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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 하나 둘 셋
김경미 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봉숭아’하면 어릴적 시골집이 떠오릅니다. 담장에도 뒷뜰에도 어디에도 잘 자라는 봉숭아는 우리 어릴적 소꼽놀이 할때 반찬처럼 이파리랑 꽃잎을 따서 콩콩 찧어서 요리 흉내를 내기도 하고, 밤에는 백반을 넣어서 만든 봉숭아를 손가락에다 하나하나 얹어서 싸매고 아침에 일어나면 봉숭아 물이 곱게 들고 했었지요. 그러다 손에서 빠진 봉숭아가 이불에도 물들어 혼나던 기억도 나고, 냉장고가 생기고부터는 봉숭아를 잘 따서 냉동을 해두었다가 아무때나 물을 들이곤 했었지요. 특히, 봉숭아 물이 다 지기 전에 첫눈이 오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가슴설레였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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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에서 관찰했던 봉숭아>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자연에서 소꼽놀이를 하는게 아니라, 다 만들어진 플라스틱 소꼽놀이 세트가 있어서 우리 어릴때처럼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봉숭아 사랑이 전해지지 않을 것 같아 살짝 아쉬움이 있었지요. 그런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으로 봉숭아를 만날 수 있다니 감개무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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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이즈가 위아래로 길쭉한 모습으로 되어 있어서 왜일까 했는데, 봉숭아를 관찰하기 쉽도록 구성을 해 놓아서 그렇더군요.
작은 씨앗 한개에서 둥근 떡잎이 두장 나오고, 기디란 잎이 세장 나오고, 쑥쑥 자라서 꽃이 맺히고 다 자란 꽃과 이파리로 손가락에 물들이는 장면까지 봉숭아가 자라는 과정을 통한 자연관찰은 물론 봉숭아로 함께 하는 봉숭아 물들이기도 해볼 수 있는 구성으로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하나에서 열 손가락까지 숫자 익히기도 함께 할수 있는 유익한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정서가 담긴 그림책이라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지난번에는 할머니 댁에 가서 봉숭아만 관찰해보고 왔는데, 이 책을 함께 보고 나니 자기 손에도 봉숭아 물을 들여달라고 하네요.
이번에 가면 온 가족이 봉숭아로 손을 빨갛게 물들이고 조금씩 손톱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아이와 함께 경험해보려고 합니다.
엄마 어린시절에 할머니와 엄마에게 들었던, 첫눈 온날의 설레임과 기다림을 봉숭아물에 담아서 함께 들려주면 참 좋은 시간이 되겠지요! 책 속 봉숭아의 자라는 과정에서는 자연을 느끼며 봉숭아도 관찰해보고, 봉숭아 물을 들이며 어릴적 추억도 들려주면 아이들에게 설레이는 마음까지 함께 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온가족이 모두 봉숭아물 들여보며 즐거운 추억하나 만들 수 있는 아주 예쁜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