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인연을 이어오는 제자가 오늘 서울에 올 일이 있다며 내가 사는 도시에 놀러 오겠다고 했다.
이 제자랑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만났고-1학년 때부터 소문은 들어 알고 있는 세상 바른 아이- 2,3학년 때 가르쳤다. 급 친해진 건 고3 때였는데, 그 때 이 친구는 농대 진학을 목표하고 있었고, 그래서 학교에 있는 모든 식물을 관리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루꼴라를 기르고 싶었고, 허브 농장에서 작은 루꼴라 화분을 사와서 같이 관리해주길 청했다. 그 후로 점심 시간마다 식물 기르는 곳에서 함께 식물을 보며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다른 샘들이나 학생들이 함께일 때도 있었고, 또 어떨 땐 둘만일 때도 있었다. 나도 고 3 담임이었기에 야자 끝나는 10시까지는 거의 매일 남았고, 어느날부터인가 이 친구는 집에 같이 걸어가자며 끝나면 교무실 앞에서 나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아마도 또래 친구들과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나랑 하는게 좋았나보다. 너무 순수하고 맑아서 나도 배울 점이 많았던 이 제자를 ‘나의 어린 친구‘라고 생각했고, 대학을 서울로 온 이 친구는 종종 어디를 가고 싶을 때 나와 함께 하자고 청했다.
미술관, 박물관, 동물원, 벚꽃놀이, 수족관, 전시회 등등을 다녔다. 정기적이지 않고, 때론 너무 많이 걸어 진이 빠질 때도 있었지만-젊은이와 놀기에 너무 저질체력- 어쩌다보니 지금도 만나는 유일한 제자가 되었다.
나와는 관심사가 매우 다른 이 친구를 만나, 오늘도 신선한 자극을 얻었고, 혼자서라면 관심도 갖지 않았을 책도 두 권이나 읽었다.(그림 많고 글은 짧은 책이어서 가능~ㅋㅋ)
요즘은 곤충 표본 만들기에 푹 빠져 있다며, 서울에 올라온 이유도 그거였다는 얘길 해줬다. 보여준 많은 사진 덕분에 난 파란색을 정말 좋아하는구나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나름 유명한 식당에서 거의 한 시간 기다려 점심을 먹었고(이 때 한권 독파~ㅎㅎ), 공원 한바퀴를 돌고 카페에 갔다. 독립서점을 겸하고 있는 카페인 듯 보였는데 왠지 오늘은 거길 들어가고 싶었다. 들어가자마자 주인님이 오늘이 2주년이라며 과일 숙성차를 주셨다. 우리가 책을 보다가 주문까지 하니, 주변 공방에서 만들었다며 수제 비누도 주셨다. 와~ 정말 운이 좋구나 했는데, 이 친구가 선생님 목걸이 좋아하세요? 한다. 나? 환장하지.지만 말을 순화해 좋아하지.로 답하니 수줍게 비닐에 포장된 목걸이를 내민다.
이거 사연이 많은 목걸이에요. 제가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여자분이 와서 미대생인데 작품 출품할 돈을 모으고 있다고 자기가 만든 목걸이 하나만 사주면 안되겠냐고 하는 거예요. 코로나 시대에 알바 자리도 없고 오죽하면 여기까지 나왔을까 싶어서 하나 샀어요. 2만 5천원이라는데, 제가 머뭇거리니까 2만원에 해준다고. 근데 막상 도와주고 싶어서 샀는데, 줄 사람이 없는 거예요. 쟤 눈엔 예쁜데 한 번도 사본 적이 없으니 가격도 알맞은 건지 모르겠고요.
‘너 여동생 있지 않니?‘ 걔 좋은 일은 하기 싫어요.
‘동기 중엔 여학생이 없어?‘ 친한 동기는 남자친구 있어서 좀 그래요. 이미 졸업도 했구요.
나는 그 목걸이가 사실 그녀가 만든 것도 아니며, 2만원이면 바가지를 쓴 거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너무 예쁘다고 도와주길 잘했다고 말해줬다. (실제로 디자인이 예쁘긴 하다!)
순수한 어린 친구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 목걸이가 결국 내 손에 들어왔으니, 아름다운 마음의 최종 수혜자는 나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인연이 있다는 게 나에겐 너무 큰 행운이 아닐까.
(목걸이 선물 받아서 좋아서 이러는 거 아님. 너무 티나나?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