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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스 오브 디셉션 ㅣ 롤스 오브 Rules of 시리즈 1
크리스토퍼 라이히 지음, 이정윤 옮김 / 프리뷰 / 2011년 6월
평점 :
소설이라는 장르의 책을 개인적으로는 참 선호하는 편이다. 요즘엔 좀 가벼운 느낌의 소설을 주로 읽었더니, 머리도 식힐겸 읽는게 취미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사실 이 책은 제목도 딱 눈에 안 들어오고, 두께도 무척 두꺼워서 처음엔 읽는게 망설여졌다.
게다가 보통 소설이라면 양장본이라고 해도 하드커버도 아닌데, 이 책은 하드커버에 무척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는, 그러니까 딱딱한 느낌의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덥썩 접어들지 못했던 탓도 있었다.
그런데, 첫장을 넘기는 순간, 나의 편견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이내 빠져들기 시작했다.
밤부터 읽기 시작해서 다음날 아침까지 단숨에 읽었다. 책 커버에 '뉴욕타임즈 슈퍼 베스트셀러 1800만 독자의 숨을 멋게 만든 스파이 스릴러의 본류'라고 써 있는게 결코 과장광고가 아니었을 것 같다는 확신을 주게 만들었다.
외국 번역 소설의 경우 등장인물의 이름이 잘 외워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몰입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책에도 무척 여러명의 등장인물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스파이의 주인공 격의 그녀 역시 이름이 몇개나 된다.
그런데도 이 책은 결코 이름 때문에 헤매거나 몰입도가 떨어지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간혹 번역본의 경우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서 읽는데 흐름을 방해하거나 어법이 좀 거슬리면 몰입도가 확 떨어지는데, 이 책은 번역서라고 해서 읽기 어렵다거나 하는 부분도 거의 못 느꼈다. 이게 번역본일까 하는 생각을 들지 않게 만들었을 정도로 편하게 읽어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전반적인 느낌이라면, 이번엔 스토리 면에서 어떨지 고민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책의 뒷 면이나 책소개를 통해서 대강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선 저자 자신이 엄청 자신할 만큼 이 책은 잘 짜여진 스토리로 구성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영화를 보는 듯한 주인공이 매력적이다. 최고 수준의 전문 산악인이면서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 외과의사인 조나단 랜섬과 그의 아름다운 아내 엠마. 함께 스위스 알프스를 등반하는 두 부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갑작스러운 기상변화로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하강하던 아내가 갑자기 사고를 당하면서 남편인 조나단은 뜻하지 않게 엄청난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되는데.....
처음부터 흡입력있게 빨려들어가는 지금까지 읽어본 적이 없는 스파이 소설의 느낌으로, 전체적으로 스케일이 무척 큰게 특징인 것 같다. 미국내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스위스와 이슬람 국가, 그리고 이스라엘 정세까지 지금의 아프간 정세에서도 그리 멀지 않는 걸로 소재를 삼아 썼다는 부분에서 소설인데도 실제 있었던 이야기처럼 현실감이 느껴졌다. 음모와 음모, 반전과 반전이 거듭하면서 점점 퍼즐이 맞춰지듯 상황이 정리가 되는 과정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게다가 스토리 구성도 짤막짤막하게 각자의 시점에서 이어져 있어서 페이지 수가 많은 소설이지만, 읽기 쉽고 사건의 흐름을 이해하기 쉽게 구성이 되어 있다.
읽고 난 후에도 여운으로 남은 사건의 현장들, 상상하며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책의 끝편에 이 다음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아직 나오지 않은 모양이다.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영화로 나온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