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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 토토 ㅣ The Collection 1
조은영 글.그림 / 보림 / 2011년 1월
마권을 사서 경마를 해본 적은 없지만 우연한 기회에 경마장에 한번 구경은 가본 적이 있다.
평일인데도 엄청난 인파 속에서 뭔가에 홀린 듯 마권을 사고 담배를 피워대며 고함을 치던 그런 광경이 뇌리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사실 말 보다도 경기장에서 달리는 말과 기수들을 향해 고함치며 담배를 피워대던 사람들이 더 선명하게 각인되었던 것 같다.
그런 경마장의 느낌을 아이들과 함께 보는 그림책으로 만나볼 줄이야, 상상도 못했었다.
책을 구입하면서 본 책 표지는 영문표기와 함께 한글로 작게 <달려 토토>라고 적혀 있어서 처음에 받아봤을때 외국 그림책을 번역한 것일까 착각할뻔 했다. 그 아래 작게 표기된 글씨 <달려 토토>를 보고 나서 책표지를 다시 살펴보니, 표지에 담긴 검은 색의 그림은 바로 이 책 속 꼬마가 좋아하는 말인형 토토 인 듯 했다.
책 표지를 한장 넘기니, 내지 안쪽에 왼쪽 편에는 말을 타는 기수들이 다양한 모양의 옷을 입고 등장을 하고, 오른쪽에는 또 다양한 모양의 말 머리들이 등장을 한다. 처음부터 느낌이 강렬했고 이 부분만 보고도 우리 아이는 책 속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또 같이 본 나에게는 책 내용이 궁금해지는 작은 흥분을 느꼈던 것 같다.
책의 서두에는 이 책 속 꼬마의 말인 듯, 말을 본 적은 없지만 말 인형을 제일 좋아한다고 씌여 있다. 그리고 그 다음장에는 말 인형 토토가 살짝 등장한다.
그리고 드디어 등장하는 이 책의 주인공인 꼬마와 그리고 할아버지. 일요일 아침 진짜 말을 보여준다는 할아버지를 따라 경마장에 가게 되었다는 것.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hotoreview/photo_760982135701714.jpg)
꼬마 여자아이의 표정에 설레임과 한껏 기대가 부풀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경마장에 들어가는 길, 엄청난 사람들이 2페이지에 걸쳐 손가락 지문으로 찍은 듯한 머리도 있고 붓으로 찍은 듯한 머리도 있고 엄청난 인파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그림이 펼쳐진다.
이어지는 그림에서는 줄을 선 사람들이 무언가 보며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그리고 그 다음 장에는 사람들의 표정이 클로즈업되어 표현되어 있고, 사람들이 뭔가 쓰고 고민하는 모습들이 그 다음장에 이어진다.
그리고 드디어 진짜 말을 본 꼬마는 할아버지가 어느 말을 응원할지 생각해 보라고 하자, 하나하나 살펴 본 후 토토와 닮은 9번 말을 응원하는데......
그림이 특색이 있으면서도 경마장의 느낌을 잘 살린 듯한 구성이 책을 읽는 아이의 마음에도, 또 경마장이 뭔지 아는 어른의 마음에도 참 잘 와 닿았던 책인 것 같다. 독특한 기법으로 경마장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무표정한 그들의 표정과는 상반된 꼬마의 기대에 찬 얼굴이 단순하면서도 살짝 투박해보이는 그림 속에서도 금새 느껴볼 수 있는 구성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경마장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도 경마장이 어떤 곳인지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다양한 옷을 입은 기수들과 또 다양한 모습과 색깔을 가진 말들의 역동적인 레이스도 그림으로 아주 잘 표현해 주고 있어서 마치 눈앞에서 레이스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상상해보며 볼 수 있는 그림책이었다.
또, 경주에 참여하는 말들의 특징이 소개된 ??부분이 재미있어서 많이 웃으며 보았던, 위트도 느껴볼 수 있는 그림책이었던 것 같다.
경마장이 뭐하는 곳인지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꼬마와 어른들간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이 그림책을 본 우리 아이의 감상을 통해서 느껴볼 수 있었는데, 아이들 눈높이에서 말에 대한 호기심과, 경마장에서의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말들의 경주, 할아버지의 모습 등이 참 리얼하게 잘 표현되어, 이렇게 현실적인 부분들을 감추지 않고 바라볼 수 있도록 한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이들에게 좀 더 사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BIB그랑프리를 수상한 수상작이라고 해서 구입한 책인데, 꼬마에게 경마장이란 다소 어둡다거나 현실에 맞지 않다는 평을 할지 몰라도 아이도 재미있게 읽었고 나도 이 그림책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경마장을 몇번이나 간 꼬마의 의미심장한 느낌을 남긴 마지막 장이 아직도 긴 여운을 남긴다.
<책 속 이미지의 저작권은 원작자와 해당 출판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