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읽는 물리 소설책 1 : 힘과 에너지 - 따루의 얼렁뚱땅 표류기
고호관 지음, 정재환 그림 / 라이카미(부즈펌)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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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학창시절 가장 어려웠던 과목중 하나가 물리였던 것 같다. 공식도 나오고 외울것도 많았지만 공식을 적용하는게 잘 이해가 되질 않고, 이론으로만 배워서 그런지 원리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무척 헤맸던 기억이 난다. 어떤 친구는 물리를 너무 좋아해서 대학도 물리학과를 선택해서 가던데 한없이 부러운 마음도 들곤했다. 다들 잘하고 잘 못하는 과목이 하나둘씩은 있는거지만, 도대체 왜 그렇게 힘든 과목이 되었던 것일까. 아마도 처음부터 너무 어렵게만 생각해서 그런것 같다.

그런 물리를 술술~ 읽는다고 하니, 게다가 물리 소설이라는 참 색다른 제목이라니, 내 눈을 의심하게 된 제목이 바로 이 책  <술술~ 읽는 물리 소설책>이다. 이번 편에서는 물리 중에서도 1권 <힘과 에너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책 표지만 보면 혹 학습만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책을 펼치면 등장인물이 소개되고(이 부분까지도 여전히 만화라는 의심을 하긴 했지만), 무작정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흥미진진했다. 황당스럽기도 하고 조금은 엽기스러운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사건의 처음 부분만 살짝 소개를 해보면, 장난스러운 따루라는 소년이 바닷가에서 너무 많이 먹은 팥빙수때문에 화장실을 찾다가 겨우겨우 찾아간 간이 화장실 같은 모양을 한 곳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시원하게 해결한 순간 오는 길에 봤던 그 이상하게 생긴 ’닥터 스키조’가 들이닥친다. 당황한 따루가 물을 내리려다 아무거나 만지게 되어 두 사람은 회전까지하며 날아오른 화장실 같은 피직스호를 타고 낯선 곳에 착륙하게 된다. 그리하여 도착하게 된 미지의 땅에는 중력이 작아져서 커다란 열매도 나무에 잘 매달려있고 붕붕 뜨기까지하는 등 즐거운 모험이 시작된다. 부제로 붙은 <따루의 얼렁뚱땅 표류기>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는 전개다.


 상상을 초월하는 즐거운 이야기와 캐릭터 설정이 <물리소설>이라는 제목만 보고는 좀 딱딱한거 아닐까 했는데 판타지처럼 즐겁고 유쾌하다. 따루와 닥터 스키조라는 캐릭터는 물론이고, 외계 생명체 같은 동그랗고 발만 달린 괴물도 귀엽고, 그곳에서 만난 타울이라는 여자아이와도 즐거운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그 속에 쏙쏙 물리의 용어와 그 용어에 대한 설명, 그리고 상황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다.

또, 재미있는 그림으로 즐거움을 더해주며, 닥터 스키조의 노트에는 <스키조 꺼(건들지 마쇼!)>라고 하는 문구와 함께 좀 더 깊이있게 물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건들지 말라고 하니까 더 보고 싶어지는 그런 심리를 이용한 듯, 스키조의 엉뚱한 모습이라던가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그림자료도 함께 등장해서 거부감없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어렵게만 생각되었던 물리를 아이들의 눈높이와 즐거움을 한껏 담아서 펴낸 책이라 즐겁게 보며 학습 효과까지 누려볼 수 있는 구성이다. 그리고 교과 관련 단원을 보면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교의 교과 단원까지로 이어지고 있어서 초등학생에서 중학생까지 폭넓게 활용이 가능한 점도 참 좋은 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이들이 재미있게 물리의 힘과 에너지를 이해할 수 있어서 물리가 어렵다는 편견을 깨는 구성이다.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는 바로 이론만으로 설명하는게 아니라,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실험들이 많이 등장하는 부분이다. 교과서 관련단원을 먼저 소개해 놓았고, 실험할때 필요한 준비물은 물론이고 실험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도 알기 쉽도록 소개하고 있으며, 각 실험을 통해서 얻어지는 <원리>도 이해해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책을 보고 쉽게 따라해 볼 수 있는 구성이라 실험노트를 작성해보며 원리를 이해하면 더없이 좋은 시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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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지식채널 e 1 - 세상을 보는 다른 눈 주니어 지식채널 1
EBS 지식채널ⓔ 엮음 / 지식채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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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표지만보고는 조금 딱딱한 구성이 아닐까 생각되었는데, 내용은 속살이 부드럽고 새콤달콤한 과일같은 느낌이랄까. 
아이들의 호기심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되는 것 같다. 우리 아이만 봐도 어른의 눈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참 궁금한게 많아서 하루종일 질문을 하기도 한다. 책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는, 책 속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을때, 그리고 책을 보는 사이에 생긴 새로운 호기심과 왜?라는 궁금증을 해결해 줄때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흥미위주로만 전개되는 책보다는 흥미에 호기심을 더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을 많이 접해주고 싶다. 어릴때는 잘 안봤던 다큐멘터리나 시사 프로그램을 요즘 즐겨보는 편인데, EBS의 지식채널을 가끔 보면서 짧은 시간동안에도 참 많은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된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을 위한 방송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그 방송을 아이들을 위해 엮어낸 주니어 지식채널,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읽어본 책이다.

