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또 병원에 갈 수밖에 없었다.(내가 다니는 병원은 기능의학을 기반으로 진료를 보는 곳이다.) 사실 이젠 좀 괜찮아졌거니 하며 까분게 문제였다. 나는 하나도 괜찮아지지 않은 것이었다. 장에 가스가 많다며, 면역의 보고인 장을 파악하기 위해 대변 균검사와 장해독을 진행하자고 하셨다. 문제는 그 가격이 어마어마한 것...ㅠ
어제가 월급날이었는데, 고정지출로 나가는 돈을 제외한 모든 돈을 탈탈 털리고 온 느낌. 이번 달은 허리띠를 졸라매다 못해 개미허리가 될 거 같다... 어흑...
암튼 곰곰 내 마음을 들여다 보니, 내 몸이 아픈 것보다 돈 나가는게 더 고통스러웠다. 물론 막 고통이 있는 아픔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저적질만 안 했어도, 그냥 분위기 좋게 ˝잘 관리되고 있네요~˝ 말 들으며 웃으며 진료실을 나올 수도 있었는데.. 앞으로 또 장해독의 멀고 먼 길을 ‘돈‘과 함께 나아갈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 그래서 좀 우울했다. 퇴근 후 갔기에 진료가 끝난 시간이 7시 30분쯤이었다.
(병원이 또 더럽게 멀다.)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서 쌀국수집에 갔다. 보통 때면 얌전히 쌀국수 한 그릇만 먹었겠지만, 우울하기에 쌀국수랑 스프링롤을 시켰다. 그 많은 돈을 썼는데, 배고픈 날 위해 만육천원 정도는 쓸 수 있어. 하며 우걱우걱.
결국 내 고통은 돈을 많이 씀 → 그 원인은 나의 저적질 → 앞으로 돈+번거로움+걱정이 배가 됨 → 관리 못한 내가 싫다 → 실수에서 배우지 못한 내가 싫다 인 듯했다.
번 돈을 틀어쥐고 내 운용 아래 두고자 하는 것도, 이런 번거로움 없이 건강하고 싶은 것도, 멍청한 짓을 그만 하고 싶은 것도 다 나에 대한 집착이고 욕심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냥 지켜보면 되는데.. ‘나‘도 돈도 영원한 건 없고 그게 집착할 만큼 가치 있는 것도 아니라는 단순한 진리를 가슴으로 느낀다면 우울할 일이 없겠다.
고통이 일어나면, 고요히 지켜보고 관찰하십시오. 개입하지 말고 지켜만 볼 때, 당신은 자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When suffering arises, watch and observe it in silence. Watch it without getting involved, and you will find freedom.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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