한명이 아닌, 여러명이, 아니면 반 전체의 아이들이 한두명의 아이들을 완전 고립시키거나 괴롭히는 일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해서 예비 학부형의 입장에서 무척 걱정이 많이 된다. 그리고 그 이유가 단지 ’나랑 달라서’, 아이들 말로 ’찌질해서’ 등 약자 입장의 아이들이 별다른 이유없이 그런 일을 겪게되면 받을 상처와 고통이 어른이되어서도 계속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일이 많다고 하는 전문가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웃 일본에서도 이런 일들로 자살하거나 흉악한 사건으로 이어지는 일들이 잦아져서 문제화되고 있는걸 많이 보아왔던터라, 이 책에 더욱 관심이 갔다.

5학년 5반 남석주 난동사건을 시작으로 난동사건의 주요 인물인 박태민과 반장인 준이의 증언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몸이 좀 둔하고, 공부도 잘 못하고, 지저분하고, 먹는것만 좋아하고, 새로 산 규희의 핸드폰을 가지고 도망가는 등....태민이의 눈에 비친 석주의 행동들이 마음에 안들어 반 아이들을 모아서 ’남대위(일명 남석주 왕따시키기 대책 위원회)를 결성하고 아이들과 석주를 골려줄 작전들을 개시하는데.....
아이들을 위한 책이니만큼 동화식으로 전개가 되고 삽화도 곁들여져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구성이다. 또 이야기 구성이 참 특색있다.
석주의 난동사건을 시작으로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으며 반장 준을 통해서 그 문제의 해결책을 선생님께 제시하여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아주 재미있는 구성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특이할만한 것은 이 책속에 실제 왕따에 가담한 아이들과 왕따를 지켜본 아이들의 증언, 그리고 왕따를 경험했던 아이들의 증언이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놀렸다고 엄마를 불러온 아이가 싫어서, 공부 못한다고, 친구가 배신했다고 생각해서 등등의 이유로 왕따를 해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왕따를 목격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불쌍하다고 생각한 아이들도 있고, 또 교실에 갖히고, 이유없이 싫어하는 등의 왕따를 당해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 스스로 각자의 입장에서 왕따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뒷면에는 <차별을 이겨내는 꼼꼼 체크리스트>가 있어서 아이들 스스로 체크해가며 점검하고 인기짱 아이로 거듭나도록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소개가 되어 있다.
부모입장에서도 설마 내 아이가? 내 아이는 안전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지 말고 이 책을 함께 보면 참 좋을 것 같다. 하루의 반 이상,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만큼, 아이의 학교생활이 더욱 즐겁고 유쾌해지도록 왕따라는 단어가 근절되는 사회가 되도록 사회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아이들 스스로 왕따에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지 않도록 이 책을 통해서 많이 깨닫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