이 책은 EBS 지식채널의 어른들을 위한 지식채널을 아이들에게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다.


 지식채널이라는 프로그램은 5분이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지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인데, 이 책에는 각각 네가지 색깔로 나누어서 소개를 하고 있다. 이 책은 그 중에서도 1권으로 앞으로도 시리즈로 이어질 것 같아 기대가 큰데, 이번 편에서는 「‘삶(생명)과 사람’을 주제로 스무 편의 방송을 골라 엮었다. 노랑, 초록, 빨강, 파랑으로 각 이야기의 주제를 분류한 것이 이색적. 색채심리학을 바탕으로 각 이야기의 주제가 가지는 이미지를 분류한 것」(서지정보 중에서)이라고 한다.

20편의 이야기로 색깔별로 나누어져 있어서 재미있는 구성인데, 노랑은 <새롭고 기분 좋은 일들>이라는 주제로 한끼밥이 완성되기까지의 농부의 고된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서, 포옹, 당신의 온도는? 보키니, 삐삐 어쩌고 저쩌고 롱스타킹의 다섯편을 싣고 있다. 
그리고 초록은 <이 땅의 평화와 순수>라는 제목으로 평화에 대해, 착한 초콜릿이 된 사연이 담긴 초콜릿의 숨겨진 비밀,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루어낸 결실 등을 소개하고 있고, 빨강은 <힘차고 열정적인 삶>이라는 주제로 F1레이스와 레이서에 대해, 인종차별의 Black, 모짜르트의 환생이라고 불리는 클라라 하스킬 등의 인물에 대해서 다루고 있으며, 파랑은 <도전과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루이스 칸, 빌게이츠 같은 인물들의 도전과 가능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우리 어릴적에 읽었던 헬렌켈러의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위인전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아니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또 다른 측면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헬렌켈러의 삶의 그 이후의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그녀가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백인들의 흑인 학살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며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아 평생 FBI의 감시속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기,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속속 등장한다.  삐삐 롱스타킹이 처음 나왔을때 많은 어른들의 반대를 받아야 했던 이유, 우리가 맛있게 먹는 초콜릿 뒤에 힘든 노동을 겪었던 흑인 아이들의 고통이 있었다는 사실과 또 착한 초콜릿으로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열어준 이야기며, F1레이서들의 목숨을 건 힘든 레이스의 강도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이 책을 보며 알게 되었다. 또 우리나라의 명문 사대부가에서 태어나 글을 깨우치기 까지 많은 세월이 흘렀으나 엄청난 독서광으로 59세에 과거에 급제하고 급기야 당대 최고의 시인이 된 김득신의 이야기처럼 놀랍고 또 감동적인 내용도 많이 등장한다.

