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열흘간 짧은 외유(?)를 다녀왔다.
관계중독증이 도진 것이다.(아니 늘 그래왔는데 대상이 없었을 뿐일 수도....)
대화가 잘 통하고 재밌었다.
좋은 사람이었고, 그 사람이 가진 배려와 베풂이 탐이 났다. 이성적 끌림이 없어도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할 거 같았다.
불타는 사랑에 한 번 데인 후이기에 불같은 사랑 보다는 잔잔하고 편안한 사랑이 더 나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사랑하느라 힘든 사람보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자는 원칙을 깨고, 그의 구애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오래된 친구는 정말 오래된 사이에서 나올 수 있다는 걸, 이성적 설렘이 없다면 관계가 억지 춘향이 된다는 걸 하루하루 깨달으며 상대에게 죄짓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저 사람이 해주는 베풂은 친구로서가 아니라 자기 사람이라는 확신에서 나오는 것일텐데, 내가 받는게 도둑질하는 느낌이었다.(물질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너무 좋은 분이었고,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나도 이성적으로 끌리겠지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함께 있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상대에게 상처 안 주겠다고 이 악물고 관계를 유지하는 게 내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별을 고했다.
이렇게 끝날 수는 없다고 지금도 나를 사랑한다는 그에게 나는 상처를 준 것이겠지? 오늘의 구절을 그가 보면 좋겠다(물론 그는 북플의 존재를 모른다).
진심으로 그가 나같은 건 똥 밟은 셈치고 툭툭 털고 일어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좀 차렸으면 좋겠다. 제발 쫌!!
(나는 나쁜 년이 맞다. 욕을 먹어도 싸다.. 엉엉..)
근데 이러니 (관계) 중독이지. 뻔한 결말을 알면서도, 이럴 때마다 이리 괴로워 하면서도 난 왜 이걸 못 끊을까...ㅠㅠㅠㅠㅠㅠ
당신이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어떤 일을 해도 좋지만, 당신이 내 행복을 가져가도록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You may shout at me, or do anything to me, but I‘m not going to allow you to take my happiness.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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