 책 속에는 사진과 그림으로 인물에 대한 정보나 즐겁게 볼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각 이야기의 뒷부분에는 좀 더 깊이있는 지식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 있다.아이들 책이지만, 구성도 다양하고 전개방식도 독특해서 읽는 내내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읽어도 참 좋은 책인 것 같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다음 2편에서는 또 어떤 일들을 다루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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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데구루루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20
허은순 지음, 김유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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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 하나로 부녀(夫女)의 사이가 이만큼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어릴적 나는 아빠에게 어떤 딸래미였을까 생각해보게 한 책이었다. 우리 친정아버지는 엄하실 때는 무척 불같이 무서웠지만, 장난도 많이 치시고 과자도 사주시곤 했다. 또, 여름이면 친정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강가로 가족이 모두 놀러가서 다슬기랑 물고기도 잡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던 추억이 가끔 떠오른다. 하지만, 나는 아빠에게 살가운 딸이 아니었던 것 같다. 밑의 여동생은 아빠를 잘 따랐지만, 나는 엄마를 더 따르곤 가끔 아빠와 엄마가 다투시면 엄마 편을 들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 아빠는 서운해 하시곤 했다. 커가면서 점점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도 적어지고, 이제는 결혼해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자주 못 찾아뵙는데 아쉽기만 하다.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의 20번째 책인 이 책 <구슬이 데구루루>, 그림도 구성도 재미있는 책이다.
여자아이 하랑이가 가장 좋아하는 구슬 하나로 벌어지는 작은 사건을 그리고 있다. 
아빠랑 신나게 구슬을 가지고 놀다가 그만 옷장 밑으로 들어가 버리고 만다.
이럴때 아이아빠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도 이 책 속에서처럼 아이의 구슬을 찾아주기 위해 온 힘을 쏟았을 것이다. 
옷장 밑에서 발견한 블럭 조각, 그리고 동전 몇개. 책을 읽어주던 아이아빠가, 아마도 우리 집에도 아이가 잃어버린 물건들이 옷장 밑에도 책장 밑에도 여기저기서 많이 나올 것 같다며 한마디 한다.

책 표지에 한가득 그려진 모녀의 모습도 우스꽝스럽고 익살이 느껴지는데, 책 속에서 아빠랑 딸이 온 집안을 헤집으며 구슬을 찾는 장면이 너무 재미있다. 아마 책 속 주인공 하랑이의 엄마가 옆에 있었다면 소리를 꽥 질렀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이 책 속 아빠와 딸 하랑이의 구슬찾기로 둘 사이가 한뼘 더 가까워진다. 익살스러운 표정과 두 부녀의 즐거움도 느껴볼 수 있는 그림이 인상적이다.



이 책의 부녀처럼 우리 아이에게도 아빠와의 추억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빠가 모처럼 쉬는 날, 잘 놀아주기는 하지만, 아직은 아이가 어려선지 놀이가 떼로 변해서 아빠랑 다투는 일도 가끔 있다. 그러면서 크는거겠지만, 또 어떨때는 아이의 놀아달라는 욕구를 가끔 놓쳐서 그게 아이의 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함께 읽어주는 시간에 함께 읽을 책으로 살짝 이런 책을 권해주면 참 좋을 것 같다.

구슬 하나로 재미있게 놀던 부녀에게 닥친 위기를 아빠의 재치와 땀으로 해결하게 되고, 동시에 그 밑에 깔린 추억의 사진첩이나 잃어버렸던 레고 조각, 동전들까지 찾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얻어지는게 많은 시간이 될 것 같다.
가족의 소중함도 나누고, 아빠랑 딸 사이의 관계가 서원하다며 고민하는 가정도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살짝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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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비밀 아이 좋은 그림책 17
통지아 글.그림, 박지민 옮김 / 그린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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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림책을 같이 읽고 한권 두권 고르다보니 집에 어느새 책장과 책들로 좁은 거실이 더 좁아진 느낌이다.

이럴때 항상 느끼는 것은 가까운 곳에 어린이 도서관이 생겼으면 하는거다. 아는 동생네 집 근처에는 바로 옆에 어린이도서관이 새로 생겨서 너무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맘껏 뒹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다른건 안부러워도 그것 하나만은 너무도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 대학시절에는 도서관에 넘쳐나는 책들 중에서 원하는 책 고르기가 쉽지 않아 너무 많은 책들이 살짝 원망스럽기도 했었는데, 아이의 그림책을 함께보다보니, 보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더 많은 책들에 목마른 느낌마저 든다. 아이가 보는건지 내가 보는건지, 요즘은 아이랑 같이 읽는 책들이 너무 좋아서 말이다. 다행히 엄마가 책을 좋아해선지 아이도 책을 참 좋아하는 편이다.

그린북<도서관의 비밀>은 나처럼 책에 목마른 아이들을 위해 아주 재미있는 도서관으로 안내한다.
함께 읽어보았는데 글이 적어서 우리 아들 수준에 딱 맞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는 뒷편에 깜짝 놀라기까지 하는 즐거운 책이다.
도서관 사서같이 생긴 빨간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책을 한가득 안고 걸어오는 표지도 참 특징있고, 호기심을 자아내는 도서관 내부의 이곳저곳이 한번쯤 도서관을 가봤을 아이들에게는 친숙한 느낌을 줄 것 같고, 아직 못 가본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할 것 같다.
우리 아이도 한번 도서관에서 책을 함께 본 적이 있는데, 책 속 그림을 보더니 도서관이라고 반가워한다.


 <도서관>하면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책을 읽는 즐거움을 한껏 표현해낸 멋진 그림책이 아닐까 한다.
잡힌 범인은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밝힐 수 없지만, 도서관에 몰래 들어온 아이가 할아버지가 주신 한권의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그랬노라고 하는 대목에서 찡한 느낌도 나고, 책을 너무 안읽는 사람들때문에 책이 모두 버려졌다는 이야기가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쉬움이 남지만, 우리 아이에게도 책이 즐거움으로 자리잡힐 수 있도록 즐거운 도서관나들이를 하고 싶다.
절대로, 절대로 책을 안 읽는 사람들때문에 책이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또 많은 사람들에게 책은 즐거운 것으로 가까이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도록 나와 우리 가정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별로 안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책 좀 읽어라~" 하기 전에 딱!! 이 책을 권해주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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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바둑돌 파랑새 사과문고 67
김종렬 지음, 최정인 그림 / 파랑새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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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이 있었다. 너무 가슴아픈 일이어서 처음 서거 소식을 듣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대통령 집무시절에도 여느 대통령들처럼 경직되거나 조금은 딱딱한 미소가 아니라, 밝은 미소를 지을줄 아는 분이어서, 또 퇴임 후에도 농사꾼처럼 푸근한 인상으로 가끔 TV에서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는 분이어서 가깝게 생각되었는데 하루아침에 그런 뉴스를 접하고는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나라의 전직 대통령이 돌아가셨는데도 참 슬프고 안타까운데, 아마도 가장 힘든 것은 역시 가족이리라 생각된다. 가까이에서 숨쉬고 웃고, 울고, 늘 그렇게 공기같은 존재로 산소같은 존재로만 여겨졌던 그런 가족 중에서 만약 그 중 한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슬프고 힘들까 그 고통은 이루말할 수 없을 것같다.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1주일 그 사이에, 이 책 파랑새 <아홉 개의 바둑돌>을 읽었다.
바둑을 좋아하는 아이아빠는 옆에서 제목을 슬쩍 보더니, 바둑이야기인가? 하며 살짝 관심을 보인다.
안그래도 아이가 조금 크면 바둑을 가르치겠다고 몇번이나 말했기에 부자간의 바둑을 배우는 이야기려니 하고 책을 펼쳐 들었다.

그런데 이 책 속에 나오는 두 부자의 이야기는 좀 다르다. 바둑만 좋아하는 생전의 아빠와 야구만 좋아하는 아들 주노의 마음의 벽으로 둘러쳐져 있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아빠가 돌아가시게 되었고, 그러던 어느날 영혼으로 나타난 아빠를 통해 바둑을 배우게 된다는 이야기다.


바둑을 통해, 생전에 못다한 응어리지고 단절된 부자간의 마음이 조금씩 실타래 풀리듯 풀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바둑은 하나도 모르는 문외한이지만, 이 책의 아빠가 할아버지에게 묵묵히 배웠던 그 바둑돌을 주노가 하나하나 놓아가며 배우는 순간,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런 부자의 정이 조금씩 싹트는 모습을 보며 바둑이란 참 중요한 매개체가 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생전에 이루어졌으면, 평소에 이루어졌더라면....하는 아쉬움과 바람으로 책을 읽으며 내내 느꼈던 마음이었다.

’있을때 잘하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듯,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우리의 인생, 가족들간에도 더욱 마음을 열고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충고를 전해준다. 살아생전에 다하지 못하는 부모님 사랑이 있듯, 살아생전에 다하지 못하는 부자간의 소통과 정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었던 책이다. 부모와 함께 읽으면 깨닫는게 많은 시간이 될 것 같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바로 실천하는 모습이 되도록, 이 책을 통해서 많은 父子또는 딸들이, 많은 가족들이 서로 소통하며 화기애애한 가정을 영위해갈 수 있길 바래본다. 먼저 우리 가정부터 대화의 문을 활짝 열어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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